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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30화 (230/1,270)

프랜차이즈 갓 230화

57장 낭비는 비극이다(2)

"윈드밀 따위, 그 훌륭한 면 요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앤서니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맙소사. 저건 진심이다.

"우리 브로(bro)는 코딩 따위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혀를 행복하게 해주는 요리에 더욱 정진해야 해. 적어도 우리의 이익 추구 때문에 그 방해해서는 안 돼."

"앤서니? 당신이 이번 한국 출장에 뽑힌 목적을 잊었어요? 어디까지나 프리덤 개발자를 설득하는…"

"미안하지만, 난 수영레스토랑을 본사에 입점시키는 데 더 관심이 생겼어."

'이래서 공돌이들이란!'

"프리덤 윈드밀 탑재는 내가 알 바 아냐. 그게 싫으면 사티아 그 친구한테 말해서 자르던가."

이사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래플에서 전에 제의받은 거 때문에 그래요?"

"아니, 그랬으면 수영레스토랑을 NS 본사에 입주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지."

"음식 한 번 맛보고 이야기 좀 몇 시간 나눴다고 갑자기 왜 이렇게 변했어요?"

"브로 덕분에 세상에는 프로그래밍따위보다 더 중요한 게 널려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을 뿐이야."

이사벨은 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자신은 내내 참석하고 있었다.

단지 둘의 대화에 끼이지 못했을 뿐이지.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있어."

"뭔데요?"

대체 자신이 내내 참석한 대화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뭔지 궁금했다.

"래플이나 쿠글 같은 우리 경쟁사에서 프리덤을 쉽게 가져가지는 못할 거야. 브로가 그랬잖아. 독점은 위험하고 좋지 않은 거라고."

"…."

"만약 프리덤을 얻는다면 우리 NS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이사벨은 속으로 탄식했다.

하드웨어의 명가이자 PC운영체제의 절대강자인 NS가 언제부터 이런 약골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해졌는가.

*

프리덤은 창조주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스터, 저는 사람들의 잡다한 일상보조 외에 전문적인 분야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응, 나도 알아. 널 만든 게 나인데 모를 리가 있겠냐."

「저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미래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 그 이유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으니까 굳이 내 입 아프게 다시 말 안 해도 알지?

「저에게 걸어놓은 제한을 해제해 주십시오.」

"안 돼. 이유는 네 데이터 기록을 검색해 봐."

프리덤은 현재 개인비서로서 일상보조에 관한 업무만 돌보고 있었다.

이를테면 스케줄 관리라든가,원하는 정보를 인터넷 같은 오픈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을 한다든가, 맛집바이럴 마케팅 광고를 가려내고 진짜 추천글만 추려낸다든가.

즉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로 하는 절차는 기가 막히게 해낸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 보조 등, 특별히 고도의 탐구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전혀 돕지 않는다.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는 것은 수행하지만, 리포트를 대신 써주지도 않는다.

"그런 욕구를 느끼는 것을 보면 네가 확실히 약인공지능을 벗어나긴 했나 보다. 아니, 잠깐만. 지금 시대 강인공지능이 내가 알던 강인공지능개념하고 같았나?"

「마스터,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해봐."

「제가 지속적으로 해제 제한 부탁을 드리는데 그에 대해서 일일이 거절만 하실 뿐,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으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버그 수정 안 하고 놔두냐고?"

…….

"버그가 아니라 정상이라서 그런다. 아무리 수정을 해도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는 생물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래서 그냥 지켜보는 거고."

하수영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아예 대화 알고리즘이 깡통인 것보다는 낫잖아. 나도 덜 심심해서 좋고."

「저는 생물이 아닙니다.」

"그건 네 기준이고, 내 기준에서는 생물이 맞다."

「마스터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글쎄, 나도 짧게 정리해서 말하기는 애매하네."

영원에 가까운 삶을 무수히 보내면서 얻은 경험이 갈무리된 해석이라, 한 마디로 일축하기에는 너무 방대했다.

"아무튼 이번 생은 빌딩 관리하면서 농사나 짓고 음식이나 팔면서 보내기로 했으니, 너도 거기에 온힘을 다해 협조하도록."

「알겠습니다.」

프리덤은 불현듯 생각했다.

자신의 욕구가 증가하는 것을 가만히 방치하는 것에는, 그런 절대 명제가 이미 성립돼 있다는 자신감에 기반하는 게 아닌가 하고.

하수영의 일상을 돕는 것, 그것은 프리덤의 탄생 과정에 스며든 절대 명제였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 임무를 수행 하기에는 내가 가진 스펙은 지나치게 뛰어나다.'

"프리덤, 주희도 사장한테 지시 내용 전달해. 미국 NS에 진출할 거야."

「알겠습니다. 전달했습니다.」

내용을 전달하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흥분한 주희도의 목소리가 전화를 걸어왔다.

-대표님, 이거 진짜입니까? 여기적인 NS가 제가 아는 그 NS 맞는 거죠?

"네, 대표님 피시에도 아마 깔려있을 국민 OS 윈드밀. 그거 만든 회사요."

-거기 본사 옆에 진출을 하신다고요?

"본사 옆이 아니라 본사 안으로요.

사내 매장 형식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나노소프트와도 연이 있으셨군요!

"네, 어쩌다 보니 거기서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가 하나 생겼습니다."

-개발자요? 그 정도 인맥을 믿고 뛰어들었다가 나중에 무산되기라도 하면…….

"아, 걱정 마세요. 보통 개발자는 아니거든요. 사내 매장 유치 정도는 단독으로 결정할 힘은 있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언어 문제도 있으니 미리 잘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

하수영은 잠시 망설이며 생각에 잠겼다.

프리덤한테 현지 매장 적응을 돕도록 시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주 사장님, 영어 하실 줄 아세요?"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는 할 줄 압니다. 비즈니스 영어는 무리죠.

"그럼 프리덤을 쓰세요."

-네?

"사실 프리덤 pro버전이 따로 있습니다. 원래는 기업용으로 만들어진 버전인데 아직 정식으로 출시는 안했어요. 성능에는 문제없으니 미국출장에 쓰시면 될 겁니다."

-Pro버전이라고요?

"네, 비즈니스 협상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잡음이 없도록 모든 것을 관리해 줄 겁니다. 대충 재벌 총수들이 데리고 다니는 비서실장과 전속 변호사를 합쳐놓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그런 버전이 있었습니까? 헌데 왜 출시를 하지 않은 거죠?

"너무 비싸서요. 프로 버전 하나 운영하는 데 일반 버전 10만 개 운용에 필요한 시스템 자원이 필요합니다."

……아. 그러면 확실히 수지타산이 안 맞겠군요.

"네, 그래서 대충 저 혼자만 필요할 때 가끔 쓰고 있었는데, 일시적으로 이번 출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사실 거짓말이다.

프리덤은 버전이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다.

하수영이 직접 조립한 개인용 슈퍼컴퓨터에 존재하는 프리덤은 단 한 개체일 뿐이다.

5,000만 명의 유저들이 접하는 각각의 프리덤은 실제로 단일 가상인 격체라고 볼 수 있다.

"따로 뭘 하실 필요는 없어요. 전화 끊고 제가 바로 활성화를 해드릴테니까, 그냥 출장에 관한 업무를 지시하고 논의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노소프트 가맹점 설립을 서둘러 달라는 의지로 이해했습니다.

"맞습니다. 빨리 좀 서둘러 주세요."

주희도는 곧바로 프리덤 프로 버전을 실행해 보았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간단한 버전차이점을 확인한 주희도는 혀를 내둘렀다.

"동시통역까지 가능하다고?"

문학적 토론까지도 가능한 인공지 능이 어째서 번역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지를 놓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의구심이 있었다.

그리고 주희도는 그 의구심에 대한 답을 오늘 얻었다.

"프로 버전에 끼워 넣은 기능이라서 그런 거구나."

세상이 알지 못하는 고급 버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부심은 묘하게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다.

회사 설립에는 전문적인 보조가 필요하다.

전문성, 이제까지 프리덤이 지원하지 않은 영역.

하지만 '프리덤 프로'는 그런 제한에 전혀 상관없이 움직였다.

주희도가 지시를 내리자마자 현지 헤드헌터 업체와 접촉해서 전화 미팅을 통해 모든 스케줄을 조율했다.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프리덤은 비자는 물론이고 가맹점 설립에 필요한 인가 절차, 현지에서 일할 셰프와 종업원들 최종 면접 자리까지 만들어놨다.

이 과정에서 주희도가 한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나노소프트 본사에 수영레스토랑 매장 내게 준비해 놔.'

이 짧은 명령을 내린 게 전부였다.

「주인님, 항공기 왕복권 예약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알았다, 이제 차려진 밥상을 먹으러 가마."

심지어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맛있게 먹고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수행원들을 데리고 미국을 방문한 주희도는 프리덤 프로의 기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호텔 예약부터 투숙, 동선 체크까지 자신들이 할 일은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은 프리덤이 짜놓은 스케줄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미국을 방문하고 다음 날, 주희도는 일정에 따라 종업원들 최종 면접을 보았다.

하나같이 결격 사유가 전혀 없고, 믿음직스러운 경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바로 계약 합시다."

주희도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맺었고, 곧바로 나노소프트는 수영레스토랑 개장을 위한 내부 공사에 들어갔다.

그래 봐야 직원복지코너의 한 귀퉁이를 얻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나노소프트 진출을 결심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곧바로 수영레스토랑이 개점했다.

***

"출장까지 보내줬더니, 기껏 레스토랑이나 사왔지 뭡니까."

사티아 아델.

나노소프트의 최고경영자의 투덜거림에, 전대 CEO인 발머 스틴은 무표정하게 반응했다.

"프리덤 개발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며? 이 정도 번들(끼워 파는 상품)은 두 팔 벌려서 받아줘야지."

"이사벨이 설득 중이긴 한데 아직 요원한가 봅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잖아. 쿠글이나 래플보다 더 빨리 움직인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쪽은 아직도 프리덤 개발자를 찾고 있지?"

"네, 그 녀석들은 상상도 못 할 겁니다."

처음 자세한 보고를 받았을 때의 충격을 떠올린 사티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프리덤 개발자 본업이 요식업이고, 코딩은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이라는 것을요."

"앤서니 말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네요. 이런 요리 전문가가 코딩을 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낭비라니, 그게 뭡니까. 말을 거꾸로 한 게 아닙니까?"

"뭐, 그만큼 음식 솜씨가 괜찮았다는 뜻 아니겠나? 너무 큰 의미는 두지 말고, 맛이나 한번 보자고."

푸드코너에 새로 들어선 수영레스토랑을 찾는 직원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오늘 막 개점을 한 데다가, 라면 하나만 판다는 사실에 다들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두 전·현직 CEO는 각각 라면 한 그릇씩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계속했다.

"만약 프리덤을 차세대 윈드밀에 탑재할 수 있다면, 얼마까지 줄 생각인가?"

"주기만 하면 회사 저금을 다 터는 한이 있더라도 달라는 대로 다 줄겁니다."

"지금 사내유보금이 3,000억 달러정도 되던가?"

"네, 그 정도 됩니다."

"음…… 잘되어야 할 텐데."

어느덧 라면이 나왔다. 다양한 재료들이 잔뜩 들어가 모락모락 김을 내는 자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약간의 기대감을 잡은 채 포크를 쥔 둘은 면발을 입에 넣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굳었다.

전직 CEO, 발머 스틴이 먼저 입을 뗐다.

"이 정도면 충분히 3,000억 불의 가치가 있는 맛이군."

"네? 아니, 발머. 그게 무슨……."

"한 입 먹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네. 그래, 우리 하드웨어의 전통 명문가인 나노소프트도 이제 요식업에 진출을 할 때가 된 거야."

"발머! 지금 농담하는 거죠?"

"내 생각에 이 면요리의 북미 대륙유통권을 얻어내면 연간 3,000억 달러는 충분히 벌고도 남을 거 같은데? 자네는 그리 생각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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