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293화
71 장 시작은 500이지만……(3)
"청담의 맛, 청담의 인심, 오늘 한번 제가 보여드립니다."
하수영은 자신만만한 기세로 최진국 가족들을 맞이했다.
사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도착했을 때, 최진국은 다소 긴장했다.
으레 그렇듯이 부부간 나이 차이에 관한 질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염려 했던 것이다.
아내는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어쨌든 이십 대, 그리고 자신은 오십이다.
누가 봐도 부부와 딸이 아니라, 조부와 딸, 손녀로 볼 조합 아닌가.
'따님이세요? 아, 사모님이시구나.'
'와이프분이 무, 무척 동안이시네요.'
나이 차이에 주목한 이들의 눈빛은 결국 하나의 종착점을 향해 나아간다.
둘이 어떻게 결혼했지?
사랑 말고 돈 때문에 결혼한 건가?
그런 세속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런 게 일절 없었다.
"오, 따님이 참 귀엽게 생겼군요. 치킨을 아주 좋아하게 생겼어요. 혹시 참치는 좋아하니?"
"참치요? 네! 좋아해요!"
"좋아, 오늘 이 오빠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안전한 참치를 한 번 보여줄게."
하수영은 세 가족을 2층에 있는 수영오세안 별실로 안내했다.
먼저 50kg짜리 통참치를 가져와서 가족들 앞에서 선을 보였다.
"우와, 이게 뭐예요?"
"후후, 이게 바로 무공해 청정 참치란다. 위험한 중금속이 전혀 없어서 안전하게 먹을 수 있지."
애들이 뭘 알겠느냐만, 하수영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 옆방에서 이 참치를 손질해서 가져올 거야.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면 돼."
그때 최진국의 아내, 박혜정이 급히 손을 들었다.
"혹시 우리 딸아이 교육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네, 아무래도 눈앞에서 참치를 해체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트라우마가 남을까 싶어서요."
"우리 딸, 닭 모가지 따는 거 보고 불쌍하다고 울면서 맛있다고 잘만 먹은 아이예요.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
"시골에서는 다 이렇게 키워요. 강하게."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참치를 내려놓고 칼을 들었다.
그의 참치 해제용 전용 칼, 서리 한.
어린 우희는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칼끝과 참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현란한 칼놀림이 획획 지나갔고, 참치는 순식간에 몇 덩이로 해체되었다.
"엄마, 참치가 너무 불쌍해! 흑흑!"
"불쌍하니까 내가 많이 먹어줘야지! 흑흑!"
"우와, 참치가 너무 맛있어요! 오빠 최고!"
하수영은 정갈한 요리사 복장을 한 채 참치 요리에 심취했다.
대뱃살 타다키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스테이크 초밥을 쥐여주기도 했다.
보조를 위해 드나들었던 직원이 주방에 가서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 사장님, 초밥 쥐는 솜씨가 장난 아닌데요?"
"뭐?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에요. 저 무슨 몇십 년 초밥쥔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요. 손놀림이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어휴……."
"강남구의회에서는 구의원들한테 초밥 쥐는 법도 가르치나?"
아무튼 하수영의 요리 솜씨에박혜정과 최우희는 감탄을 거듭하며 식사를 했다.
참치와 수영치킨을 뜯으며 고달픈위장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자, 후식입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은 프리미엄 수영라면을 한 번 드셔보시죠."
"와, 맛있겠다."
버섯 등 각종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간 라면을 보고 최우희는 군침을 삼켰다.
이미 적당히 배가 부른 상황이었지만, 이런 음식이라면 또 들어갈 것 같았다.
최우희는 그저 맛있는 라면이라고만 받아들였지만, 박혜정은 반응이 달랐다.
그녀는 거의 눈물이 그렁그렁할 정도로 맛에 감격했다.
"이런 치킨도, 이런 라면도 처음 먹어봐요. 이게 바로 청담의 맛이라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만든 청담의 맛이죠."
"여보, 우리도 청담으로 이사 오면 안 돼요?"
"아니, 이 사람아.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이사를 해?"
"청담으로 이사 오면 이런 거 매일 먹을 수 있잖아요."
최진국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여보, 이 동네 이사 오려면 집 크기는 포기해야 돼, 35평짜리 아파트가 20억이 넘는 동네라고, 여긴."
"뭐가 그렇게 비싸요?"
"청담이니까. 당신, 그 넓은 정원딸린 집에서 살다가 50평도 안 되는 아파트에서 살 자신 있어?"
"……."
결국 박혜정은 눈물을 머금고 더 이상의 투정을 포기했다.
대신 조건을 붙였다.
"앞으로 서울 출장 올 때마다 무조건 우리도 데려와 주기."
"알았어, 알았어."
"아빠, 진짜 약속이야?"
"알았다니까. 약속 지킬게."
처자식의 칭얼거림에 시달리는 최진국을 조용히 구경하면서, 하수영은 입가심용 음료수를 차분히 따랐다.
목장으로 돌아온 최진국은 곧바로 양계장 건축을 시작했다.
양계장뿐만 아니라 부화장도 함께 짓기 시작했다.
따로 외부에서 병아리를 공급받지 않고, 알부터 직접 키워서 닭을 키울 작정이었다.
500만 마리 선매출 100억 원이 발생한 덕분에, 시설을 갖추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거기에 원래 사업에 투입하려던 자신의 돈까지 보탰다.
"사장님, 땅을 왜 이렇게 많이 사신 거예요?"
"아, 나중에 시설 확장할 때 땅 모자라면 골치 아프잖아. 그렇다고 확장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떨어뜨려서 지을 수도 없고, 땅은 미리미리 확보해 둬야지."
수영치킨을 맛본 최진국은 치킨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강하게 확신했다.
'적어도 언젠가는 내가 30% 이상 조달할 수 있게 해야 해.'
초기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어렵다.
시설 세팅이 다 끝나고,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해서 첫 출하량이 나올 때까지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릴 것이다.
***
수영치킨은 대대적으로 프랜차이즈 광고를 했다.
CF모델은 당연히 장효주가 맡았다.
-100% 황금비단우산버섯에서 추출한 식용유로 만든 치킨을 드셔 보세요.
황금비단우산버섯은 이제 대한민국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는 식재료였다.
원래는 가정주부나 전문 요리사들이나 알던 고급 식재료였지만,황비버섯라면 덕분에 어린아이도 아는 국민 식재료로 등극한 것이다.
이제는 중고생들도 황금비단우산버섯이 국물 요리에 필수적인 요리라는 사실을 안다.
"뭐? 황비버섯 기름으로 치킨을 튀긴다고?"
"왠지 맛있을 거 같은데? 장효주가 광고한 음식들은 죄다 맛있었잖아?"
"근데 엘릭서드링크인가 하는 건 홍보는 많이 하는 거 같은데 왜 주변에 먹는 사람이 없는 거지?"
"황비버섯 기름으로 튀긴 치킨이라…… 얼마나 맛있을까? 한 번 먹어봐야겠다."
"오픈 기념 이벤트 장난 아니게 하는데? 초기 홍보비용으로 이렇게나 많이 쓴다고?"
수영치킨은 오픈 행사로 다양한 이 벤트를 준비했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한 마리를 추가로 주는 1+1은 기본에다가, 청소년 할인이나 신혼부부 할인 등, 다양한 조건을 들어서 어떻게든 할인 쿠폰을 퍼주었다.
대미는 사은품이었다.
-오픈 기념 한 달 동안 구매해 주신 고객분들 중 추첨을 통해 푸짐한 경품을 드립니다.
-10,000분께 문화상품권 10,000원권을 드립니다.
-500분께 에어팟 프로를 드립니다.
-50분께 신형 맥북을 드립니다.
-1분께 페라리 스퀴우스 모델을 드립니다.(제세공과금 당사가 부담)
소비자들은 사은품 목록에 열광했다.
-진짜야? 진짜 이걸 다 준다고?
-와, 누군지 몰라도 1등 되면 장난 아니겠다.
-페라리 스퀴우스 모델이면 4억넘는 건데, 진짜 이걸 준단 말이야?
-그래도 제세공과금은 부담해야 하니까, 줘도 못 타고 다닐 거 같은데?
-아냐. 여기 작은 글씨를 제대로 봐봐. '제세공과금'도 당사가 부담한다고 하잖아.
-어? 정말이네? 깨알 같은 글씨라서 당연히 제세공과금은 당첨자 부담인 줄 알았는데.
-아니, 아무리 런칭 대행사라지만 이렇게 막 퍼주면 남는 게 있기는해?
-가맹점들 엄청 쥐어짜겠지. 황비버섯을 쥐어 짜 낸 것처럼 말이야. 크큭…….
-현직 가맹점주입니다. 수영치킨 가맹점 계약은 다른 어떤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입니다.
가맹점과 상생하고자 하는 본사의 의지가 듬뿍 묻어나는 계약 내용이에요.
-맞습니다. 인테리어 비용도 무척 합리적이고 본사가 중간에서 불필요한 이익을 전혀 챙기지 않아요.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맹점 상대로 얼마나 크게 장사하는지 알면 기겁하실 겁니다.
장효주를 CF모델로 쓰고 엄청난 사은품 러시에 대대적인 홍보를 한 덕분에, 수영치킨은 런칭 첫날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처음 반신반의하며 치킨을 뜯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이게 치킨이라고? 말도 안 돼!"
"그렇구나.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것은 치킨이 아니었구나."
"너무 맛있잖아!"
SNS에는 다양한 해시태그를 단 수영치킨 리뷰글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경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최대한 맛있어 보이는 각도로 사진을 찍고 칭찬글을 올렸다.
-맥북이 탐나긴 하지만 치킨 맛만큼은 진짜다. 지금까지 먹었던 치킨은 진짜 치킨이 아니었다. 이제는 수영치킨만이 오로지 진짜고, 오리지널이다.
-단 한 번이라도 수영치킨을 맛본다면 더 이상 기존 치킨은 먹을 수가 없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이렇게 쓰면 페라리 주시는 거 맞죠?)
런칭 이벤트 효과는 엄청났다.
남이 따라잡을 수 없는 치킨 맛, 이벤트에 쏟아부은 돈지랄은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배달드라이브 앱은 치킨 주문으로 폭주하기 시작했고, 언제나 부동의 1위였던 수영라면이 2위로 떨어지는 기적을 일으켰다.
주문 매출액을 서울에만 한정해도, 수영치킨이 1위에 등극을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수영라면은 야외 같은 곳에서 다 같이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는 음식이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었다.
수영치킨 가맹점주들은 폭주하는 주문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치킨을 튀겼다.
***
서해식품은 수영치킨에 생닭을 공급하는 주력 업체다.
월간 기본 주문량만 6,000만 마리에 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놓칠수 없는 큰 바이어였다.
때문에 서해식품도 수영치킨을 런칭때부터 유의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서인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믿어지지 않는 숫자가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첫 날에만 400만 마리가 팔렸다고?"
"네, 주문량을 보면 대충 그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그 밑은 절대 아닙니다."
6,000만 마리를 한 달 내내 모두 팔아치워도 하루에 200만 마리 정도다.
그런데 수영치킨은 첫 날에만 400만 마리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첫날, 우리나라 사람 15명 중에 한 명은 무조건 수영치킨을 먹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