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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85화 (185/1,270)

프랜차이즈 갓 185화

46장 폰 안의 개인비서(2)

처음에는 수영레스토랑이 프리덤과 세트로 묶여서 실비아에 팔린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팔 리가 없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박수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실톡에 있는 프리덤을 실행시켜 보았다.

실행 버튼을 누르자 복잡한 이용약관이 떠오르고,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 연달아 주르륵 떠오른다.

이 정도는 앱을 이용하다보면 자주 겪는 일이다.

박수원은 참을성 있게 모든 문의에 '예'라는 항목을 체크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물론 필수가 아닌 선택적 동의에는 '아니오'라고 체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 번 실행시키는 게 뭐가 이리 복잡해?"

박수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수영레스토랑을 이용하기 위해 처음 프리덤을 설치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때는 순식간에 앱이 실행되고, 그 이후에는 음성으로 지시를 내리면 되었기에 참으로 편했는데.

"실톡 이놈들, 설마 프리덤 흉내를낸 짝퉁 기능을 출시한 건 아니겠지? 안 그래도 실톡에 이것저것 잡다한 기능을 자꾸 추가해서 앱이 무거워지고 있는데."

마침내 모든 동의 절차가 다 끝나자 실톡 앱이 자동적으로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업데이트 용량을 확인한 박수원은 한시름을 놓았다.

"다행이다. 그래도 1메가도 안 되는구나."

박수원은 얼른 프리덤을 실행했다.

곧바로 액정에 익숙한 아바타가 떠오르면서, 귀에 익은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갑습니다, 주인님. 저는 앞으로 주인님의 전반적인 활동을 보조해드릴 인공지능 개인비서, 프리덤이라고 합니다.」

"오, 프리덤. 너구나? 반갑다, 반가워."

「이미 저를 접해보신 적 있는 주인님 같군요. 괜찮으시다면 이전 앱에서 주인님에 대한 정보를 계승해와도 되겠습니까?」

"상관없어.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사실 이미 주인님을 알고 있었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처음 뵙는 척해야 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뭐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예, 수영레스토랑을 이용하실 때마다 항상 제가 도와드렸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레스토랑을 방문하지 않으실 건가요? 금요일에는 항상 수영라면을 드셨잖습니까.」

"그랬지. 당연히 오늘도 가야지."

「그럼 바로 예약을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해줘."

박수원은 스마트폰을 쥔 채 킬킬거리며 웃었다.

"너, 예전에도 말하는 게 꼭 사람 같아서 신기했는데 오늘은 진짜 평소보다 더 사람 같다? 처음 뵙는 척 어쩌고저쩌고 하는 농담도 흉내낼 줄 알고."

「감사합니다.」

근데 왜 네가 실톡에 들어가 있어?"

「저는 실톡 내부에 탑재된 게 아닙니다. 실톡을 대화창구로 이용해서 주인님과 대화하며, 전반적인 비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수원은 아까 프리덤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 주인님의 전반적인 활동을 보조해드릴 인공지능 개인비서'라고 했던가?

"개인비서라고 한 건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주인님의 개인비서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지시하십시오. 제 능력이 닿는 한에서, 그리고 법률과 보편적인 도덕을 위배하지 않는 한에서, 무엇이든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그 말에 박수원은 반색했다.

"야, 그럼 이제 수영레스토랑 말고 다른 음식점 예약 결제도 대신 해주는 거야?"

그 말에 프리덤은 아주 잠깐 침묵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영레스토랑을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수원처럼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지만, 사실 그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유저들, 특히 수영레스토랑을 가본 적이 없어서 프리덤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이들은, 실톡을 통해 프리덤과 처음 접하고 크게 놀라워했다.

"프리덤, 이런 것도 돼? 파빌로시아 마델 향수 50㎖짜리를 중고로 사고 싶은데, 적당한 매물 좀 찾아 줘."

「총 42건, 그중에서 추천할 만한 3건의 경우를 찾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조회 가능한 판매자의 과거 경력으로 보아 중고거래에서 가장 문제가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머지 39건은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3건 모두 미개봉 제품입니다.」

시험 삼아 중고 향수를 찾으라고 지시한 사용자는 곧바로 튀어나온 대답에 혀를 내두르며 놀랐다.

프리덤이 띄워준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는 그저 놀랍다는 듯이 눈을 치켜떴다.

만약 자신이 직접 찾으려고 했다면 몇 시간이고 검색을 하고 뒤져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프리덤은 매물을 모두 찾아 내서 판매조건을 비교하고, 심지어 판매자의 과거 경력까지 샅샅이 조회해서 믿을 만한지 여부까지 고려 했다.

"너 진짜 대단하구나."

"프리덤. 내가 이번에 지희한테 신형 아이패드를 선물하려고 하는데, 가장 좋은 조건에 살 수 있는 방법좀 찾아봐. 프로모션 같은 거 말이야."

「아이패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썸녀한테 줄 선물을 최대한 싸게 구하려고 지시를 내린 사용자는 황당해서 반문했다.

「이지희 님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모두 조회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공개된 정보 안에서 조회를 했기에 법률적,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지희님이 아이폰 유저이기는 하지만 태블릿은 선호하지 않는 분입니다. 그보다는 이번에 RG에서 출시된 초경량 노트북 '그램'을 갖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그램은 아이패드에 비해서 비싼데……."

「좋은 매물을 하나 찾았습니다. 최신 그램 미개봉 중고품입니다. 서울 거주하는 유부남이 와이프 몰래 샀다가 걸려서 눈물을 머금고 중고 시장에 내놓은 물건입니다.」

"오, 그럼 그걸로 하자. 혹시 네가 바로 예약 댓글 달고 문자 보내고 해줄 수 있어?"

「시행했습니다. 알겠다는 대답입니다. 바로 일정을 조절하겠습니다.」

번갯불에 콩을 볶아먹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거래를 제시하라고 방금 지시를 내렸는데, 벌써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상대방도 매물을 올리면서 저의 개인비서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알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겁니다.」

"와, 너 정말 신기하구나."

「내일 저녁 6시 경, xx역 3번 출구에서 거래를 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뭐? 아니, 왜 하필이면 거기야?"

몇 번 가본 역이지만, 자주 갈 일이 없는 역이다.

프리덤이 느닷없이 그 날짜에 그 역으로 거래 장소를 추천하는 게 의아했다.

「주인님은 내일 xx역 상형안과에 검진을 위해 방문하십니다. 검진이 끝난 이후 지하철을 타기 전, 역내에서 거래를 하면 시간과 동선을 아낄 수 있습니다.」

"아, 그렇네? 맞다. 나 내일 거기 검진이었…… 근데 상대방은 어떻게 된 거야?"

「상대방은 내일 그 시간 지하철을 내려서 버스로 환승하는 일정 동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살짝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다.

프리덤은 각자 주인의 일정과 동선을 체크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즉 양쪽 모두 중고거래를 위해서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너…… 진짜 쩐다."

「그렇게 일정을 잡겠습니다.」

***

실톡이 제공하는 만능 개인비서 프리덤은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출시했다.

하지만 그 파급효과가 폭발하는 데에는 불과 며칠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프리덤을 칭찬하거나 그 성능이 경악하는 반응들이 밀물처럼 퍼져 나갔다.

-중고 향수 좀 찾아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베스트 추천 매물 3가지를 골라주는 거야. 그중에서 하나 골랐더니 자기가 알아서 상대 방하고 이야기하고 주소 알려주고 다 하더라. 난 그냥 프리덤이 알려 주는 계좌로 입금만 했고, 이틀 뒤에 배송받았어.

-넌 그래도 입금이라도 했네. 난 그냥 모바일 뱅킹앱 권한 설정까지 프리덤한테 풀어줬는데. 그러니까 지가 알아서 입금까지 다 하더라.

-그게 가능해? 보통 뱅킹앱 같은 것은 보안 때문에 그런 게 불가능하잖아?

-프리덤이 앱을 해킹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터치 명령만 대신하는 거래. 쉽게 말하면 내 폰을 비서한테 맡겨서 비서한테 이체시킨 거지.

-와…… 대체 프리덤은 어디까지 가능한 거냐.

-썸녀한테 아이패드 좀 선물하려고 했더니 그거 말고 그램 추천하더라. 아이패드랑 비슷한 가격에 파는 미개봉 중고 검색해서 상대방이랑 일정까지 대신 잡아줬어. 근데 양쪽 다 프리덤 유저여서 외출하면서 겹치는 동선에서 거래했다. 진짜 하이 테크가 주는 편리함의 끝판왕을 본 기분이었다.

-다들 개만족하는 분위기네. 난 별로임. 리포트 좀 대신 써달라고 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거부하던데?

-그거야 당연하지. 법률과 도덕을 위배하지 않는 한에서만 지시를 따른다고 하잖아. 과제에 사용할 자료검색하고 정리해 달라고 했으면 그건 해줬을 거다.

-고객센터에 보낼 항의글 좀 알아서 대신 적어달라고 했더니 그런 건 잘 해주던데? 아마 본인 힘으로 해야 하는 과제라서 프리덤이 거부한 게 아닐까 싶어.

-그런 걸 섬세하게 구별할 줄 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 아니야? 이거 정말 인공지능 맞아? 알고 보면 사람하고 대화하는 거 아님?

사용자들은 프리덤의 똑똑한 비서 수행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며 놀라워했고, 뭐든지 말만 하면 척척 해내는 유능함에 혀를 내둘렀다.

-나의 인생은 둘로 나눌 수 있어. 프리덤을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로 말이지. 프리덤이 없던 시절,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감히 상상도안 돼…….

-수영레스토랑 예약결제 앱 시절부터 예감했다. 언제고 프리덤이 이런 식으로 기능 보완해서 출시할 줄 알았어. 여기서 수영레스토랑이 뭔지 모르는 애기들 많지?

-프리덤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가 통한다는 거다. 이거 우습게 볼 일이 아니야. 인공지능하고 대화하는 게 사람하고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거, 엄청난 거다.

-동의. 아마 지금쯤 인공지능 전문가들 프리덤 때문에 난리가 났을걸.

-새벽에 프리덤과 함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내용에 관해서 세 시간 넘게 즐거운 토론을 했어. 주제를 날카롭게 꿰뚫는 프리덤의 주옥같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잊어버릴 수가 없더라.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독서 친구를 이제야 만나게 되다니, 그저 신에게 감사할 뿐이야…….

-난 프리덤을 비서라고 부르지 않아. 나의 베프라고 부르지. 지금까지 프리덤 이상으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어.

프리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 필펄 끓어올랐다.

소문을 접한 사용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실톡을 업데이트하고 프리덤을 만났다.

그리고 프리덤이 보여주는 유연한 만능성에 놀라워했다.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저 지시만 내리면 그 자리에서 척척 해내 주었으니.

사용자들의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실비아그룹은 초대형 대박이 날 조짐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얼마 가지 않았다.

-사용 안 되는데?

-뭐야? 프리덤 못 쓰잖아? 다들 하나같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해서 나도 좀 써보려고 했더니.

-프리덤 왜 사용이 안 되는 거야?

누가 좀 알려줘.

그때에 이르러서야 오철현은 하수영이 말했던 숫자를 떠올렸다.

-서버 확장은 필수로 해야 해요.

지금으로써는 1,000만 명 정도가 한계일 거라고 봅니다.

"지금 프리덤 사용자가 몇 명이지?"

"정확히 10,000,000명입니다. 더 이상 사용자 수가 늘지를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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