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90화 (290/1,270)

프랜차이즈 갓 290화

70 장 치킨은 버섯과 함께 (4)

60,006명.

최종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숫자였다.

가맹점 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서 부적합한 이는 거절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매장이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었다.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은 약 900억 원 정도가 들었다.

일체의 위약금 따위 없이 자연스럽게 해지 가능한 점주들이 많은 덕분이다.

가맹점주들은 특히 가입비, 교육비가 없다는 점에 좋아했다.

"정말 가입비와 교육비가 없는 겁니까?"

"네, 없습니다.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인테리어 비용과 타 프랜차이즈와 달리 최소한으로 잡고 있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장부를 별도로 공개하겠지만, 인테리어 장사로 본사에서 가져가는 것은 1원도 없습니다."

"정말 의외입니다. 보통은 인테리 어에서 어떻게든 남겨먹으려고 하는 법인데……."

"가맹점과 상생하는 것이 본사의 원칙입니다. 치킨 장사로 인한 이윤만 나누는 게 사업주의 철저한 원칙이죠."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면 보통 본사는 인테리어, 가입비, 교육비 등 이것저것 온갖 명목을 붙여서 돈을 뜯어간다.

본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하나 가지고 힘없는 가맹점주들의 퇴직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 수영치킨은 그런 거 싹 걷어 냈습니다. 아, 해지 비용도 대신 부담해 주는 브랜드인데요.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이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나중에 수영레스토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업주께서는 정말 공생을 중요시하게 생각하십니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재료들의 가격을 들은 가맹점주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아니, 닭을 그렇게 저렴하게 주신다고요?"

"네, 서해식품과 대량 공급 계약을 맺어서 싸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는 거기에 정확하게 보관비, 운송비만 붙여서 제공합니다."

점주들은 그 부분에서 또 한 번 감동했다.

"저희가 점주들 상대로 생닭 중간 장사할 것도 아니라서요. 닭을 백마리, 천 마리 드려도 본사에서 가저가는 것은 단 1원도 없습니다. 물론 손해 보는 것도 없지만요."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어떻게든 이것저것 마진을 붙여서 남겨 먹으려고 하는데, 수영치킨은 정말 다르네요."

"그런 거 사업주가 정말로 혐오하십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더니, 역시 그 말이 맞았습니다."

"그 대신 위생이나 브랜드 이미지 관리 부분에서는 정말 엄격하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조금이라도 브랜드에 해가 입히는 행위를 하시면 안됩니다."

"당연하지요. 근데 왠지 그런 부분은 또 가차 없으실 거 같아요."

"예, 맞습니다."

***

주희도는 서해식품을 찾아서 생닭구매 계약을 맺었다.

한 달에 최소 6,000만 마리 이상의 생닭을 구매하겠다는 조건을 내비치자 서해식품 육계사업 책임자는 땅에 머리라도 처박을 듯한 기세였다.

"어디까지나 최소 구매 물량입니다."

"한 달에 2억 마리 이상 공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리 서해식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육계 농장으로부터 생닭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납품 문제는 염려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계약을 체결한 육계사업부 장태섭부장은 미팅을 마치고 날아갈 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부장님, 수영치킨 매출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다른 프랜차이즈 매출이 줄었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차피 제로섬이잖습니까."

"어?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럼요. 가천치킨, BBC 등 여러 치킨 브랜드에서 사가던 물량이 수영치킨으로 넘어갔을 뿐이에요. 지금 우리나라 5대 치킨 브랜드는 폐업 직전입니다. 남아 있는 가맹점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랍니다."

그제야 장태섭 부장은 이게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닭 매출이 껑충 뛰어오른 게 아니라, 여기서 사가던 것이 '저기'로 넘어갔을 뿐이다.

제로섬이다.

"그래도 우리 생닭 매출에는 지장이 없겠지?"

"사람들이 치킨을 갑자기 덜 먹을리는 없으니 우리가 손해 볼 일은 없겠죠. 다만 여러 군데에서 자잘자 잘하게 구매하던 게 덩치 큰 한 명한테 넘어가 버렸으니…… 그게 문제죠."

"……슈퍼을의 등장이군."

사업 관계에서는 결국 많이 사주는 놈이 갑이다.

달에 최소 6,000만 마리 이상의 생닭을 꾸준히 구입하는 바이어. 서해식품의 입장에서는 마냥 달가운게 아니었다.

한편 서해식품 본사에서는 수영치킨 브랜드의 등장을 좀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수영치킨? 이거 황비버섯 농가에서 런칭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아닌가요?"

"맞습니다."

서해식품 사장 서인모는 조용히 보고서를 훑었다.

가뜩이나 얼마 전 자회사 태양심에서 추진한 황비버섯 군수납품 수저얹기 작업이 실패한 상황인데…….

"얼마 전 코엑스와 벡스코에서 치킨 브랜드 런칭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게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 농장주가 이번에 강남구의원에 당선됐다고 했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거 더 껄끄러운 사람이 됐군요."

하수영, 프라임컴퍼니의 실질적인 소유주.

바로 서해식품 자회사인 태양심의라면 사업을 빼앗아 가버린 그 회사의 주인이다.

"어쨌든 이제는 초대형 바이어가 됐으니 우리도 그 친구를 잘 관리해야겠군요."

서인모는 한편 앞으로는 뒤틀린 관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프라임컴퍼니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게 내심 불편했는데, 이참에 공생관계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대표님, 태양심 이정훈 사장님 전화입니다."

"연결하세요."

자회사 사장이지만, 서해식품그룹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고용 경영인인 자신과 달리 오너일가다.

"이 대표, 무슨 일입니까?"

-서 대표님, 수영치킨과 생닭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네, 맞습니다."

-아니, 안 그래도 얄미운 경쟁사한테 판 키워주는 일을 하면 어떡하십니까? 생닭 공급을 막아야 그놈들이 치킨 시장 잠식하는 걸 막을 수 있잖아요.

라면사업에서 철수한 것 때문에 이정훈 사장은 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서인모는 잠시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대표, 수영치킨이 사겠다는 생닭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한 달에 최소 6,000만 마리예요, 6,000만 마리."

-……그 정도나 된다고요?

"이 제안 거절하면 제 자리 날아갑니다. 저뿐만 아니라 임원들 줄줄이 물갈이될 겁니다. 회장님이 가만히 있으실 거라고 보십니까?"

부친의 이름이 언급되자 이정훈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프라임컴퍼니 말인데요, 정치권에도 연줄이 있어요."

-네? 정치권에요?

"그래요, 하수영 사장이 이번에 보궐선거 당선돼서 강남구의회에 입성했습니다."

-아니, 그래 봐야 기초의원 아닙니까?

"혹시 아직까지 소식 못 들었습니까? 서락산 문화재 발굴 행운의 주인공. 보상금으로만 2조 하고 몇천억을 수령했다는 농장주 말입니다."

-네? 설마 그게 프라임컴퍼니 소유주라고요?

이렇게나 소식이 느려서야.

서인모는 혀를 끌끌 찼다. 이정훈은 도대체가 뉴스를 보지도 않는가 보다.

'군납에서 물 제대로 먹고 어지간히 기분이 나빳나 보군.'

"그 친구, 지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 당으로 끌어들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웬만한 재벌 회장보다 더 많은 현금과 부동산을 쌓아두고 있는 친구입니다. 우리 서해식 품그룹 전 계열사가 가진 현금보다 더 많겠네요."

-…….

"이 와중에 생닭 구매 계약을 맺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정훈은 문화재 보상금 행운의 주인이라는 말에 어지간히 충격을 먹었는지, 그 뒤로는 제대로 항의를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

하수영은 최우식과 함께 청담동 자택 한옥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주신인 부친이 오래전에 지은 것, 신의 힘이 깃들어 있어 건강에 작은 도움을 주는 한옥이다.

"배달치킨을 한다고? 아이구, 한 수만 물러주게."

"또 이러십니다. 네, 물러드리죠. 이제 15번 물러드린 겁니다."

"돌 9개를 깔고 해도 개박살이 나니 어쩔 수 없잖은가."

하수영은 돌을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가맹점은 60,006개 확보했습니다. 여기서 굳이 더 늘리지는 않으려구요."

"내가 치킨 쪽은 잘 몰라서 그러는 데, 6만 개면 어느 정도 규모인 건가?"

"우리나라 치킨 매장 수가 8만 8,000개 정도 됩니다."

"거의 싹쓸이를 했군그래. 그럼 라면에 이어서 치킨 시장도 우리 하의원이 먹는 건가?"

"지금은 하 사장입니다. 네, 치킨 시장 독점 한 번 해보려고요."

"어쩐지, 얼마 전부터 치킨 사장이라는 지역 주민들이 자꾸 사무실로 찾아오고 그러더라니."

"아마 이번에 가입한 가맹점주들일거예요. 제가 누군지 아시더라고요."

"강남에서 자네 모르면 간첩이거나 타지역 주민이거나 그렇지."

"에이, 저번에 청담 클럽 갔을 때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 명함 내밀어도 이게 누구야 하는 얼굴이더라고요. 다들."

"아니, 클럽은 왜 갔어?"

"김주원 사장이라고 제가 갖고 싶은 건물 가진 건물주인데, 클럽에 술 먹으러 왔다고 해서 우연을 가장하고 만나려고 갔던 겁니다."

"부지런하구만. 근데 그 친구가 클럽 온 건 어떻게 알고?"

"인스타 실시간 관찰 중이거든요.

요즘에는 SNS로 자기가 뭐하는지다들 실시간 공개하는 추세라서요. 제가 이긴 거 같네요."

"크으…… 한 수만 더 물러주는 건 안 되겠지?"

"이미 게임 끝났습니다. 그냥 새게임 하시죠."

최우석은 잠시 쉬면서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부채를 든 그는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근데 부의장님, 축산업 쪽에 연줄이 좀 있으시다고 하셨죠?"

"없지는 않지. 내 조카가 소 목장적당하게 하나 하고 있어. 한 300마리인가 키우고 있을 거야."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면 크게 하는 거네요."

"근데 축산은 갑자기 왜?"

"아무래도 서해식품에서만 생닭을 구매하는 건 안심이 되지 않아서요. 생닭 구매 루트를 예비로 몇 개 더 확보해 놓으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이지. 원래 길은 여러 개를 터놔야 안전한 법이야. 막말로 서해식품이 하루아침에 망하기라도 해봐."

"닭 농장 쪽으로 한 번 연결을 해볼 수 없을까요?"

"기다려 봐."

최우석은 곧바로 전화를 꺼내서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마디 짧게 통화를 하고 난 뒤 최우석은 전화를 든 채로 하수영한데 말했다.

"조카 친구 중에 닭 키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 근데 이미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대. 보니까 닭 농장들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하나 봐."

"서해식품이죠?"

"응, 아무래도 서해식품이 국내 생닭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잠시만."

최우석은 다시 조카와 통화를 한 뒤 말했다.

"1년 이상 출하량 전부를 책임져주는 조건 아니면 농가들이 아마 안할 거라는데? 나 순간 웃음 참느라고 혼났네. 어쩌지?"

"농가 일단 100개 정도는 확보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최우석은 다시 통화를 하고 돌아보았다.

"조카가 자기가 닭 농장 해도 되냐고 묻는데?"

"소 키우시는 분 아니었습니까?"

"조카가 지금 심심풀이로 500마리 정도 키우나 봐. 조건만 맞는다면 제대로 해보겠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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