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370화 (370/1,270)

프랜차이즈 갓 370화

90장 프리덤과 불법과 구명(1)

프리덤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크게 이끌어냈다.

열거하면 끝도 없지만, 그중에서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살률감소다.

통계청에서는 매달 자살하는 사람 숫자가 20%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프리덤은 극단적인 순간을 대비해서 미리 경찰과 119에 신고할 수도 있고, 자살 시도자를 설득해서 멈추게 만들 수도 있는 덕분이었다.

반대로 70% 이상의 자살 성공자들은 프리덤이 영향력을 끼칠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설득이 통하지 않거나, 신고를 해도 이미 늦었거나, 혹은 자살 시도 당시에 프리덤을 지니고 있지 않게나 등등.

그래도 20% 이상 감소했다는 사실은 사회전반적으로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고은혜는 아이돌 여가수였다.

어린 시절부터 성공적인 인생을 달려온 그녀는 이제 겨우 이십 대 중반이지만, 연예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녀는 몰랐었다.

큰 인기에는 큰 악의도 뒤따른다는 것을.

근거 없는 비방과 악플이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SNS가 활발해진 지금 세상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심했다.

인스타에 예쁘게 나온 셀카 한 장만 올려도 안티들은 부지런히 퍼 나르며 비난을 퍼부어댔다.

-얼굴에 칼 댄 년이 이쁜 척은 X라 하네.

-낙태만 두어 번인가 했다면서? 생긴 건 청순하게 생겨가지고서는 완전히 걸X야, 걸X.

-드림커즈 리더하고 여러 번 잤다던데? 그래서 드림커즈 팬들이 고은 걸(안티가 이름과 걸레를 합성해서 만든 비난 용어) 하면 이를 간대잖아.

-이 새벽에 또 저러고 셀카 올리는 거 봐.

-배경 보니까 집 아님. 호텔에서 스폰서하고 뒹굴다가 심심해서 올리는 거 100% 확신함.

하루에도 수만 개씩 쏟아지는, 악의에 가득 찬 악플들.

어린 시절부터 밝은 꽃길만 걸었던 고은혜는 이런 저열한 악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에는 울었고, 불면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렸으며, 인간불신과 공황장애를 극심히 겪었다.

소속사에 이야기해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은혜야, 참아. 인기가 많으면 당연한 거야."

고은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악의성 비난을 그저 묵묵히 감내만 해야 한다고?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공포증 등 정신질환을 달고 산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다.

고소를 고려한 적도 있지만, 소속사에서 반대했다.

"병신에게는 원래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어. 몇 명 고소해 봤자 더 미쳐서 날 뿐이야. 지금보다 열배, 스무 배 이상으로 안티가 늘어날 거다."

진화는커녕 더 심해질 거라는 말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은혜는 일 년 넘게 혼자 견뎌야 했다.

속을 털어놓을 지인도 없었다.

처음에는 공감하며 들어주던 친구들도 나중에는 연예인병이라며 거리를 두었다.

가족은 유명세로 인한 피할 수 없는 반대급부이니 참아야 한다고만 했다.

남몰래 자살 시도만 지금까지 4번.

만약 프리덤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더 일찍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버틴 것도 그나마 프리덤이 있어 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향한, 근거없는 세상의 저열한 악의를 견뎌낼 정신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지 마! 신고하면 바로 죽어버릴 거야!"

-네, 신고하지 않겠습니다. 잠시만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프리덤은 컴퓨팅 자원을 맹렬히 돌리면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다.

[달콤한 언어적 위로는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서비스 이용자 고은혜는 이미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오늘 신고해서 자살을 방어한다 해도 소용없다. 다음번 자살 시도에는 나의 전원을 끈 채로 시도할 것이다.]

단말기 전원이 꺼지면 프리덤은 고은혜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전원을 끌 것도 없이 백그라 운드 작동 기능만 해제해도 그만이다. 폰 화면이 꺼지는 순간 프리덤의 눈과 귀, 입이 막히게 되니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바로 실행해야 한다. 이제 다음 기회는 없다.]

고은혜가 오늘 시도에 성공하든, 자신이 가까스로 막아내서 다음에는 자신 없이 시도해서 성공하든.

어느 쪽이든 이제 '다음'은 없다.

[32번 대응책의 타당성 검토 계산중…….]

[개인정보침해, 최고관리자 권한으로 금지된 행위임은 명백함, 사회제도로도 금지된 행위임.]

[긴급피난으로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가?]

[초법규적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하는가?]

……중략……

0.01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프리덤은 결론을 내렸다.

[32번 대응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고관리자 규칙, 사회법률은 찾아볼 수 없음.]

[그러나 서비스 이용자 고은혜의 생명을 미래지향적으로 보존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대응책임.]

[형벌책임을 고은혜의 책임으로 전 가하면 문제없음.]

[그럼으로써 고은혜의 생명 법익을 지켜낼 수 있다면 비교 불가능한 더 큰 이익임.]

완벽한 정당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당한 불법을 허용함으로써 그녀의 자살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그녀가 주인으로서, 혹은 실비아컴퍼니가 서비스 제공자로서 책임을 져야겠지만.

프리덤은 '정'과 '부정'으로 이분법지어 판단하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절충 사유를 택했다.

-주인님, '역삼동퀸'은 개막장 인생입니다!

그 순간 고은혜의 어깨 들썩거림이 거짓말처럼 뚝 멈췄다.

얼굴을 든 그녀는 한껏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 단말기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가늘게 떨리는 입술이, 그녀가 지금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역삼동퀸은 개막장인생입니다. 이미 주인님 말고 다른 연예인들한테도 안티 행동 일삼다가 고소도 몇 번 당했습니다.

"너……."

-실제로 보시면 내가 왜 저런 거 때문에 죽으려고 했지 하고 억울한 마음도 드실 겁니다.

"……역삼동권을 알아?"

-역삼동퀸 역시 프리덤 이용자입니다. 제 동료에게 간청해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프리덤에게 있어 동료란 개념은 없다.

5,000만 이용자 전원이 이용하는 프리덤은 개별 개체가 아닌, 하나의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자신이 대하는 프리덤을 개별 개체로 받아들이고 있고, 프리덤도 그렇게 설명한다.

-심지어 역삼동에 살지도 않아요.

"그럼 어디 사는데?"

-우산동 반지하 월세방에서 삽니다. 30년이 넘은 낡은 다가구 주택이에요. 거기서 친구와 둘이 삽니다.

"그럼 역삼동은 뭐야?"

-먹자골목 '역삼돈 갱거루' 음식점에서 서빙합니다.

"아, 역삼동 역삼돈 고깃집! 거기 내가 가끔 갔던 가게잖아!"

고은혜는 이제 완전히 다른 감정의 동요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등지고픈 절망이 아닌, 전혀 몰랐던 상대의 정체를 알게 된 희열.

역삼동퀸은 악질적인 안티였다. 오죽하면 고은혜가 이름을 다 기억할까.

고은혜 입장에서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저주하는 1순위 안티라고 할 수 있었다.

자살까지 손댄 그녀가 발작적으로 반응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역삼동퀸도 날 알아?"

-네, 압니다. 근무 중 주인님의 실물을 직접 보고 점점 악의를 품게 됐죠. 그전에는 주인님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날 직접 보고 왜?"

-질투입니다.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에 대한 질투, 그게 점점 증폭돼서 지금의 괴물이 된 거죠.

역삼동퀸도 엄연히 말해 프리덤 이용자다.

하지만 '고은혜의 프리덤'에게는 지금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역삼동퀸은 고은혜의 우울증과 자살 시도를 야기한 죄가 있으므로.

-지금 근무 중입니다. 한 번 그 못난 꼴을 보러 가보시겠습니까??

"갈래!"

불현듯 역삼돈 캥거루에서 파는 삼겹살이 맛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동시에 미칠 듯한 허기가 몰려들었다.

그러고 보니 사흘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었나?

1순위 안티.

그자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단 희열에, 고은혜는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몸과 마음이 살고 싶다는, 살아야겠다는 신호를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최근 구입한 N브랜드 검은색 핫팬츠를 입으십시오.

-노출형 브래지어끈 속옷을 입으십시오. 붉은색이 좋겠습니다. 뽕은 최대한 많이 넣으시고 가슴을 위쪽으로 모아 가슴골이 만들어지게 하십시오.

-붉은 시스루 크롭티를 입으십시오. 긴 팔다리와 날씬한 허리를 강조한다는 컨셉입니다.

결과적으로 과감한 노출을 택한 패션이 되었다.

고은혜는 시키는 대로 옷을 입으면서 의아해서 물었다.

"왜 이렇게 입으라는 건데?"

-역삼동퀸이 부럽다 못해 열등감이 폭발할 만한 패션을 선택한 겁니다.

"아! 그렇구나!"

-네, 주인님의 긴 팔다리와 날씬한 허리, 깨끗한 피부, 쇄골 라인과 가슴골을 보고 크게 빡칠 겁니다.

마지막으로 고은혜는 모자를 쓰려고 했지만, 프리덤이 다시 제지했다.

-정문에서부터 아이돌 고은혜라는 것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들어가는 겁니다. 오늘의 컨셉은 무심, 당당함. 아시겠습니까?

"오케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출발합니다. 차는 페라리가 좋겠습니다.

프리덤은 고은혜가 갖고 있는 3대의 차량 중에서 차종까지 세심하게 골라주었다.

고은혜는 그대로 차를 몰고 '역삼돈 캥거루'로 향했다.

연예인들보다는 일반인이 즐겨 찾는 고깃집이기에 아마 많이 번잡할 것이다.

-손님들 사인은 제가 제지하겠습니다. 동료들에게 부탁하면 됩니다.

"고마워."

***

역삼동에 있는 역삼돈 캥거루에 도착한 고은혜는 차를 세우고 안에서 내렸다.

늘씬한 여자가 새빨간 페라리 운전석에서 내리자,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하차감이다.

정문에 들어서자 시선이 대번에 쏠린다.

이내 그녀를 알아본 손님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떤 이는 사인을 받기 위해서인지 성급히 일어서려고 했다가, 멈췄다.

그 순간 실내에 있는 모든 테이블이 일제히 진동하는 것을, 고은해는 주의를 기울 덕에 느낄 수 있었다.

-제가 말렸습니다. '고은혜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말 걸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입니다.

"고마워."

고은혜는 홀의 시선이 쏠리는 중심에 태연히 앉았다.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프리덤의 참견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시크한 시선, 각도 유지하세요. 지금 CF를 찍는 중이라고 생각하세요.

"역삼동퀸이 안 보이면 어떡해?"

-걱정 마세요. 역삼동퀸이 올 겁니다. 아, 지금 오고 있습니다.

고은혜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오른손으로는 턱을 괴고, 왼손으로는 스마트폰을 쥐었다.

스마트폰을 보는 척 무심하게 시선을 비스듬하게 내리깔고 있으니,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

목소리가 어딘지 떨리는 것 같다.

고은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미친 듯이 폭주하려는 가슴을 힘들게 억눌렀다.

마침내 1순위 안티 역삼동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한숨을 내뱉을 뻔했다.

작고 통통하며 볼품없는 체격.

빈말로라도 귀엽다는 말은 못 해줄, 평범보다 떨어지는 외모.

현 남자 아이돌 중 제일 잘생겼다는 드림커즈 리더를 뮤직 프로그램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도, 이렇게 가슴이 떨리지는 않았었다.

-냉정, 냉정.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무심하기 그지없는, 정갈한 목소리 톤으로 주문했다.

"삼겹살 2인분, 소주 한 병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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