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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도둑맞은 침대 (13/95)


13. 도둑맞은 침대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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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떨리는 손이 태오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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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범하게 굴어 주는 건 고마운데.”

소유의 손이 세 번째 단추에 닿았을 때, 태오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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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나 좀 알고 싶네.”

낭떠러지 같았다.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고 소유에게 포악하게 굴고 말 것이다.

태오는 그 위태로운 절벽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소유와의 진짜 첫날밤을 간절히 바라왔지만, 이런 울 듯한 표정의 소유라면, 의미가 없었다.

우울한 소유를 보기 위해 그 많은 밤들을 아껴 왔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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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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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는 게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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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진 않은데, 내가 여기서 마냥 좋은 티 내면 눈치 없는 놈 되는 것 같아서. 도대체 무슨 일인데?”

소유가 고개를 푹 숙였다.

서령이 멋대로 옷을 갈아입히고, 어울리지도 않은 립스틱을 발라놓았다.

그리고 신신당부했다.

태오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앉아 있으라고.

인형처럼 서령의 말을 따랐는데, 태오의 질문은 매뉴얼에 없었다.

돌발 상황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이런 태오라 내심 다행이었다.

어느 상황에서든 한 번 쉬어가며 내 상태를 들여다봐 줄 남자구나.

아픈 티를 내지 않아도 기어코 나를 보듬어 줄 남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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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도둑맞았어.”

긴 고민을 했지만 내뱉은 말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침대를 도둑맞은 건 사실이니까.

시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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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태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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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좀 재워 줘.”

그 순간, 태오의 머릿속에 작은 진동이 울렸다.

정체 모를 보약들, 자신의 침대에 앉아 있던 울먹이는 소유, 처음 보는 옷과 립스틱.

누구의 소행인지 단박에 짐작이 갔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딱 하나뿐이었다.

태오가 작게 욕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시간이지만 당장이라도 어머니를 찾아갈 요량이었다.

분명, 자신의 결혼 생활엔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야비하게도 제가 없는 시간을 골라 평온하던 소유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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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마!”

그런데 침대에서 내려온 소유가 다다다 뛰어와 그의 손을 애절하게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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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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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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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잖아, 어머니 입장에선. 성에 차지도 않는 며느리 들이고, 이번에 유아 물산 도우려고 강화 쪽에서 큰 손해 봤다며.”

태오는 화가 났다.

소유가 아니라 제게.

미리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지 못한 미련한 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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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그룹 임세리 씨 같은 며느리를 원하셨던 분인데, 내가 얼마나 못마땅하시겠어?”

태오가 소유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자꾸 그들 사이에 애먼 세리가 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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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은 둘만의 문제야. 어머니가 어떤 며느리를 원하셨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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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가 결혼함으로써 유아 물산은 경제적 이득을 봤어. 그 순간부터 둘만의 문제일 수 없는 거야.”

이후에 서로를 향한 감정이 어떻게 변하든 처음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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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할 도리는 해야지.”

소유는 그래서 제가 치러야 할 대가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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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우리가 진짜 계약 결혼을 했다는 게 실감 나네.”

태오의 말엔 묘한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소유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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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리고, 더 이상 공 여사에게 당하고 싶지 않아. 끔찍해. 괜한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공 여사 생각에 소유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숨고, 도망치는 것만이 과거의 소유에겐 유일한 방법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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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약속해. 어머니한테 아무 말 하지 않기로.”

딱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눈망울을 차마 배반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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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지면 나한테 말하기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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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게. 꼭.”

그래. 너한테 무슨 죄가 있겠어.

너는 그저 늘 당해왔을 뿐인데.

태오는 거짓 약속을 하며 소유의 새끼손가락에 제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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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그 입술 좀 어떻게 해 봐. 안 어울리니까.”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태오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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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봐.”

소유를 침대에 앉힌 태오는 티슈를 뽑아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소유는 퉁퉁 부은 눈을 감고 그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태오는 최대한 살살 입술 부위를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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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 반말 잘한다?”

입술 색은 점점 옅어지는데, 얼굴은 점점 빨갛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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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은 척하지 마.”

소유는 계속 눈을 감은 채 무시했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태오가 기습 뽀뽀를 했다.

허리를 푹 숙인 태오는 소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물렸다.

놀란 소유가 뒤늦게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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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은 척하지 말라고 했지.”

살짝 입술을 떼고서 말했다.

소유가 태오의 얼굴에 베개를 던지고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태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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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네. 아까 내 단추 먼저 풀었던 사람이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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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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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야한 짓은 되는데, 뽀뽀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오의 손은 말려 올라간 소유의 치맛자락을 아래로 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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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네가 먼저 하는 건 되는데, 내가 먼저 하는 건 안 된다? 불공평한 부부 사이네?”

큰일이다.

태오의 센스 없는 농담이 점점 재밌어져서.

소유는 입을 틀어막고 킥킥 웃었다.

웃는 소유의 모습에 태오가 잠시 잔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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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씻고 올게.”

그러다 퍼뜩 뒤를 돌고선 말했다.

한참 웃던 소유가 어정쩡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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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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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온다고.”

제법 신혼부부다운 말이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소유에게 태오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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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침대 도둑맞았다며. 어차피 내 방에서 같이 자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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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제야 소유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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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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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았어.”

기분이 풀린 소유가 자신의 드레스룸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바로 표정이 굳은 태오는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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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 일정 다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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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한 비서의 목소리를 뒤로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자 소유는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꽤 고단했던 모양이다.

태오는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 중앙으로 옮겼다.

그녀가 뒤척여도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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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l, Good night.”

태오는 옆에 누운 작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소유는 잠결에 태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태오는 옅은 스탠드 불빛만 빼고 모든 불을 껐다.

그리고 소유의 향기로운 머리카락에 고개를 묻으니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요즘 들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는데, 침실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냥 네가 옆에 없어서였구나.

잠든 태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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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모님 침대는 새로 주문해 둘까요?”

태오가 차에서 내리기 직전 비서가 말했다.

그 말에 고민하던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지난 어머니의 행동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딱 하나 흡족한 게 있었다.

바로 3층의 침대를 치워 버린 것.

그래서 소유와 같은 침실을 쓸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 것.

당분간은 하나의 침대에서 잠들고 싶었다.

태오는 어릴 때 살던 본가로 성큼성큼 걸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가사도우미가 태오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허겁지겁 문을 열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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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도 없이 웬일이니?”

태오가 집 안에 들어서자 마침 2층에서 내려오던 서령과 마주쳤다.

서령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웠으나 동시에 부자연스러웠다.

그녀의 앞에 서면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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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락을 먼저 드렸어야 했나? 어머니가 먼저 우리 집에 연락도 없이 오셨길래 나도 그래도 되는 줄 알았는데.”

크고 반짝이는 귀걸이를 만지작대던 서령이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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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 보기보다 입이 가볍구나? 너한테 바로 조르르 가서 일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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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길 바랐다면 좀 티가 안 나게 움직이지 그러셨어요. 멀쩡한 침대가 사라지고, 와이프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있는데 누가 모르겠습니까. 속아 주려고 해도 속아드릴 수가 없잖아요.”

수려한 외모의 모자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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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따지려고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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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가 결혼하는 대신 제 결혼 생활엔 간섭하지 않으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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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앉아. 앉아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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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약속을 안 지킨다면, 나도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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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

서령이 드물게 침착함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오는 서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강화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받지 않겠다는 것.

그건 태오가 손에 쥔 가장 강한 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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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보다 동생들이 더 간절히 그 자리를 원하는데, 굳이 나까지 욕심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태오의 아래엔 두 명의 동생이 있었다.

그러나 두 명 다 서령의 배에서 나온 아이들은 아니었다.

태오를 낳고서, 서령은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대외적으로 서령은 세 명의 아들을 낳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렇기에 서령은 더욱 손자에 대한 염원이 가득했다.

왕위는 서자가 아닌 적자가 물려받아야 마땅하다.

대리모에게서 얻은 자식들에게 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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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야. 뭔가 오해가 있다면 엄마랑…….”

서령이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고 아들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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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해 이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는데, 유일한 도피처인 가정마저 건드린다면, 저도 제가 어떤 짓을 하게 될지 몰라요.”

자신의 아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이 깊이를 보아 최소 그녀가 모르는 과거가 있었다.

서령의 머릿속에 소유의 고운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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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사랑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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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이 바닥에서 사랑 같은 거, 그저 허상일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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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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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소유가 아니었다면 전 결혼 같은 거 안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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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네가 어디서 그런 계집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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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심하세요.”

제아무리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서령이라도, 사랑하는 아들 앞에서는 한없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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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는 어머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감당해야 할 부분은 모두 감당하겠다고.”

그리고 소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들은, 역설적이게도, 진심으로 어여뻤다.

막 피어난 꽃처럼.

처음이던가.

메마른 아들의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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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탁지는 않지만 그러라고 했어요. 어른들 이익 사이에 낀 소유가 괜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하세요, 시어머니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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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막지도 않을 거라면 굳이 내게 찾아온 이유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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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리려고요.”

서령은 복합적인 감정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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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겐 비밀이지만 내가 늘 어머니를 주시하고 있다는 거. 둘 사이의 일은 모조리 내게 보고될 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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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구나. 어머니를 협박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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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어머니가 가르쳤어요.”

태오가 서령을 빤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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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오르는 동생들을 짓밟고, 협박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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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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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이렇게 키운 건 어머니예요.”

태오는 강 회장의 카리스마와 서령의 두뇌를 공평하게 물려받아 엄청난 인물로 자라났다.

가진 것에 도취되어 한심한 상태로 도태된 다른 재벌가 자식들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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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김에 어머니와 도란도란 식사라도 하고 싶지만, 집에서 사랑하는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어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감정 없이 고개를 숙인 태오는 거침없이 집을 나섰다.

아들의 뒷모습을 보던 서령은 이윽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고고한 웃음이 온 집 안에 울려 퍼졌다.

소파에 털썩 앉은 서령이 잔머리를 뒤로 넘기며 아까 말을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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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웠네.”

저런 기세라면 강화를 휘어잡고도 남을 것이다.

그 어떤 라이벌도 대적할 수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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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머리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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