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303화
74장 바다의 왕자(1)
박영식 전무는 다양한 어종을 양식하기 위해서 해상가두리식, 육상수조식, 축제식 양식장을 한꺼번에 늘렸다.
가자미, 고등어, 송어, 도미, 심지어 해삼까지 다양한 어종을 양식할 예정이었다.
펜션에서 쓸 물량만 출하하면 되기에 개별 어종마다 양식장 규모가 그리 클 필요는 없었다.
"이거 다품종 소량생산식이라서 손이 많이 가겠는데요."
"다른 양식장 가서 이 월급 못 받는다. 다들 군말 없이 일해."
"누가 그걸 모릅니까. 죽어도 수영양식장에 붙어 있을 겁니다. 아주 그냥 여기 귀신이 될 거야."
수영양식장은 업계 최고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제공한다.
덕분에 직원들의 퇴사율은 거의 0에 수렴했다.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나 독립, 이직이 아닌 경우는 퇴사하는 경우가 없었다.
"근데 고등어도 중금속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데, 혹시 우리 양식장에서 키우면 고등어도 무공해 생선이 되나?"
"대체 통영 앞바다 용왕님은 왜 우리 양식장 생선들만 돌보시는 거지? 다른 양식장은 중금속 피해가고 그런게 일절 없어서 다들 울상이던데."
"정왕리 김 씨도 여기서 고등어 가두리 시험 삼아 쳤다가 낭패 봤잖아. 기껏 키워서 식약처 가서 검사받았는데 중금속 함유량이 통상 수치 떴다고."
"이번에 참치 말고 다른 생선들도 중금속 0 뜨면 다른 양식업자들 뒤집히겠네."
"가두리 그물에 뭔가 비밀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거도 아니었으니. 대체 뭘까?"
양식장에서 출하되는 참치의 대부 분은 일본에서 사 간다.
수영오세안에 공급하고 남는 참치 물량을 싹쓸이해 가는 것이다.
국내 수산물 유통업자들은 국내 시장에도 참치를 공급해 줬으면 하지만, 일본업체가 부르는 가격에 맞춰 주질 못한다.
덕분에 양식장은 폐업을 걱정했던게 언젯적 일인지 잊어버린 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조합원 사장님들 있잖아. 우리 양식장이 통영시 조합이던 시절 분들. 요즘도 자주 출근 도장 찍으시나?"
"엄청 기웃거리던데, 그분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잖아. 이렇게 참지 양식이 잘될 줄 알았으면 안 팔았다고."
"근데 안 팔았으면 뭐 뾰족한 수가 있었겠어? 그냥 있는 돈만 까먹다가 결국 망했겠지. 무공해 참치를 그 사장님들이 키워낸 것도 아니고."
"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사장님이 미국에서 공개되지 않은 신기술을 양식장에 비밀리에 적용하는 거야. 중금속 제거 기술."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야, 내가 그걸 알면 기술 훔쳐다가 전 조합 사장님들한테 100억 정도 받고 팔았지."
직원들은 잡담을 나누면서, 완성된 양식장에 부지런히 치어떼를 들이부었다.
"무럭무럭 자라거라, 우리 월급들아."
"저게 왜 우리 월급이야?"
"저것들 키워 팔아서 우리 월급이 나오는 거니까. 안 그래?"
***
이도공은 직원들을 데리고 해운대 서해호텔에 투숙하며 공사현장을 관리감독했다.
시공사가 설계대로 문제없이 짓고 있는지 눈을 떼지 않는 게 설계한 건축사로서의 의무다.
1년 이상 장기투숙이었기에 호텔측에서도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해 주었다.
"투룸 객실 2개를 빌리는 데 하루에 15만 원? 흐익, 그럼 일 년이면 5,475만 원 아닙니까?"
"이 객실이 원래 정가가 60만 원이야. 초비수기에 할인율 팍팍 받아도 20만 원이라고, 여기가 괜히 특급호텔인 줄 아냐."
"네? 그럼 객실 2개면 하루에 40만 원이라는 겁니까?"
"그래, 거의 62%나 할인해 준 거지."
"근데 우리는 저기 동백섬에 호텔짓고 있잖아요. 자기들 경쟁업체 건물 짓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깎아줘도 되는 겁니까?"
"사업은 호텔로 냈는데 펜션으로 운영한다는 건 이미 귀신같이 아는 눈치더라."
해운대에 즐비한 호텔 종사자들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청담동 사업가가 부자들만을 상대로 하는 최고급 펜션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말이다.
"서비스업 분야가 확실히 소문이 빠르던데. 지배인하고 잠깐 이야기 해봤는데 하수영 회장님이 황비버섯오너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더라."
"그럼 왜 여기 호텔에 안 묵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여기 해운대 서해호텔이 최고로 손꼽히잖아요."
동백섬 입구에 서 있는 서해호텔부산점은 해운대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호텔이었다. 그에 맞게 요금도 무척 비싸다.
"뭐 궁금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나라도 그냥 차에서 자지, 뭐하러 호텔에서 자냐."
"그러게 말입니다. 저번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건축사 사무소 출장 멤버들은 하수영이 차에서 자는 걸 보고 의아하게 여겼었다.
아무리 캠핑카라지만 그래도 호텔보다는 못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차 내부를 구경한 그들은 왜 차에서 자는지 이해했다.
"캠핑카가 아니라 바퀴 달린 스위트룸이잖아요. 저라도 그런 차 두고 굳이 귀찮게 호텔 왔다 갔다 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이야, 일."
그때 하수영한테서 연락이 왔고, 이도공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이도공입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아이고,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폐를 끼칠 수는…… 아, 정말이십니까? 그럼 염치 불고하고 신세 좀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입을 다문 채 기다리던 직원들은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달려들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오늘 여기서 저녁 드시고 서울 올라 가신다던데 식사 같이하자고 하시네."
"아니, 밥 사주시겠다고 한 걸 처음에 한 번 빼신 겁니까? 대표님,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그걸 뺀 게 아니야. 서울 올라가 시는 김에 태워주시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한 번에 넙죽 받아들이냐."
"아, 그건 인정입니다."
"재석이하고 정원이가 원래 밤에 서울 가기로 했었지? 밤에 회장님 캠핑카 타고 올라가면 되겠다. KTX 특실보다 편할 거야."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준비하죠. 회장님 기다리게 하시면 안되잖습니까."
***
하수영은 캠핑카를 끌고 호텔 정문으로 들어섰다.
차체가 워낙 크다 보니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정문 바깥 주차장에 잠시 정차했다.
운전석에서 내려서자 중년의 호텔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물었다.
"투숙하실 예정이십니까?"
"아니에요. 지인이 여기 머무르고 있어서요. 픽업하러 잠깐 차 댄 겁니다."
"아, 그러십니까."
직원의 눈이 조심스럽게 차체를 훑었다.
은빛이 감도는 흰색의 육중한 캠핑차량, 뒷바퀴가 무려 3쌍이나 된 걸 보면, 차체 무게가 상당할 것 같았다.
특급호텔에서 오래 일을 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보다, 저런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것을.
"아, 회장님, 오셨습니까."
그때 이도공이 직원들을 데리고 부리나케 뛰어와서 하수영을 향해 인사했다.
안내했던 직원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회장님이라고?'
40대 남자가 회장님이라며 깍듯하게 머리를 숙이는 20대 초반의 청년이라니.
누구지? 대세 어느 귀인이 행차하신 거지?
"배고프니까 빨리 밥 먹으러 갑시다. 다들 차에 타세요."
"너무 송구합니다. 이기 저희가 운전이라도 해야 하는데……."
"면허 없으시잖아요. 괜찮으니까 어서 타세요."
진짜 면허가 없는 게 아니다. 이런 초대형 특수차량을 운전할 면허가 없는 것뿐이다.
하수영이 버튼을 누르자 자동문이 열리며 계단이 저절로 펼쳐져 바닥에 내려앉았다.
호텔 직원들은 물론이고 사무소 직원들도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구경했다.
직원들이 전부 차에 오르자 하수영은 계단을 접고, 자신도 운전석에 올랐다.
우회후진 후 정지, 그리고 바로 직전 후 우회전, 깔끔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에 직원은 살짝 감탄했다.
고속관광버스 기사처럼 깔끔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이다.
"이야, 운전 잘하네."
탄성을 지르며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호텔 직원은 다시금 업무에 몰입했다.
약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헐레벌떡 그를 찾아왔다. 바로 호텔 접객부서 사람들이었다.
"아, 부장님."
"좀 전에 캠핑카 끌고 오신 분 앞에서 혹시 실수 같은 거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왜 그러시나요?"
"그분과 함께 가신 분들, 누리마루펜션호텔 설계 맡으신 분들이야!"
"네? 그럼 캠핑카 차주분이 펜션호텔 건축주?"
"그래! 실수 같은 거 없었지?"
중년 직원의 눈이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 금수저 청년처럼 보이던 분이 1,450억 원에 누리마루 부지를 낙찰받은 강남구 의원이었다고?
"뭐 들은 거 없었나? 사소한 거라도 좋아."
"식사하러 가신 거 같았습니다. 운전은 그분이 직접 하셨고요."
"좋아, 그럼 식사 후에 다시 방문하시겠군. 총주방장한테 좋은 고기 좀 준비해 놓으라고 해야겠어."
접객부장은 야심 찬 표정을 지은 채 돌아갔다.
***
"이왕 부산에 왔으니 회 한 번 먹어봐야겠죠?"
"혹시 좋은 곳을 알고 계십니까? 타지인이 부산에서 회 한 번 잘못 먹으려다가 바가지 쓰기 딱 좋다고 하던데요."
"물고기 잡아가면 상차림 비용만 받는 횟집도 많아요. 거기로 가려고요."
"차림비요?"
이도공과 직원들은 무슨 말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했다.
바로 그때 차가 멈춰 섰고, 차창밖의 풍경이 그들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횟집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테트라포드(방파제 침식을 막기 위한 다리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만가득 쌓인 해변이었기 때문이다.
하수영이 커다란 도구상자를 여는 것을 본 이도공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직접 낚시를 하시려는 생각 이십니까?"
"여기가 낚시목으로 아주 그만이라더라고요."
"회장님, 테트라포드 위에서 함부로 낚시하다가 실족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위험한 짓 안 하니까 일단 보세요."
하수영이 꺼낸 것은 사람 몸통만한 큼지막한 기계 장치였다.
저게 뭔가 하고 바라보고 있는데, 하수영은 기계장치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무선으로 작동시켰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며 장지 몸통에 딱 붙어 있던 4개의 날개가 펼쳐지며 큼지막한 프로펠러가 전개되었다.
"드론이었습니까?"
"드론으로 뭘 하시려고……."
그 순간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드론이 힘차게 바닷가를 향해 날아갔다.
테트라포드 더미를 살짝 비껴간 드론은 정지 비행 모드로 들어갔고, 몸통 하부가 열리며 낚싯바늘이 아래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졌다.
드론으로 낚시라니!
상상도 못 한 광경이 이도공과 직원들은 얼이 빠져서 입도 못 열고 지켜보기만 했다.
"세상에, 드론 낚시라니……."
"나,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드론낚시 동호회가 요즘 알음알음 인기라는 말은 들었는데……."
"근데 미끼도 안 단 거 같은데 낚시가 쉽게 될까?"
바로 그 순간, 드론이 가볍게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음, 물었군."
"네?"
"월척이 걸린 거 같습니다. 오늘 손맛이 좋은데요?"
아니, 무슨 소리야?
조종간은커녕 지금 아무것도 안 쥐고 있는데? 저 드론은 누가 조종하고?
드론이 천천히 상승했고, 푸드득거리는 활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매달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론이 돌아와서 호버링하며 대기 하자 하수영은 활어를 가볍게 붙잡고 낚싯바늘에서 빼냈다.
"일단 한 마리 건졌고."
활어를 회수하자 드론은 다시 바다를 향해 휘리릭 날아가서 낚싯바늘을 물 아래로 떨어뜨렸다.
"우와! 대표님, 참돔입니다! 이거 못해도 7kg은 되어 보이는데요?"
"아니, 지금 우리가 대체 뭘 본 거예요?"
"자, 한 마리 또 옵니다."
말을 하기 무섭게 또다시 활어 한 마리가 푸드득거리며 배송되었고, 하수영은 그것도 빠르게 낚아챘으며, 드론은 다시 바다를 향해 돌아갔다.
"이번엔 돌돔이네요?"
"아니, 저 바다에 무슨 양식장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죠?"
"어허, 이거 자연산이에요. 여기 터가 좋을 뿐입니다."
"터가 좋다고 이렇게 마구마구 잡히는 게 가능한가요?"
물고기 한 마리를 낚는 데 평균 20초가 넘지 않았다.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큼지막한 고급 활어가 수두룩하게 쌓였다.
이 정도면 돈으로 따져도 몇백만 원은 거뜬할 것이다.
"……근데 지금 드론은 누가 조종하는 거죠?"
"아, 프리덤이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