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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우리 키스할래? (19/95)


19. 우리 키스할래?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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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 태오를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태오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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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뚫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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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똑같잖아. 왜 그동안 널 잊고 살았지.”

너는 나를 한 번에 알아봤는데.

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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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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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널 찾았지.”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았다.

소유조차도 믿지 못했으니까.

연옥에게 강화 그룹 장남과의 맞선을 강요받았을 때.

그런 대단한 사람이 왜? 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를 강태오가 아닌 헤이즐을 찾아온 노아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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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도련님인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전학생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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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티에 네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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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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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위한 파티였으니까. 너와 다시 마주하고 싶어서 연 파티였으니까.”

태오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소유는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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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좋아했어. 열병을 앓을 만큼.”

그날 파티는 소유가 살면서 본 가장 화려한 파티였다.

화려한 불꽃과 웅장한 음악과 높은 케이크와 수많은 인파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게 모두 저를 위한 것이었다니.

그 누구라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일 테다.

소유는 태오의 규모를 감당하기엔 너무 평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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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너무 많이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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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야.”

처음 노아를 봤을 때와 같은 파동이 소유의 내부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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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옥상에선 왜 그렇게 데면데면 굴었어?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잖아. 내가 열심히 말 걸었을 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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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으니까. 너와 눈이 마주치면 들킬 것만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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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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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지. 바보. 그래서 표현도 못 하고 계속 너를 지켜보기만 했어.”

태오는 캐비닛 앞에서 처연한 분위기를 풍기던 소녀를 떠올랐다.

태오가 안주로 나온 과자들을 위로 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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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궁금했어. 학교에 나랑 같은 한국인이 있다더라. 애국심이 별로 강한 편도 아닌데, 외국 나가니까 왠지 신경이 쓰였거든. 그때 발견했어. 그 학교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쓰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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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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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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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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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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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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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예뻐서.”

차곡차곡 쌓여 가던 과자가 와르르 쏟아졌다.

더 로맨틱한 말을 기대하던 소유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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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뻐서 나한테 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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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돼? 난 그때 겨우 열아홉 살이었고, 사랑에 대해 무지했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그런 묘한 상태였다.

소유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뜨거운 속을 한 차례 가라앉혔다.

그런 소유를 빤히 쳐다보던 태오가 변함없이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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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쁜 게 다는 아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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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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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널 잊지 못했던 거 보면.”

그러나 내용은 전혀 무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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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뭔지 몰랐지만, 뭐가 더 있었나 봐.”

사람을 들었다가 놓는 태오를 보며 소유가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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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예쁘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를 10년 동안 기다릴 순 없잖아?”

태오를 더 쳐다보고 있다가는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소유는 고개를 돌렸다.

이 자리만큼은 눈물로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감정을 가다듬은 소유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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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학교에서 너 계속 찾아다녔는데. 안 보이더라? 왜 사라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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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끝나기 전에 한국에서 연락이 왔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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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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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화목한 가족은 아니거든. 장례식을 마치고,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어. 몇 개월 후에 돌아왔을 때, 네가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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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 지독하게도 엇갈렸다.”

열아홉 살 때 이미 기회가 있었는데, 스물아홉 살이 돼서야 마주 보다니.

그래도 이러한 엇갈림에도 모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의 필연 중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설익은 사랑이 아닌 농익은 사랑을 나누어야만 할 운명이었다고.

미숙한 영화 속 헤이즐과 노아처럼 이른 이별을 겪지 않기 위해 조금 돌아온 것뿐이라고.

우리에게 남은 나날은 영화와 조금 다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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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 첫사랑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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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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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리 씨 아니었어?”

이번엔 태오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머리털 나고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황당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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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래?”

태오가 소유의 고개를 제게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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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리 씨가. 실연의 아픔이 커서 홧김에 나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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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그랬다고? 미쳤나.”

거친 언어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물론 어머니는 내심 세리를 며느리로 맞길 바란 것 같지만 태오는 세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언제나 성가신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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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사이에 자꾸 임세리가 등장했던 거였구나.”

그제야 미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았던 대화들이 이해되었다.

조만간 세리를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벼르는 태오였다.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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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넌 내 첫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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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야…….”

갑자기 을의 입장이 된 소유가 말을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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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좋아하는지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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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바보 아니야? 그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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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바보? 너 말 다 했어?”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귀엽게 으르렁댔다.

주변 사람들에겐 그 모습이 평범한 동갑내기처럼 보였다.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오는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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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리 씨는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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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뻐.”

태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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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제게 망설임 없이 ‘예뻐서.’라고 말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 나 바보라고 놀림 받았는데.

싸우던 중이었는데.

왜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나오는지.

소유가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눈은 둥글게 휘었다.

그러자 태오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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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zel.”

그러다 잔잔한 목소리로 소유를 불렀다.

영어로 말을 할 때의 그는 한국어로 말을 할 때보다 조금 더 달콤한 느낌이 있었다.

언어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그 역시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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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ssed you.”

나도.

나도 네가 참 보고 싶었어, Noah.

* * *

병원 근처 호프집에 있었기에 병원에는 금방 도착했다.

태오의 손을 잡고 걷던 소유는 병원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걸음이 더뎌졌다.

태오는 웃으며 발을 질질 끄는 소유의 팔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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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들어가. 아까부터 계속 아버지한테 전화 오잖아.”

어째 저만 안달이 나는 것 같고, 태오는 평온했다.

소유가 괜히 태오의 손등을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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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렇게 나 빨리 들여보내려고 해? 나만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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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더 시간 끌었다간 정말 보내기 싫어질까 봐 그래.”

우뚝. 소유의 걸음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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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겨우 참고 있는데, 인내심 바닥나면 나 너 납치할지도 몰라.”

저 무시무시한 협박이 이토록 설렐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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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야.”

이윽고 태오의 걸음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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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빠한테 잘 말씀드릴게. 내가 너를 정말 좋아하고, 내 의지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거라고. 그럼 아빠도 허락해 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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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내게 하신 말씀 중에 제일 뇌리에 깊이 박힌 말이 뭔 줄 알아?”

태오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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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공연옥이 남긴 가장 또렷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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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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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도 아니야. 맞아. 아버지 눈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어.”

태오는 불안해하는 소유를 진정시키듯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에게 완전히 결박당한 듯한 감각이 되려 안정감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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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버지한테 애절하게 부탁하면 허락은 해 주시겠지. 널 많이 사랑하시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불안해할 거고, 그럼 우리 셋의 관계는 위태로운 탑이나 다름없어. 아까 그 과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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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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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인정받을 거야. 아버지가 안심하고 너를 완전히 독립시키실 수 있게. 나를 진짜 사위로 받아들이실 수 있게. 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싶어.”

희훈에게 지금 필요한 건 딸의 설득이 아니라 사위에 대한 신뢰다.

태오는 조금 험난할지 몰라도 그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편법은 사양이다.

소유와는 잠깐 만나다 말 사이가 아니니까.

평생 사랑하게 될 여자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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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우리 어머니를 위해 노력했듯 나도 그럴게. 애쓸게.”

건물이든, 사람 관계든 오래가려면 기초 공사가 중요하다.

당장은 애달프더라도, 더 긴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10년을 기다렸는데, 이 찰나를 못 기다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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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를 장인어른이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 잠 안 오는 날엔 같이 영화도 보고, 아프면 서로 간호도 해 주고.”

소유가 태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보내 주기 싫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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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또 엇갈리면? 흔들릴 일이 생기면?”

태오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맞았지만, 이제 막 닿은 사이이니 소유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태오가 소유의 뒤통수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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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 없어. 나 매일 병원으로 찾아올 거야. 네가 불안할 일 없게.”

작은 체온이 태오의 시린 부분을 천천히 데워 주었다.

내가 제안했지만, 나도 너를 두고 이대로 돌아가기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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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약에 네가 바람이 난다면, 그 상대가 누구든 내가 팔다리를 다 분질러 놓을 거니까 조심하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가 쏙 들어갔다.

소유가 태오의 등을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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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가끔 그렇게 말할 때 진심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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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진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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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밖에선 하지 마. 사람들이 너 사이코인 줄 알아.”

나니까 이렇게 넘기지.

자신도 그리 정상은 아니라며 소유가 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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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점점 한계가 찾아온 태오가 억지로 소유를 떨어뜨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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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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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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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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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꼭 덮고 자고, 외로우면 내 인형 안고 자. 허락할게.”

태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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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많이 외롭겠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소유가 질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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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꼭 양치하고,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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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유 씨, 나 어린 애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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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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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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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키스할래?”

그 말엔 장난스럽게 대꾸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가라앉았다.

태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말이었다.

소유는 태오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그에게로 다가갔다.

까치발을 들고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곧 부드러운 소유의 입술이 태오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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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 때보다 능숙해진 움직임에 태오는 나른해진 눈을 감았다.

하루쯤은 소유가 주도하는 키스를 받아 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소유는 태오 안으로 파고들며 자신의 숨을 불어넣었다.

키스가 이렇게 좋은 거였다니.

새삼 감탄하며 소유가 잠시 호흡을 고르기 위해 입을 뗐다.

그러자 주도권을 넘겨 주겠노라고 다짐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태오가 그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건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태오가 어찌나 밀어붙였던지 소유의 허리가 뒤로 꺾이기 직전이었다.

태오는 할 수만 있다면 소유를 모두 잡아먹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몸이 다음 본능에 휩쓸리기 전에 태오는 가까스로 소유에게서 멀어졌다.

소유의 얼굴은 무르익어 누르면 빨간 과즙이 찍 나올 것만 같았다.

눈을 감은 태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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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열까지 셀게. 들어가. 아니면 뒷일은 나도 정말 책임 못 져.”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 소유는 초조하게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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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마음 같아서는 태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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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다섯, 여섯.”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만 돌아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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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여덟, 아홉.”

소유는 태오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병원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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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열까지 셌고 눈을 떴을 때 태오의 앞은 휑했다.

제가 돌려보냈지만 쓸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제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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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불능이다, 진짜.”

이 상황에서.

태오가 머리를 흩트리며 차로 돌아갔다.

짜증스럽게 운전대를 돌리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건만 그날은 잠이 들 때까지 애가 달았다.

소유의 부드러운 키스는 도통 태오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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