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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화 (6/1,270)

프랜차이즈 갓 006화

2장 비시즌 송이버섯(3)

"이 정도 면적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수확하는 게 노동 강도나 재배기간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절한 평균값이란 말이지."

노동에는 효율이 가장 중요하다.

한 달에 50kg 생산이란 값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치밀한 계산과 몇 번의 시행착오끝에 다듬어진, 노동 시간과 생산되는 송이버섯의 양, 그리고 품질까지 고려한 최적화된 효율값이었다.

"킬로당 45만 원이면, 한 달에 50kg이니까 매달 2,250만 원이네."

여기에 생활비에 왔다 갔다 하는 기름값, 또 밭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넉넉하게 계산하면?

"대충 한 달 수익 이천만 원으로 잡고, 나중에 소득세에 건강보험료에 국민연금 낼 거 감안하고, 또 내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이걸로 청담동 건물은 못 올리겠다. 안 되겠어."

하수영은 곧바로 뒤뜰에 있는 은하신목을 찾아갔다. 팔까지 걷어붙인 채 자신만만하게 불렀다.

"아버지!"

-왔느냐, 아들아.

"저는 아무래도 성장한 것 같습니다. 매일 엘릭서 두 방울씩 먹어도 끄떡없을 거 같습니다. 아버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자, 어서 엘릭서를 더 주세요!"

-기특한 것. 그 패기는 높이 사마.

"그, 그럼?"

-아들아, 하지만 안 된다. 원래 고통에 적응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가 제일 무서운 법이란다. 그때 잘못하다가는 삐끗해서 영영 가버리는 수가 있거든.

나뭇가지 하나가 별안간 팔처럼 꺾어지면서 마치 목을 긋는 듯한 시늉을 했다.

-매일 한 방울! 단 일주일에 하루는 두 방울! 그래서 일주일에 총 여덟 방울! 이 이상은 안 된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아니, 아버지. 진정으로 저를 위하신다면 하루라도 빨리 인간을 탈피할 수 있도록 조기 집중 투약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죄다 선행학습에 조기교육에 조기유학이 대세인 것도 모르세요?"

-인석아, 엘릭서 복용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는 선행학습이야. 너 만나기 바로 직전 후보자는 일주일에 한 방울씩 먹였는데 반년도 안 돼서 그만 미쳐 버렸지 뭐니. 벌써 30만 년 전 일이구나.

"네? 뭐라고요?"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일주일에 한 방울? 그런데 반년도안 돼서 미쳤다고?

"근데 저한테는 처음부터 하루에 한 방울씩 먹일 생각을 하신 거예요?"

-네가 처음 먹고 나서 반응 보니까 하루에 한 방울 정도는 먹여도 괜찮겠구나 싶었단다.

"아니, 그럼 대체 저 30만 년 전선배는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던 거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엘릭서를 먹었을 때 정말 죽을 듯한 고통에 까무러쳤었다. 꼬박 한나절 이상을 기절해 있다가 겨우 깨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한 방울씩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일주일에 한 방울씩 먹은 친구는 반년 만에 미쳐 버렸다고?

"설마 그 미친 친구…… 그대로 방치하셨었나요?"

-당연히 치료해 줬지. 그래도 부족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갓이 되고 싶다고 당당히 요구한 귀여운 아이인데, 어찌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있겠니.

"당당히 요구를 했다고요? 그럼 제 형이 아니에요?"

-그렇지. 내가 양자로 받아들인 적이 없으니까. 포로그 행성에서 한만 년 정도 좀 낮잠이나 자려고 했는데, 반정 때문에 나라에서 쫓겨난 왕자였단다. 불쌍해서 조금 도와줬지만 양자로 삼지는 않았지.

"왜요?"

-멀쩡히 살아 있는 어머니가 있는데 어떻게 내가 양자로 삼을 수 있겠니. 그냥 후견인 노릇만 조금 해주고 말았지.

만 년을 잠깐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에서, 하수영은 아버지가 정말 신이기는 한가 보다 하고 실감했다.

-다 쓸데없는 이야기다. 아무튼, 매일 한 방울, 일주일에 하루는 두방울, 그 이상은 안 된다. 알겠니?

'아, 이거 안 되는데. 한 달에 이천만 원 가지고 청담동 건물은 꿈도 못 꾸는데.'

한 달 월세만 그 열 배에서 수십배 이상 나오는 건물을 무슨 재주로 사겠나.

유치원생이라도 이렇게 간단한 산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그럼 엘릭서 말고 다른건 없나요? 우주를 다스리는 위대한 프랜차이즈 갓이 되려면 뭔가 특별한 훈련 같은 걸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교육 과정을 이수하던가요."

-아이고, 기특한 녀석. 걱정하지 말거라. 인간을 탈피하는 즉시 바로 최단 풀 패키지 교육 코스가 시작된 단다. 이 아버지가 이미 각 단계를 398, 112, 089, 761, 335개로 나누어서 짜임새 있게 꾸려 놨거든.

'학기 초에 강의계획서 보고 절망한다는 공대생들이 이런 기분인가…'

-그러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엘릭서 복용에만 힘을 쓰거라. 어차피 지금 그 머리로는 뭘 가르친다 해도 잘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해요.

"그래도 개론 과정이라도…… 아니, 교양 과정이라도 들을 순 있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보다는 미리 익숙해지도록 길들여놓는다는 차원에서……."

-음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일 뿐인데.

음성톤이 미묘하게 변했다. 저것은 아버지가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주로 선보이던 억양이었다. 찬스다!

"적어도 무엇을 위해 제가 프랜차이즈 갓이 되어야 하는지 최소한의 기본 지식만이라도 접한다면, 지금 엘릭서를 복용할 때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인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존경하는 아버지."

-음…… 네가 그렇게 학구열이 뛰어나니 이 아비도 가만히 있을 순없지. 알았다. 지금의 너한테 뭘 가르치면 좋을지 한번 궁리를 해보마. 눈높이에 맞춰서 가르칠 내용을 정해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단다.

"예, 아버지.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 *

일주일이 지나자, 약 12kg의 송이 버섯을 채취할 수 있었다.

하수영은 채취한 송이버섯을 천연완충재를 채운 스티로폼 박스에 정돈해서 넣었다. 그리고 전성렬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어, 날세. 뭐 좀 있나?

보통은 안부 먼저 물을 텐데, 전화를 받자마자 하는 말이 '뭐 좀 있느냐 였다.

'이 양반도 엔간하게 일 중독자구나. 그게 낫지만.

"12kg 있습니다. 지금 막 포장 다했고요. 언제 거래하실래요?"

-나야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 어디서 볼까? 부산이라도 내려가겠네.

"그러실 필요는 없고요. 제가 사장님 댁으로 가겠습니다. 저번처럼 주차장에서 거래하시는 게 어때요?"

-알았네. 캐시로 준비하면 되지? 꼭 현금이어야 하나? 계좌이체는?

"아무거나 좋습니다만, 현금이면 감사하지요."

-현금으로 준비하지.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트럭에 송이버섯을 싣고 서울로 출발했다.

전성렬 사장이 사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들어서자, 이미 전성렬이 지난번 그 자리에서 직원 한 명과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12kg이라고 했지? 품질은 저번하고 같은가?"

"네, 거의 같을 겁니다. 정확히 12.25㎏입니다만, 그냥 12kg이라고 쳐주십시오."

"11만 2,500원이나 차이 나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 나야 전문유통업자인데 생산자를 박대해서야 나중에 못 살아남지. 정확히 551만 2,500원 쳐서 주겠네."

킬로당 45만 원에 계산했으니, 12.25㎏이면 그 가격이 맞다.

전성렬은 물건을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두툼한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 추가로 오만 원짜리 세장을 더 넣은 뒤 하수영에게 내밀었다.

"기름값에 보태라고 37,500원 더 넣었네. 555만 원이야."

"감사합니다."

"이봐, 김 대리. 여기 박스, 가게에 갖다 놓고 바로 퇴근해."

"예, 사장님."

싹싹하게 대답한 직원은 트럭에 실린 박스를 다른 트럭에 옮겨 실었다.

전성렬은 다시 하수영에게 시선을 돌리고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왜 50kg이 아니고 12kg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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