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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282화 (282/1,270)

프랜차이즈 갓 282화

68장 슬기로운 의정 생활(5)

하수영은 문화재청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체크했을 때가 금값만 1,000억 원 정도였나?'

묻혀 있던 문화재는 대부분 금이나은 같은 귀금속으로 된 것들이었다.

유물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귀금속으로서의 가치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발굴이 오래 걸린 것은 손상이 가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캐내느라 그런 것이다.

또 미처 찾아내지 못한 문화재가 있는지 살샅이 뒤지느라 시간이 더 소요된 것도 있다.

"발굴 다 끝났다는 연락받고 찾아왔습니다. 황규진 계장님이 어디 계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하수영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황규진 계장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40대의 머리숱이 많지 않고 배가 나온 중년 남자였다.

"아, 하수영 선생님? 이쪽에 잠시 앉으시죠."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를 안내한 황규진은 어디선가 두툼한 서류철을 가져와서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에, 그러니까 프리덤. 그게 몇 페이지에 있었지?"

[지금 보시는 서류철 23페이지에 있습니다. 감정 가액은 7조 3,521억 8,710만 원입니다.]

"아, 선생님. 여길 보시면 종합감정가액이 나와 있습니다. 모두 합쳐서 7조 3,521억 8,710만 원입니다."

하수영은 서류철을 받아들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르륵 훑었다.

각 서류마다 발굴된 문화재를 다각도에서 찍은 사진 여러 장, 상세한 설명, 진위 여부와 추정연도, 그리고 감정가액과 감정을 한 전문가들의 이름 및 직함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꽤 짜게 감정가를 매겼네. 경매에 넘기면 이거보다 최소 세 배 이상은 받을 텐데.'

어쩌면 경매 시작가가 3배에서 형성될지도 모른다.

'뭐, 나라에서 매기는 공시가라는 게 원래 다 그렇지.'

양호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따지기에도 애매하게 감정을 해놨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선생님 같은 경우, 문화재 보상금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감정한 가격의 50%로 책정됩니다."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께서 받으실 보상금은 3조……."

[3조 6,760억 9,355만 원입니다.]

"이렇게 되겠습니다."

대답을 대신 해준 것은 황규진 계장의 프리덤이었다.

사용자들이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프리덤을 소소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하수영은 왠지 보람찬 기분이 들었다.

복잡한 회계관련 조언이 아니므로 전문적 업무 투입 금지라는 제한조건에 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보상금도 소득이니만큼 따로 세금을 내셔야 합니다."

"그렇겠죠."

"3조 6,760억 9,355만 원에서 세금 22%를 제외한 금액이 제공될 겁니다."

"언제 받을 수 있나요?"

어느덧 사무실의 분위기가 쥐 죽은듯이 조용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조 원이 넘는 거액의 보상금.

그 행운의 주인공이 바로 하수영이라는 것을 다른 직원들이 알아차린 덕분이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이야? 금덩어리 문화재 쏟아져 나왔다는 서락산 원주인?'

'그렇대.'

'와, 저렇게 젊은 사람이 어쩜'

'보상금이 3조 원이 넘는다는데 저렇게 덤덤한 거 좀 봐. 저럴 수가 있어?'

'내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원래 엄청난 부자래. 버섯 팔아서 수천억 인가 벌었대.'

'그래도 3조 원이잖아, 3조 원!'

엘릭서 덕분에 예민해진 기감은 그런 작은 수군거림을 남김없이 주워들었다.

하수영은 속으로 피식거리며 대화에 임했다.

"지금 문화재청에 그만한 예산이 없는 걸로 아는데, 보상금을 언제 받을 수 있는 거죠?"

"그게…… 이게 워낙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저희도 무척 당황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루아침에 3조 원이 넘는 돈을 무슨 재주로 만들어내나.

이 정도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 통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대응할 만한 매뉴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청으로서는 창립 이후 처음 겪어보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다.

"일단 보상금은 그렇게 확정이 됐으니 알아두시면 될 거 같고, 지급에 관해서는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근데 이 정도 사이즈면 국회 추경예산안 통과를 기다려야 하는 수준 아닌가요?"

"그건 일개 직원인 제가 함부로 장담을 드릴 만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류에 서명을 하고 확인증을 챙긴 하수영은 그대로 문화재보상관리과를 나섰다.

'과연 제때 돈을 주려나?'

보상금이 10억, 20억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금방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야 할 실수령액이 세금제하고 2조 8,673억 원이 넘는다.

서락산에서 문화재가 발굴될 때만 해도 큰돈이었다.

그러나 라면 시장을 독식하고, 정유사업에도 한 발 걸쳤으며, 수영레스토랑이 서울 배달시장을 접수했다.

나노소프트가 미국 요식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프리덤 서비스정산금이 실비아컴퍼니에 쌓이고 있는 지금.

'3조도 안 되는데, 뭐…….'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그 보상금을 조금 더 일찍 받았더라면, 아트록 부지를 그렇게 헛되이 빼앗기지 않았을 텐데.

'아, 갑자기 생각하니 열 받네.'

이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나보다.

차라리 보상금을 절반 이상 깎더라도 작년에 바로 받았으면 아트록 부지는 지금 어엿한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었을 텐데.

***

"그래? 자네 정치인 신분 가지고 별말은 안 했다고?"

"네, 제가 기초정치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눈치던데요."

프리덤을 통하면 쉽게 알 수 있지만, 하수영은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최고관리자의 권한을 남용했다가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게 되고,프리 덤에 대한 신뢰 추락만 있을 뿐이다.

프리덤도 그 점을 알기에 굳이 하수영한테 유리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래도 서락산 수용 당시 제가 골는 트러플로 돈을 꽤 번 건 웬만큼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팟디서플라이, 세게 농산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농업 기업이자, 골든 트러플 최대 공급자.

팟디서플라이에 골든 트러플을 팔아서 4,500억 원을 번 에피소드는 문화재청 직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세금을 떼도 약 2조 8,000억이라……. 문화재청이 정말 난감하겠는데, 나 같아도 어떻게든 떼먹든가, 아니면 지급을 최대한 미룰 궁리를 할 거 같아."

"저도 쉽게 받을 거라고 생각 안되네요.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렵니다."

"받을 사람이 느긋하게 있으면 줄사람은 더 안 주려고 하는 법이야. 3조 가까이 되는 돈인데 당연히 악착같이 받아야지!"

"시효는 안 넘길 테니 걱정 마세요. 어차피 상대는 국가라서 돈 떼먹고 도망가고 싶어도 못 갑니다."

***

실비아컴퍼니 근황을 들었다.

프리덤이 보인 퍼포먼스 덕분에 쿠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들이 여전히 달달 볶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특히 헤슬라 자동차에서 자율주행기능 협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사 주행 인공지능에 프리덤을 탑재하고 싶어 합니다."

"자동차 시장 진출은 별로…… 레드오션에 발 함부로 담그면 두고두고 골치 아픈데요."

"헤슬라 자동차에 프리덤을 기본 장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괜찮을 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음 헤슬라 자동차는 기술제휴를 요구했다.

하지만 실비아컴퍼니로서는 굳이 헤슬라 자동차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실톡의 독점적인 지위에 영향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헤슬라 자동차는 아예 프리덤 서비스를 B2B 패키지 제공을 제안했고, 실비아컴퍼니 경영진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냥 프리덤은 개인비서 서비스로 남겨둘 때가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오철현은 경영자로서 아쉬웠지만, 일단 이 정도에서 물러서기로 했다.

그는 비단 수익 문제가 아니라, 프리덤이 자율주행까지 도맡는다면 세상이 천지개벽할 거라고 생각해서 설득을 했던 것이다.

"참, 근데 국회에 진출하십니까?"

"아뇨,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시죠?"

"제가 들은 게 있어서요. 여의도에서 지금 수영 씨 이름이 심심찮게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하수영의 자산 내역은 웬만한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공직자 재산 신고를 마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은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다.

프리덤 서비스 수익 배분은 법인 명의로 진행되며, 하수영은 단지 그 법인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아직 정산도 안 했다.

"여의도에서요?"

"네, 그래서 저는 조만간 국회에 진출하시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구의원 출마도 미리 기반을 다지시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구의원 출마는 제가 청담에서 음식 장사를 하다 보니 지역일꾼 타이틀을 갖고 있으면 유리할 거 같아서 나간 건데요."

"아, 그러신가요."

"시의원만 나가도 제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못 하고 상당 부분 접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뭐하러 국회의원에 뜻을 둡니까. 주객이 완전히 전도되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왜 그런 말이 도는 걸까요."

"공직자 재산신고 한 거 때문에 절 끌어들이고 싶은 정치 거물들이 있는 거겠죠. 최우석 의원님도 소싯적에 국회에 입성시키려고 여기저기서 유혹이 정말 많았다고 하더군요."

"조금 아쉽긴 하네요. 수영 씨가 국회의원 하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큰일 날 말씀을 하시네요."

"하하, 왜요. 수영 씨는 국회의원을 하셔도 아주 잘하실 거 같은데요."

"전 일단 했다 하면 끝장을 봅니다. 국회의원이요? 일단 당선됐다 싶으면 기본적으로 개헌까지는 마쳐야죠."

"……."

"승천이 귀찮아서 가만히 있는 10억 년 묵은 용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모두에게 좋아요."

내용만 보면 농담 같지만, 너무 진지한 어조에 오철현은 괜히 헷갈렸다.

지금 농담으로 한 말이야, 진담으로 한 말이야?

***

오전에 청담동 휴민트타워 실비아컴퍼니 방문을 마친 뒤, 하수영은 곧바로 구의회로 출근했다.

구의회 업무를 보고 난 후 출장뷔페를 불러 의회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었다.

오늘은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지 않고, 최우석 부의장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갔다.

최우석은 자주 다니는 단골바로 안내했다.

바 사장은 30대 후반의 단아한 미인이었다. 나이를 듣지 않았으면 20대 후반에서 갓 30살로 착각했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된 여성이었다.

"우리 유 사장, 내가 알고 지낸 것만 15년이거든. 처음 일했을 때 어리버리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근데 생각보다 손님이 적네요?"

"유 사장도 소일거리로 하는 거야. 어차피 이 건물이 유 사장 거거든."

"청담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안 그랬으면 선의의 경쟁을 할 뻔했네요."

바에는 둘을 제외하고 손님이 없었다.

둘은 조용히 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자네가 구의정 업무를 너무 잘해 줘서 여기저기서 칭찬이 자자해. 진작 권할 걸 그랬어. 이렇게 편해질 줄 몰랐네."

"동네가 평온해야 저도 기분 좋게 장사할 수 있잖습니까."

"조금 밥맛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어. 물론 원인은 내가 아닐세. 난 알려만 주는 거야."

"무슨 일이시죠?"

"지금 여당에서 자네를 중앙정치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

"저도 오늘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그냥 헛소문은 아니었군요."

"그래? 이미 들었어?"

"네, 국회에서 제 이름이 심심찮게 오간다고 하더군요."

"근데 별로 건전한 이유는 아니더라고."

최우석은 술을 단숨에 입에 털어 넣고는 말을 이었다.

"자네가 받을 문화재 보상금…… 거기에 숟가락 얹고 싶은 정치인들이 어지간히 많은 거 같아."

"결국 그겁니까?"

"내가 어이가 없어서, 다들 자네가 중앙정치에 진출하고 싶어 안달이나 있는 줄로 알고 있네."

"그걸 빌미로 보상금에서 삥 좀 뜯으려는 거네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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