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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49화 (249/1,270)

프랜차이즈 갓 249화

61장 점검, 그리고 점검(2)

원스타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대표백호열은 간만에 성진우 검사장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장소는 그의 애인, 홍윤주가 운영하는 텐프로 술집이었다.

둘은 한 병에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양주병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눴다. 아직 여자들은 부르지 않았다.

"내일 구청 위생점검이 나갈 거야. 그쪽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문제없이 처리될 걸세."

뒤는 더 듣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졌다.

업소 위생이라는 것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작정하고 털면 먼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걸 빌미로 영업정지를 몇 달 정도 먹이는 것이다.

"가맹점이 강남구에만 열 개 넘게 있더구만. 전부 꼬투리 잡기에는 뭐 하니, 서너 개 정도 남기고 정지 처분을 먹일 걸세."

"검사장님, 그놈이 혹시 누군가가 자기만 표적 삼아 노리고 있다고 의심을 하지는 않겠습니까?"

"그래서 강남구 전역을 상대로 강도 높은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걸세. 나는 그저 단속 기준을 평소보다 엄격히 해달라고 했을 뿐이야. 법률상 아무 문제 될 게 없지."

"그렇군요. 저는 검사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강남구 전역에서 지금까지 유례없던 깐깐한 위생점검이 이뤄질 것이다.

하수영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겠지만, 그를 제외한 많은 자영업자들도 그 태풍에 휘말리게 된다.

자연히 의도적인 공작이라는 의심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혼자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니니.

"위생점검은 가벼운 잽이고, 그 친구가 건물주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건물안전점검이 후속으로 진행될 걸세. 소방법이든 뭐든 건물안전을 걸고 늘어지면 안 걸릴 건물주가 없지."

"그것도 강남 전역으로……."

"아니지. 청담동 내에서만 진행할 거야. 인력 지출이 너무 크거든."

"검사장님께 너무 죄송할 뿐입니다."

"내가 그동안 자네한테 도움받은 게 얼마인데, 이 정도도 못 해주겠나?"

술을 따르면서 성진우 검사장은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백대표, 고래 잡는 칼을 새우 잡는 데 쓰는 건데 그걸로 되겠나?"

검사장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서 고작해야 위생점검, 건물점검 따위나 밀어붙여서야 되겠는가.

"시세보다 훨씬 싸게 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습니다."

"그 정도면 이중계약서로 밀어붙일수 있을 거 같은데."

"이중계약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전 건물주가 급하게 매물을 내놓은 건 사실입니다."

원래 아이돌 강훈의 건물이었다.

강훈은 백호열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홍윤주 텐프로가 입주해 있던 건물을 처분한 것이고.

"이중계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겉으로 그런 정황이 있다는 게 중요해."

"검사장님 말씀은 그럼……?"

"이중계약 혐의로 일단 구속시켜 놓고 1차, 2차까지 재판 질질 끌면서 고달프게 만들어줄 수도 있네. 대한민국에서 검찰 권력으로 사람 인생 하나 망치는 건 일도 아닐세."

"하지만 그러면 검사장님이 너무 번거로우시지 않겠습니까?"

"위생점검 청탁이나 하는 내 자존심도 좀 고려해 주시게."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 부분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벌주 받겠습니다."

백호열은 얼른 납작 상체를 엎드리며 빈 술잔을 내밀었다.

반듯한 태도에 성진우 검사장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잔에 술을 따랐고, 백호열은 단숨에 마셔 버렸다.

성진우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그럼 그 부분은 내가 따로 또 진행을 해보겠네. 원래 이런 건 한 번에 하는 게 아니야. 약한 것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실행해 줘야 상대 방을 확실히 무너뜨릴 수 있다네."

"훌륭하신 통찰력에 감탄했습니다."

백호열은 직원을 불러서 여자들을 넣으라고 했다.

"검사장님, 제 성의는 트렁크에 실어두었습니다. 그럼 편히 즐기십시오."

"언제나 고맙네."

룸을 나서는 백호열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수영이 제아무리 잘났다고 해봤자, 돈 좀 있는 애송이에 불과할 뿐이다.

요식업 프랜차이즈가 잘돼서 현금좀 만지고 있나 본데, 곧 그것이 자신을 지켜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 *

가게를 열고 첫 위생점검이다.

하수영은 일찍부터 출근해서 구청직원들을 맞이했다.

구청 직원들은 꼼꼼하게 가게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점수를 책정했다.

"가게가 참 깨끗하군요. 이렇게 청결하게 관리하기도 힘든데, 대단하십니다."

"청결한 위생이야말로 음식점이 첫 번째, 두 번째,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사항 아니겠습니까."

점검을 마치고 직원을 배웅한 하수영은 곧 다른 가맹점 위생점검도 확인했다.

가맹주 단톡방은 위생점검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상 없다고 하고 갔습니다.]

[평소보다 좀 깐깐하게 보기는 했는데 별말은 하지 않았어요.]

[강남구청장이 이번에 작정을 하고 음식점 단속하려나 봐요. 강남 전체에 위생점검 떴다던데.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다 하려면 진짜 한 달넘게 걸릴 거 같아요.]

[걱정할 거 없다고 봐요. 우리 수영레스토랑 체인점이 위생점검에서 걸릴 정도면, 강남에서 음식 팔 수 있는 가게 하나도 없습니다.]

평소보다 깐깐한 점검이지만 가맹점주들은 다들 낙관하고 있었다.

그만큼 하수영이 모든 가맹점의 청결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이 일어났다.

[이게 뭐죠? 저희 매장 영업정지 2주 처분 받았어요.]

[저희는 3주요.]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쪽 골목라인 지금 뒤집어졌어요. 위생점검에서 걸리지 않은 가게 가 없을 정도예요. 10개 중에 9개는 무조건 위생점검에서 걸린 거 같아요.]

[아니, 우리 옆의 한진설렁탕은 벌금 20으로 그쳤는데 우리 매장은 왜 영업정지 한 달인가요? 이게 말이 돼요?]

[이번 위생점검 뭔가 이상한데요? 꼭 누가 작정하고 우리 수영레스토랑만 노리는 것처럼…….]

[그건 억측 같아요. 저희도 억울하긴 한데, 보니까 음식점 하는 가게 들은 죄다 불이익받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구청장이 강남에 있는 모든 음식점을 다 때려잡으려나 봐요.]

하수영이 운영하는 본점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무려 두 달이나.

"……."

영업정지 통지서를 받아든 하수영의 안색은 굳어 있었고, 직원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지현 씨,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혀 말이 안 되죠. 수영오세안이 벌금 30으로 끝난 것도 이상해요. 우리 수영레스토랑이 두 달 정지 처분받을 정도면 수영오세안은 문 닫아야 돼요."

"형평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형편없는 결정인데요?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어요."

잠시 동안 생각하던 하수영이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돌발 이벤트가 열린 거 같아요."

"네? 돌발 이벤트요?"

"심시티 게임 해보셨죠? 도시 건설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요."

"해보진 않았지만, 뭔진 알아요."

"그거 게임 하다 보면 갑자기 태풍이 불거나 해일이 오거나 외계인이 습격하거나, 그런 돌발 이벤트가 생기잖아요. 게이머는 그 상황에 대처해서 도시를 재건하고 재난 정책을 시행하고, 그러는 거죠."

말도 안 되는 영업정지 두 달 체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수영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밝았다.

"너무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매너리즘에 시달리다 정신병 생겨서 제가 '또'미쳐 날뛸까 봐 이런 돌발이벤트가 생긴 거 같네요."

"……너무 긍정적이신 거 아니에요? 두 달 장사 못 하면 손해가 얼마나 큰데요."

"그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나노소프트가 레스토랑 식자재 부족하다고 맨날 하소연해요. 우리 한국 매장들이 쓸 식자재를 미국으로 보내면 됩니다."

수영레스토랑의 가장 큰 적은 구청이 아니다.

바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자재다.

지금도 미국 매장들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운영을 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매일 재료가 소진돼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은 유지될 겁니다. 한국에서 못 파는 거 미국에 돌려서 팔면 되니까요."

"그래도 가맹점주분들은 손해를 보실 텐데."

"물론 고통과 이익은 함께 분담을 하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의 바람직한 스탠스겠죠."

하수영은 곧 단톡방에 공문을 돌렸다.

「………해서, 영업정지 기간 동안 지출되는 임대료와 인건비는 본사에서 부담할 테니, 각 가맹점주분들은 이 기회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밤낮으로 장사한다고 몸 많이 축나셨잖아요.」

하수영의 지원 결정은 뜻밖의 재난에 신음하던 가맹점주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위생점검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3호기 빌딩에 건물안전점검이 나왔고, 하수영은 관리인으로서 충분한 안전관리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거 참, 이번 생은 착하게만 살아왔는데 누가 나한테 칼을 갈고 있을까? 설마 라면 시장을 빼앗긴 태양심? 아니야, 태양심이 날 칠 거면 이런 귀여운 짓거리는 안 했겠지."

태양심은 오래전에 반격을 포기한 상태다.

"프리덤을 탐내다가 판정패 당해서 깨갱한 서해그룹? 아니야. 그놈들이라면 차라리 실비아컴퍼니를 치지 왜 라면이나 파는 구멍가게를 치겠어."

하수영의 머릿속에 가장 신빙성 높은 용의자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백호열? 내 가게에서 유흥술집은 안 된다고 내쫓긴 것 때문에 앙갚음을 한 건가?"

가장 그럴싸한 인물이긴 한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런 귀여운 공격을 할 거면 진작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혹시 억지로 잊어버리고 있다가 저번 영화뒤풀이 때 마주쳐서 갑자기 뒤늦게 또 화가 났을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하수영은 박호진 변호사에게 연락을 걸었다.

자세한 사정을 듣고 난 박호진 변호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강남구청장이 제 고교 동문입니다. 제가 한 번 연락을 취해보죠. 뭔가 행정처리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네요.

"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은 하수영은 차에서 내려 저택 지상으로 올라갔다.

정원으로 나오자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서성거리던 최우석 노인이 다가왔다.

"하 사장, 들었어. 영업정지 먹었다며? 건물안전관리도 벌점 먹고."

"그게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요?"

"이 사람아, 청담 유지들 사이에서 자네한테 관심 없는 사람은 없네. 어떻게 된 거야?"

"구청장이 저한테 억하심이 있나 봅니다."

"뭐야? 감히 선출직 따위가 어디 선량한 국민에게 사사로이 공권력을 휘두른단 말인가!"

최우석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겠네. 안 그래도 이번 위생점검 때문에 열받은 건물주들 꽤 있어."

"그래도 구청에서는 법대로 점검했던데요."

"법 집행하려다가 강남 상권 다 죽이는 게 과연 올바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나? 영업정지를 120곳 이상 때리는 게 어디 말이나 돼?"

"120곳이나 됩니까?"

하수영은 혀를 휘둘렀다.

물론 강남 전체로 보면 120개 업소는 한 줌 흙이다.

하지만 요식업계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서 옆집 지붕을 박살 낸 꼴 아닌가.

"내가 지금 당장 구청 가서 구청장놈 나오라고 해야겠어."

"아, 그러고 보니 어르신 청담 지역유지셨죠. 그런데 구청에서 함부로 난동 부리시면 그래도 어르신 체면이……."

"난 그럴 자격 있으니 걱정 말아."

"네? 자격이요?"

"나 강남구의원이야. 그것도 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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