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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31화 (231/1,270)

프랜차이즈 갓 231화

57장 낭비는 비극이다(3)

전대 CEO의 말에 현직 CEO 사티아 아델의 눈빛이 순간 멍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산기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면 요리의 가격이 고작 9.9달러이니까.'

"자네는 이 회사의 회장이지 않나."

"좋습니다. 그럼 우리 한번 해봐요."

"잘 생각했어. 그럼 바로 오늘부터 출근하면 될까?"

"물론 그래주면 고맙지요."

"여기 우리 본사 매장 책임자 연락처를 알려줬으면 좋겠군."

"네, 말해두겠습니다."

"일어나기 전에 한 그릇 더. 하나가지고는 배가 안 차. 이거 아무래도 1인분 양을 더 늘리는 게 어떨지 싶어."

"이제부터 발머가 책임자이니, 전부 알아서 하세요."

두 전·현직 CEO는 한 그릇씩을 더 시켜서 순식간에 처리하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머는 곧바로 경영지원팀과 연락해서 주희도의 연락처를 받아냈다.

주희도는 다행히도 아직 미국, 그것도 나노소프트 본사 바로 옆에 있었기에, 즉시 미팅이 이뤄질 수 있었다.

북미 유통을 책임지겠다는 제안에 주희도는 가슴이 터질 듯이 강하게 뛰었다.

"미국 인구만 3.3억 명입니다. 여기에 캐나다 인구까지 합치면 약 3.7억 명이죠. 연간 최소 1조 3,000억 불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1조 3,000억 불……!"

"비록 우리 나노소프트는 요식업경험은 전무하지만,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회사입니다. 한번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제가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 사이즈가 큽니다. 오너에게 일단 한번 물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물어보셔도 됩니다. 저는 잠시 기다리지요."

발머 스틴은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꼭 이 자리에서 도장을 찍어야 해. 어물쩍 넘어가서 시간을 질질 끌면 안 돼.'

주희도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피해서 하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자마자 하수영은 말문을 잘랐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관리는 주희도 사장님이 전적으로 알아서 해달라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예? 그 말씀은 ……."

-다행히 테라리움 3호기도 이미 준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량은 걱정하실 것 없으니, 주희도 사장님이 알아서 진행해 주세요.

이 말인즉슨, 미국 진출을 허락한다는 것?

주희도는 가슴이 세차게 쿵쾅거렸다.

자그마치 연간 1조하고도 수천억불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 어마어마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자신이 전적으로 지휘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금방 끝났군요."

발머는 냉철한 비즈니스 사업가로 돌아온 주희도의 표정을 보고 미소지었다.

일이 잘 풀렸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 나노소프트에 북미 유통을 맡기겠습니다. 단, 프랜차이즈 본사 역할은 이곳 나노소프트에 입주한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이 맡아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가맹점과 본사의 이익은 이곳 미국의 관례대로 나누겠습니다. 그 대신 모든 가맹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귀사가 책임지셔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 전역에 그런 가맹점을 차릴 만한 돈이 없거든요."

"알겠습니다. 귀사 역시 본사로서 식자재의 공급을 원활히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스피디하게 협상을 진행한 결과, 빠르게 줄기가 잡혔다.

미국, 캐나다에 가맹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나노소프트가 전적으로 맡아서 하기로 했다.

부지를 구하고, 사람을 구하고, 돈을 대고, 매장을 관리하는 등 일체의 업무가 나노소프트의 책임이었다.

수영레스토랑은 본사로서 지휘권과 감사권을 지니되, 식자재 공급 책임만 맡으면 그만이다.

물론 식자재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매입한다.

그리고 본사는 매장 운영 수익의 50%를 가져간다.

그제야 주희도는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여기 나노소프트 본사에서 파는 수영라면은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네? 그럼 진짜가 따로 있단 말입니까?"

"네, 미스터 발머가 맛보신 라면은 어디까지나 수영라면의 보급형 버전입니다."

"보급형이라니!"

발머 스틴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천국이 부럽지 않았던 그 맛이 고작해야 보급형이라고?

"네, 한 번 진짜 오리지널 수영라 면을 맛보시겠습니까? 제가 지금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주희도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캐리어 가방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꺼냈다.

미리 손질한 재료들을 진공포장으로 보관한 것들을, 순서대로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발머는 주희도가 냄비에 넣는 재료들을 보고 알겠다는 듯이 탄성을 냈다.

"들어가는 재료의 양 자체가 다르군요!"

"이 재료들이 아주 값비싼 것들이라서요. 사실 보급형을 9.9달러에 팔아도 그리 많이 남진 않습니다."

그러면서 주희도는 마지막으로 향신료 통을 손에 쥐었다.

"이것이 바로 오리지널을 돋보이게 하는 마법의 향신료입니다."

"마법의 향신료……."

"보급형에는 이 향신료를 아주 조금만 넣죠. 하지만 일반형에는 정량을 넣습니다. 송이버섯, 황비버섯 등 다른 식재료의 양도 차이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맛의 격차를 가르는 것은 바로 이 향신료의 투입량 차이입니다."

황홀함에 취한 발머의 눈동자 위로 붉고 고운 가루가 떨어지는 모습이 새겨지듯이 반사된다.

그 아련한 자태가 미처 지워지기 전에, 주희도는 완성된 요리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

"자, 드셔 보십시오. 인스턴트식으로 가공해서 조리한 거라 주방에서 셰프가 직접 조리해서 갓 내온 것보다는 맛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주희도의 말은 이미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미 발머 스틴의 몸과 마음은 눈앞의 라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과 비주얼에 취해 있었으니까.

그는 스푼과 수저를 들었고, 마지막 한 방울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그릇에서 얼굴을 떼지 못했다.

신을 접한 듯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이 오리지널 수영라면은 얼마에 팝니까?"

"35불 정도 됩니다."

"하아… 겨우 35불로 이런 훌륭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니…… 한국인들은 정말 큰 복을 받은 사람들이군요."

주희도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리지널 수영라면을 처음 접한 이는 누구라도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어떻습니까? 보급형 수영라면과 이 오리지널 수영라면을 병행해서 팔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거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오리지널 수영라면은 특급 호텔에서 해외 귀빈 접대용으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겁니다."

그날 나노소프트와 수영레스토랑은 북미 프랜차이즈 진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나노소프트의 창업주이자, 전 회장, 전 이사회 의장, 현직 이사이자 기술고문이며 사실상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뗀 지 오래인 빌 고단도 뒤늦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면 조만간 이사회에서의 완전히 물러날 자신을 위해 준비한 몰래 카메라이거나.

"뭐라고? 뭘 판다고?"

"북미 전역을 대상으로 라면을 판답니다, 회장님."

"빌머 스틴, 그 친구가 그걸 사내벤처로 맡아서 운영할 거라고?"

"네, 1차 투자금으로 50억 불 이상 이미 확보했습니다. 물론 사내유보금에서 가져간 겁니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악마로 불렸고, 기업 성공의 신화적인 존재였던 빌고든.

이제 자선사업가로 완전히 변모해서 남은 생은 자선활동에 쏟아부으려던 그는 진심으로 큰 고민에 빠졌다.

'이 나이에 복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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