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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51화 (451/1,270)

프랜차이즈 갓 451화

113장 회장님의 이사떡 (3)

여차여차해서 그날 이사떡은 전부 다 돌렸다.

병실 한 개당 시간을 한참이나 잡아먹다 보니, 남은 떡은 내일 이어서 돌려야 할 판이다.

VIP실을 꽉 채운 전동식 무한궤도 카트를 뒤로 한 채, 왕세경은 참았던 경악을 터뜨리고 있었다.

"세상에! 하 코디가 병원 이사장이었다니!"

"청담동 부동산 자산만 2조 원 가까이 된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형님."

"우리 지현이를 어떡하면 좋겠나? 가진 거라도 적어야 데릴사위 자리를 제안할 수 있을 텐데, 이제 돈으로 꼬시기는 힘들어졌어."

"……설마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왕세경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했다.

그도 하수영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청담동 부동산 큰손이자, 재벌 농민이며, 정치권에서도 온갖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인재 중의 인재.

사진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기에, 그리고 설마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은 못 했기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었다.

그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누구닭았네? 하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흘려넘겼을 뿐이다.

"창식아, 수치스럽다."

"지현이 때문이라면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입 꾹 다물겠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엘릭서 드링크오너한테 엘릭서 드링크를 권했잖냐."

"……그거였습니까."

"너라면 누가 너한테 세경상품권 선물로 주면 기분이 어떨 거 같냐?"

"난처하긴 하겠습니다."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왕세경도 하수영의 입지전적인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겨우 22세라는 것도 놀라웠고, 그 모든 것을 2년 만에 일궜다는 것도 놀랍고, 선대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것 없이 해냈다는 것도 놀라웠다.

사실 왕세경도 황비버섯라면을 무척 좋아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요리사를 시켜서 끓여 먹을 정도다.

수영병원 오너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모처럼 마음에 든 병원 코디네이터가 바로 이사장 본인이었다니.

'병원 상담 일까지 자기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다니.'

실제로 하수영을 대하면서 이사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냈다는 뜻이다.

저도 모르게 그룹에서 밥만 축내는 못난 자녀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수영을 비교하니, 갑자기 자식들이 아니라 쓸모없는 짐짝으로만 느껴진다.

"창식아."

"네, 형님."

"우리 지현이…… 정말 가능성이 없겠나?"

"죄송합니다."

고창식은 망설임 없이 사과했다.

저번에는 당연히 손녀 쪽에서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그 젊은 농민 재벌이 뭐가 아쉬워서 한참 연상녀와 중매결혼으로 인생을 묶으려고 할까.

***

왕세경 회장의 입원 이야기는 교수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정보가 퍼졌다.

특히 연간 1,000억 원의 입원비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말에,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병원장 최윤석은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천억! 천억이라고!"

"네, 병실료만 천억입니다. 이사장님이 수술비나 약제값은 얼마든지 마음대로 청구하라고 하셨습니다. 해열제 하나에 몇백 이상 받아도 된다고 하시던데요?"

"그런데도 우리 병원에 입원한다고 하셨단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일단 병상 100개당 VIP실은 1개, 그리고 비용 사전 고지.

이 두 가지만 충족하면 VIP환자로부터 얼마를 뜯어내는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정부의 병원 운영 정책.

그 개정안 덕분에 다른 병원들은 VIP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지금 우리 병원 말고, 가장 비싼 VIP실이 얼마지?"

"하루 입원료가 500만 원이 조금 안 될 겁니다. 근데 거기는 시설이 우리 병원보다 훨씬 좋습니다. 환자 침실에 중역 회의실, 손님 접객실, 보호자 침실까지 해서 기본 평수만 60평 이상입니다."

그런 초호화 VIP실에 비하면, 수영병원의 VIP실 규모는 구색만 간신히 맞춘 수준이다.

"허어, 이거 참……."

"아무래도 왕 회장님께서 스틱스강효과를 톡톡히 맛본 덕분인 거 같습니다."

왕세경 회장은 몸 상태만 보면 언제 심장 이상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과거 병력이 그렇게 말해준다.

하지만 청담수영병원에만 있으면 신기하게도 멀쩡하게 지낸다. 오히려 회복세를 보이는 듯한 느낌도 준다.

병원만 벗어나면 얼마 가지 못해서 금방 숨이 넘어간다고 하니, 신기한 노릇이다.

의사들은 지금까지 스틱스강 징크스를 믿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행운의 부적쯤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왕세경 회장 케이스를 보니, 진지하게 과학적인 증명 접근을 하고픈 마음이 든다.

물론 최윤석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잘만 하면 큰 수익 창출이 되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병실료로 일 년에 천억은 터무니없어. 하지만 10대 재벌 회장 목숨값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어차피 우리 병원, VIP실은 8개까지밖에 운영 못 합니다."

일반 병상이 800개가 조금 넘기 때문이다.

최윤석은 복잡하게 머리를 굴렸다.

'8개 VIP실 모두 목숨이 간당간당한 재벌 회장들만 받는다면?'

수영병원에서 버틴다고 연명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있어 과학적 증명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증거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왕세경 회장처럼 말이다.

'왕 회장, 원래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데 건강하게 잘 버티네?'

'수영병원만 벗어나면 목숨이 오락가락한다더라고. 그래서 일 년에 천억이나 써가면서 수영병원 VIP실에서 버티는 거래.'

'그거 효과가 있나? 증명할 수 있어?'

'몰라. 왕 회장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 큰돈 써가면서 저러는 거 아닌가?'

꼭 증명이 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리는 모르지만 효과가 있어서 사용하는 문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수영병원도 얼마든지 그런 도구가 될 수 있다.

'어차피 VIP실에 입원한 일반 환자들은 퇴원 주기가 빠른 편이다. VIP 실을 원하는 재벌 환자가 나오면 그때 가서 다른 병실로 옮겨도 되는 거고.'

적자가 수백억이든 수천억이든 신경 쓰지 말라는 이사장님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하지만 병원 경영자로서 적자 폭인 병원을 어떻게든 흑자로 돌리고픈것은 당연한 욕망이다.

일반 환자들을 상대로 뜯어내는 것도 아니고 돈이 썩어나는 재벌 회장들을 상대로 좀 장사를 한다고, 이 사장님이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다.

"좋아, VIP실을 스틱스강 방파제로 한 번 운영을 해봐야겠어. 병원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

"강에는 방파제가 없는데요. 바다라고 하셔야……."

"그래도 약값을 부당하게 받는 것은 아니지. 왕세경 회장님도 약값은 정상으로 받되, 대신 다른 곳에서 수익을 추구하자고, 병원 명예도 생각해야지."

"네, 병원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흑자까지는 못 되더라도, 손익분기만 맞춰도 엄청난 대박이다.

수영병원이 여기저기 쓰는 돈이 워낙 많은 까닭이다.

최윤석은 갑자기 바빠진 듯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가벼웠다.

***

수영병원에 눌러앉은 왕세경은 취미가 생겼다.

바로 하수영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의외로 기사는 별로 없군."

이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이면 기사가 홍수로 넘쳐날 텐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사가 적은 편이었다.

메이저 언론에서는 하수영을 거의다루지 않는 편이었고, 어쩌다가 중 소언론사에서 짤막한 기사를 보도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인터뷰를 판 기사는 거의 없었다.

"언론사에 돈 쓰는 친구는 아니군."

영악한 언론사들이 그저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무작정 기사를 써주지 않는다.

서해그룹 관련 기사가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서해그룹이 언론사에 돈을 펑펑 쓰기 때문이다.

대형 언론사일수록 돈 안 되는 기사를 쓰는 일은 없다.

"신문 홍보 같은 거 없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황비버섯라면 재배단가 인하를 보면 그런 자신감을 품을 만도 하다.

"드라마 제작에도 투자했군. 투자금이…… 2,500억 이상이라고?"

왕세경은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

할리우드 영화도 아니고 한국드라마 제작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돈을 쏟아붓다니.

"심지어 그게 대박이 났어?"

세계 여러 나라에 OTT로 수출하고, 미국 등 서양에 송출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송이버섯, 골든 트러플, 국제자원투자회사와의 인연, 프라임오일, 엘릭서드링크, 해외 라면수출, 기초의원 활동, 청담동 빌딩 수집 등등.

왕세경은 며칠 동안 꼬박 하수영의 행보를 정신없이 읽었다.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뚜렷해졌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것도 놀라운데, 여전히 맨 아래와 소통할 줄 알다니."

이사장이나 되면서 병원 코디네이터 노릇까지 할 줄이야.

몸이 스무 개라도 부족할 텐데, 어느 것도 잡음 없이 해내는 걸 보니 정말이지 놀랍기만 하다.

멀티 플레이어, 올라운더, 팔방미인.

그야말로 자신이 딱 바라던 후계자 감이지 않은가?

"우리 세경그룹에는 이런 총수가 필요한데."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하수영을 알면 알수록 왕세경은 진하게 탐이 났다.

손주사위로 맞이했으면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다.

일단 비슷한 나잇대의 손녀가 없다. 가장 어린 막내 손녀도 열 살 가까운 연상이므로, 오죽했으면 자식놈들이 어디 숨겨놓은 손녀딸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들었다.

***

"저 할아버지,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보이지 않아?"

"아, 저번에 이사떡 돌리신 그분? 특이해서 기억이 나, 입원이 뭐 좋은 일이라고 싱글벙글하시면서 떡을 돌리셨을까."

"세경그룹 회장이래."

"뭐? 정말?"

"병원 환자 중에 웬만한 사람들은다 알잖아. VIP실에 입원한 유일한 VIP환자라고, 병원비만 매달 수천만 원 이상씩 낸다고 하더라."

시간이 흘러, 왕세경은 병원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제 병원 내에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명물이 된 것이다.

환자들은 물론이고 의사, 간호사, 일반 직원들과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나누곤 했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병원 이곳저곳을 배회했기에, 웬만한 직원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거의 그를 볼 수 있었다.

교수들은 회진을 돌다가 다인실에서 환자나 가족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왕세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젊은 환자나 가족들 사이에서 그는 '수영병원 NPC'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근데 겉보기에는 무척 건강해 보이시는데, 무슨 병이래?"

"심장이 안 좋으신가 봐. 올해에만 심정지가 세 번 넘게 왔었다고 하더라고."

"와…… 그런데 왜 팔에 아무것도 안 꽂고 다니시지? 보통 그런 중증환자들은 주사팩 주렁주렁 달고 돌아다니지 않아?"

"얼굴 무척 좋아 보이는데 진짜 중중 심장질환 맞는 거야?"

"저번에 원내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하는 거 봤어. 진짜 열심히 하시더라. 환자 같진 않던데."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내가면서 입원 치료하시는 거겠지."

한 달이 아니라 하루에 수억씩 낸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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