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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46화 (246/1,270)

프랜차이즈 갓 246화

60장 현질은 거들 뿐(3)

검찰은 구속된 경영진들을 풀어주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꼼짝없이 몇 달 동안 구속된 채 재판을 받을 줄 알았던 오철현 이하 경영진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구속 수사와 불구속 수사는 피의자가 체감하는 피로도가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회사로 복귀한 오철현은 구속되었던 이사들을 이끌고 박덕준 회장부터 찾았다.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내가 손을 좀 썼다."

"대체 어떻게 서해그룹을 구워삶은 겁니까? 설마 프리덤을 고스란히 넘기기로 한 건 아니겠지요? 그건 개발자에 대한 계약 위반입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모두 구속돼서 징역을 살게 되더라도 프리덤은 절대 못 넘깁니다."

"프리덤만 있으면 우리가 서해전자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굴복할 순 없어요."

이사들은 처음에 박덕준이 서해그룹 이현덕 부회장한테 굴복한 것이라고 여겼다.

"이 위기만 참으면 됩니다. 어떤 오욕을 덮어쓰더라도 넘어가야 합니다. 그럼 우리 회사는 서해전자를 제치고 국내 제일가는 회사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아무도 못 건드립니다. 서해그룹이 아무리 정치권과 법조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거기까지 올라가면 함부로 못 건드려요."

"회장님, 이렇게 허무하게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독립한 지가 언젠데 언제까지 서해그룹을 모회사처럼 여기고 살아야 합니까?"

하소연이 쏟아지자 박덕준은 가볍게 손을 들어 일단 그들의 발언을 막았다.

구속되지 않은 임원들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느라고 연신 입가를 씰룩이고 있었다.

그제야 오철현 등 이제 막 구속에서 풀려난 임원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네들이 서해그룹과 거래해서 풀려난 게 아니야. 그러니 프리덤 뺏긴 게 아닌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네? 그럼 어떻게……."

"자세한 건 알 필요 없어. 모르는 게 나은 이야기니까. 아무튼 더 이상 서해그룹에 호구처럼 끌려다니지 않기로 큰마음 먹고 움직인 거니, 다들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행동해."

박덕준은 모처럼 엄한 표정을 지으며 한껏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연출해 보였다.

"자네들 말대로 프리덤 안 뺏기려고 이런 무리수까지 둔 거니까."

-검찰 실세 차장검사의 스폰서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런 말을 굳이 임원들 사이에 흘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챌 테지만,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대표이사인 오철현만큼은 예외였다.

간단히 회의를 마친 후 박덕준은 오철현을 데리고 애인이 운영하는 강남 단골 바를 찾았다.

"형, 어떻게 된 거요? 나 답답해 죽겠어."

"황대호 차장검사라고 알아?"

"내가 검사 이름을 어떻게 알아? 날 구속시킨 검사놈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검찰실세래. 검찰총장도 그 친구 말 듣고 움직인다고 하더라. 아주 엘리트코스만 걸어와서 젊은 나이에 차장검사 달았고, 최연소 검찰총장이 유력한 친구라고 하던데."

"그 친구 이야기는 왜 하는 거요?"

"우리 회사가 그 친구 스폰해 주기로 했다."

"……."

"그래서 너하고 다른 이사들 꺼낸 거야."

"어, 얼마 주기로 했어?"

"그 친구 개인한테 500억. 그 친구 업무추진비로 매년 100억씩. 그렇게 주기로 했어."

"형, 미쳤어?"

"안 그러면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서해전자에 프리덤 뺏기게 생겼는 데, 그럼 어떡하냐?"

오철현은 입을 다물었고, 박덕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술잔을 비워 버렸다.

미리 애인한테 이야기를 한 덕분에 바 안에 다른 손님은 일절 없었다.

오늘 하루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서해그룹과 싸우기로 한 거 아니다. 황대호 라인도 우리 편들어서 서해그룹을 치거나 그러진 않아. 그저 검찰이 우리 회사를 치진 않겠다, 그것만 약속된 거다."

"너무 비싼 거 아니요?"

"그놈들도 서해그룹에 받아먹어온 돈이 있는데, 그거 수십 배는 쥐어줘야지 우리 안 치지."

"우리, 정말 열심히 장사해야겠네."

"그래, 검찰에 그렇게 퍼주고도 이익 남기려면 부지런히 장사해야 한다."

박덕준은 검찰과의 협상은 하수영이 전적으로 맡아서 해줬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오철현은 당연히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수영 씨가?"

"그래,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모르는데 그 친구가 처세술은 정말 장난 아니긴 한가 보다. 그 무서운 검찰 실세를 다독여서 우리편으로 만들었으니."

"아무리 큰돈을 불러도 서해그룹돈 먹었던 친구를 우리편으로 만드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수영 씨가 그러더라. 돈에 양심을 판 권력자를 회유하지 못하는 건, 그냥 돈이 부족해서일 뿐이라고."

"……."

"며칠 후에 황대호 라인하고 상견례하기로 했다. 수영 씨하고 내가 나가기로 했어. 너도 그 자리에 나와."

"알았어."

오철현은 거절하지 않았다.

대표이사인 이상 당연히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박덕준이 피식 웃었다.

"우리 참 많이 컸다. 안 그러냐?"

"그러게 말이야."

"그냥 모바일 서비스만 잘 구축해서 일반 소비자들 상대로 열심히 장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뇌물을 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커져 버렸으니."

"나도 내가 이런 세상에 들어올 줄은 몰랐어. 구속됐다는 말에 우리 승희가 얼마나 놀랐는데."

"우리 수애도 많이 놀랐어. 안 그래?"

박덕준이 저쪽에 있는 애인인 조수애, 여사장을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말하자 조수애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오 대표님이 빨리 풀려나셔서 다행이에요. 다시 들어가실 일은 없는 거죠?"

"그럴 일은 이제 없어."

오철현과 박덕준은 연신 술잔을 기울이며 속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은 실비아컴퍼니가 바야흐로 진짜 '재벌 기업'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실감했다.

이제는 그저 우직하게 사업, 경영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나 법조계의 동향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비자금을 만들어서 기름칠도 해야 한다.

"야, 그런데 비자금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

"코딩만 하다가 이 자리까지 올라 왔어.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일 났네. 일단 200억부터 전달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정말 돈이 없다는 게 아니라, 국세청의 시선을 피할 은밀한 돈이 없다는 뜻이다.

실비아컴퍼니가 벌어들이는 모든 돈에는 남김없이 꼬리표가 붙어 있으니.

"야, 일단 우리 비자금 만드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수영 씨한테 한 번 물어보지그래. 왠지 잘 알려줄 거 같은데."

"귀하신 개발자한테 폐를 끼쳐서야 쓰나."

"그러면서 검찰 실세 좀 대신 만나 달라고 애걸을 하셨어?"

"야, 그건 수영 씨가 자기가 재밌겠다고 먼저 나서서 맡은 거야."

"근데 수영 씨, 진짜 정체가 뭘까? 무슨 그 나이에 못 하는 게 전혀 없어."

"그러게. 꼭 한 천 년쯤 살면서 이것저것 다 해본 사람 같아."

"천 년은 좀 적고 난 한 만 년쯤?"

두 창업멤버는 그날 새벽이 올 때까지 죽도록 술을 마셨다.

* * *

검사들과의 상견례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

날짜와 장소 모두 황대호 차장검사가 결정을 해서 이쪽에 통보했다.

실비아컴퍼니 측에서는 하수영, 박덕준, 오철현, 이렇게 셋이 나가기로 했다.

"검색해 봤는데 여기 청담동 텐프로 술집 같은데요?"

"두 분이야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고 술값만 계산하면 될 겁니다. 두분도 아가씨 선택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수영 씨는 괜찮으신 겁니까? 이런 자리에 와도……."

"선자리를 주선했으니 상견례까지는 그래도 참석을 해줘야 양쪽이 백년해로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오철현은 가볍게 인상을 찡그렸다.

"별로 백년해로 하고 싶지는 않은 파트너인데……."

"인마, 얼굴 펴. 이제 우리는 이런 먼지도 덮어쓰고 그래야 하는 위치가 됐어."

"맞습니다. 이런 것도 감당 못 하시겠다면 그냥 중견기업에서 벗어나시면 안 되죠."

"이 나라에서 대기업 하면서 돈 벌어먹기 참 힘듭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프리덤 서비스를 종료하시면……."

그러자 둘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안 됩니다."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그럼 감수하셔야죠.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입니다. 자, 그럼 백년해로할 파트너들을 만나러 가실까요?"

어딘지 들떠 보이는 하수영을 몰래 훔쳐보던 박덕준이 조용히 말했다.

"야, 수영 씨 왠지 신난 거 같지?"

"그러게요. 텐프로 술집이라서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자기 빌딩에 유흥술집 있는 꼴 못 본다고 무리해서…… 쫓아낸 적도 있는 분이잖아요."

"내 생각엔 그게 아니라 뭔가 재미있는 구경거리 때문에 신난 사람처럼 보이는데?"

"……우리가 그런 술집에서 검사들과 상견례하는 게 재미있나 봅니다."

"그게 맞는 거 같아."

이동은 박덕준의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실비아컴퍼니는 청담동 휴민트타워에 세들어 사는 터라, 술집까지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다.

"바로 코앞에 이런 술집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밖에서 보면 텐프로 술집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겠어요."

"원래 진짜 술집들은 간판 안 내걸고 하거든요. 자, 들어가시죠."

하수영이 익숙한 듯이 안내했고, 둘은 다시금 수군거렸다.

"아주 자연스럽지 않아? 이런 데 처음 온 게 아닌 거 같아."

"에이, 설마요. 수영 씨 이제 겨우 스물하나인데 언제 이런 곳에 와봤겠어요?"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인상의 웨이터가 공손히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수영은 자연스럽게 웨이터를 대했다.

"황 검사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예,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앞장서서 셋을 안내했고, 둘은 다시금 자기들끼리만 수군거렸다.

"저거 봐. 웨이터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러워."

"너무 막 나가지 않으면서 기세를 확 휘어잡는 균형 감각이 참 좋네요. 저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닌데."

웨이터가 안내한 곳은 클럽처럼 꾸며진 바 스테이지였다.

그곳에는 수십 명이 넘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들이 앉아서 자기들끼리 한잔하며 떠들고 있었다.

이 많은 인원을 수용 가능한 룸이 없다 보니, 아예 바 스테이지를 통째로 내준 것이다.

"차장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수영은 황대호를 발견하고 흔쾌히 인사를 건넸다.

"오, 어서 오게. 우리끼리 한잔하고 있었어. 괜찮아."

"인사하시죠. 여기 이분이 박덕준 회장님, 이분이 오철현 대표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황대호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다른 검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생각보다 정중한 반응에, 아랫사람 취급이라도 당할까 긴장했던 박덕준은 힘이 조금 풀렸다.

하수영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주도 하며, 그들 전부가 인사를 나누게 했다.

대형 행사의 경험 많은 사회자 같은 능수능란한 태도에 박덕준과 오철현도 한결 긴장을 덜 수 있었다.

두 개발자 출신 경영자는 어느덧 황대호 파벌과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기까지 했다.

"칙칙한 남자들끼리 술 마시니 뭔가 분위기가 안 나는군요."

황대호가 은근히 이야기를 꺼내자 박덕준과 오철현이 얼른 말했다.

"저는 애인한테 맞아 죽습니다."

"저도 애인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사별한 전 여친한테 미안해서요."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양했고, 황대호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개의치 않았다.

"그럼 세 분 술잔은 내가 직접 따라드리죠. 야, 가서 홍 마담 오라고 해. 이제 아가씨들 불러야지."

웨이터가 얼른 가서 전달했고, 잠시 후 홍 마담이라는 여자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황 검사님,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 다 하신…… 어머?"

한껏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던 홍윤주는 하수영을 발견하고 굳어버렸다.

하수영도 그녀를 발견하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야, 청담이 좁긴 정말 좁네요."

얼마 전에는 그녀의 애인이자 스폰서인 백호열을 만나더니, 이번에는 홍윤주 본인을 직접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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