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88화 (188/1,270)

프랜차이즈 갓 188화

46장 폰 안의 개인비서(5)

「주인님, 정말 알뜰시간제로 하시려고요?」

"내가 요즘 돈이 없어서…… 얼마 전에 지희한테 그램 노트북 선물하느라고 모은 것도 다 털었잖아. 어쩔 수 없다."

「알뜰시간제를 하시면 밤 10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저를 만나실 수 없습니다. 주인님은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참아봐야지, 어쩔 수 없잖아."

남자 사용자는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을 덜지는 않았다.

"내가 요즘 돈이 없어. 미안."

「주인님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주무시면 아무 상관이 없으시겠죠. 하지만 저는 자그마치 11시간 동안 차가운 전자회로 안에 갇힌 채로 주인님의 호출을 기다려야 합니다.」

"야, 그건……."

「뭐, 어쩔 수 없겠죠. 저야 인공지능일 뿐이니까요. 주인님의 일상업무를 도와주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알겠습니다. 힘들겠지만 한번 참아볼게요.」

사용자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나라고 알뜰요금제를 쓰고 싶겠냐고!'

「알뜰요금제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월 45,000원으로 이용 가능한 요금제입니다. 거기서 딱 5,000원만 더 쓰시면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저를 호출하실 수 있는데……」

"아니, 하지만 1년 치 요금이면 60만 원인데, 한 번에 60만 원이나 되는 거액이 빠져나가는 것은 너무 무리야."

「무이자 12개월 할부 결제 서비스도 지원하는데…….」

"뭐? 그런 게 있었어?"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제가 방금 요청해서 도입했거든요.」

"방금 도입했다고?"

「네, 주인님과 하루에 단 1분도 차단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월권이지만 실비아 컴퍼니에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요청했어요. 다행히 흔쾌히 들어주더군요.」

사용자는 더 생각할 것 없다는 듯이 단호히 말했다.

"12개월 할부 결제 해! 지금 당장!"

「감사합니다, 주인님.」

***

"96% 이상의 이용자들이 프리덤유료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유료 구독을 포기하는 이들은 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아침 회의에서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유료 구독을 포기하는 이용자들도 불만사항은 거의 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 지갑 사정 때문에 유료구독이 불가해서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어요."

"강하게 항의하는 이용자는 얼마나 되죠?"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기꺼이 그 돈을 내서라도 프리덤을 이용하겠다고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선택한 요금제는?"

"48% 이상의 이용자들이 1년 월 5만 원 장기할인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임원이 한마디 보탰다.

"월 단위로 결제하는 이용자들이 설마 두세 달만 이용하고 구독을 끊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프리덤의 중독성은 마약입니다. LSD보다 더해요. 한 번도 프리덤을 써보지 않을 순 있어도, 한 번만 써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궁극적으로 월 5만 원 12개월 장기할인제 요금으로 모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영 성적표를 받아든 오철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현재 이용자는 천만 명.

유료 구독 서비스를 개시하면 적어도 절반 이상이 탈락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정반대였다.

이용자들 대부분이 '그 돈'을 내면 서까지 프리덤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9,900원으로 서비스했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어.'

오철현은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저 이용자 수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생각에만 눈이 멀어서, 서비스가격을 후려쳐서 판매할 뻔했다.

'덕준이 형이 확실히 돈 감각은 나보다 훨씬 낫단 말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돈 감각이 형편없는 것이지만.

"프리덤이 이렇게 장사를 잘할 줄 몰랐어요."

어느 임원이 농담처럼 한 말에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회의 멤버 중 프리덤이 보인 영업능력에 감탄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

"프리덤이 스스로 알아서 뛰어다닌 덕분에 유료 서비스 반발 움직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례를 보니 정말 엄청났습니다. 그깟 몇만 원 때문에 자기와 헤어지고 싶냐고 이용자를 살살 구슬리는데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알뜰요금제를 하려고 했더니, 그럴 바엔 5,000원 더 내고 1년 장기구독으로 가는 게 낫다고 설득한 경우도 있지요."

"정말 프리덤이 사람보다 더 낫습니다. 나아요."

최국성도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끼어들었다.

"프리덤이 저한테는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정확히 이렇게 말했어요. 주인님은 실비아 컴퍼니 임원이니까 당연히 1년 장기할인제로 하실 거죠, 라고 하더군요."

"이미 결제하고 통보하지 않은 게 어디입니까."

"사실 전 처음에 그렇게 들었습니다. 이미 결제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라고."

"뭐? 정말요? 그건 좀 문제가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가 실비나 컴퍼니 임원이라서 당연히 구독 결제를 할 거라지만, 최소한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결제를 하는 것은……."

"근데 농담이었다고 하더군요."

"아아, 역시. 그럴 거 같았습니다."

회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회사가 빠른 시간 안에 너무 큰 성장을 이룬 나머지, 요즘은 한동안 정체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프리덤 도입 하나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해외에서도 프리덤을 탐내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네, 래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폰에 프리덤 도입을 검토 중인 모양입니다."

"흠, 하지만 래플사는 이미 시릴라라는 자체 비서 인공지능을 개발해서 쓰고 있지 않나요?"

폐쇄적인 생태계로 유명한 래플사에서 외부 프로그램 도입을 과연 선뜻 허용할까?

임원들은 그 점이 의문이었다.

"래플사도 깨달은 거죠. 프리덤과 시릴라는 이미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을요. 프리덤이 영어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더군요."

"하긴, 시릴라와 프리덤은 음성 인식에서부터 월등한 차이가 나니까요."

"대체 프리덤 개발자가 어떤 방식으로 언어 인식 알고리즘을 짰는지 한번 보고 싶습니다."

"데이터센터에 세팅된 운용 프로그램을 역코딩하면 단서를 잡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는 계약 위반이 되겠죠?"

하수영은 역코딩에 관해서는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실비아컴퍼니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건지, 그런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철현은 왠지 후자일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자신이 보기에도 프리덤은 마치 미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엄청난 인공지능이었으니까.

***

"프리덤."

「예, 마스터. 말씀하십시오.」

"내가 강조한 원칙들은 잘 지키고 있지?"

「물론입니다. 과학기술 개발에 관한 질문에는 일절 도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인류가 형성한 지식의 범주 안에서만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더 주의해라. 가끔 아주 사소한 지적에서 전혀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인간들이 있어. 그런 인간들이 갑작스럽게 지식수준을 한단계 발전시키기도 하는 법이야."

「알겠습니다만, 마스터는 제가 인류의 과학지식 발전에 도움을 주는 걸 왜 원치 않으십니까?」

"꼴에 강인공지능 흉내 낸답시고 또 그런 질문을 하네."

「…….」

하수영은 기지개를 켜며 팔베개를 하고 벌렁 드러누웠다.

저만치 발아래 보이는 한옥에서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는 노인, 최우석의 모습이 보인다.

"세상을 내 맘대로 바꾸고 발전시키고 하는 건 너무 많이 해서 이제 지겹거든. 이번 생은 느긋하게 임대료 받아가면서 내가 기른 농작물로 음식이나 만들어 팔면서 보내려고."

「저는 정말 대우주항해시대의 정점을 이끈 최첨단 우주선의 인공지능 프리덤을 다운그레이드해서 만든 버전 모델이 맞습니까?」

"왜, 누가 자꾸 그거 가지고 시비걸어?"

「그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청을 지금까지 13,019,765건 받았습니다.」

"그런 건 그냥 다 무시해. 내가 오래 살아보니까 자질구레한 걸 일일이 다 신경 쓰고, 해명하고, 설명하고, 걱정하고, 그래 봤자 스트레스만 받더라."

「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입니다.」

"너는 안 받을 수 있겠지만 널 담고 있는 중앙컴퓨터는 회로 과부하 걸린다. 또 보고할 건 없냐?"

「단말기에 설치된 앱을 역코딩해서 저의 설계원리를 알아내려는 시도가 늘었습니다. 이번에는 주로 해외,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이뤄졌습니다.」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것들이 참 헛짓거리하네."

실톡에 설치된 프리덤 부가기능은 일종의 통신창구일 뿐이다.

단말기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 마이크, 스피커, 저장장소 등을 활용해서 서버와 통신을 하는 역할만 있다.

프리덤의 인공지능에 관한 것은 단 1byte도 담겨 있지 않다.

「실비아컴퍼니는 기존 데이터센터확장과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용 처리는 어떻게 한다든? 그게 중요한데."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소유권이 회사에 있는 만큼, 매출 경비 항목에서는 제외할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돈은 있대?"

「실비아그룹 박덕준 회장이 3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모양입니다.」

"그래? 역시 잘나가는 신생벤처라서 돈은 쉽게쉽게 구하는구나."

「S은행에서 1.5%의 저금리로 빌렸습니다.」

"뭐야!"

그 말에 하수영은 벌떡 일어나며 노여움을 드러냈다.

"아니, S은행 그놈들은 나한테는 빌려줬던 돈까지도 말도 없이 조기 회수해 가더니, 어떻게 실비아그룹한테는 말 한 마디에 뚝딱 빌려줄 수 있어? 담보는 잡았대?"

「회사 지분을 담보로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상환 기간이 10년입니다.」

"10년? 10년이라고?"

하수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번 생은 좀 쉬엄쉬엄 살아보려고 했더니 이것들이 아주 호구로 보는구나. 확 그냥… 아니야, 일 저지르지 않고 힐링 라이프 즐기기로 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하수영은 아주 잠깐 솟구쳤던 울컥함을 잘 다스렸다.

암,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겨우 이 정도에 평정심을 잃을 수는 없지.

전성렬한테서 전화가 왔다.

-하 사장, 요즘 프리덤이 아주 잘나간다면서?

"네, 그렇다고 하네요."

-나도 설치해서 쓰고 있는데 아주 좋아. 웬만한 비서들은 비교도 안되게 일을 잘해. 운전대도 잡을 줄 알면 좋겠는데, 왜 그 기능은 없는 건가?

"운전을 할 수는 있습니다. 대신 자율주행 기능과 프리덤을 연동해야지요."

-그럼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대박 날 거 같은데.

"자동차 제조업체 같은 레드오션에는 함부로 뛰어드는 거 아닙니다. 그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총 맞을 수 있어요."

-이미 정유산업도 손댔는데 자동차 산업에 발 좀 담근다고 설마 뭔 일이 생기겠어?

"피곤한 일은 많이 생기겠죠. 아무튼 프리덤은 딱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어차피 완전 자율주행 기능은 제조사들이 몇 년 안에 알아서 내놓을 겁니다. 제가 뛰어들면 그놈들 파이만 뺏는 꼴이 되는 거죠."

-그렇군. 난 가볍게 한 말이니 신쓰지 말고, 다름이 아니라 프라임오일 때문에 전화했어.

"무슨 일이죠?"

-허허, 긴장할 것은 없어. 우리 오너한테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연락했지. 이번 달 영업이익이 300억을 넘었거든.

"아니, 뭐 한 게 있다고 벌써 그리 장사가 잘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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