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18화
106장 여기서 왜 나와?(1)
하수영은 프라임웰빙에서 엘릭서 드링크를 대량으로 사 간 구매자의 정보를 넘기는 걸 마지막으로, 손을 털기로 했다.
임탁정 검사는 수사를 진행하는 데 천군만마와 같은 지원을 확보한 셈이다.
'대량의 엘릭서 드링크를 농축해서 마약에 섞으려면 그에 걸맞은 의약 제조시설이 필요하다.'
'밤의 황제, 곽철태의 입을 열게 만들어야 한다.'
'거물들이 줄줄이 엮여 나올 것이다.'
검찰 마약수사팀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이 켜져 있었다.
"마약왕 새끼, 반드시 잡고 만다."
"네놈이 누구든 간에 우리 임 검사님이 영장 들고 찾아갈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라."
얼굴도 모르고, 실체도 확실하지 않은 존재.
임탁정 수사팀에서는 곽철태한테 마약을 공급하는 그를 어느덧 '마약왕'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검사님, 이 정도면 우리나라 마약 시장의 최대 주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절대 보통 놈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화이트 스카치로 번 돈이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 됩니다. 어우, 곽철태 이 새끼. 아주 징글징글하게 해처먹었네요."
"누구인지 몰라도 정말 돈 버는 감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발달한 놈입니다. 유흥에 빠진 재벌 3세들을 상대로 화이트 스카치 같은 마약을 개발할 생각을 하다니."
"곽철태가 입 열지 않아도 이제 잡을 수 있습니다. 놈이 입만 열면 더 빨라지겠지만요."
불붙은 수사는 더욱 강한 추진력을 내고 있었다.
***
매번 꼬박꼬박 엘릭서 드링크를 대량으로 사 가던, 마약왕의 측근으로 의심되는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황상 화이트 스카치 제조를 중단한 것이 틀림없었다.
곽철태와 홍윤주가 구속되고, 자신들을 향해 검찰의 손이 뻗어오니까 몸을 사리는 것이리라.
"어디서 함부로 남의 귀한 건강음료를 가지고 쓰레기 마약 따위나 만들고 말이야."
하수영은 이제 마약 수사는 신경을 끄고, 본업에 다시 집중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임탁정 검사의 성정을 보건대, 결코 타협을 할 인물이 아니다.
마약범이 일망타진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화이트 스카치를 유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뒤늦게 자세한 사정을 들은 마케미 야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엘릭서 드링크의 송이 효능을 마약 위해작용 제거에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기가 막힌 놈들은 많군요, 하수영 사장."
"이제부터 의심되는 구매자는 아예 회사 차원에서 판매를 막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겠어요. 우리 잘못은 아니지만, 어쨌든 마약범들 좋은 일을 시켜줄 순 없죠. 현금 대량 구매라서 이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수영과 마케미야는 오랜만에 서해호텔 레스토랑에서 김효산 셰프의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
"이것들이 현재까지 엘릭서 드링크 의 효능으로 확인된 것들입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의 비공식적인 조사라서 공신력은 없어요."
마케미야는 태블릿으로 효능 자료를 보여주었다.
"면역체계 강화, 성인병 완화, 신체 컨디션 밸런스 조절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군요."
"외상 치유 속도 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청담수영병원 수술 환자들의 회복이 빠른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엘릭서 드링크는 특정한 병을 직접 치료하거나 하는 효능은 없다.
다만 몸을 아주 튼튼하고 강인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다.
그리하여 환자가 스스로 강해져서 병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것이다.
"하수영 사장도 내가 예전에 원인 불명의 요도통 증후군을 앓았던 걸 알 겁니다. 존스홉킨스에서도 원인을 못 찾았어요. 그런데 송이버섯 덕분에 깨끗이 나았지요."
"송이 효과가 질환 자체를 치료한 건 아니군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몸이 그 질환을 이겨낼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들어주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환자 입장에선 이런 게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케미야는 자신의 몸과 지인들을 통해 송이 효능을 누구보다 피부로 체득했다.
문제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아무리 성분 분석을 해봐도, 신체 를 강인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성분 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엘릭서 드링크는 '건강에 좋은 자연식품'이라고만 홍보하고 있었다. 허위 광고나 과대광고라는 시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엘릭서 드링크를 복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그거 효능이 좋던데?'라는 입소문이 퍼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다양하게 오고 가지만, 프라임웰빙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엘릭서 드링크의 의약적 효능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결국 입소문만으로 장사하는 거지만 충분한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입니다. 일주일에 3,0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한시름 놓아도 됩니다. 이제부터는 중국을 뚫어야지요."
"중국에서 수입하려는 업체들이 줄 을 섰다고 들었는데요."
"지금도 소량은 수출을 하고 있긴 한데, 반응은 일단 좋습니다. 근데 알다시피 중국은 보통 국가가 아니잖아요. 잘못 진출했다가는 본전도 못 건지고 뺏기기만 할 수 있어요."
"음, 그렇지요."
"공산당에서는 중국 현지 공장을 세워서 엘릭서 드링크를 유통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마케미야 대표님 생각은요?"
"안 될 말입니다."
마케미야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 었다.
"내 한국인 사업가 친구 중 한 명 이 예전에 중국에 진출했다가 7년간 제대로 돈도 못 벌고, 공장과 설비 만 모두 남겨둔 채 쫓겨나듯이 나와야 했던 적이 있어요. 내가 그 친구
자살하려는 걸 얼마나 열심히 막았는지 몰라요."
"……."
"프라임컴퍼니가 중국 현지 생산을 안 하고, 한국에서 곧바로 수출하는 게 아주 잘하는 겁니다. 엘릭서 드링크 역시 그런 방식으로만 중국에 수출할 겁니다."
생산은 한국에서 하고, 중국 업체가 직접 한국에 들어와서 사가는 것으로,
사업 거래 자체를 한국에서만 끝내고, 중국 땅으로는 조금도 옮겨가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기업 대우방침 이 워낙 엿가락이고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바닥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내 손으로 일궈 나가는 재미가 있네요. 비즈니스 실무에서 손을 뗀 지가 오래되었었는데, 프라임웰빙 경영하면서 사업하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어요."
"1억 달러 이상 안고 시작했으면서 바닥부터 시작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시다니. 역시 마케미야 대표님은 저와 통하는 게 있습니다."
"허허, 안살린 왕자한테 배운 화법 입니다. 그 친구 말투, 사고방식이 이래요. 그나저나 왕자는 아직도 경기도에서 토양 연구 중인가요?"
"가끔 가보는데 신도시 하나가 들어서고 있던데요. 마케미야 대표님도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가보시죠."
"그 친구가 지질학에 미친 학자이긴 해도, 이렇게 한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은 드문 일인데 말입니다. 언제 한 번 가봐야겠어요."
안살린이 세계 곳곳에 세워서 굴리 는 현지 토양조사팀만 세 자릿수가 넘어간다.
안살린은 중요한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현지를 방문해서 체크하는 식으로 연구를 한다. 몸이 한 개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참, 수영레스토랑이 일본에 진 출할 마음은 없습니까?"
"일본 진출이요?"
"일본 라멘식으로 스타일을 살짝 혼합해서 진출하면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한국 매출의 몇 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어요."
"괜찮습니다. 수영레스토랑은 지금 처럼 서울 위주로 사업을 할 겁니다."
"그래도 북미는 이미 전역에서 영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나노소프트 사내 매점으로 들어간 게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서 그리 됐을 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맹점 운영하려면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갑니다."
"그럼 따로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맡겨서 일본 시장 관리를 위임하면 될 텐데요. 그런 식으로 상표권 장사 많이 합니다."
"에이, 농부라면 자기가 만든 음식 상표에 책임을 져야죠. 상표권만 관리하고 그 외는 나 몰라라 할 순 없잖아요."
"그래도 일본에서 수영라면에 대한 인기가 상당한데, 언제 일본에 들어오나 기다리는 수요가 많아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가 목소리를 살짝 낮춰서 말했다.
"안 그래도 수영레스토랑 일본 관광객 매출이 확 늘었어요."
"오, 그래요?"
"네. 오리지널 수영라면 매출이 초기에 비해서 조금 줄어든 편인데, 일본 관광객들 덕분에 지금은 리즈시절 이상으로 복구되었어요."
한 그릇에 35,000원짜리 라면,
아무리 맛이 좋고 중독성이 있다. 해도, 자주 사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수영이 강남 지역에서만 장사하고, 가맹점 숫자도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1만 원짜리 다운 그레이드 라면은 별개) 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줄을 서는 일본 관광객들 덕분에 매출은 다시 껑충 뛰어올랐다.
"오리지널 수영라면 매출의 5% 이상을 일본 관광객들이 올려주는 것 으로 집계되고 있어요."
"5% 면 상당하군요."
"재미있는 건 일본 손님들 중 80% 이상이 수영라면 오리지널을 사먹으려는 목적으로 관광을 왔다는 겁니다."
"외화도 벌고 관광객도 유지하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좋겠어요. 아참, 하수영 사장이 그러고 보니 강남구 의원이었지요?"
"네, 맞습니다. 구청에서도 일본 관광객들 방문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좋아합니다."
"하수영 사장 입장에선 일본 시장 진출보다 그게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참치는 부지런히 수출하고 있습니다. 참치야 양식장에서 건져서 갖다 주기만 하면 끝이라서 편하네요."
"중금속 무공해 참치라고 일본에서도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언제 한 번 일본 놀러 오세요. 내 친구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
하수영이 마약 수사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은 동안에도, 조성만은 임탁정을 도와서 열심히 수사를 진행했다.
곽철태는 그 어떤 심문에서도 꿋꿋하게 묵비권을 행사했다.
아무리 협박하고, 회유하고, 윽박질러도 소용없었다.
전관예우랍시고 나타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옆에서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
"아, 글쎄. 우리 의뢰인은 마약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니까 이 친구들이 자꾸 그러네. 너 인마, 몇 기수야? 내 밑으로 죄다 집합 한 번 시켜볼까?"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곽철태가 마약 유통에 연루되어 있다는 정황이 너무 또렷합니다. 이런 식으로 진술만 거부하셔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그건 판사가 판단할 일이지."
변호사는 마치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조실에서 내내 거들먹거렸다.
임탁정은 초조해졌다.
현재 곽철태의 변호사는 보석을 신청한 상태였고, 법원에서도 허가를 할 분위기라고 들었다.
수백억 원의 현금과 마약이 증거물로 쏟아져 나온 상태이지만, 그게 곽철태와 직접 연관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걸 찾아내지 못하면 맥없이 곽철태가 보석으로 풀려나는 꼴을 봐야 할 것이다.
그때 수사관이 허겁지겁 검사실로 들어왔다.
"검사님! 찾았습니다! 삼화제약입니다!"
"뭐? 삼화제약?"
"삼화제약 임원 한 명이 홍윤주가 운영하는 역삼동 텐프로 술집에 주기적으로 출입한 걸 확인했습니다! 아가씨도 안 부르고 홍윤주 마담과 단둘이 룸에서 30분 정도만 시간을
보내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냥 단골손님일 가능성은?"
"절대 아닙니다. 곽철태 성격상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 건 죽어도 못 본답니다! 가게에서 버젓이, 룸에서 단둘이 만났다는 것은 홍 마담이 곽철태를 대리해서 비즈니스를 한 게 맞습니다."
임탁정은 흥분으로 가슴이 뛰었다.
화이트 스카치 제조에는 상당한 규모의 약제조설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삼화제약은 한국의 5대 제약사 중 한 곳.
"좋아, 몸통이 나왔으니 삼화제약을 한 번 파보면 되겠군. 잠깐, 근데 삼화제약이 단독회사인가? 모그룹 같은 게 있나?"
수사관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라테그룹 계열입니다."
"……."
5대 재벌이자, 국내 최고의 유통재벌인 라테그룹의 이름에, 임탁정은 잠시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