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374화
92장 위기의 테라리움 (1)
[서해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40조 원 누적 투입!]
[TSMC 게 섯거라!]
[최고의 종합반도체회사에서, 최고의 파운드리 타이틀까지 거머쥐나?]
[래플, 물량 조달 위해 어쩔 수 없이 서해전자에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줄 것으로 예상!]
"오오, 그새 40조 원이 넘으셨어?"
요즘 하수영은 서해전자가 반도체 증설에 쓴 돈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하루하루 체크하는 맛으로 살고 있었다.
"근데 건설 속도가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진짜 답답하네."
마음 같아서는 서해물산 건설부에 잠입해서 건설 현장을 총지휘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다가는 한참 늦게 시작한 서진 파운드리 공장이 먼저 가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해전자 현금 보유액이 이제 70조 원이 됐군."
100조 원이 넘었던 현금 보유액은, 공장 증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70조 원까지 줄어들었다. 기업 공시내용이었다.
물론 연간 영업이익이 30조 원 가까이 되니까 다시 채워지긴 하겠지만…….
"의원님, 오늘따라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세요."
초선의원 윤현수(37세)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하수영은 스마트폰 뉴스를 보여주었다.
"기분 좋은 기사를 봐서요."
"아하, 서해전자 반도체 증설 뉴스네요. 저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서해전자가 반도체로 쭉쭉 뻗어 나가니 우리나라 국격이 올라가고 있잖습니까."
"전 서해그룹 별로 안 좋아하는데.식품 사업 때문에 몇 번 부딪쳐서요."
"네?"
윤현수는 당황해서 기사를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봤다.
분명 반도체 투자를 칭찬하고 격려 하는 기사가 맞는데?
"서해그룹이 뻘짓으로 돈 날리는 기사 내용이라서 마음이 편안해진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지금 서해전자는 주머니를 바짝 졸라매야지, 공장 증설 따위에 펑펑 돈을 쓸 때가 아니거든요. 머잖아큰 리스크 하나 올 텐데, 이렇게 삽질을 하면 안 되죠."
"아, 그렇습니까."
윤현수는 이해가 안 갔지만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지금 하수영의 기분을 북돋워주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나저나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법인 조세특례 개정안 쏙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뭐, 소득세를 내라면 못 낼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식량작물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더더욱 식량 재배를 장려해야지요."
윤현수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며 하수영 편을 들었다.
"버섯이 어디 특수작물처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작물은 아니잖습니까. 온 국민의 식단에 매일 오르는 품종인데요. 10년 뒤에도 여전히 버섯은 소득세 면제 품목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윤현수 의원님 덕담 덕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어이구, 별말씀을요."
윤현수는 입안의 혀처럼 굴며 하수영을 따라다녔다.
본회의실에 입장하자 하나둘씩 구의원들이 착석했다.
구의정 업무를 돌보고 난 후, 하수영은 언제나처럼 구의회 직원들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점심을 먹고 구의회로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구청장이 호들갑을 떨며 하수영을 맞이했다.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하수영 의원님."
"제가 축하받을 일이 생겼나요?"
"소식 못 들으신 겁니까? 중국 알리화원 그룹에서 프라임컴퍼니를 방문했답니다. 중국에서 알아주는 초대형 식품유통회사라고 하더랍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뭐겠습니까. 바로 황비버섯라면 수입 때문이지요. 지금 중국에서 황비버섯라면이 그렇게나 인기라는데요."
현재 황비버섯라면은 매달 10억개 정도가 팔리고 있으며, 그중 4억개는 해외 업체들이 사가는 물량이다.
그중 중국 쪽 수입 업체만 해도 수십여 개는 된다.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황비버섯라면을 수입하려는 모양입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주변 의원들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축하를 건넸다.
"축하합니다.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이거 프라임컴퍼니 매출이 몇 배로 뛰어오르겠네요."
"몇 배로 끝나겠어요? 중국 인구가 14억입니다. 14억! 그 많은 사람들이 먹어대기 시작하면, 어휴……."
"마침 프라임컴퍼니 라면공장 증설도 다 끝나서 이제 생산량도 넉넉하시겠습니다. 아무 문제 없겠네요."
그렇게 다들 부러움과 축하를 건네 는데, 전성렬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구석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 사장, 중국 알리화원 유통회사에서 우리 황비버섯라면을 정식 수입하고 싶대.
"중국 정식 진출은 지양해야 할 텐데요. 믿을 만한 나라가 아니잖습니까."
-걱정 말게. 우리는 상품 출하만 하고, 공장에서부터는 알리화원 측에서 알아서 가져가기로 했어. 대금도 생산 전에 미리 결제하는 식으로 하기로 했고, 이제 하 사장 최종 승인만 남았어.
"돈 떼일 걱정은 없겠군요. 그런데 제 승인이라니요?"
하수영은 회사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승인을 받고 말고 할 게 없다.
-그게…… 물량이 좀 많아. 그래서 하 사장 사전승인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계약 같아서. 대주주로서가 아니라, 수영농장 경영주로서 자네 결정이 필요해,
"얼마나 되는데요?"
-한 달에 100억 개.
"어우, 좀 세네요."
중국은 작년 라면 소비량이 400억개가 넘는, 부동의 세계 1위 소비국이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편이다.
-황비버섯라면을 한 번 먹어본 중 국인들의 평균 소비량이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나 봐. 알리화원도 그걸 보고 주시를 한 거지. 제대로 프로모션하고 유통망 장악하면 한 달에 100억 개도 거뜬하다 싶은 거지.
"그럼 공장에서 매달 110억 개를 찍어내야 하는 거네요."
-그렇지. 버섯 조달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와 미국 수영레스토랑에 공급하는 물량도 있고 하니까……
"가능합니다. 테라리움의 생산 능력을 가볍게 보지 마세요."
-알았어. 그럼 내가 이거 계약 추진하지.
하수영이 지분 85%의 최대주주이지만, 라면제조용 버섯은 엄연히 1g 당 1원씩 돈을 받고 공급한다. 수영농장과 프라임컴퍼니는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라면사업부 월 매출이 1.6조 원인데, 여기에 30조 원이 추가로 붙을 거야. 흐흐.
국내에서 제일 비싼 황비버섯라면은 버섯 80g이 들어간 1,800원짜리다.
"개당 3,000원이나 받기로 하셨어요?"
-중국 독점 수출을 보장해 주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지. 중국에서 황비버섯 판매 가격이 얼마인데. 아마 그중에서 온전히 라면으로 소비되는 것은 1/5도 안 될걸?
3,000원에 사서 버섯만 먹고 버려도, 중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익일 테니까.
어쩌면 알리화원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황비버섯일 수도 있다.
하수영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자, 윤현수가 옆에 달라붙어서 물었다.
"전성렬 사장님과 통화하신 겁니까?"
"네, 중국 라면 수출 때문에요."
"혹시 몇 개나 수출하기로 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한 달에 100억 개, 개당 3,000원씩 받기로 했대요."
"허억! 그럼 월 30조 원의 추가 매출이 생기는 거군요! 그럼 연간 라면 매출이 약 380조 원, 프라임컴퍼니 영업이익률이 8% 정도로 높은 편이니까 연간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조 원!"
순간 하수영은 윤현수가 자신의 자산관리사라도 되는가 싶었다.
"주요 재료까지 의원님이 직접 공급하고 계시니 실질적인 이익은 더 높겠네요! 대단하십니다!"
다른 구의원들의 얼굴에도 부럽다는 감정이 커지고 있었다.
"의원님, 그럼 황비버섯을 한 달에 얼마나 재배해야 하는 겁니까?"
"88만 톤 정도는 생산해야지요. 수영레스토랑, 국군 장병들 증여 몫은 제외하고 라면 제조에 들어가는 것 만요."
"88만 톤! 매달 그 많은 버섯을 생산하는 게 정녕 가능한 일이었군요!"
"자동화 설비가 잘 되어 있어서요. 그리고 버섯이 빨리 자라는 편입니다."
농업이나 버섯 재배를 잘 모르는 의원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농업 전문가들이 들었다면 또다시 뒤로 넘어질 수치였다.
***
여느 때처럼 구의정 업무를 마치고, 오후 일찍 퇴근을 준비할 때였다.
주희도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님, 나노소프트에서 식재료발주를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북미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수영레스토랑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걱정 마세요. 테라리움, 아직은 거뜬합니다."
-다행입니다. 실은 스톰벅스에 생두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또 중국서 황비버섯라면을 크게 수입한다고 들어서요.
"그것까지 다 고려한 겁니다. 끄떡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에는 마케미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 사장, 납니다. 엘릭서드링크말인데요. 다음 달부터는 생산량을 몇 배로 더 늘릴 겁니다. 지금 일본에서 반응이 아주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송이버섯도 더 많이 재배해야겠군요."
-이번에 북미 수영레스토랑 확장도 그렇고, 중국 수입량이 늘어난다는 말까지 들어서요. 내가 걱정이 됐지 뭡니까.
"걱정 마시지요. 테라리움은 거뜬합니다."
-하하, 내가 마음이 다 놓입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프라임웰빙 최대주주는 누가 뭐라 해도 하 사장 아닙니까.
전화를 끊은 하수영은 프리덤한테 지시했다.
"들었지? 송이, 황비, 밀, 고추 생산량 더 늘려."
-네, 생산량 바로 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콩 생산량도 더 늘려야 합니다.
"그래? 최진국 사장님 연락이 왔어?"
최진국은 최우석의 조카로, 원래 소 목장을 하다가 지금은 양계업도 하고 있다.
병아리 부화장도 직접 운영해서 닭을 키워 수영치킨에 생닭을 출하한다. 수영치킨에 가장 많은 생닭을 독점으로 공급하는 양계장주이다.
-사료로 효과가 아주 좋아서 만족한다고 합니다. 동료 양계장주들도 엘릭서 콩을 닭 사료로 쓰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최진국 사장은 닭사료뿐만 아니라 축산농장 소 사료로도 쓸 예정이랍니다.
"그럼 콩을 본격적으로 재배해야겠군."
수영농장산 공을 사료로 먹은 병아리들은 성장 속도가 더 빠르고, 집도 크며, 육질도 부드럽고 맛이 더 좋았다.
이제 튀기는 기름(황비버섯 오일) 뿐만 아니라 생닭의 질 자체에서도 기존 치킨과 월등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콩 생산량도 늘려야지."
-지금부터 테라리움 5호기를 추가 건조하는 게 좋겠습니다.
현재는 커피나무 전용 4호기가 한 장 지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작물 발주량도 늘어나고, 이제는 버섯, 밀, 고추, 콩 외에 다른 다양한 작물들 재배도 준비해야 합니다.
"유인태 사장님한테 발주서 넣어 줘."
유인태는 테라리움을 짓고 있는 건설업체 사장 이름이었다.
-지금 발주서 보냈습니다. 유인태사장님이 확인했습니다.
-우형신 중개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오, 잘됐네. 그럼 바로 전화를……."
우형신 중개사한테 막 연락하려는 찰나, 유인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유인태 사장님, 4호기 짓느라 바쁜데 추가 공사발주 하셔서 하소연하시려고 전화하셨나 보네. 네, 하수영입니다."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닙니다. 메일 방금 보냈는데요."
-그게 아니라, 하, 이거 참,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저도 오늘 오전에 확인을 했는데요. 허…… 일단 사실관계 확인하느라고 조금 늦었습니다. 늦어도 오후에는 정리해서 보고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하수영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난처함이 가득한 목소리에 괜히 불안해진다.
-테라리움 4호기 공사현장에서 황철석이 나왔었습니다.
"황철석이요? 금광물을 닮은 그 싸구려 광석, 그래서 금 찾은 줄 알고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그거요?"
-네, 바보가 될 뻔했습니다.
"바보가 된 게 아니고, 바보가 될 뻔했다고요?"
-황철석인 줄 알고 넘어갔는데 진짜 금광물이더군요.
"……."
-확인을 하느라고 보고가 조금 늦었습니다. 농장 아래 큰 금맥이 있는 듯합니다. 세상에, 우리나라 금맥은 이제 씨가 마른 줄 알았는데…….
하수영은 마이크 음소거를 한 뒤 폰을 집어던졌다.
"아오! 금이라면 진짜 지긋지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