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69화
65장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원이나 저 차원이나(5)
본래 황비버섯의 시중 소매가는 킬로당 10만 원. 도매가는 5만 내지 8만 원을 왔다 갔다 하곤 했다.
하지만 프라임컴퍼니가 받는 납품가는 킬로당 천 원 이하다.
프라임컴퍼니는 그렇게 납품받은 라면을 자사 라면 상품 제조, 혹은 JM식품 등 제휴를 맺은 타 라면 회사에 제공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 달에 평균 10억 개의 라면이 팔리고 있다.
그중 99% 이상이 프라임컴퍼니, 혹은 프라임컴퍼니와 제휴를 맺은 회사 제품이다.
라면 소비자들은 이제 라면에 황비버섯이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제휴에 실패한 식품회사들은 태양심처럼 라면 사업을 아예 정리하는 길을 택했다.
국물이 들어가는 요리라면 무조건 맛을 높여주는 고급 식재료, 황금비단우산버섯 때문에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으니.
"국내에서 팔리는 게 6억 개 정도 죠?"
-그렇지. 나머지 4억 개는 해외에서 사가는 것들이고.
특히 월마트, 아마존은 아주 큰 손중 하나다.
그들의 손을 타서 수출되는 황비라 면이 한 달에 3억 5,000만 개가 훌쩍 넘는다.
"국방부 납품 물량을 대충 달에 2,083톤으로 잡고, 그중 1,800톤만 빼돌려서 해외에 킬로당 7만 원에만 팔아도 한 달에 1,260억 원입니다. 버섯 매입가를 1%로 잡고, 이거저거 비용을 다 빼더라도 90% 이상은 순이익으로 잡히겠네요."
-한 달에 1,134억 이상을 남겨 먹는 거로군.
"제대로 양아치죠. 재주 부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은근슬쩍 돈 챙기려고 하고."
전성렬도 유통업만 수십 년을 했다.
하수영의 설명을 듣고 나서 이제 제대로 정황이 파악되었다.
-서해식품을 의심하나?
"군납비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국방부 장관씩이나 돼서 이런 비리나 영업하다니, 이순신 장군께서 통탄하실 일이야.
"군피아들 세금 해처먹는 게 어디 한두 해입니까."
-근데 증거는 없잖나.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래서 미끼를 던져 봐야죠."
-미끼?
"네, 이걸 덥석 물면 99%였던 제 예상이 100%가 되는 거고, 이걸 안물면 녀석들이 눈치를 갔다는 뜻이 되겠죠."
-우리의 오해였다는 전개는 없구만.
"그럴 리가요. 황비버섯 때문에 우리 회사가 매출이 얼만데, 발 동동구르면서 손가락 빨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회사가 커지니까 확실히 여기저기서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는군. 근데 그 미끼라는 게 뭔가?
"그게요……."
하수영의 설명을 듣고 난 전성렬은 껄껄 웃었다.
-이 건에 숟가락 담그려고 기다리던 친구들,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겠어. 기껏 열심히 달렸는데 깃털 하나도 못 뜯게 생겼네.
"제가 마음이 동해서 베푸는 건 1조 달러도 안 아까운데, 누가 절 기만해서 뜯어가는 것은 1센트도 아까워서 부들부들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자네가 너무 손해 아닌가?
생각해 보니 그냥 자네가 여기서 발을 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 같은데.
"짬밥 몇 번 먹어보니 병사들이 안됐다 싶어서요. 군 생활 내내 이런 거 먹으면서 무슨 힘이 나서 나라 지킵니까. 국이라도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네요."
-참 마음이 넓어.
"그냥 병사들을 위한 자선사업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안 아깝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 이미지에도 좋은 홍보가 될 테고요."
-알겠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게.
"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 * *
3주 군사훈련의 마지막 일정.
연대가 아닌 용산 국방부로 출근한 하수영은 연수랍시고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
훈련병 신분이지만 국방부의 어느 누구도 하수영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대충 군수납품으로 국방부와 중요한 거래를 할 사람이라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점심이 지난 후 하수영은 장관을 만나서 시원스럽게 말했다.
"동업자가 OK 했습니다. 국가가 만족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조건'으로 황비버섯 납품하겠습니다. 일 년에 25,000톤이라고 하셨죠?"
"아주 잘 생각했네. 국가가 자네의 결단에 깊은 감사를 보낼 걸세."
국방부 장관 국병호는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내년부터 저 예비군 훈련 좀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입소하는 부대마다 내가 친히 전화 걸어서 부탁을 해놓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프라임컴퍼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발표해도 될까요?"
"프라임컴퍼니를 통해서 진행할 텐가?"
"농장법인으로 진행해도 상관은 없는데, 아무래도 인지도를 생각하면 프라임컴퍼니를 내세우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황비버섯하면 프라임컴퍼니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그래도 중간에 불필요한 유통라인 이 끼면 무의미한 세금 부담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프라임컴퍼니도 제 회사거든요."
그 말에 장관은 눈이 크게 떠지며 놀랐다.
"뭐라고?"
장관은 하수영이 황비버섯 농장주라고만 알고 있었다.
프라임컴퍼니에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것은 연구비 투자 등 뭔가 이유가 있어서일 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그 식품회사가 하수영 소유물이라고?
"네, 제가 지분 85%를 갖고 있습니다. 전성렬 사장님은 창업동업자 시구요."
"그, 그래서 황비버섯을 그 회사에만 독점적으로……."
"네, 버섯 다이렉스 판매망 만들려면 아무래도 라면 회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장관은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프라임컴퍼니가 라면 하나로 한 달에 올리는 매출이 1조 6,000억 원이었던가?
연 매출이 3조 원이 안 되던 국내라면 시장을 몇 배로 늘려 버린 바로 그 회사.
하수영이 오너라고?
'이, 이런 말은 없었는데.'
장관은 '이 건'에 끼어든 관계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런 중요한 변수를 왜 사전에 이야기해 주지 않은 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럼 프라임컴퍼니 통해서 기자회견 열고 군납 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통 큰 양보했는데, 애국기업이라는 이미지 정도는 얻어야지 않겠어요?"
"그, 그렇게 하게. 다만 대국민 발표는 국방부와 공동으로 하는 게 좋겠어."
"물론이죠. 그래도 그 전에 언론사에 보도해서 기사 몇 줄 뿌리고 싶습니다."
"그 정도야 상관없지."
* * *
서해식품을 지주회사로 하는 서해 식품그룹은 서해그룹의 방계 재벌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식품회사였던 태양심도 이 그룹 소속이다.
서해식품이 지주회사이지만 그룹의 실권은 태양심이 단단히 쥐고 있다.
"그래? 잘 풀렸다고?"
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서해전자 이현덕 부회장의 사촌이기도 한, 태양심 이정훈 사장은 기분이 좋았다.
"네, 국방부에서 황비버섯 군납 프로젝트 타결을 봤습니다. 지금 대국민 발표 시기만 조율하고 있는데, 그 전에 프라임컴퍼니 측에서 홍보를 위해 보도를 슬쩍 흘릴 예정입니다."
"납품가는? 그게 가장 중요해."
"매우 합리적인 조건으로 납품할 거라고 장담했답니다."
"좋아, 아주 좋아."
"프라임컴퍼니는 버섯만 납품하고 그 외는 일절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납품된 버섯을 조리용으로 가공, 보존처리해서 공급하는 것은 '유선 식품 담당이 될 겁니다."
유선식품은 국방부에 식재료 등 먹거리를 납품하는 3대 업체 중 하나다.
서해식품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지만 많은 국민들은 유선식품이라는 회사 이름을 알지 못한다.
"이제야 라면 시장 철수 때문에 입은 손해를 조금은 벌충할 수 있겠어."
이정훈 사장은 프라임컴퍼니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황비버섯라면을 처음 출시했을 때, 저들이 자기 살 깎아 먹는 중이라며 비웃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될 정도다.
버섯 재배단가 인하에 성공했다는 것을 빨리 눈치챘더라면, 라면 시장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을 텐데…….
"이번 일,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돼. 군 장성들하고 국방위원회에도 아낌없이 기름칠해. 알겠나?"
"예, 사장님.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길어야 2년 정도다. 우리가 해먹을 수 있는 게. 그 안에 살뜰하게 챙길 거 챙겨야 한다."
어떻게 황비버섯 재배단가를 인하했는지는 아직 개발한 농장주 외에는 모른다.
하지만 이 바닥에 비밀이 어디 영원하던가.
머지않아 재배법이 널리 알려질 것이고, 그리되면 농장주가 황비버섯독점으로 재미를 보는 것도 끝이다.
서해식품그룹은 그 전에 대대적으로 재미를 보고 빠질 생각이었다.
* * *
전성렬은 언론사와 접촉해서 인터뷰를 가지고,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소식을 흘렸다.
[고급 식재료 황금비단우산버섯, 장병들 식단에 오른다!]
[프라임컴퍼니, 황금비단우산버섯군에 납품하기로 결정!]
[남은 것은 국방부와의 가격 협의.]
소식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프라임컴퍼니가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국물 요리에 필수 요소인 식재료가 저렴해졌으니, 군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다.
[황비버섯, 매년 25,000톤 납품 예정!]
[군대 짬밥, 이제 별 1개 미쉐린급 요리로 승격되나?]
[군대밥이 이렇게 맛있어졌어요.]
[맛없는 식사에 투정부리던 것은 이제 옛말. 한식 레스토랑 못지않은 특식이 매번 나온다!]
현역병, 입대 대기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관심을 갖고 기사를 살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기사가 정말 사실이냐고 국방부와 병무청에 문의하는 전화가 많아졌고, 국방부는 슬슬 공식발표를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일이 마침내 다가왔다.
두 시간 뒤에 있을 발표를 위해 마지막 점검 중이던 국방부 전력관리자원실장은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바로 서해식품그룹 태양심의 박전보 전무로부터 온 전화였다.
"네, 전무님, 전화받았습니다."
-윤 실장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기사 안 보셨습니까? 두 시간 후면 군납 정식 발표일인데, 왜 지금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겁니까? 지금 우리 사장님 격노하셨습니다.
"기사라고요?"
윤정학 실장은 당황해서 반문했다.
지금 박전보 전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허어, 전혀 모르셨던 겁니까? 중 원일보에서 오늘 3면자에 뜬 기사 한 번 보세요.
"지금 바로 보겠습니다."
윤정학 실장은 전화를 받은 채로 재빨리 웹페이지에서 기사를 검색했다.
국방부 황비버섯 납품 건으로 중원일보가 프라임컴퍼니 정서희 부사장이 가진 인터뷰였다.
인터뷰 내용을 훑어본 윤정학 실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 박 전무님!"
-이제 보셨습니까? 이걸 어떡할 겁니까? 이미 유통세팅 다 마쳐놨는데 이제 와서 프라임컴퍼니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군이 프라임컴퍼니와 이미 사전에 이야기된 거 아닙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데요?
"절대, 절대 아닙니다."
-당장 두 시간 후가 발표인데 이걸 어떻게 할 겁니까!
프라임컴퍼니 정서희 부사장의 인터뷰 보도는 그렇게 군납 정식 발표를 두 시간 남겨놓은 국방부와 서해 식품그룹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국방의 의무로 고생하는 장병들을 위해 한 명당 매끼 50g의 황금비단 우산버섯을 취식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군에 '무상'으로 납품하겠습니다.]
[생버섯이 아닌, 미리 조리용 육수로 가공하여 취사병들이 조리하기 편한 통조림 형태로, 전 부대에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납품하겠습니다.]
"자, 이보다 더 합리적인 조건은 있을 수가 없지요."
"저놈들이 이걸 안 받으면 99%가 100% 되는 거구만."
"안 받아요. 못 받죠. 이러면 군납중간에 서해식품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