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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9화 (49/1,270)

프랜차이즈 갓 049화

10장 개꿈이에요(1)

실제로 빅3를 위시한 라면회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거 얼마 못 가.'

'손해 보고 파는 거야.'

'어떻게든 시장 점유율 장악하려는 거겠지. 그다음에 슬금슬금 가격 올릴 거고.

'아서라. 그런 뻔한 전략이 먹히는 동네가 아니란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냉정한데. 단돈 100원에도 예민하고 까칠하게 반응한다고.'

'파는 족족 손해 보고 있으니, 그냥 놔두면 되겠군.'

'많이 팔아라. 아주 많이 팔고 쫄딱 망해 버려라.'

'지들이 들어갈 관짝을 짜는 중이니 굳이 견제하거나 방해할 필요는 없겠군.'

'이번 달 기획했던 프로모션은 잠시 미뤄야겠어. 황비버섯라면인지 뭔지 그거 판매를 방해할 필요는 없지.'

팔리면 팔릴수록 손해가 쌓인다.

손해가 많이 쌓일수록 나중에는 처참하게 고꾸라질 것이다.

그런 기대감이 있다 보니, 당장 자기들 매출이 떨어져도 얼마든지 웃을 수 있었다.

"그래, 황비버섯라면이 저번 주에는 얼마를 팔았다고?"

"매출이 대충 150억 원 정도 되는 듯합니다."

"허어, 많이도 파셨군. 우리 윤라면은?"

"40억 원입니다."

"이거 매출이 거의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네."

다른 상황이라면 웃으면서 나눌 수 없는 대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장을 중심으로 임원들 모두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비록 자사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쟁사가 무의미한 출혈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후에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무모한 출혈 경쟁.

그러니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 * *

정재민의 맏아들이자 JM식품의 상무인 정서진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프라임컴퍼니라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생 식품업체가 라면 시장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서진은 실제로 해당 라면을 직접 구입해서 끓여 먹어보기도 했다.

"맛으로는 절대 당해낼 수 없어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네요."

"원래 황비버섯이 국물 요리 맛 내는 데는 끝판왕이자 필수품이거든요. 국물 맛 좀 낸다는 음식 가게는 죄다 육수 우리는 데 황비버섯을 씁니다."

"고작 특허 끝난 평범한 라면 레시피로 만든 라면일 뿐인데, 황비버섯을 넣었다고 이렇게 맛있어질 줄이야…"

"우리 회사 주력 상품인 심해물라 면에 황비버섯을 넣으면 더 깊고 좋은 맛이 날 겁니다. 라면 면발이나 스프 자체는 애초에 상대가 안 돼요."

"그럼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거죠?"

정서진의 물음에 연구개발부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으니.

"단가가 맞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단가요?"

"이놈들은 미친놈들입니다. 황비버섯을 이만큼이나 넣어서 팔면 적어도 만 원 이상은 받아야 이익이 남습니다."

"그래요?"

"네, 황비버섯이 그 정도로 비쌉니다. 지금 이게 천 원에 팔고 있죠? 아마 하나 팔 때마다 최소 8, 9천원 이상씩 손실이 나고 있을 겁니다."

정서진은 황금비단우산버섯이 킬로 당 10만 원이나 한다는 말을 듣고기겁했다.

"아니, 그럼 이 회사는 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겁니까?"

"후발주자가 돈 풀어서 시장 장악하겠다. 이거겠죠. 점유율 올린 후 나중에 가격 올려서 손실 상쇄하고 시장도 잡겠다 이건데,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소비자들이 바보도 아니잖아요. 세상에 어느 누가 라면 한 봉지에만 원이나 주고 사먹습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완전히 잘못 짚은 겁니다."

"다른 회사들 반응은 어때요?"

"우리와 비슷할 겁니다. 프로모션행사 같은 거 일제히 멈추고 지켜보기만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냥 지켜보는 이유가 뭐죠?"

"팔면 팔수록 손해 아닙니까. 어차피 결국 무너질 거, 그동안 손해나 실컷 보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 회사도 지금 진행하던 프로모션을 더 이상 연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 싸움이군요. 언제 무너지느냐는……."

"지금까지 3,000만 개 이상을 팔았다고 들었습니다. 개당 보는 손실을 7,000원으로만 쳐도 2,100억 원은 이미 손해를 본 셈입니다."

부장은 자신 있게 말을 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듣고 정서진의 안색이 굳어졌다.

"적어도 2,100억 원 이상의 손해라 그요?"

"네, 황비버섯의 가격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잠깐, 애초에 신생 식품업체가 단 몇 주 만에 그 정도의 손해를 볼여력이 있다고요?"

"네? 왜 그러시는지?"

연구개발부장은 당장 이해하지 못했다. 그걸 보고 정서진의 마음에도 바짝 긴장감이 섰다.

"예상 손실이 2,100억 원이라면 그 회사, 자본금이 대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연구개발부장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정서진은 답답해서 곧바로 사내전화를 통해 재무담당이사를 호출했다.

"예, 상무님. 부르셨습니까?"

"박 이사님, 프라임컴퍼니라는 신생업체 말입니다. 자본금이 얼마나 됩니까?"

"200억 중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재무이사는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돈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새로운 경쟁사의 재정 상황에도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는 모양이었다.

"박 이사님도 그 회사 이야기는 들으셨죠?"

"네, 들었습니다. 요즘 이 바닥에서 프라임컴퍼니를 모르는 사람은 없죠."

상상을 초월한 미친 짓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모른다면, 그 사람은 하루빨리 사표를 쓰고 이 바닥을 떠야 할 것이다.

"라면 3,000만 개를 팔았고, 예상손실이 2,100억 원이라고 합니다. 자본금 200억 중반 되는 회사가요. 이게 말이 되는 수치라고 생각하십니까?"

"……."

그제야 재무이사도 멈칫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위화감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수천억을 손해 봤다는 것은 애초에 그만한 돈을 쥐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파는 건데, 있지도 않은 돈을 손해볼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습니다. 상무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제야 연구개발부장도 정서진이 무엇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깨달았다.

"그 회사가 그렇게 돈이 많은 곳인가요?"

"200억 중반도 상당한 자본금이긴 합니다만, 수천억을 쥐고 시작한 건 아닐 겁니다."

"그런 돈을 쥐고 있었으면 우리 JM식품 구공장을 사서 시작하려고 하지도 않았겠지요. 처음부터 돈 퍼부어서 큰 공장 짓고 시작했을 겁니다. 안 그래요?"

"맞습니다."

신생업체의 무모한 출혈 세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재무이사는 물론이고 연구개발부장도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그들이 보는 손실이 훨씬 적거나, 아니면 반대로 라면을 팔 때마다 조금이지만 이익을 보고 있거나."

"두 분은 어느 쪽인 거 같으세요?"

"……."

"……."

정서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

재무이사와 연구개발부장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눈치를 살피며, 저마다 생각을 가다듬었다.

* * *

-아들아, 어젯밤 비명 소리는 꽤 시원찮더구나.

"아마도 슬슬 갓바디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아버지."

-그것참 다행이구나. 부지런히 정진하고, 또 정신적 소양을 쌓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신어의 권능을 자유로이 쓸 수 있어.

"말 나온 김에 지금 한번 해볼까요?"

하수영은 목청을 가다듬고, 산기슭비탈에 널려 있는 돌을 보고 조용히 읊조렸다.

"바위야, 솟아나라."

…….

"바위야, 어서 솟아나 주지 않으련?"

-……그만하거라. 보고 있는 내가다 애처롭구나.

"진짜 이상하네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정신적 소양이 모자라서 신어를 제대로 못 쓰다니요. 그건 말도 안 되는데."

-아직 이십 년도 채 살지 않은 인생이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서둘러 신어의 힘을 주입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나.

"진짜 이상한데……."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엘릭서를 꾸준히 섭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면 머지않아 신어를 발동할 수 있게 될 거다.

"네, 아버지."

하수영은 아침 안개를 헤치며 부지런히 산을 올라갔다.

버섯 농장은 예상대로 텅 비어 있었다.

어제 버섯을 수확하고 일부러 남겨 둔 미끼 버섯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도둑질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하지."

-후후, 본래 악이란 성실하고 부지런한 법이다. 때문에 선은 그 이상으로 집요하고 편집증적이어야 하느니라.

"주신, 아니, 프랜차이즈 갓이란 것도 어지간히 피곤한 직업이군요."

-어허, 프랜차이즈 갓은 직접 선을 행하지 않아도 된다. 선을 행할 수 있는 주체를 만들어 권한과 임무를 분양하면 그만이다. 즉 부지런하고 성실한 하위 신을 많이 거느리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의지를 퍼뜨리는 게 더 중요하지.

"그래요?"

-편의점 사업을 한번 보거라. 편의점 본사가 어디 직접 일일이 그 많은 편의점을 운영하더냐? 가능한 많은 가맹점을 끌어들이는 데 치중하고 있지 않느냐?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네요."

-그리고 직영도 중요하다. 가끔은 프랜차이즈 갓이 일선에 직접 나서 가나, 직접 행성이나 우주를 관할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하위 신들이 바짝 긴장해서 고삐를 조이고 일을 할 수 있으니.

"기준이 될 본을 세우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버섯을 심기 전에 먼저 CCTV 영상을 확인했다.

도둑들이 침투한 날짜와 시간, 얼굴 등을 자세히 확인한 뒤 파일을 정리했다. 잠기지 않은 쪽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상도 잊지 않고 챙겼다.

"도둑질만 벌써 몇십 번이야. 이정도면 정말 상습 중의 상습이네. 아주 악질이야."

-그럼 그놈들이 훔쳐간 버섯이 어느 정도나 되는 거냐?

"몰라도 다 합치면 수억 원은 넘을 거예요. 아주 나쁜 놈들이죠."

-고얀 놈들, 우리 아들이 피땀 흘려 키운 버섯을 모조리 훔쳐가다니!

하수영은 아버지의 분신, 은하신목과 시야를 공유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이걸 다 봤으면 벌써 들켰겠지?'

엘릭서의 대부분을 버섯 재배하는데 빼돌리고 있다고 말이다.

'신어 발달에는 당분간 힘을 쓰지 않는 게 좋겠어. 뭐…… 어떻게 하는 건지도 애초에 모르지만.'

만약 신어 능력이 여기서 더 발동한다면 은하신목과의 동기화가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양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은하신목이 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지금처럼 자신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훨씬 편했다.

'그동안 얼마나 잔소리가 하고 싶으셨으면 이런 능력까지 주입하신 거야. 나 참.'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엘릭서에 절인 버섯 포자를 농장에 넓게 뿌렸고, 전성렬에게 오후에 버섯 채취를 하러 오라고 연락을 넣어두었다.

2, 3일마다 그 많은 버섯이 자라나는 것은 누가 봐도 수상하다.

때문에 하수영은 버섯 채취 주기를 3일로 줄인 다음에는, 재배 면적을 돌아가면서 쓰는 방법을 택했다.

즉 오늘은 1번 필지에서 채취했다.

면 내일은 2번, 다음 날은 3번, 이런 식으로 로케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그럼 버섯이 너무 빨리 자라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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