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33화
57장 낭비는 비극이다(5)
북미를 대상으로 예약 및 결제 지원을 위한 프리덤 앱 배포를 시작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신선한 감정이 퍼져 나갔다.
대부분의 미국인 이용자들은 이런 앱이 개발되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프리덤, 와츠 유어 네임?"
「제 이름은 프리덤입니다.」
"오늘 저녁 6시, 수영레스토랑 예약 가능해? 3인으로."
「그 시간은 모두 마감되었습니다. 6시 20분에 3인 예약 가능합니다. 이용 시간은 20분입니다.」
"이용 시간 20분? 그게 무슨 의미야?"
「후예약 때문에 20분 안에 3인 전원이 식사를 마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다른 시간에 예약을 하셔도 됩니다.」
"아니, 설마 그 가게는 내가 어느 정도나 앉아 있을지도 미리 정해서 알려줘야 예약이 가능한 거야?"
「아닙니다. 시간을 정하시지 않으시면 임의로 제가 1시간으로 가정하고 예약을 잡습니다. 다만 1시간씩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대가 없을 뿐입니다.」
"그, 그렇군. 너 참 영특하구나. 내 상사가 너의 절반만큼이라도 대화가 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용자들 대부분은 말 몇 마디로 모든 게 쉽게 진행되는 것을 신기하고, 그리고 편리하게 여겼다.
"케이블 회사 고객센터보다 대응하는 게 백 배는 낫네."
"백 배가 뭐야. 천 배는 나은 거 같은데."
출시 초기에는 한국의 경우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소비자들은 프리덤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깜빡 넘어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집요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프리덤, 오늘 날씨가 어떨 거 같아?"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그으래? 내가 땀이 많아서 날이 좀 더우면 뜨거운 면 요리는 아무래도 힘들 거 같아서 확인하는 건데."
「최고 영상 22도, 습도 30 이하의 살짝 서늘한 날씨가 예상됩니다. 뜨거운 면 음식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날씨입니다.」
"좋아, 좋아."
몇 마디만 해주면 예약부터 결제까지 모든 걸 알아서 진행해 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었다.
그즈음, 나노소프트에서 수영레스토랑을 서비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나노소프트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라고?"
"어쩐지, 프리덤 같은 앱이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게 이상하다 싶었어."
"역시 나노소프트 정도 되는 회사니까 그런 고급 인공지능을 결제도우미로 배포하는구나. 놀랍다."
"요즘 리넉스니 뭐니 말이 많긴 해도, 역시 나노소프트 윈드밀만 한 운영체제는 또 없다."
"혹시 프리덤은 다음 윈드밀이 기본 제공하는 기능인가? 그래서 오픈베타 서비스하려고 수영레스토랑에서 운영해 보는 거 아니야?"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미국 시민들은 프리덤이 한국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해외 사정에 관심이 없으니까.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거나, 그런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으니까.
때문에 이용자들 대부분은 프리덤을 나노소프트가 새로이 개발한 도우미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했다.
나노소프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영라면 매출에 당황스러워했다.
특히 열심히 차세대 운영체제 개발에 힘을 들이고 있던 개발자들은 어깨에서 힘이 쭉 빠지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라면이 우리 회사 아이템 중 1등이라는 것은 좀 너무 하잖아."
누적 매출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단위 기간 동안 올린 매출을 비교했을 때, 수영라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개발자 모두가 회의적으로만 본 것은 아니었다.
"역시 먹거리 산업은 인류와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게 이번에 입증된 셈이지."
"뭐야?"
"사실 윈드밀이 없어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밀과 옥수수가 없으면 살 수가 없지. 이제는 IT 기업이라고 무조건 컴퓨터에만 올인하는 시대는 지난 거야."
나노소프트 개발자들이 몹시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요소도 있었다.
"프리덤이 차세대 윈드밀에 탑재되는 게 확실해진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수영레스토랑에서 예약 결제를 지원하는 것은 아마 오픈베타 겸, 소비자들의 관심을 축적하기 위한 마케팅이겠지."
"한국에서도 그렇게 시작했을걸. 음식점 예약 결제로 먼저 이름을 알리고, 재난 상황에서 필수성을 빵터뜨린 다음, 개인비서 서비스로 떼돈을 긁어모았지."
개발자들은 다들 프리덤의 존재감을 알리는 사전 마케팅 단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쿠글을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쿠글 에론 회장이 발칵 뒤집어졌다던데."
"안됐군. 쿠글도 그렇게나 프리덤을 갖고 싶어서 안달을 내고 있었는데 말이야."
"제아무리 검색 기능이 쩔어줘 봤자 말 한마디면 뭐든지 다 해주는 인공지능만은 못하지."
"근데 프리덤을 윈드밀에 탑재하면 대체 설치 용량이 얼마나 나오는 거야? 1, 2테라바이트 정도로는 부족할 거 같은데?"
"1, 2테라바이트 가지고 될까?"
"그냥 한국 모바일 서비스처럼 OS에는 쌍방향 소통 앱만 설치하고, 온라인 접속 모드로 이용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년에는 연간 매출 수백억 달러도 찍을 기세라고 합니다."
실비아컴퍼니 대표이사, 오철현은 할 말을 잃었다.
수영라면이 미국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프리덤 서비스로 예상되는 매출이…"
"그보다는 훨씬 낮죠. 비교가 안됩니다."
"…."
"역시 미국 시장은 대단해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장님? 아니, 무슨 음식 하나 대박 났다고 이런 천문학적인 매출이라니. 이러다가 나노소프트가 완전히 요식업 회사로 거듭나는 거 아니냐고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프리덤을 개인비서 인공지능으로 본격 서비스하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겠군."
"개발자가 그거까지 염두에 두고 진출한 게 아닐까요? 보면 프리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자리 잡은 것과 패턴이 똑같습니다."
예약결제 도우미 앱으로 편의성과 이름을 널리 알려 신뢰를 쌓은 뒤, 그 다음에는…….
"그럼 이쯤에서 미국에 재난이 한번 터져줘야 하는 건가? 우리나라 겨울 태풍 때처럼?"
"그거야 신만이 알겠죠."
오철현은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 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근데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프리 덤이 윈드밀에 기본 탑재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윈드밀은 한국에서도 일반인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운영체제다.
당장 오철현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족족 깔려 있다.
실비아컴퍼니가 한국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IT기업이지만, 나노소프트의 위상에는 감히 견줄 바가 못된다.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나노소프트에 밀려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거 아니야?"
"우리는 PC 기반이 아니라 모바일기반이고, 또 실톡의 모바일 점유율이 높아 상관은 없을 겁니다. 계약 기간도 남아 있고요. 다만 계약 종료 후에 수영 씨가 갱신을 어떻게 해줄지가 문제인데……."
"그래도 수익 배분율이 90%나 되는데 수영 씨가 굳이 우리를 배척할 이유는 없지 않나? 나노소프트가 아무리 프리덤이 간절해도 그만큼의 수익배분을 해주진 않을 거 같은데."
"글쎄요. 제가 사티아 아델이라면 나노소프트가 프리덤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액 줄 거 같습니다. 그 대신 윈드물의 아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잖아요."
"사실 나노소프트가 지금 쌓아둔 현금만 3,000억 달러가 넘잖습니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겠죠."
부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쿠글이 더 속이 탈 겁니다. 자기들이 그토록 원하던 인공지능 검색의 핵심이 되어줄 엔진이 남의 손에 들어갔잖아요."
쿠글은 검색 결과의 정확성을 극한으로 높이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축적해 왔다.
검색어, 페이지의 관련성 및 유용성, 출처의 전문성, 사용자의 위치 등 다양한 요소를 가중치에 차이를 두어 반영하는 등,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쌓아왔다.
그런 인공지능 검색을 통해 인터넷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리덤은 그냥 말 한마디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정확한 결과를 찾아주잖아요. 그걸 다 일일이 읽어볼 필요도 없이 정답만 쏙쏙 빼주는데요."
쿠글이 수능 고액 과외 선생이라면, 프리덤은 수능 해답지에 비교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오철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개발자 실력이 진짜 너무하네. 취미로 하는 게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하면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야?"
"낭비하는 것도 너무하죠. 이 정도 재능을 썩히기만 하는 것도 잘못 아닙니까?"
수영레스토랑이 미국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전성렬은 기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축하하네. 수영라면이라면 미국에서도 아주 잘 팔릴 거야."
정서희도 진심 어린 축하를 잊지 않았다.
"우리 프라임컴퍼니보다 먼저 미국시장에 진출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해외 진출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됐네요. 제가 먼저 가서 터를 닦아 놓고 있겠습니다. 수영라면과 같은 뿌리라고 홍보하면 황비버섯라면도 무난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게요. 회사가 오너 덕을 단단히 보겠네요."
"그럼 어디에서 먼저 시작하는 건가? 역시 LA겠지?"
"50개 주 전역에서 동시에 시작합니다. 매장 200개를 한꺼번에 오픈할 거예요."
"200개나?"
전성렬과 정서희는 깜짝 놀랐다.
하수영의 '소박한 스타일'을 보면 본점 한 개로 크게 시작한 뒤 차차세력을 불려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200개의 매장 오픈이라니.
"매장 운영은 제가 안 하고 유통권을 준 회사가 맡아서 진행합니다. 전 식재료를 팔고, 프랜차이즈 수익을 수금할 뿐이죠."
"그래? 어느 회사가 맡기로 했는데?"
"나노소프트요."
"뭐?"
"네? 뭐라고 하셨어요? 나노소프트?"
전성렬과 정서희는 몹시 황당해하며 물었다.
"혹시 우리가 아는 그 나노소프트요? 빌 고든이 창업하고 윈드밀 만드는 그 회사요?"
"네, 그 나노소프트요. 나노소프트가 그거 말고 또 있나요?"
"…아니, 그 회사는 IT기업이잖나? 그런 회사가 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를 한다는 건가?"
"얼마 전에 이사급 인물이 한국까지 와서 자기네 본사에 수영레스토랑을 매점으로 넣고 싶다고 매달리더라고요. 그래서 매점을 열어줬죠."
"그래서? 그래서?"
"그다음은요?"
"전 CEO와 현 CEO가 매점에서 식사하러 왔다가 우리 라면을 먹었는데, 전 CEO가 그 맛에 반해서 강력하게 권했다나 봐요. 이거 돈이 되겠다고. 그래서 나노소프트가 사내벤처 형태로 수영라면 프랜차이즈 북미 유통을 맡게 된 겁니다."
"참, 내년에는 매장을 최소 2,0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네요. 제가 길 반짝반짝하게 닦아 놓을 테니, 황비라면도 나중에 미국오세요. 사람이 어떻게 매번 9.9달러, 50달러짜리 라면만 먹습니까. 2달러짜리 라면도 있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