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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화 (7/1,270)

프랜차이즈 갓 007화

2장 비시즌 송이버섯(4)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번에는 한 달 동안 꼬박 채취해서 50kg 겨우 채운 거고요. 아무래도 초면에 12kg 달랑 들고 가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도 50kg은 채워야 구색이라도 맞춥니다."

"아, 그럼 일주일 동안 12kg 채취한 건가?"

"네, 앞으로도 그 정도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전성렬은 넌지시 '채취'라는 단어를 흘렸지만, 하수영은 모른 체 '물량 확보'라는 말로 대답했다.

'알고 시치미를 뗀 건지, 그냥 무심코 대답한 건지 도통 모르겠군. 표정이 저래서야…….'

아무리 생각해도 송이 철이 아닌데, 이 송이들이 대체 어디서 났을까? 전성렬은 또다시 궁금증이 치솟았지만, 이 이상 떠보는 건 관두기로 했다.

"그럼 일주일 동안 12kg씩 꾸준히?"

"네, 물론입니다."

"내가 그 말 믿고 베팅 좀 할까 하는데, 괜찮겠나? 자신 없으면 지금 미리 말해주게."

"베팅이요?"

"저번에 자네 송이 납품한 호텔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거든. 다음에도 물량이 들어오면 전량 자기들이 쓰고 싶다고 했는데, 일단 알아보겠다고 한 번 튕겼단 말이지."

하수영은 궁금증을 품은 채 집중해서 들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난 주로 호텔이나 고급 식당, 백화점을 상대로 고급 식자재를 납품하네. 쌀이나 감자 같은 건 애당초 취급하지도 않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처음에 사장님을 찾아왔던 거고요."

"사실 이번에 납품한 호텔은 처음으로 뚫는 데 성공한 호텔이라서 말이야. 서해호텔이라고, 자네도 알 거야."

하수영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잘 알죠.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호텔 아닙니까. 우리나라 재계 1위 그룹의 방계이기도 하고요."

"안다니 이야기가 쉬워지겠어."

"그런데 서해호텔이 원래 거래하던 호텔은 아니신가 보네요."

"서해호텔도 나름대로 납품라인이 있지. 이 바닥에서 그 호텔에만 10년 이상 납품해 온 친구인데, 알겠지만 서해호텔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가장 많거든. 비싸기도 오지게 비싸고, 그래서 콧대가 여간 높은 게 아니야."

"전국 지점 죄다 납품해 봤자 사실 마진은 그렇게 많이 남는 거 아냐.

하지만 홍보가 되지. 서해호텔 납품한다고 하면 강남, 종로 고급 식당들이 믿고 발주를 내주거든. 사실 이게 진짜 남는 거란 말이야."

하수영은 전성렬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쭉 실패하셨다가, 이번에 제 송이버섯으로 겨우 한번 납품 성공하신 거군요."

"부끄럽지만 그렇다네. 제철도 아닌데 냉동도 아닌 송이를 어디서 구했냐고 신기해하면서 받아주더군."

"역시 특급호텔 클래스 어디 가지 않네요. 제 송이 좋은 건 금방 척알아보고 말이에요."

"특급호텔 아니어도 다 알아보게 돼 있어. 아무튼, 자네가 안정적으로 송이를 갖다 줄 수만 있다면 내가 그걸 무기 삼아서 그 호텔에 다른 품목도 납품을 뚫어볼까 하는데

"당연히 목표는 그게 다가 아니시겠지요?"

만약 어중간하게 나서는 거라면 자신이 오히려 실망할 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전성렬은 속으로 웃었다. 역시 이 친구는 장사꾼의 재질이 넘친다.

"이왕 손 담그는 거 죄다 쓸어와야지. 안 그런가?"

"제가 뭘 약속해드리면 될까요?"

"얼마나 꾸준하게 물량을 약속해줄 수 있나?"

사실 전성렬로서도 이건 나름 도박이었다. 송이처럼 100% 자연에서 채취하는 품목의 물량을 지속적으로 보장받는 것. 심지어 한 명의 개인한테 말이다.

'뭐 어때? 실패해도 원래 내 납품라인도 아닌 호텔인데. 어차피 이 기회 아니면 다시 뚫을 시도할 기회도 없어.'

실패해도 잃을 게 별로 없는 도박이기에, 전성렬은 부담 없이 패를 쥘 수 있었다. 다만 그래도 올바른 승산 가능성만큼은 미리 점치고 싶었다.

"지금의 가격을 지켜주시고 시세반영을 제대로 해주신다는 조건하에, 한 달에 50kg은 약속드립니다. 적어도 1년은 문제없습니다."

"1년 뒤에는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인가?"

"아닙니다.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니, 그 뒤는 그때 가서 보자는 거지요. 별문제만 없다면 1년이 2년되고, 2년이 5년 되고, 그러다가 10년, 20년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말하는 게 참 마음에 들어. 자네, 혹시 결혼은 했나?"

"안 했습니다. 그리고 안 할 겁니다."

"잘 생각했네. 자네만큼은 결혼하지 말게. 그냥 혼자 살면서 연애나 실컷 하고 그래."

"사모님 바가지가 꽤 심하신가 봅니다."

"바가지는 버틸 만한데, 친정이 10분 거리야. 결혼하고 나서 하루도 집을 비운 적이 없어. 장모님이 자기 집처럼 드나드시거든, 허허."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하하, 자네처럼 어린 친구가 유부 남 25년 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나?"

"결혼은 안 해봤지만, 표정만 봐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진짜 너희들은…… 휴. 그만하지."

잠시 회한에 젖었던 전성렬은 금방 현실로 되돌아왔다.

"내일 당장 서해호텔 식자재 관리 팀장과 미팅할 거야. 다시 한번 묻지만, 괜찮은 거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내일 바로 약속을 잡으실 수 있나요?"

"그 친구가 지금 애간장이 잔뜩 달아 있거든. 자네 송이가 언제 또 들어오는 거냐고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일세. 이런, 지금도 문자가 왔군."

"역시 특급호텔이라 명품 송이의 진가를 알아보는 귀빈들이 많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네. 덕분에 내가 요즘살맛이 난다니까. 자네, 그런 특급호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깐깐하고 콧대가 높은지 아나?"

"상상은 됩니다."

"그 친구가 내 앞에서 반쯤 저자세로 송이 좀 구해줄 수 없냐고 할 때 얼마나 짜릿했는지, 자네는 그 기분 잘 모를 걸세. 하하,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내가 평생 허리 굽히며 살아왔거든."

"아니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꼭 겪어봐야만 아는 게 아니잖아요. 기분이라는 게."

"자네, 정말 참 마음에 들어."

전성렬은 모처럼 기분 좋게 웃었다.

"약속은 지킵니다. 걱정 마세요. 아, 혹시라도 사정이 변경되면 연락두절 안 되고 미리 말씀드릴 테니 염려 마세요. 미리 대처는 하셔야죠."

"허허, 난 그런 마음가짐이 더 마음에 들어."

* * *

김효산은 서해호텔 총요리장이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자재구매부를 닦달하는 중이었다.

"송이 어쩔 거예요, 송이? 지금 재고가 없다고요. 비상용으로 남겨둔 것밖에 없단 말입니다. 덕분에 VIP 예약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지금 납품업체와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 아무래도 송이가 제철이 아닌지라……."

"언제는 제철이어서 그렇게 넙죽넙죽 가져왔어요? 냉동이든 생동이든 빨리 좀 가져오란 말이에요."

김효산은 답답해서 가슴을 치다 말고 핸드폰을 열어서 톡 메시지 내역들을 보여 주었다.

"삼일전기 박 사장님이 오늘 예약되냐고 물어보셨는데 눈물을 머금고 재료 재고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사실 재고가 진짜 없는 게 아닌 건 아시잖아요?"

재고가 없는 게 아니라, 부족할 뿐이다.

오랜 단골이자 중견기업인 삼일전기의 대표이사 예약까지 마다할 정도로,

"박 사장님뿐만 아니에요. 기업가 예약 안 된다고 줄줄이 거절한 것만 열 건이 넘어요. 이러다가 그분들 크게 실망하시면 어쩌려고 그래요. 사장님께서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자재부 팀장은 억울했다.

아니, 애초에 제철도 아닌 송이를 자신이 무슨 재주로 구해온단 말인가. 납품업체도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판인데.

"총요리장님, 마케미야 사장님께서 막 오셨대요."

"뭐야? 알았어. 바로 뵈러 가야지."

김효산은 언제 답답해했냐는 듯이 표정이 환해지며 얼른 조리모와 조리복을 단정하게 갈무리하고 급히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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