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19화 (419/1,270)

프랜차이즈 갓 419화

106장 여기서 왜 나와??(2)

"라테그룹이라고?"

"네, 아마 7년 전쯤에 라테그룹에서 삼화제약을 인수해서 지금처럼 덩치를 키운 것으로 압니다. 일본산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같은 것을 들여와서 유통하려고 인수했을 겁니다."

"……."

"지금 삼화제약 사장이 라테그룹 회장의 사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카도 아니고 사위다.

그렇다는 것은 실질적인 소유주는 회장의 딸이라는 소리이다. 사위는 딸의 남편으로서 얼굴마담 노릇을 하는 것일 테고, 임탁정은 잠시 침묵했다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홍 마담 찾았다는 삼화제약 임원, 더 자세히 조사해 봐. 들키지 않게, 신중하게, 알았지?"

"알겠습니다."

며칠 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탁정 검사로서는 바라지 않은 방향의 결론이었다.

"격주 1회로 역삼동 텐프로 술집에 출입했고, 홍윤주가 직접 접대했습니다. 항상 크고 튼튼한 금속제 캐리어를 주고 갔으며, 서로 간에 애틋한 감정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관련자들의 증언입니다."

"술집을 다녀간 다음이면 임원 와이프의 계좌로 천만 원대의 현금이 입금된 내역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가 확실합니다."

"삼화제약 임원이 텐프로 마담과 비즈니스를 할 게 뭐가 있다고."

"곽철태하고는 비즈니스감이 있었나 보죠."

"그 임원이 회사 의약제조설비를 들키지 않게 마음대로 운용해서 마약을 제조하는 게 가능한가?"

임원 개인, 혹은 몇몇이 합세한 국지적인 일탈로 치부하고 싶은 마음 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거물이 끼어 있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감당 불가능한 거물은 아니기를 바랬으니까.

"불가능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케어가 있어야 설비운용이 가능합니다. 임원 몇 명이 회사 눈을 피해서 지속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제길."

"이 정도면 적어도 삼화제약 사장의 능동적인 개입이 닿아 있다고 봐 야 할 거 같은데요."

"밤의 황제 따위가 어떻게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데려왔나 했더니, 라테그룹이 그 뒤에 있었어."

"아직 라테그룹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보장은."

"삼화제약 오너가 라테그룹 회장 딸인데, 라테그룹이 무관하다는 게 말이 돼?"

"……."

"기껏해야 3선, 4선 정치인이나 연결되어 있을 줄 알았더니. 하필 5대 재벌이야."

임탁정은 초조해져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치인이 연결된 일이면 차라리 괜찮다. 아무리 거물이라도 약점은 있는 법이고, 오늘의 태양이 순식간에 저물기도 하는게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나 재벌은 다르다.

돈이라는 힘에는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돈이 부족한 것뿐이다. 그리고 재벌이란 단어 자체가 돈이 언제나 넘친다는 뜻도 담고 있고,

"일단 영장 쳐볼까요? 저들의 대응 반응을 보면 연루되어 있는지 아닌 지 확실히 알 수 있잖습니까."

"우리가 삼화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셈이지. 일단 은밀히, 아주 조용하게 삼화제약을 조사해 보자고, 뭣하면 그 거래를 담당한 임원을 협박해도 좋아. 아니, 이건 내가 직접 하지."

"네, 검사님."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 놀라게 만들든 손을 떼든 해야지, 폭죽부터 먼저 터뜨려서 놀래키면 곤란해진다고."

임탁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약 수사 도중 갑자기 5대 재벌 계열사 이름이 튀어나오다니.

이 수사, 아무래도 쉽지 않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

강풍강우 재난이 남긴 피해의 상처는 많이 아물었다.

무너진 철도도 복구되었고, 박살난 시설도 잔해를 치우고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프리덤을 원하는 행정안전부의 읍소도 더욱 짙어져만 갔다.

잊을 만하면 최소 차관급 인사가 실비아컴퍼니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 와서 프리덤을 국가재난안전 지원시스템으로 발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실비아컴퍼니는 단가를 이유로 거절했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시면 오히려 저희가 매달려서 사업 추진을 해달 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나라에 돈이 없습니다."

"그럼 저희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국가의 위기를 정녕 모른 체하실 겁니까?"

"……작년 겨울 우박태풍과 이번 강풍강우에서 프리덤이 '무상으로' 보인 지원 활약을 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긴급 상황에서 시스템 자원을 활용 해서 무상으로 도와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껏해야 서버가 먹는 전기료밖에 안 든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푼돈을 가지고 정부와 갑을 도급계약으로 묶이 게 되면, 회사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

이것저것 걸릴 제약을 생각하면, 그냥 내킬 때마다 도와주는 게 낫다.

실비아컴퍼니 회장 박덕준은 오후 미팅 일정을 보고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또 백두자동차야?"

백두자동차는 프리덤의 자율주행 AI 독점사용권을 놓고 줄기차게 조르고 있었다.

대당 200만 원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은 어느덧 대당 250만 원까지 올 라갔다.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실비아컴퍼니에 25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조건.

차 값을 생각하면 큰 금액이지만, 다른 자동차 회사에는 일절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두자동차 입장에서는 감당할 만한 리스크인가 보다.

"독점은 안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 건만, 지칠 줄을 몰라요."

박덕준은 피곤한 안색으로 미팅 상대를 만나러 향했다.

백두자동차 사장 백동원은 언제나 처럼 여유로운 미소로 박덕준을 맞 이했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오랜만이지요?"

"네, 자율주행 AI 때문에 오신 거지요? 누차 말씀드렸지만……."

"저희도 글로벌 독점은 포기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입니다."

하지만 박덕준의 표정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글로벌 독점은 포기했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국내 시장만이라도 독점권을 줄 수는 없습니까?"

"그 말씀은, 다른 국산 자동차나 혹은 수입 자동차에는 프리덤 자율 주행 기능을 제공하지 말라는 뜻입니까?"

"……."

"바로 그렇습니다."

"어차피 우리 백두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국내 독점권을 준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그것은……."

"일단 그것은 차차 생각해 보시고, 다른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해외 수출 모델에 프리덤 기능을 넣으려면 조건이 이떻게 됩니까?"

국내 독점 이야기를 하다가 해외 수출 모델 도입 이야기로 슬쩍 화제를 바꾼다.

"글로벌 시장은 비독점으로 진행하 실 거라 하셨으니, 가격도 그만큼 저렴하겠지요?"

"물론입니다. 일단은 구독 방식으로 판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1년 운행 기준으로 400불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직 발설할 단계는 아니었다.

"구독 방식이라……."

"프리덤의 본체는 중앙서버에 있고, 단말기는 입출력 수단일 뿐입니다."

"하긴, 그 거대한 소프트웨어 덩어리를 모든 단말기에 욱여넣을 순 없겠지요."

"그래서 통신 상태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곳에서만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 가능합니다."

"음, 그런 약점이 있군요."

"모든 차량에 일일이 슈퍼컴퓨터를 집어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통신 상태라…… 그럼 해외에서는 주요 대도시에서나 프리덤 자율주행이 가능하겠군요."

"시기상조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자율주행 탑재에 그리 적극적 이지 않은 겁니다."

"어쩐지 헤슬라가 요즘에 갑자기 잠잠하더라니…… 그 회사가 요즘 국내에서 스타링크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혹시 그 때문입니까?"

"제가 답변드릴 수 없는 질문이군요."

외부 회사와 오간 이야기를 놓고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질문을 던진다.

백동원이 아무리 친절한 척하고 있어도, 재벌가 일원으로서의 오만함과 당연함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통신 환경이라……."

백동원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통신 환경에 제약을 크게 받는다면, 당장 수출 모델에 프리덤을 넣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내수 모델 도입에 집중하는게 낫다.

"국내 독점권을 얻으려면 우리가 얼마를 지불해야 합니까?"

또, 또 독점 이야기다.

그놈의 독점.

박덕준은 살짝 이가 갈렸다.

'그냥 좋은 것을 다 같이 나눠 쓰면 얼마나 좋아. 그거 얼마나 된다고 혼자 기어이 다 먹으려고 하네.'

살짝 짜증이 난 박덕준은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현금만으로는 안 됩니다. 국내 독점권을 차지하시려면, 글쎄요. 적어도 백두자동차그룹 지분은 주셔야 합니다."

"그룹 지분을요?"

백동원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지듯이 변했다.

박덕준은 그것을 느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냥 이 귀찮은 자동차 사장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다.

"프리덤은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독점 서비스입니다. 자동차 분야 한정이라고는 하나, 그 독점 영역을 원하신다면 우리에게 자동차 회사 주주 지위는 주셔야지요."

"주주라……."

"그 정도가 아니면 독점은 안 됩니다. 그냥 비독점으로 구매해서 차에 넣으시지요."

백동원은 지분을 달라는 말에 황당 했었는지, 더 이상 미팅을 끌지 않았다.

박덕준도 그의 입을 다물게 했으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제 당분간은 귀찮게 안 하겠지.'

지분을 달라고 했으니, 저렇게 깨갱하고 물러난 거겠지.

진작 이런 강수를 쓸 걸 그랬다며, 박덕준은 자신의 임기응변에 뿌듯함을 느꼈다.

백동원이 돌아서면서 최측근과 무 슨 말을 나눴는지는 알지 못한 채.

"지분이라…… 얼마나 줘야 하 지?"

"사장님, 정말 지분을 나눠주시려 는 겁니까?"

"자율기능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보다는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실비아컴퍼니를 끌어들일 수 없어."

"하지만 지분은 너무 아깝습니다."

"헤슬라가 프리덤 독점 구매를 위해서 백지수표를 제시했다는 소문도 못 들었나?"

"헉, 그 정도입니까?"

"주행 자동화 레벨 5단계로 추정되는 시스템이야. 어떻게든 악착같이 손에 넣어야 하지. 지금 실비아컴퍼니가 배부르고 귀찮아서 잘 안 움직이려고 하지만, 어떻게든 손을 잡고 식장으로 끌고 가야 해. 다른 놈과 혼인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다른 분야 회사가 프리덤을 탐내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 한다.

"유럽에서는 벌써부터 인간의 면허 취득 금지 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 되고 있어."

"그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 일 아닙니까?"

자율주행의 궁극적인 형태는 일반인의 운전행위 전면 금지.

완전한 주행 시스템이 자리 잡는다면, 모든 인간의 손에서 운전대를 뺏는 게 교통사고 위험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길이 된다.

벌써 그런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프리덤의 주행 기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적어도 20년은 멀었습니다."

"20년이 아니라 10년 안으로 다가 올 수도 있는 미래지. 그러니 지금 부터 대비를 해야 하네. 유럽 놈들이 괜히 벌써부터 설레발 치면서 논의하는 게 아니라고.

"가만있자, 어차피 지분을 줄 거라면 차라리 통 크게 쓰는 건 어떨까?"

"설마 해외 독점권까지 생각하시는 것은……?"

"아예 자율주행자동차만 생산판매 하는 자동차 합자회사를 새로 세워서 지분을 나눠주는 건 어때? 박덕준 회장이 솔깃할 거 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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