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294화 (294/1,270)

프랜차이즈 갓 294화

71장 시작은 500이지만……(4)

식품업계, 여기서 말하는 식품업계는 요식업, 식품제조업, 식자재유통업, 그리고 농업까지 포괄적인 범위를 말한다.

아무튼 근래 국내 식품업계 최대의미스터리는 바로 '수영농장'의 황금비단우산버섯이었다.

"저 단가가 말이 되냐?"

"황비버섯이 얼마나 키우기 어려운 버섯인데, 아니,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버섯인데, 그걸 그 가격에 내놓는다고?"

"다른 황비버섯 농가는 다 농사 접어야겠네."

실제로 황비버섯을 키우던 농가는 단 하나도 예외 없이 작물을 전환했다.

원가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나니,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영농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황비버섯을 재배하는 농가가 되었다.

다른 농가들도 모방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락산은 높이 수 미터가 넘는 철조망과 CCTV 때문에 애초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서락산에서 버섯을 수거하던 인부들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특별히 시원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큰 혼란에 빠뜨리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이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는데."

"직파종 하듯이 그냥 밭에다가 막 키운다고? 아니, 그럼 황비버섯이 제대로 다 크지도 못하고 포자를 날려 버릴 텐데."

"황비버섯은 키우기 엄청 까다로운 녀석이야. 자기가 자리 잡은 곳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끝까지 성장하지 않고 곧바로 포자를 뿌려 버린다고."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황비버섯은 상품 가치가 전혀 없어."

"황비버섯이 좋아할 만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문화재 발굴 때문에 서락산을 팔아 지우고, 아예 무인농장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무인 농장은 외부인의 침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다가, 하수영이 완전한 무인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식품업에 종사하는 대기업들은 무인 드론을 몰래 띄워서 상공에서 관찰하는 방식으로 염탐을 시도했다.

그것은 연구원들 사이에 괜한 자괴감만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럴 수가.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전부 로봇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아니, 로봇으로 저런 움직임을 구현하는 게 가능한 거야? 로봇이 작물은 또 어떻게 인식을 하는 거고?"

"저런 농업 로봇을 대체 어디에서 파는 거지?"

농업연구원들은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수영농가에서 사용하는 로봇의 출처를 알 수가 없었다.

국내 로봇공학의 권위자, 한국대학교 차원준 교수한테 문의해도 어이없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말도 안 됩니다. 현재 로봇공학 기술로는 그런 로봇을 상용 운영하는 게 불가능해요."

"하지만 있는데요?"

"……."

차원준은 드론이 촬영한, 로봇들이 일하는 영상을 보고 침묵에 빠졌다.

'어디서 많이 본 모듈인데?'

-근데 이 로봇들은 어디에 쓰시게요? 취미라 해도 영역이 있을 것 아닙니까?

-농기계로 개조가 가능할 것 같아서요.

일산 킨텍스 로봇박람회 현장에서 수십억어치 로봇 모듈을 구매한 젊은이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 뒤로도 한국대에 문의해서 여러번 로봇 모듈을 사갔는데.

당시에는 돈 많은 젊은이가 로봇 조립하는 취미를 즐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아무튼 차원준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한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하수영한테 직접 문의를 넣기도 했다.

농업 로봇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느냐고 말이다.

물론 대답은 항상 얄짤 없었다.

"그걸 제가 왜 알려드려야 하나요? 기업 비밀을 대체 왜 물어보는 거죠?"

기업 비밀이라고 하는데 더 이상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조금 만만한 구석이 있으면 미꾸라 지처럼 파고들면서 들러붙어 보겠는 데, 하수영은 그럴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

황금비단우산버섯 기름은 다른 식용유보다 끓는점이 더 높습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 닭을 튀겨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름 자체가 닭살의 단백질을 변형 시켜 맛을 강하게 활성화합니다."

"건강은? 건강은 어떻지?"

원래 맛있는 것은 몸에 해롭다. 과학적 진실이라는 게 아니라 통용되는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성분 확인을 비교해 봤는데 일반적인 치킨에 비해 퓨린 성분이 9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퓨린?"

"통풍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기화합물이죠. 치킨과 맥주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통풍 환자나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치맥을 멀리해야 하죠."

설명을 듣고 나자 서인모는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이건 뭐 약점이 없지 않은가?

"수영치킨이 설마 그걸 알고 있나?"

"그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퓨린 함유량이 적다는 홍보가 없는 걸 봐서는 어느 정도 열기가 식을 때쯤에 후연소 효과를 노리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요."

시원스러운 대답은 아니다.

"이번 달에 6,000만 마리를 사갔다고 했지?"

"네, 이미 발주를 냈습니다."

수영지킨이 런칭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첫날에만 400만 마리를 팔았고, 이제 슬슬 주간 판매 추이가 나올 시점이다.

"아, 수영치킨에서 주간 판매량 결산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얼마야? 얼마를 팔았어?"

"3,200만 6,731마리입니다."

"거기서 더 늘어났다고?"

첫날 판매량이 역대급 기록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단 말인가?

"네, 이대로라면 이번 달 발주량이 1억 마리를 넘어서는 것은 확정 사실입니다."

일주일 만에 3,000만 마리를 넘겼다. 한 달에 1억 마리 찍는 것은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킨을 그렇게 많이 먹었나?"

"작년 총 닭 도축량이 약 7억 마리였습니다."

7억 마리 전부가 튀김 치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닭 요리로 빠지는 소모량도 있다.

그래서 수영치킨이 월 기본 발주량이 6,000만 마리라고 했을 땐,내심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 국내치킨 총소비량을 훌쩍 넘는 양이었으니, 근데 지금 생각하니 오판이었다.

수영치킨은 아예 치킨 시장의 파이 자체를 확 찌워버렸다.

"다른 치킨 브랜드는 어떻게 됐지?"

"그냥 망한 거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가천치킨, BBC 치킨 경영진은 지금 완전히 정신이 나갔습니다. 물론 수영치킨이 일반 가맹점주들을 흡수한 덕분에, 그들 사이에는 혼란이 없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만 망했다는 소리다.

일반 점주들은 피해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큰 이득을 봤다.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맛이나 건강 측면에서 전혀 상대가 안 됩니다. 자금도 마찬가지고요."

"라면 시장에 이어 배달 치킨 시장까지…… 하수영이라는 친구, 정말 대단하군."

청담동 부동산만 1조 원이 넘는다지?

거기다가 강남구의원까지 도맡아하고 있고, 여당에서는 거듭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덕분에 우리 육계사업 매출도 확늘어났습니다. 올 한 해에 역대급기록을 찍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마냥 좋은 일일까?"

"예?"

"상품을 많이 사주는 건 좋지. 하지만 다른 고객들이 전부 죽어버렸어."

"……."

"많이 사주는 건 좋은데, 바이어가 커도 너무 크잖아. 이게 과연 우리 회사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직원은 그제야 서인모 사장이 우려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비즈니스 시장에서는 결국 물건 많이 사주는 놈이 왕이다.

배달 치킨 공급은 그동안 서해식품의 육계 사업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기둥이었다.

그간 기둥은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하나로 합쳐지며 더 크고 굵어졌다.

만약 그 기둥이 다른 지붕을 원한다면, 서해식품은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양계 농가 단속 철저히해."

"알겠습니다. 계약 내용도 다시 조율하겠습니다."

다행히 눈치 빠른 직원이 말뜻을 알아차리자 서인모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다른 양계 농가도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계약 기간도 10년 이상 팍팍 늘려. 혹시라도 수영치킨이 양계 농가와 다이렉트로 거래하게 되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네, 사장님."

국내 연간 닭 소비량은 6억 내지 7억 마리.

하지만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조짐이 보인다.

그리고 수영치킨이 그 시장을 쥐고 있다.

'마냥 좋아하기만 할 일이 아니야…….'

속전속결, 전멸.

국내 치킨 브랜드가 처한 상황이 딱 그랬다.

신흥 경쟁자가 나타났나 싶어 마실가는 기분으로 구경을 갔는데, 그 상대방이 현대 미군이었다.

이쪽은 아직도 칼과 활로 전쟁을 치르는 군대인데 말이다.

어어 하는 사이에 항모전대가 떴고, 폭격기 전대가 쉴 새 없이 날아들었으며, 장갑차와 전차가 상륙해서 종횡무진 사방을 휩쓸고 다녔다.

뭘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그냥 무너져 버렸다.

'쳐들어온 걸 알았을 때는 이미 패배한 상황이었다.'

'패배했다는 것도 한참 뒤에야 알았다.'

치킨 브랜드가 처한 상황이 딱 저 랬다.

대부분의 가맹점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수영치킨으로 갈아탔다.

가맹점을 거느리지 못한 프랜차이즈 본사가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국내 치킨 시장의 신화를 썼던 치킨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짐을 싸고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황금비단우산버섯 기름으로 튀긴 치킨이 그렇게 맛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황금비단우산버섯 단가만 저렴했어도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는 건데……."

하지만 침략군은 너그러웠다.

그저 전리품으로 쓸어 담아도 되는 것을, 친절하게 돈을 내고 사들였던 것이다.

"귀사가 가진 치킨 조리법, 소스등에 관한 조리법을 모두 사고 싶습니다."

주희도는 치킨 브랜드와 협상에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마다 나름 소스 만드는 법 등 비전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

치킨 시장에서 철수하는 판에 어디 쓸 데도 없고, 그렇다고 누구 살 만한 사람도 없고, 기가 막힌 처지에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다.

심지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특허 등이 보유한 가치, 심지어 10%의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부른 가격이었다.

"하는 김에 직원들도 우리가 고용 승계하겠습니다. 치킨 맛의 다양성은 지켜져야 하니까요."

치킨 브랜드들은 저마다 비전이라고 할 만한 조리법이 있다.

수영치킨은 황비버섯 기름 하나로 그들을 물리쳤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조리법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 치킨 브랜드의 조리법과 황비버섯 기름이 하나로 합쳐지면, 맛이 더욱 좋아지지 않겠는가?

수영치킨은 그렇게 상표권을 제외한, 치킨 브랜드의 남은 자산을 인수했다.

이제 우리는 망한 걸까 하고 막막했던 조리연구원들은 그렇게 살길을 찾았다.

물론 주희도는 오너와 경영진, 주주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었다.

수영치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산 매입과 필요한 직원들 고용승계만 추진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치킨난세는 수영치킨 황제의 등장으로 평정되었다.

그간 대형 치킨 브랜드들이 내놓았던 다양한 치킨 메뉴는 황비버섯 기름이라는 최강의 무기를 탑재한 채, 다시금 당당하게 시장에 출전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