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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51화 (151/1,270)

프랜차이즈 갓 151화

36장 우리 백화점과 계약해 주세요(1)

정서희는 JS칼텍스와 실무진 협의를 마치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10년 동안 JS칼텍스가 원할 시, 연간 최소 3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국내 반입 가격의 88%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JS칼텍스는 원유 대금으로 평택 정제공장과 기술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또한, 10년이 지난 후 서로가 이견이 없을 시에는 계약을 연장하도록 되어 있다.

1년에 3억 배럴이니 유가를 60달러로 잡으면 약 180억 달러, 18조원이 된다.

몇 달 치 원유 제공만으로도 평택정제공장과 기술지원비용은 모두 털어내고도 남는다.

JS칼텍스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적어진 공장을 넘기고 기술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그 많은 양의 원유를 10년 동안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10년 후 서로가 갱신을 원치 않으면 계약 관계는 종료되지만, 그것은 정서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었다.

'두 회사를 서로 단단히 묶어버리면, 그때 가서는 우리가 JS칼텍스를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는 거지.'

안살린은 국내 정유 시장을 주기로 했다.

연간 원유소비량 11억 배럴의 작은 시장은, 국제자원투자회사에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프라임오일컴퍼니는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원유를 무제한적으로 가격부담 없이 들여올 수 있다.

'버섯 농장 토양 연구하게 해줬다고 그 많은 원유를 기꺼이 주겠다는 걸 보면, 안살린 왕자님도 정말 보통 배포는 아니야.'

결국 시간은 프라임오일컴퍼니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자리에서, 허재우 부회장이 솔직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유가가 워낙 불안정해서 근심이 많았는데 덕분에 큰 걱정 하나를 털게 되었습니다."

"이제 같은 배를 타게 되었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 회사가 정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솔직히 10년으로도 모자라지. 최소 한 번은 갱신을 할 수 있을 테고, 앞으로 20년은 원유 걱정은 없겠어. 그럼 우리 JS칼텍스가 SC이 노베이션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원유 수입을 우리 회사에 의지하면 결국 의존도가 깊어지게 돼.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업계 2위인 JS칼텍스를 언젠가는 집어삼킬 수도…….'

동상이몽 속에 계약은 무사히 타결되었고, 그렇게 라면회사는 정유 사업에 진출했다.

***

프라임오일컴퍼니가 JS칼텍스와 맺은 계약 소식을 들은 SC이노베이션의 최웅진 사장은 격노했다.

"당신들은 도대체 뭐했어! 그깟 계약 하나 훼방 못 놓고! 그러고도 월급을 받아갈 염치가 있느냔 말이야!"

최웅진 사장은 임원들을 불러놓고 한 시간 넘게 호통을 퍼부었다.

임원들은 그저 나 죽었다는 듯이 얼굴을 숙인 채 묵묵히 최웅진의 갈굼을 받아넘겼다.

"조 상무."

최웅진이 분노를 꾹 눌러 참은 채 차갑게 부르자, 조기찬 상무가 얼른 대답했다.

"예, 사장님."

"프라임오일인지 뭔지 하는 회사가 JS칼텍스를 찾아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나?"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예상만 했다는 거네? 막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아니, 나한테 죄송할 게 뭐 있나? 듣자니 JS칼텍스에서 원유를 싸게 사기로 했다며? 그럼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보다 유리할 테고, 우리 영업 이익도 줄어들겠네? 임직원들 줄월급도 당연히 줄어들 테고, 그러니 빈약해질 조 상무 통장 잔고에 죄송해야 하지 않겠어?"

"죄송합니다."

조기찬은 빳빳하게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지금은 그냥 나 죽었다 여기고, 최웅진 사장이 쏟아내는 대로 받아내기만 해야 한다.

"예상을 했으면 최소한 우리가 낚아채기라도 했어야지. 박살을 못 낼거면 차라리 우리가 먹었어야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했고?"

"죄송합니다."

"내가 그놈의 죄송하다는 말이나 자꾸 듣자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이렇게 열불 내는 줄 알아?"

최웅진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에스크오일 사장을 회유해서 공장에 불까지 내게 만들었는데, 결국 헛수고를 한 셈이다.

'이렇게 될 바엔 차라리 그놈들이 에스크오일 공장을 갖게 놔두는 게 나았어. 하필 JS칼텍스와 손을 잡다니.'

계약 조건은 더욱 가관이다.

연간 3억 배럴 이상, 국내 반입가의 88%의 가격으로 10년 동안 구매할 수 있다니.

SC이노베이션이 현재 국내 정유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위인 JS칼텍스가 저런 무기를 얻은 이상 1위 자리를 언제까지나 지킬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발등에 제대로 불이 떨어졌다.

* * *

하수영은 계약 체결 장소에 가지 않았다.

비록 프라임오일컴퍼니가 자신의 소유 회사이지만, 경영에는 일절 신경 쓸 마음이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서희가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관여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시장에서 대실패를 맛본 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솔잎만 먹겠다고 복귀하는 것이지만…….

"지금 고춧가루 때문에 정신없어 죽겠는데, 기름사업 따위를 신경 쓰고 있을 겨를이 어딨어."

수영레스토랑 확장 작업이 끝나면, 이제 총 400석을 돌리게 된다.

수영라면을 하루 최대 24,000그릇, 적어도 20,000그릇 이상은 팔게 될 것이다.

그 많은 양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고춧가루를 생산해야만 한다.

"이게 고추 따고 말리고 빻는 게 가장 큰 문제네. 나 혼자 하려니까 도저히 엄두가 안 나."

지하 매장은 일단 인테리어 중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오픈할 수가 없다.

"자동 고추 수확 로봇은 너무 느려 터져서 별 도움이 안 되고 말이야."

결국, 고추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따든가, 아니면 고추 수확용 로봇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원래는 강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개발을 생각했지만, 하수영은 방침을 살짝 변경했다.

고추를 말리는 기계, 고추를 빻는 기계를 별도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작업에 들어가는 일손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이 하고자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강인공지능 안드로이드는 일단 접고, 고추를 식별해서 수확하는 기계만 따로 만들어볼까?"

고추를 따고, 말리고, 빻고, 포장하고, 이 과정을 하나의 로봇이 모두 해내려면 사람 이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강인공지능이 탑재되어야 한다. 적어도 하수영의 사고 기준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것들을 분업한다면?

"안드로이드가 하는 것에 비하면 느려터지고 답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일일이 하는 것보단 낫겠네. 문제는 비용이란 말이지."

현재 100석 매장에서 예상되는 월이익은 55억 원이다.

400석을 돌리면,400자리 모두 풀이 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일 년에 약 2,000억의 영업 이익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르지, 어쩌면 그 반도 안 될 수도 있잖아. 자리를 4배로 늘린다고 매출이 무조건 4배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일 년에 천억으로 계산하자. 장사가 매번 잘된다는 법도 없으니까."

연간 이익을 1,000억으로 잡으면, 법인세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건 연 758억 원 정도다.

고춧가루 생산에 자동화 설비를 적용한다면?

"아끼고 아껴서 자동화 설비 구축에 500억 정도 쓴다 치면…… 진짜 남는 게 거의 없겠구나."

그리고 고추를 따는 기계는 결국 자신이 직접 손을 대야 한다.

현존하는 고추 따는 기계들은 느려 터진 데다가 부피가 너무 크고, 또 쓸데없이 비싸기만 했으니까.

"그래도 하긴 해야겠지. 언제까지나 내가 일일이 고추를 딸 순 없으니까…… 진짜 강인공지능 안드로이드라도 개발돼 있으면 얼마나 좋아. 이건 뭐 기초 인프라도 전혀 없으니, 아예 손을 댈 수도 없고."

하수영은 고민이 깊은 나머지 이런 생각도 해봤다.

차라리 남의 돈을 투자받아서 강인공지능 개발에 착수해 볼까?

그럼 고추 따는 전자 노예 만들자고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는 겪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자신이 이번 생에서 정한, 반도체나 컴퓨터, 군수산업처럼 세상에 변화의 태풍을 불러 오는 영역에 발을 딛지 않고 조용히 살겠다는 목표에서 멀어지게 될 테지만,

"내가 오죽 답답하면 그런 생각까지 했겠냐고."

하수영은 한숨을 쉬면서, 최종 발주 리스트를 확인했다.

고추 따는 기계를 제작하기 위한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서다. 국내업체는 물론이고 해외업체 이곳저곳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모두 선정했다.

부품값과 배송비만 이미 400억 원이 넘었다.

"이거 경비 처리할 때 세무서에서 물고 늘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인데. 에이, 고춧가루 생산에 필요해서 주문한 부품들인데 당연히 경비처리 해 줄 거야."

하수영은 서락산을 떠올리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나저나 고추 따는 기계들 다 들여오면 부피가 엄청날 텐데, 그것들어디에 보관하지? 가성비만 추구하다 보니까 공간 문제가 또 날 괴롭히네."

싼 맛에 제작하는 자동화 설비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관할 곳이 마땅치가 않다.

"고추 따는 기계만 여기 고추농장에 두고, 그다음 작업들은 그냥 서울에서 하는 게 낫겠다. 서락읍에서는 장비 설치할 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아."

부품 발주 내역을 확인한 하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레스토랑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사업장부를 꼼꼼히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실례합니다."

"아직 오픈 안 했습니다. 11시에 오픈이니 그때 찾아와 주세요."

"오픈 전인 건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사장님은 지금 몰디브에서 눈썰매타고 계세요. 신혼여행 중이시거든요."

"그런가요? 제가 듣기로는 레스토랑 오너분께서는 아직 미혼이신 걸로 아는데요."

그제야 하수영은 고개를 제대로 들고 상대를 바라봤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말쑥한 정장 차림, 전문직 느낌이 물씬 뿜어지는 남자다.

검은 안경테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남자의 지적인 이미지를 다소 예리하게 빛내고 있다.

"실례합니다. 저는 라테유통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라테유통이라면……?"

"라테그룹 계열사입니다. 일반인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테백화점과 라테마트 등 라테그룹의 거의 모든 유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제야 하수영은 다소 진지한 표정이 돼서 남자를 바라봤다.

"앉으시죠. 커피라도 드릴까요?"

"아, 그러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기다리세요."

하수영은 금방 커피 두 잔을 내와서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공손히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라테유통 주진택 차장]

"첫인상만 보고서는 변호사쯤 되시는 줄 알았는데."

"하하, 제가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전문직종으로 봐주셔서 기분은 좋더군요."

하수영은 굳이 '말이 많을 것 같은 이미지라는 의미인데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라테유통에서 저희 매장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혹시 라테백화점에 수영레스토랑 체인점을 차리실 마음이 없으신지요?"

"라테백화점에요? 체인점을?"

"네, 전국에 있는 모든 라테백화점에 수영레스토랑 매장이 들어왔으면 합니다. 그 제안을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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