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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2화 (52/1,270)

프랜차이즈 갓 052화

11장 엄마가 왜 거기서 나와? (2)

"축하한다. 불티나듯이 팔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감사해요."

"황금비단우산버섯을 듬뿍 넣어서 만드는 라면이라며? 나도 그 버섯좋아하는데."

"아저씨는 원래 버섯 매니아시잖아요. 물론 송이버섯을 가장 좋아하시지만."

"버섯 요리 자체의 맛은 송이가 낫지만, 라면 같은 국물 요리에는 황비버섯이 훨씬 낫지. 아무래도 궁합도 그렇고."

마케미야의 칭찬에 정소희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가격은 괜찮은 거냐? 황비버섯 가격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

"하수영 사장이 직접 재배하는 버섯이에요. 재배 단가를 대폭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래?"

"네, 천 원에 팔아도 충분히 이익이 남아요. 물론 하수영 사장이 버섯을 거의 원가에 가깝게 제공하고 있는 덕분이지요."

"그럼 그 사람이 없으면 라면 사업은 돌아가지 않겠구나."

"그럼요. 그래서 65억 원만 투자했는데도 그 사람 지분이 85%인 거예요."

"85%라고? 전성렬 사장이 49%아니었어?"

"최종적으로는 전성렬 사장님 지분이 10%로 조정되는 식으로 이미 이야기가 됐어요. 하수영 사장은 저렴한 황비버섯 제공이라는, 가장 큰 기여를 했잖아요."

"그래도 놀라운데."

마케미야는 혀를 내두르다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네가 따로 사업을 안 하고 거기에 투자경영 식으로 들어간 거구나."

"네, 엄청난 잠재력을 봤어요."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도 용케 너를 끼워줬네."

"제가 준비한 사업 기획안도 마음에 들어 했지만, JM식품 딸이라는 것도 컸을걸요. JM식품이 뒤에 버티고 있으면 다른 회사들 견제를 더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대요."

"저런, 나도 뒤에 있는데 말이다."

"두 분 사장님은 아저씨가 제 뒤에 있는 건 모르잖아요."

마케미야는 실소를 짓다가 다시 물었다.

"하수영 사장은 경영에 참여 안 하니? 별다른 사내 직책이 없는 거 같던데."

"전혀요. 오너로서 실무진에 가끔 잔소리를 하긴 하지만 경영 자체는 별로 간섭하지 않는 편이에요. 애초에 경영은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고요."

"신기한 친구구나."

"하수영 사장님은 그냥 공기 좋은 산에서 밭 갈고 버섯 기르고 흙냄새맡고, 그런 게 너무 좋대요. 경영같은 복잡한 관계에 발을 담그기는 싫대요."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세상 다 산 노인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니."

마케미야는 향긋한 송이버섯구이를 입에 넣은 뒤 다시 물었다.

"근데 재배 단가는 어떻게 떨어뜨린 거라더냐?"

"그건 기업비밀이라서 알려줄 수 없대요. 사실 버섯을 키우는 과정은 전성렬 사장님도 전혀 못 봤대요."

"흐음."

"우리 할머니가 서락산 팔았잖아요. 거기에 철조망 치고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하고 버섯 키운대요. 철조망 높이만 4미터인가 그럴 걸요?"

"하 사장이 그 산을 산 시기를 생각하면… 이미 그때부터 황비버섯판매 구상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같은데?"

"맞아요."

"그 정도 경영 감각이 있는 친구가 정작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니, 이상할 일이구나."

"저도 그 사람을 종잡을 수 없다고 느끼는 때가 많아요. 어떤 때는 그 나잇대 남자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연륜 있는 기업가 같기도 하고, 막 그래요."

칭찬하는 듯한 어조에 마케미야는 가만히 바라봤다.

'이거 혹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아, 아니다. 그나저나 너무 일 이야기만 했네. 요즘 진석이하고는 잘돼가고 있니?"

"……."

마케미야의 아들, 정진석 이야기가 나오자 정소희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굳었다.

적어도 식사 자리에서는 그 밥맛없는 녀석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 저희 둘만 있을 때는 사업투자 이야기만 하시면 안 되나요? 어차피 진석이 내일 또 만나기로 돼 있어요."

"이런, 내가 주책이었구나. 미안하다."

소중한 며느릿감이 도망가게 놔둘수는 없지.

마케미야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른 사과하고,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라면 시장은 거의 장악했어요. 이제 식품연구개발부서를 본격적으로 꾸려서 운용할까 해요. 주변에 입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올해 예상 매출은 얼마나 될 거 같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7천억 원은 거뜬히 넘길 거 같아요. 우리가 1월부터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내년에는 무난하게 1조 원을 찍겠구나. 이익은 얼마나 되니?"

"8% 정도 나고 있어요."

마케미야는 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생각보다 높네. JM식품 이익률이……."

"6% 정도 되죠. 태양심은 4, 5%정도고요. 그쪽은 아무래도 판촉비나 광고 등등 돈 나가는 게 많으니까요."

"대단한데."

"사실 장효주 배우 CF 찍고, TV 광고 내보내고, 그거 말고는 따로 돈 나갈 게 없거든요. 마트에 들여 놓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터라 판촉비 같은 것도 나갈 게 없고요."

"정말 황비버섯 하나가 제대로 대박을 냈구나."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대박 나지도 못했을 사업이에요. 요즘은 사업을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예전의 저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예요."

마케미야는 슬그머니 웃음을 흘렸다.

"너무 겸손해하지 마라. 네 기획안은 내가 봐도 좋았다. 거기에 내 지원까지 더해졌으면, 결국에는 잘됐을 거야."

"그래도 지금 수준은 절대 못 됐겠죠.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그건 맞지. 황비버섯 투입은 너무 사기였어. 다른 라면회사들이 경쟁할 엄두도 못 내지 않니?"

정소희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진석이한테 고마운 게 하나 있어요."

"그게 뭔데?"

마케미야는 눈을 빛내며 상체를 들이댈 듯이 물었다.

우리 며느릿감이 드디어 우리 아들한테 이성적인 매력을 느낀 것인가?

"진석이 덕분에 아버지하고 오빠가 전혀 모르고 있어요."

"뭘?"

"제가 프라임컴퍼니 부사장이라는 것을요."

"그, 그러니?"

"네, 진석이 만나는 것에만 정신이 쏠려서 딸내미가 뭐하고 다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어요. 연락 한 통만 돌려도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정소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이게 바로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가 봐요. 보고 있으면 그냥 재미있어요."

"언제 밝힐 생각이냐?"

"그냥 계속 이대로 있을 건데요?"

"나중에 재민이가 상처받겠구나."

"아버지는 상처 좀 받아 봐도 돼요. 그동안 제가 받은 상처가 얼만데요."

저쪽이 먼저 알게 될 때까지는 그냥 잠자코 있겠다는 것이다.

"요즘 아버지가 오빠하고 구공장을 괜히 팔았나, 강력한 경쟁자만 키워 준 거 아닌가 하고 골머리가 썩나 봐요.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정말 웃겨요."

"며느리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더니."

"저 며느리 아니거든요?"

"며느리 같은 딸이든, 딸 같은 며느리든. 난 어느 쪽이든 좋구나."

* * *

"처음부터 작정하고 덤벼든 겁니다. 라면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한 거예요."

부친이자 JM식품의 사장인 정재민앞에서, 정서진 상무는 굳은 안색으로 주장했다.

"이미 판매량이 6,000만 개를 돌파 했어요. 개당 5,000원씩 손해를 봤다 쳐도 3,000억 원의 손실이에요.

자본금 265억짜리 회사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 싼값에 황비버섯을 공급받았다고 치자. 그럼 지금 아슬아슬하게 손해를 보고 파는 건 아닐까?"

"아버지, 행복회로는 그만 돌리세요. 저놈들은 지금 마진 남겨가면서 파는 게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슬슬 물량 줄여가면서 가격 올릴 타이밍 재고 있어야 해요."

"……."

"하지만 전혀 그런 낌새가 없잖아요? 가격을 올리거나 물량을 줄이거나 할 조짐이 없어요. 오히려 시장점유율 과반이 넘어가자 기다렸다는듯이 출하량을 더 늘리고 있다고요."

"확실한 거냐?"

"손해 보고 파는 거 절대 아닙니다. 어디서 싸게 황비버섯을 공급받는 루트가 있는 겁니다. 이걸 한 번 봐주시죠."

정서진은 요약된 보고서를 내밀며 설명했다.

"얼마 전, 서해식품에서 황비버섯 100톤을 단일 유통업체로부터 매입한 적이 있습니다."

"단일 유통업체? 그런 공급업체라면 우리가 절대 모를 수가 없을 텐데."

"그렇게 큰 업체가 아니니까요. 원래는 연 매출 90억 정도 하는, 조그마한 농산물 유통업체였습니다. 주식회사 성렬유통이라고 하네요."

정재민은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름에 기억을 더듬었다.

정서진이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철이 아닌데도 송이버섯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고 해서 유명해진 업체입니다."

"아, 기억이 난다. 성진이(마케미야의 한국 이름)가 한번 말했었던 거 같아."

"……아버지."

"왜?"

"우리 구공장을 산 데가 바로 성렬유통이잖아요. 그새 잊으셨어요?"

"……."

겨우 40억짜리 거래다.

누가 구공장을 매입했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정재민은 보고를 받고서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골칫덩어리인 구공장을 팔았다는 것에만 만족했을 뿐, 성렬유통이라는 이름은 크게 담아두지 않았다.

게다가 황비버섯라면으로 시장을 휩쓰는 신생업체 이름은 프라임컴퍼니라는, 전혀 별개의 기업이었으니..

"서해식품이 황비버섯 100톤을 성렬유통으로부터 매입했다고?"

"그리고 성렬유통은 우리 구공장을 사서 프라임컴퍼니라는 신생식품회사를 설립한 거죠. 정확히는 성렬유통의 오너가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도 둘은 별개의 법인입니다."

정재민은 이제야 밑그림이 보이는 듯했다.

황비버섯 100톤을 한 번에 공급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유통회사가 라면식품회사를 만들고, 황비버섯이 아낌없이 들어간 라면을 만들어서 팔고 있다?

"성렬유통이 황비버섯라면 대량생산, 아니, 생산가격 인하에 성공했다는 거냐?"

"정황을 보세요. 그거 말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물론 따로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요."

"허어, 그건 말도 안 돼. 황비버섯이 얼마나 재배가 까다로운데. 잘자라는 환경을 갖추는 데 돈이 엄청 들어. 환경만 꾸미고 끝이냐? 성장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

"그건 저도 압니다. 라면 한 봉지에 2개씩 넣어주고 천 원에 팔아도 마진이 남을 만큼 단가 낮추기가 어렵죠. 적어도 백 배 이하로 단가를 낮춰야 해볼 만할 겁니다."

비록 송이만큼은 아니지만, 괜히 고급 식재료 취급을 받는 게 아니다.

킬로당 10만 원이라는 가격은 일반 서민들이 식탁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서진아, 한번 자세히 알아봐라. 성렬유통이 정말 재배 단가 인하에 성공한 건지, 버섯 농장은 어디 있는지, 아무튼 필요한 건 죄다 알아내."

"이미 그러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도 정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잘했다. 다른 회사들은 어떻든?"

"대부분 아직 상황 파악은 못 한 것 같습니다만, 방심할 수는 없어요. 특히 서해식품이 황비버섯을 100톤이나 매입했잖아요. 태양심은 우리보다 정보가 빠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서해식품이 황비버섯을 100톤이나 매입한 것 자체가 수를 멀리 내다본 걸 수도 있겠구나. 모회사가 한 일을 자회사가 모를 리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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