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317화
77장 바닥 아래 지하(3)
중국.
최근 무서운 속도로 급부상한 끝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경제적으로 몹시 신경 거슬리게 만들고 있는 나라.
폭주에 가까운 성장세의 결과로 극대화된 부익부빈익빈을 누리고 있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큰 부자가 많다.
그리고 그런 대부호들은 자신들의 부를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사치를 누리고자 했다.
왕실 위주로 소비되는 골든 트러플은 그런 중국 부호들이 간절히 탐내는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대농업기업, 팟디서플라이는 골든 트러플의 중국 내 유통을 철저히 금지했다.
중국 유통 기업들이 제아무리 많은 돈을 불러도, 중국 유통은 무조건 삼갔다.
'상품 격 떨어진다.'는 것이 바로 이유였다.
킬로당 수십만 불에서 수백만 불까지도 나가는 골든 트러플.
아랍과 유럽 왕실, 그리고 미국의 대부호 가문 위주로 소비되는, 말그대로 천상계 사치품이다.
백만장자는커녕 억만장자도 감히 쉽사리 손대기 어려운 최고급 식재료,팟디서플라이는 중국의 '천박한 졸부'들이 골든 트러플을 소비하면, 기존 소비층이 '질 떨어진다'며 질색을 할 것을 철저히 우려했다.
'에이, 중국 졸부들이 묻었네. 앞으로 그냥 먹지 말까?'
라는 식으로 반응할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물론 식재료 자체가 지닌 맛과 향, 중독성이 워낙 강해서 막상 이탈층은 적겠지만, 기존 소비층의 과시욕을 다독여줄 필요는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골든 트러플은 중국유통이 안 되고 있었다.
팟디서플라이가 골든 트러플 유통을 꽉 잡고 있는 터라, 중국 대부호들은 그저 군침만 삼켜야 했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은, 얼마 안되는 아주 극미한 자생지에서 채집되는 물량뿐이었다.
희소성이 워낙 높다 보니, 중등품인데도 수백만 달러가 넘어가기도 한다.
중국 부호들이 골든 트러플을 먹으려면 방법은 세 가지뿐이었다.
피 흘리는 경쟁을 제치고 얼마 안되는 국산품을 사든가.
팟디서플라이의 눈을 피해서 몰래 매입하든가.
아니면 해외로 나가서 먹든가.
이중 팟디서플라이의 눈을 피해서 매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팟디서플라이는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으로, 중국 소비자들 손에 골든 트러플이 넘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중국 부호들이 팟디서플라이의 골는 트러플을 얻으려면, 아랍 부호 등 기존 소비층과 친해져서 얻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골든 트러플에 목말라 있는 중국 부호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뉴월드백화점, VIP 골든 트러플접객 서비스 전면 실시!]
[백두백화점에서 VIP 되시고 골든 트러플을 드셔보세요!]
"뭐? 쇼핑만 핑평 하면 골든 트러플을 공짜로 준다고?"
"그건 아니래.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일단 기본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매월 골든 트러플을 먹고 싶으면 상위 29명 컷 안에 들어야 하고"
"29명 컷? 그거만큼 쉬운 게 어딨어?"
골든 트러플을 탐낼 만한 대부호들은 서로 간에 밀접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골든 트러플에 목말라 있던 그들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안에 흥분했지만, 곧 머리를 맞대고 차갑게 대응책을 찾았다.
"비즈니스나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닌데, 우리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맙시다. 선의의 경쟁을 합시다."
"맞아요. 선의의 경쟁만이 합리적인 승리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배신은 용납할 수 없어요."
"자, 그럼 제비를 뽑읍시다."
대부호들은 자신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정했다.
"저는 뉴월드입니다."
"저는 백두군요."
"백두……원래 뉴월드 VIP였지만 이참에 갈아타야겠군요. 그다지 아쉽지는 않아요."
"자, 그럼 선의의 경쟁을 펼쳐 봅시다. 아시겠지만 배신자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상위 29명 안에 들어야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백화점 두곳을 모두 합쳐도 겨우 58명.
그러나 VIP 경쟁에 참가하려는 대부호들의 숫자는 그보다 아득하게 많았다.
때문에 두 백화점 중에 하나만 골라서 VIP경쟁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그럼 모두 건투를 빌겠습니다."
중국의 슈퍼 쇼퍼 머니가 한국으로 쏟아지게 된 과정이다.
***
뉴월드 에르메스 매장은 보통 한적한 편이다.
최고급 브랜드이니만큼 평소 매장안에는 손님이 없고 고요한 편이다.
가방 하나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다른 명품관 매장하고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구매력은 압도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방을 구매하는데 아무런 고민을 거치지 않는 이들이 많으니.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에르메스 매장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
리고 있었다.
물론 다른 명품 브랜드 앞에 줄을 선 손님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십 명이 넘는 손님들이 상시 줄을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에르메스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또 이거…… 이렇게 주문넣어주십시오."
중국 사업가로 보이는 남자의 주문에 직원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이 사람, 지금 앉은 자리에서 카탈 로그만 보고 수십억 원어치를 주문했어?
"VIP 선정 기준에 구매일수 12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고객님."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죠."
오늘은 그저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신규 런칭 VIP서비스 덕분에 명품관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인 쇼핑충이 가세하면서부터 뉴월드와 백두백화점 매출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덕분에 명품 브랜드 한국 매장들은 입이 찢어져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두 백화점 경영진은 누구보다 가장 큰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매출이 얼마가 늘었다고?"
"이번 달 추가 매출만 벌써 2조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월 매출이 2조 원이라는 말이 아니다. 기존 평균 매출에 2조 원이 얹어졌다는 뜻이다.
"우리 백화점 강남점이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넘어섰었지?"
"네, 단일 매장으로서는 최대치 매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우스워 보일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입니다."
"골든 트러플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임원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이미 사상 최대의 실적치는 가뿐히 넘겼다.
이제부터는 금자탑이 얼마나 높이,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만 남았다.
"중국 슈퍼 소비층이 정말 무섭습니다. 그들이 이번에 들어와서 올려준 매출만 1조 9,000억 원이 훌쩍넘습니다."
"역시 중국……무시무시한 국가야."
"말을 들어보니 중국에는 골든 트러플이 유통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니, 왜?"
"아랍 왕족 같은 기존 소비층들이 별로 안 좋아할까 봐 공급업체가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임원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끄덕여 보였다.
"하긴, 진짜 부자들은 졸부와 겸상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 자기들 동네에서 옆집에 졸부가 들어온다고 하면 먼저 그 집을 사버린다고 하니까."
"상위 29컷에 들면 대충 일 년 동안 혜택받는 골든 트러플이 10kg 이상은 될 겁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서 백억 원 이상도 갑니다."
"그 정도나 된다고?"
"예, 말 그대로 미친 식재료입니다. 음식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먹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죠."
"허어……."
"그러니 중국 쇼퍼들이 수십억 원이상은 기본적으로 쓰는 겁니다."
"우리나라 VIP들은?"
"국내 재벌가는 아무래도 정부와 국민들 눈치도 봐야 하니 참여가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실제로 국내 재벌가에서는 VIP 경쟁전에 참여를 자제하고 있는 편이었다. 여기저기 눈치를 볼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나 국민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준재벌 이하 VIP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중국인들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내 생각도 그래. 상위 29인 그룹은 중국인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할것 같아."
"상위 0.1%에서도 중국인 비율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재부만 신나겠어. 눈먼 외화가 앞을 다퉈서 들어오고 있으니 말이야."
이번 소비 열풍은 기재부에서도 눈여겨볼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움직이는 소비자금의 단위가 조 단위이다 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백두그룹 백영호 회장님께서도 참가하셨습니다."
"뭐라고?"
임원은 눈을 부릅뜨고 놀랐다.
아니, 시계도 십만 원이 넘어가는 것은 절대 차지 않고, 옷도 몇만 원짜리만 입는다고 알려진 그 짠돌이 영감이?
"네, 따님의 VIP카드를 이어받아서 백두백화점 쇼핑에 나서셨다고 합니다."
"골든 트러플 때문인가?"
"맞는 듯합니다. 백영호 회장님께서 골든 트러플을 평소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먹고 입는 데에는 그렇게나 십 원 한 장도 아까워서 죽으려고 하는 분이…… 진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올해 하반기부터 VIP서비스를 시작하길 잘했습니다. 만약 내년부터 시행했다면 고객들의 불만이 엄청났을 겁니다."
VIP등급은 원래 연 단위다.
올해 A라는 등급을 충족했다면, 내년부터 1년 동안 그 등급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시 VIP등급을 유지할 사람들은 평소에 큰 지장이 없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려! 라는 게 모두의 심정이니까.
그래서 서비스를 출범한 올해만큼은 예외 사항을 두어, 4/4분기부터 VIP를 적용하기로 했다.
8월 31일까지의 구매 금액을 토대로 해서 9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VIP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른바 오픈베타 서비스 기간인 셈이다.
물론 내년 2월 1일부터는 올해 총구매액을 산출해서 제대로 적용해서 시행한다.
"4/4분기 도래하면 우리 백화점 매출, 볼 만하겠는데요."
***
라테백화점이 초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에, 백두백화점 관계자들도 모처럼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지금 명품관 매출이 0이나 마찬가지 수준이랍니다. 간간이 팔리긴 하는데, 전혀 의미가 없는 매출이죠."
"기존 명품 구매 고객들이 전부 우리들 쪽으로 갈아타서 완전히 망했습니다. 라테백화점은 명품 사업은 차라리 접는 게 나을 겁니다."
"그나저나 의외로 3번째 등급, 상위 5% 안에 들려는 수요가 상당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 먹을 골든 트러플 요리를 연 1회 먹을 수 있는 것도 그렇지만, 최고급 송이버섯 요리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일 1회) 혜택 덕분이다.
"상위 5%, 그러니까 그린G 등급을 노리는 고객들은 오히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송이버섯 요리 혜택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거 같습니다."
골든 트러플에 비해서 초라해 보이지만, 최고급 송이버섯 요리는 1인 분에 수십만 원은 거뜬히 넘어서니까.
"이미 작년 매출액은 월등히 넘어섰고…… 정말이지 연말 결산이 기대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렇게 다들 좋아 죽는데, 문득 누군가 말했다.
"그런데 프라임컴퍼니에서 어느 날 갑자기 VIP 혜택 중지한다고 하면 우리 백화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
거짓말처럼 정적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