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04화 (404/1,270)

프랜차이즈 갓 404화

102장 핀익스의 비밀(1)

클럽 핀익스,

청담동 대형 상가 빌딩의 지하에 위치한 이 클럽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명 여가수 아이리스가 창업했다고 알려진 덕분에 아주 유명해졌다.

테이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입지나 시설이 좋기에 언제나 손님이 붐비는 편이었다. 밤 11시만 되면 청춘 남녀들이 줄을 서서 들어간다.

물론 줄과 상관없이 프리패스로 입장하는 이들도 있다.

클럽을 자주 찾는 VIP이거나, 슈퍼카를 끌고 오는 손님들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 입장에서는 새치기이지만,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는 별로 없다.

오히려 대체로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편이다.

"어? 저 빨간 페라리, 눈에 익은데?"

"8888 넘버, 저번 주에 봤던 그 빨간 염색머리 손님이잖아. 바세린 콘스탄틴 시계 찼던."

"바쉐론이겠지. 그 오빠 차였구나. 몰랐어. 어머, 오빠가 이쪽 본 거 같아."

차에서는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내려서 낄낄거리며 가드에게 차키를 맡기고 들어섰다.

아직 오픈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클럽이나 손님이나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줄서서 기다리는 젊은 청춘들의 눈에는 동경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 후에도 람보르기니, 맥라렌, 애스턴마틴 등 수억 대의 슈퍼카 차주들이 몇 명 더 내려서 클럽에 출입했다.

입장만을 기다리는 여자 손님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오늘 무슨 날이야? 대박 터졌네. 물 아주 끝내주겠는데?"

"이태원 안 가고 핀익스 오길 잘했어. 오늘 한 번 끝장나게 달려보자."

어느덧 오픈 시간이 바짝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다시 한 대의 차량이 달려와서 클럽 입구에 섰다.

입장객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어머, 벤틀리야. 벤틀리."

"와, 대박."

클럽의 사소한 불문율 중 하나.

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온 손님은 '부모'가 돈이 많지만, 비싼 세단을 끌고 온 손님은 '자신'이 돈이 많다.

보통 이런 경우는 30, 40대에 일찍 성공한 사업가이거나, 혹은 중년부자가 일탈 심리에 의해 찾은 것이다. 클럽 지분사장 등 관계자라면 입구에 정차하지 않을 테니.

"잠깐만, 엠블럼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벤틀리는 양 날개 사이에 B 자가 크게 있어야 하는데?"

"뭐라고 써 있는 거지? genesis?"

"아, 나 저거 알아. 미래자동차에서 만든 거네."

"뭐야, 국산차였어? 아니, 국산차주제에 왜 헷갈리게 벤틀리 행세를 하고 그래?"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변했고, 입장객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지켜보았다.

"꼴에 싸구려 국산차 끌고 와서 프리패스하시겠다? 어이가 없네, 정말."

"차키 맡기고 뒤로 와서 줄 서면 볼 만하겠다."

"핀익스 주차공간 그렇게 안 넓어서 저런 차는 주차 시켜주지도 않을 걸. 최소 벤츠 이상만 주차 받아주던데."

"그럼 도로 옆에다가 세우고 이리와서 줄 서야지."

직원은 클럽 입구에 정차를 한 채,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는 프라임유통 소속 직원으로, 특별 일일수당과 내일 유급휴가를 대가로 오늘 하루 운전기사를 맡았다.

직원은 뒷좌석에 앉은 하수영과 정서희를 돌아보며 물었다.

"사장님, 주차장 진입로가 인파에 막혔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저걸 헤치고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요."

"잠시 내려서 클럽 직원한테 주차장 진입하게 입장줄 정리 좀 해달라고 해보세요."

"아, 네."

직원은 얼른 차에서 내려서 클럽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덩치 큰 가드가 의아한 눈으로 직원을 위아래로 훑었다.

"주차 때문에 그러는데요."

"우리 매장 주차장에는 주차 못 합니다. 그냥 도로 옆에 세워두세요."

"아니, 그게 아니고요. 저기 지상주차장에 세우고 싶은데 사람들 줄이 가로막고 있어서요. 진입만 할 수 있게 정리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가드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피식 웃더니, 어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봐요, 저기 주차장은 주인이 있어요. 우리 가게 단골손님들인데 그걸 모를까 봐. 저기는 안 됩니다."

"네? 주인이 있다고요?"

직원은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이 빌딩 자체가 우리 사장님 건데 주차공간에 주인이 따로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일단 알겠습니다."

직원은 어이가 없었지만 얼른 차로 돌아와서 하수영한테 곧이곧대로 보고했다.

정서희가 황당해서 반응했다.

"여기 수영 씨 빌딩이고 지금 비어 있는데 잠깐 차 세우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하수영은 잠깐 생각했다.

새 건물주라고 가드한테 밝히거나, 혹은 관리소 직원을 호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선택지는 쓸 수 없었다.

"제가 지금은 인사가 아니라 정탐을 하러 왔잖아요. 건물주라는 건 숨겨야죠. 뭐, 그냥 14호기 주차장에 세웁시다. 여기서 제일 가까우니까요."

14호기는 8,000억 원에 구입한 휴민트타워를 말했다. 참고로 의원사무실은 1층에 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거기서 대기할까요?"

"1층에 의원사무실 있으니까 거기에서 좀 쉬고 있어요. 한숨 자도 되고."

"네, 전화기 꼭 쥐고 가슴에 올린채 좀 쉬고 있겠습니다."

하수영과 정서희는 뒷좌석에서 내렸고, 차는 부드럽게 그곳을 떠났다.

길게 늘어선 줄을 둘러보면서 하수영은 끄덕였다.

"음, 일단 손님은 참 많네요."

"그러게요.. 평일인데 이 정도면 불금토에는 대체 얼마나 줄이 길까요? 근데 이러면 우리도 줄 서야 되는거 같은데요."

"그럼 줄 서죠."

"……이런 것도 추억이죠. 젊은 날에만 할 수 있는."

정서희는 작게 툴툴거렸다.

나름대로 식품재벌 딸인 그녀에게 줄을 선다는 것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앞에 선 이들이 이따금씩 힐끔거리는 게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자 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수영과 정서희 차례가 되었다.

가드는 하수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정서희를 보고 조그맣게 끄덕였다.

"음……."

"들어가세요."

하수영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투덜거렸다.

"아니, 왜 날 보고 고민하다가 부사장님을 보고 대번에 오케이합니까?"

"너무 모범생 같아서 그런 거죠."

"제네시스 EQ면 프리패스일 줄 알았는데요."

재벌 회장급은 못 되는 중견기업사장들이 선호하는 차량 아닌가.

"그러게요. 페라리 같은 거 끌고 오셨으면 쉽게 통과됐을 텐데."

"가드들은 눈이 삐었나요? 진짜 알짜배기들은 우리 전성렬 사장님처럼 제네시스 EQ 타고 다닌단 말입니다."

"클럽 말고 텐프로 같은 데를 갔으면 격하게 환영받았을 텐데. 그쵸?"

"나중에 텐프로 가게 있는 건물 사게 되면 그 말씀 참고해서 정탐하겠습니다."

"살짝 후회하죠? 이럴 줄 알았으면 한정판 람보르기니 타고 올 걸 그랬다고."

"그건 차주를 특정할 수 있어서 안돼요."

퍼포먼스 하부 격납고에 실려 있는, 안살린 왕자가 선물한 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딱 한 대 있는 99억짜리 한정판 모델.

홀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음악과 현란한 조명, 사람들의 몸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그들을 반겼다.

과장 안 보태고 콩나물시루 같은 풍경에 하수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세입자가 장사가 잘되는 건 좋은데, 손님들을 상대로 이렇게 가혹행위를 해도 되는 건가요?"

"그럼 룸을 잡을까요? 그럼 편하게 구경하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데."

"아뇨, 이왕 온 거 오늘은 홀 분위기나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정서희의 눈에 하수영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이 보였다.

뭐든지 다 경험해 본 듯 항상 자연스러웠던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클럽은 진짜 처음인가?'

하수영은 복잡한 홀에서 한 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탈출했다.

덕분에 한장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있던 정서희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나서야 했다.

"저 버려두고 더 노셔도 되는데."

"수영 씨 있는데도 남자들이 자꾸 다가오잖아요. 저 혼자 남겨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도 안 되세요?"

"클럽 경험 꽤 있으시지 않습니까?"

"시끄러운 걸 즐기는 거지, 남자들 만나러 오는 게 아니거든요."

"보통 그렇게 말씀 많이 하시던데……."

"전 정말 아니에요."

정서희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밖에서 공기를 쐬며 한숨을 돌리는 데,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손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이미 안이 꽉 차서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걸 아는데, 대체 어떻게 저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걸까 싶었다.

"일단 오늘은 철수하겠습니다. 특별히 더 볼 것은 없는 거 같아요."

"내일 다시 와요?"

"이번 주 금요일에 다시 올 생각입니다만, 같이 오시게요?"

"에스코트 할 사람은 있어야 하잖아요. 수영 씨는 클럽 초보인데."

"그럼 저야 감사하죠. 연락드리겠습니다."

"저 빼놓고 가면 안 돼요. 꼭 불러줘야 돼요."

하수영은 휴민트타워 의원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직원에게 차 가져오라고 톡 메시지를 보냈다.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불현듯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거친 고함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리니, 웬 남자 손님 둘이 서로 주먹질을 하며 다투고 있었고, 가드가 황급히 나서서 둘을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만취한 듯 축 늘어진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정서희가 그걸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자 한 명 놓고 싸움 났나 봐요. 흔히 있는 일이죠. 왼쪽이 아마 남자친구 같네요."

"신고 안 해도 됩니까?"

"놔둬요. 가게에서 알아서 말릴 거에요."

정서희는 별다른 흥미가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 오늘 너무 놀았네. 지금 일거리 많이 쌓였는데. 내일은 새벽에 바로 출근해야겠어요. ……수영씨?"

살짝 하품을 하던 정서희는 바로 옆에 있던 하수영이 사라진 것을 보고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곧 하수영이 다툼이 난 방항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얼른 달려왔다.

"수영 씨? 다가가지 말아요. 괜히 술 먹은 손님들 싸움에 얽히기라도 하면……."

하수영의 눈길은 가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우는 남자 손님들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길거리에 축 늘어져서 벽에 등을 기댄, 의식을 거의 잃다시피한 만취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정서희가 눈치를 보며 작게 소곤거렸다.

"아는 여자분이에요?"

"아뇨, 처음 봅니다."

"그런데 왜……?"

"낯선 여자인테 너무, 아주 익숙한 향기가 나서요."

"네? 향기요?"

아무리 봐도 술 냄새 밖에 나지 않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

그리고 이렇게 몇 미터 넘게 떨어져 있는데, 무슨 술 냄새가 난다는 건가?

하수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의식을 잃은 여자한테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

그것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향기였다. 아니, 향기라기보다는 존재감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엘릭서?'

그것은 바로 엘릭서의 기운이었다.

문제는 엘릭서의 농도가 너무 짙다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또렷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이론적으로 엘릭서 작물 식품을 섭취한 인간은 당연히 어느 정도 엘릭서 기운을 뿜게 된다. 하지만 그 수치는 아주 미약해서 하수영이 특별히 느낄 정도는 못 된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남들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이상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엘릭서가 유출될 일도, 자신 말고 다른 이가 엘릭서를 획득할 일도 없다.

가능성은 딱 하나 뿐이다.

'이 여자, 엘릭서 드링크를 대체 한꺼번에 얼마나 많이 먹은 거지? 이 정도면 위장 파열로 벌써 병원에 실려 가야 하는데.'

몹시 수상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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