소설리스트

5. 그날의 분위기 (5/95)


5. 그날의 분위기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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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 씨. 저녁 식사하면서 결혼 관련 이야기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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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한테 이야기해.”

그날 이후 태오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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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 씨. 아무래도 객실 요금은 결제를 하는 편이 좋겠어요. 계속 공짜로 얹혀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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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든지. 마음대로 해.”

원래도 살가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쌀쌀맞게 변한 것이다.

그저 계약에 의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알게 모르게 그와 친분이라도 쌓인 모양이다.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태오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을 보니.

그러다 소유가 먼저 태오의 집무실을 찾아갈 일이 생겼다.

아무래도 결혼식이 임박하다 보니 비서를 거쳐 이야기하는 것에도 한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혼을 앞두고 그런 광경을 보이는 게 예의가 없었던 것은 맞으니 사과도 제대로 하리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와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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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찾아오신 손님이 계십니다.”

그러나 태오의 집무실엔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소유는 결혼식 자료를 품에 안고서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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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넥타이 삐뚤어졌어. 이리 와 봐.”

그런데 안에서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소유가 흠칫하며 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태오의 진한 눈과 마주쳤다.

태오가 소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앞의 여자에게로 몸을 내밀었다.

밀착한 여자가 다정하게 태오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었다.

툭. 손에 쥐고 있던 서류가 아래로 떨어졌다.

태오가 전혀 웃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웃었다.

순간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소유의 얼굴이 굳었다.

딴 여자의 손길이 닿은 넥타이를 어루만지면서 태오가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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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무슨 일이지?”

태오를 따라 여자가 옅은 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다가왔다.

고개를 쏙 내밀고 소유를 훑어보는 여자는 몹시 화려한 인상의 미녀였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있었다.

아마 태오와 비슷한 수준의 부자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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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구나? 태오랑 결혼한다는 애가.”

감히, 너 같은 애가. 천하의 강태오랑?

명백하게 비웃음이 담긴 물음이었다.

초면에 반말을 쏟아 내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뗀 소유가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웠다.

그러고선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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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보시고, 편한 쪽으로 말씀해 주세요.”

진심 어린 사과도, 깊은 대화도 할 기분이 아니었다.

소유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터덜터덜 그곳을 걸어 나왔다.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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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왔다 가지그래? 의논해야 할 게 많던데.”

소유를 따라 나온 태오가 태평하게 말했다.

소유가 입안의 여린 살을 씹으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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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손님분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서요.”

딱히 의도하진 않았는데 뾰족뾰족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누군가에게 정신을 지배당하고 조종당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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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벽에 기대어 그런 소유를 비스듬하게 응시하던 태오는 며칠 전, 그녀에게 들었던 말을 되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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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지?”

이 말을 들었던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공감이 되면서도, 문득 뜨거운 화가 치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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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네가 나를 진짜로 좋아하는 줄 알겠어.”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이런 격렬한 분노는, 연옥이나 다해에게도 느낀 적 없는데.

그건 처음 접해 보는 새로운 차원의 감정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에선 마그마가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 * *

[재현이가 나랑 완전히 헤어지겠대. 네가 뭐라도 좀 해 봐!]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이제 다해는 문자 폭탄을 보내기 시작했다.

언제는 착각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또 관계 회복을 위해 도와 달란다.

앞뒤가 다른 다해의 말에 소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가뜩이나 어긋난 태오와의 관계로 기분도 안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소유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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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딸딸해질 때까지만.”

술이 약한 걸 알기에 먼저 찾은 적 없던 바(bar)에 스스로 발을 들인 것이다.

강화 호텔 지하에 있는 바였기에 어떻게든 객실은 찾아가겠지, 라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다.

어차피 오늘 같은 밤은 맨정신으로는 숙면을 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에는 고급스러운 재즈 음악이 흘렀다.

각자의 무리끼리 어울리는 공간에서 소유만 유일하게 혼자였다.

물론 술이 줄어드는 속도는 무척 더뎠지만 말이다.

남들이 새로운 술을 주문하는 동안에도 소유의 술은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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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들 나한테만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에겐 취하기 좋은 양이었나 보다.

얼굴이 벌게진 그녀는 볼살이 밀려 올라간 것도 모른 채 턱을 괴고 툴툴댔다.

소유의 객실을 찾았다가 헛걸음한 태오는 비서의 연락을 받고 때마침 지하로 내려오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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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해도, 석재현도. 다 나한테만 뭐라 그래.”

벌써 취한 모양이다.

그녀의 몸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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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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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뜸 나온 자신의 이름에 태오는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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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다고 할 땐 언제고.”

지켜보던 태오가 아까 소유가 두고 간 결혼 준비에 대한 서류를 테이블에 툭 내려놓았다.

그제야 소유의 반쯤 감긴 눈이 말갛게 태오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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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 여긴 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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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술 마시는 것까지 허락 맡아야 하나.”

차마 태오에게 대놓고 뭐라고 할 순 없었는지 소유는 입술을 삐죽이며 속삭였다.

애석하게도 태오에게도 다 들릴 정도의 성량이었지만.

태오가 앉자 바텐더가 자연스럽게 위스키 한 잔을 내려놓고 사라졌다.

태오는 일단 잔에 담긴 독한 술을 반 이상 비워냈다. 오늘은 그에게도 술이 필요한 날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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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됐지?”

한참 후, 태오는 제게서 등을 돌린 소유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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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지난번부터 생각했지만, 술에 취한 소유는 태오의 눈에 과하게 솔직하면서, 과하게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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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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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아…… 그 남자.”

‘그 남자’가 재현을 말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소유가 몸을 바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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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지인짜 그쪽이 큰 오해한 거거든요.”

태오가 위스키잔을 빙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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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좋아했어? 아니,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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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린 그런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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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빠져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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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강태오 씨는 왜 물어 놓고, 대답은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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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오에게 이토록 대놓고 지적을 한 사람은 처음이었기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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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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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완전 그랬어요.”

소유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내일 술에서 깬 그녀는 지금의 이 행동을 후회할까.

짓궂지만 무척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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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어떤 사람으로 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요. 그렇게까지 몰지각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당신을 적당히 이용하고 버릴 수 있을 만큼 매몰차지도 않고.”

태오가 이야기를 들으며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얼음이 녹아서인지 아까보다 술이 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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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뻔한 수작에 걸려들 만큼 당신이 바보도 아니잖아요.”

두 사람이 만난 이래 소유가 가장 말을 많이 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가 마치 랩이라도 하는 듯 우르르 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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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우리 아빠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요. 그런 내가 어떻게 감히 당신을 배신할 생각을 하겠어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가만히 소유를 바라보던 태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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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그 새끼, 아니, 그 남자는 네 마음이 바뀔 거라 확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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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관심도 없고요.”

관심도 없다는 말에 태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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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우리 언니 남자 친구예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바뀔 일은 없을 거라고요. 난 강태오 씨랑 결혼할 거예요.”

태오가 소유의 술을 가져와 대신 마셨다.

미지근하고 밍밍했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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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하면 믿어 줄래요?”

그 말을 하며 소유는 휘청댔다.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다.

이제 그만 객실로 데려다줘야겠다, 싶을 때쯤 사고가 발생했다.

소유가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태오는 제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그녀를 안고 쓰러졌다.

덕분에 딱딱한 바닥에 닿는 것은 저였고, 그녀는 다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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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지만 그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동시에 연출되었다.

자신의 위에 올라가 있던 소유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태오의 품으로 풀썩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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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입술이 스치듯 닿았다.

과일처럼 말랑하고 향긋한 입술이 태오의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소유의 어깨를 잡은 태오의 손이 뜨거워지고, 소유는 잠이 홀라당 깨버렸다.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모를 열기가 온 사방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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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엔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 서로의 눈동자에 서로만이 가득 찼다.

소유는 호흡이 점점 가빠져 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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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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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인내심 테스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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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그러니까, 제가 지금 좀 많이 취해서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소유는 숨 쉬는 것을 잊은 아이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태오의 본능이 강하게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분명 한 톨의 유혹도 없었는데 그녀의 모든 행동이 유혹으로 느껴졌다.

태오가 목을 들어 소유와 가까워졌다.

다시 두 입술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 있었다.

태오를 더 안달 나게 하는 건 소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기만 할 뿐, 뒤로 물러나질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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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님 괜찮으세요?”

자신을 향한 걱정스러운 물음과 웅성웅성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입을 맞추고 말았을 것이다.

지독히 이성적인 사람이라 스스로를 자부해왔는데.

나도 너를 따라 술이 약해지기라도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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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가까스로 본능을 참아낸 태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힘없이 널브러진 소유를 안아 들었다.

소유가 떨어지지 않기 위함인지 태오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달라진 기류를 소유도 인식한 것인지 잠자코 그에게 몸을 맡길 뿐이었다.

이윽고 소유의 객실에 도착한 그는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소유는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던 태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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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데서는 술 마시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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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쥐구멍에서 나오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둥근 이불을 들여다보던 태오는 성큼성큼 걸어 객실을 빠져나왔다.

태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소유는 이불 밖으로 고개를 뺐다.

부족한 공기를 들이마시다 생각했다.

방금 뭐였지.

사람의 입술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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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말랑말랑했어.”

낯부끄러운 말을 내뱉고서 소유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오늘은 정말 이상해.

그 사람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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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다시 키스하려고 했던 건가.”

취한 밤이었다.

당신도, 나도, 무언가에 흠뻑 취한 그런 밤.

어딘가 들뜨고, 어딘가 가라앉았던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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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내일 얼굴 어떻게 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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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태오의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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