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432화
109장 확장과 확장 (1)
소고기의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한 하수영은 본격적인 축산업 진출을 결심했다.
"일단 고급화 전략으로 갈 겁니다."
"고급화?"
"네, 수영라면처럼 수영한우의 고급성을 강조해서 소량 유통으로 운영해보려고요.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소농가 하나가 소를 수만, 수십만 무리씩 사육할 수는 없잖아요."
"수십만 마리까지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역시 하 사장 스케일이란……."
"그러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 소량 유통되는 고급 소고기 전략으로 일단 시작한다는 거죠. 수영라 면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음…… 그 수영라면이 지금 미국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던가."
하수영은 머쓱하게 웃었다.
"처음 제 취지와는 본의 아니게 멀어졌지만, 그거야 제 의도가 아니고 나노소프트 때문에 그런 거죠."
수영라면은 나노소프트 사업부 중에서 단독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아이템이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IT기업들로부터, 'NS는 IT가 아닌 식품기업이다.'라는 조롱을 한 몸에 받게 만드는.
우스운 것은 그런 조롱을 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셀프 데미지를 입고 있는 중이다.
"작물이야 좁은 데 몰아넣고 키워도 문제가 없는데, 소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넓은 목장을 생각하나 보군."
"네, 기왕이면 소들이 얼마 안 되는 짧은 이라도 넓은 공간에서 숨통 트이며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갑자기 소고기 먹기가 미안해지는데."
"저런 복지 프리미엄이 붙어야 고기가 더 고급 대접을 받거든요."
"다시 소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군. 아무튼 소목장은 지금 농장보다 아무래도 더 큰 면적이 필요하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혹시 목장 부지로 삼고 싶은 곳이 생기면 나한테 먼저 살짝 귀띔을 해주게."
"네?"
"두 번 연속 금이 나왔으니, 이번에도 금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에이, 설마 삼연속 금이 나오기나하겠습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난 우리 하 사장의 끝없는 황금운을 믿네. 절실한 신도이자 교주일세."
전성렬이야말로 하수영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시절부터 어떻게 성장했는지 실시간으로 옆에서 보아온 산증인이다.
누구보다 하수영이 지닌 재물운을 강하게 믿는다.
"잠시만요. 톡 메시지가 왔네요……이게 뭐지?"
"뭔데 그러나?"
[하수영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문화재청입니다.
……중략…
그러니 소목장으로 염두에 두신 부지가 있으시다면 사전에 먼저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부지에서 문화재가 발견된다면 하수영 의원님을 발견자로 간주하여 지금까지 해왔듯이 그에 상응하는 문화재 보상을 지급해드릴 예정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번창하십시오.
문화재청 일동 올림]
전성렬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나 말고도 자네의 재물운을 믿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만."
"목장에서 금 같은 거 안 나옵니다."
"그럼 은이나 다이아몬드가 나오려나?"
***
일본의 도우야 가문에서 운영하는 일본 1위 프랜차이즈 초밥집, '도우야 초밥'은 수영참치를 꾸준히 사가고 있었다.
무공해 청정 참치라는 홍보 덕분인지, 수영참지는 일본 참치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했다.
양식장에서 출하되는 참치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사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참치 소비량 자체에서 일본과 한국은 비교가 안 되었으니.
하수영 또한 그간 수영오세안 매장(참치 매장)을 지금보다 더 늘릴 마음이 없었다.
"이젠 슬슬 참치도 확장을 생각해야겠는데."
그리고 하수영은 참치의 일본 수출확장을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참치를 양식해서 일본에 팔아치우고, 엔화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돈 벌려고 농사짓는 건 아니지만, 엔화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니까."
"왜요? 엔화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보여요? 그래도 나름 변동성이 적은 통화 아니에요?"
막 옆자리에 앉은 장효주가 언제 주워듣고는 그렇게 물었다.
눈이 반짝거리는 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수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고요. 엔화는 벌면 벌수록 기분이 좋아요. 일본의 저금통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느낌이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전 또."
"쉽게 벌면 벌수록 더 기분이 좋죠. 그래서 전 엔화는 손에 들어오면 웬만하면 묵혀둡니다. 일본 국채도 마찬가지고요."
장효주는 그냥 그러려니 여기고 넘어갔다.
하수영이 무수한 전생 속에서 일본과 어떤 인연을 쌓아왔는지 알지 못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부활의 이순신 외전 만들어달라고 시청자들이 요즘 난리도 아니에요."
"외전이라."
"지금 넷플렉스 해외 반응도 엄청 난가 봐요. 미국이고 유럽이고 동남아시아고 장난 없대요. 아! 일본에서도 반응이 엄청나게 뜨거워요."
"안 그래도 도우야 초밥에서도 저번에 미팅할 때 그 이야기 하더군요. 일본에서도 지금 부활의 이순신이 엄청난 인기라고."
"도우야 초밥에서는 수영 씨가 부활의 이순신 최대 투자자인 거 몰라요?"
"저도 조금 투자를 했다고는 말을 했습니다."
"이천억 넘게 투자하셨는데, 조금이라니요."
장효주는 피식 웃다가 다시금 신이 말했다.
"이대로 가면 흑자 제작으로 돌아설지도 몰라요."
"그래요?"
"솔직히 아무도 전혀 기대 안 했는 데, 그냥 돈 많은 투자자 입덕시킨 것으로 만족하고 작품성에 올인하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만들었거든요."
24부작에 제작비만 2천억이 훨씬 넘게, 거의 3천억 가까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사극 드라마.
적자 제작을 벗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돈 많은 대부호의 취미를 만족시키면서, 예술성, 시청자의 극호찬, 더불어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한 단계 발전시켰으니, 일단 여기에 만족하자는 분위기였다.
'투자자가 이익은 생각 말고 닥치고 멋진 드라마로만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우리는 그 지시를 충실하게 지켰다.'
이런 분위기였는데, 종영 이후 넷플렉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나라에서 폭발적인 기세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넷플렉스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어쩌다가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HBO 등 초대형 케이블 채널에서도 방영권을 요구하고 있었고, 어느덧 예상 결산 수익은 제작비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KI스튜디오 대표님 가슴이 벌렁벌렁해요. 이러다가 진짜 초대박 나는 거 아니냐고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였고, 천문학적인 적자를 봤었다.
그런데 짧은 침묵기를 거치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큰 폭발을 일으키려 한다.
한 번 터지기가 어렵지, 이런 게 터졌다 하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중소제작사인 KI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가슴이 벌렁거릴 수밖에 없다.
"고주환 사장님은 수익 500억 원까지도 기대하고 있으시던데."
3,000억 가까이 되는 제작비를 메우고도 500억 원 이상이 남는다는 소리다.
물론 대부분은 하수영을 포함한 투자자가 가져가겠지만, 제작사에 떨어지는 콩고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늘 미팅에서 수영 씨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지면서 다음 투자 부탁할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히 그럴 거예요. 너무 놀라지 말아요."
"끌리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하죠. 원래 돈을 벌었으면 문화 산업 진흥에 투자하는 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오, 그 말 듣기 좋아요. 달콤해요."
어느덧 KI스튜디오 고주환 사장과 장기석 총괄실장이 나타났다.
둘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하수영한테 정중히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하수영과 장효주가 나란히 앉고, 둘이 맞은편에 나란히 앉는 구도였다.
"회장님, 부활의 이순신이 큰 흑자수익을 거둘 것 같습니다."
"들었습니다. 여기 효주 씨한테서."
"그게,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흑자수익이 날 것 같습니다. 넷플렉스에서도 이미 큰 수익이 기대되고 있고, 미국 게이블 방송사들도 앞다투어 거액을 제시하면서 송출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군졸과 수병들의 투구와 모자를 우리나라 전통에 맞춰서 다양하게 세팅한 것도 주요했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모자 붐 덕분에 미국에서 부활의 이순신에 큰 관심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500억 이상의 순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 사극이 이런 흥행을 거두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순신이 실존 인물이며, 모든 전투 성과는 실제 역사적 성과를 그대로 고증했음을 밝히자, 이순신을 몰랐던 해외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전투 성과가 있을 수 있느냐고.
"모두 회장님께서 믿고 큰돈을 투자해주신 덕분입니다."
심지어 수익을 내라고 닦달하지도 않았다.
그저 드라마산업 발달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성 넘치는 드라마로만 만들어 달라고 했을 뿐.
그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돌아왔으니, 고주환 사장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그래도 500억은 너무 적지 않습니까? 저는 순수익 3,000억 원 봅니다."
"3,000억 원이요!"
"이왕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남겨야지 하수영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는 고주환의 심금을 울렸다.
왠지 이 사람의 말이 그대로 현실로 이뤄질 것만 같다.
그러고 보내 국내 방영 시청률도 정확하게 맞추지 않았던가.
누구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높은 수치였는데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었다.
"네, 그럼 저도 삼천억 바라봅니다. 바라보겠습니다."
"저도 삼천억 보겠습니다. 무조건 회장님 말씀대로 이뤄질 거라고 봅니다."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고주환 사장은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도, 이따금씩 하수영을 바라보는 장효주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장기석 실장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둘 사이가 뭔가 있는 거 같지?'
'효주 눈빛 보세요. 전 효주가 남자를 저렇게 바라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아주 뜨겁다 못해 태워버릴 거 같네요.'
'아무리 돈이 많고 기호가 맞아도, 이천억이 넘는 돈을 선뜻 투자할 리가 없잖아.'
'맘에 있는 여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죠. 안 그럼 어림도 없습니다.'
'그럼…… 가능할까?'
'가능합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얼른 지르세요!'
적당히 분위기를 봐서, 고주환 사장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회장님, 부활의 이순신 반응이 워낙 좋다 보니 넷플렉스나 미국 케이 블 채널에서도 추가 편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가 제작비는 '원금만 회수'조건으로 자기들이 대겠다고 앞을 다투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것도 들었습니다. 스핀오프나 프리뷰 같은 외전을 바라는 시청자들이 좀 있다고요."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외전 편성이 아닙니다."
"네?"
"……시즌2입니다."
하수영은 순간 장효주를 바라봤다.
넌 알고 있었냐는 눈빛에 장효주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전혀 모르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마지막 화에서 주인공이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시즌2를 찍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