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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488화

123장 이사장님의 복지(1)

청담동 23호기.

하수영이 1,500억에 구매한 땅으로, 빌딩의 가격은 포함되지 않고 땅값만 반영된 가격이다.

빌딩이 너무 작고 낡아 어차피 철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철거를 마친 23호기 부지에는 이 도공 건축사가 설계한 프라임컴퍼니 본사 사옥이 한창 올라가는 중이었다.

공사가 완공되면 이제 청담동에는 발사를 앞둔 우주왕복선을 닮은 건축물이 생겨나게 된다.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을 것이다.

청담동 한복판에 수직 발사를 앞둔 우주선이 생겨났으니.

아무튼 그런 23호기는 하수영의 굳은 결심을 두 번째로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중개사님, 대형 원룸 빌딩 같은 거 없을까요?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원룸 빌딩이라고요?"

"네, 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우형신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질문을 재확인했다.

"방이 많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를 의미하시는 건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그 말에 우형신의 표정이 풀썩 풀어졌다. 그는 실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청담동에 그런 게 있을 리가요."

다닥다닥 성냥갑 같은 원룸 빌딩이 청담동에 있을 리가.

"아, 혹시 주상복합오피스텔 빌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당연히 있…… 그런데 청담동 매물내역은 전부 꿰고 계신 거 아니었나요?"

"청담동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청담동 밖을 말하는 거였습니다."

"뭐라고요?"

그제야 우형신은 표정이 달라지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하수영 입에서 먼저 청담동 밖의 매물을 찾는 날이 올 줄이야.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부신 겁니까? 청담동 외의 다른 동은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관심 없는 건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대체 왜……."

"23호기하고 병원 때문입니다."

하수영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지만, 우형신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23호기가 건설 중인 프라임컴퍼니 청담동 본사 사옥이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다.

다만 대형 원룸 빌딩을 찾는 게 무슨 연관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병원 재단에서 출퇴근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는 글을 몇 번 봤습니다."

"아, 설마 직원들 기숙사로 쓰시려고 원룸 빌딩을 알아보시는 겁니까?"

"오피스텔이 원룸보다 넓어서 좋겠지만, 오피스텔 빌딩은 개별구분소유라서 통째로 살 수가 없잖아요."

흔히 보이는 고층 오피스텔 주상복합 빌딩은 각 세대가 한 채 한 채 주인이 따로 있는 집단빌딩이다.

"어쩔 수 없이 원룸 빌딩을 사야 할 거 같아서요. 단독 등기로 된 원룸 빌딩이 아무래도 관리하기가 편하잖아요."

"기숙사로 쓰려면 당연히 그렇지요. 그럼 강남3구이기만 하면 괜찮으신 겁니까?"

"청담동에 최대한 가깝고 교통이 편해야 합니다."

"몇 가구나 있으면 될까요?"

"우리 병원에서 의사 빼고 그 외 인력만 13,000명입니다."

순간 우형신은 자신이 0하나를 더 붙여서 인식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아니, 무슨 병원 고용자가 13,000명이나 돼? 심지어 의사는 제외했다고?

"그 인원 전부가 멀리서 출퇴근을 할 리는……."

"전부 최소 1시간 이상씩 걸려서 출퇴근하는데요.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 일반 직원분들이 강남에 집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취미로 간호사나 병원 직원을 하는 금수저 집안의 자제가 아닌 한은.

"어느 분은 출퇴근만 4시간 이상씩 걸린다고 합니다. 인생의 1/6을 무의미하게 전철 위로 버리는 거죠."

"그래서 직원분들을 위해서 청담동근처에 집단 기숙사를 마련하시는 거군요."

우형신은 가슴이 조금 뭉클해졌다.

원래 주변에 많이 베푸는 사람인건 알고 있었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사람이 달라 보인다.

"그런데 13,000명을 전부 수용할만한 매물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결국 다수의 매물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강남의 부동산 집적도를 생각하면 단시간 내에는 어렵습니다."

우형신은 내심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말해주었다.

"절반 이상은 가정이 있는 분들이고 그분들은 거리가 멀어도 기존처럼 출퇴근할 겁니다. 희망자를 받을 생각인데 아마 출퇴근에 시달리는 미혼들이 주로 신청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대충 5,000명으로 잡으면 될까요?"

이 정도면 조금 할 만하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수영이 보기 좋게 깨뜨렸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잖아요. 23호기와 병원 때문에 고민이라고요."

"아, 그렇군요. 프라임컴퍼니 사옥이 있었어요."

사옥이 완공되면 당연히 거기에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또 들어올 것이고, 그럼 적어도 1, 2천 명은 추가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라임컴퍼니 사옥은 아직 한창 짓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15층 이내의 중소형 원룸 빌딩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주인도 쉽게 팔려고 하지 않을 테니, 프리미엄 얹어주실 각오하셔야 합니다. 출혈이 꽤 클 겁니다."

"괜찮습니다. 그 정도로 직원들의 출퇴근길이 편해질 수만 있다면요."

"한두 채로는 어림도 없을 테니 최대한 많이 알아봐야겠군요. 청담동에서 조금 멀어도 괜찮은 겁니까?"

"7호선과 9호선을 가까이 끼고 있으면 좋겠군요. 그래야 병원 출퇴근이 수월해질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가까운 위치로 알아보겠습니다."

한두 채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다.

적어도 수십 채 이상은 마련을 해야 그 많은 직원들의 기숙사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거용으로 쓸 수 있는 단독등기 빌딩이어야 하니 조건이 더욱 까다롭다.

***

우형신이 물어오는 기숙사용 빌딩들은 넘버링을 부여받지 못한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저 청담동이 아니기 때문에 번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우형신은 일단 10채의 매물을 확보했다.

높이가 10층이 채 안 되고 층당 6가구도 안 되는 작은 원룸 빌딩이지만, 그마저도 가뭄에 단비였다.

"3채는 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매물이지만 7채는 팔 의사가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먼저 제안을 해야 합니다. 기숙사로 쓰기에는 좋은 매물이라서 일단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그렇게라도 매물을 확보해야지요."

주인이 팔 생각이 없는 매물.

선제시를 통해서 매입하려면 당연히 시세보다 더 많이 쳐줘야 한다.

주인 입장에서는 안 팔면 그만이니까.

협상은 우형신이 알아서 진행했다.

애초에 그러라고 수수료를 주는 것이니까.

그리하여 우형신은 10채 중 8채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나머지 2채는 주인이 끝내 팔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기 때문에 물러났다.

"그렇다고 시세의 두 배를 쳐주면서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너무 아깝습니다."

하수영은 우형신의 그 발언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닫았다.

그렇게 확보한 8채의 가구 수는 약 570세대, 즉 570개의 원룸을 확보한 것이다.

다만 건물을 인수했어도 기존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도 우형신이 나서서 전부 협상을 진행했다.

"앞으로 3개월 안에 방을 비워주신다고 약속하시면 나갈 때까지 월세와 관리비는 안 받겠습니다. 이사비용, 중개수수료도 드립니다. 추가로 나가실 때 4개월 치 월세를 보증금에 얹어서 돌려드립니다."

4개월치 월세에, 이사비에, 새로 집을 구할 때 드는 중개수수료까지.

원룸의 임대 기한은 보통 1년 단위이기에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동의 했다.

번거롭게 이사를 해야 하긴 하지만, 3개월을 꽉 채운 뒤 이사 나가면 7개월치 월세와 관리비를 공짜로 돌려받는 셈이니.

이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준다고 하니, 자기 몸만 조금 수고하면 된다.

세입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사정이 좋지 않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튕기는 소수의 세입자도 남아 있었다.

우형신은 그들을 직접 만나서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싫습니다. 계약 기간이 아직 많아 남아 있는데 뭐하러 내가 나가야 합니까?"

"원하신다면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을 제가 알아봐드리겠습니다. 따로 수수료도 받지 않고요. 물론 그래도 집주인께서 중개수수료 지원은 해주실 겁니다."

수수료도 네가 챙겨라, 이런 말이었다.

"지금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으셨죠? 3개월 더 일찍 나가는 대신 7개월 치 월세를 돌려받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3개월 꽉 채워서 머무르신 뒤에 비워주시면 어떨까요?"

"됐습니다. 안 해요, 안 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버티다 보면 좀 더 지원을 해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휴, 알겠습니다. 세입자분 뜻은 잘 알았으니 집주인분께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얼굴 보고 강하게 한 번 권유하고 난 후 우형신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것은 강경하게 거절한 세입자였다.

"네? 지금 이야기하다 말고 어디 가시는 거죠?"

"세입자분께서 이사를 원치 않으시니 어쩔 수 없죠. 임대차 기한 종료하면 그때 다시 말씀을 나누면 될 거 같습니다."

"아니, 내가 안 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요즘 바쁘고 정신없는데 그 정도 보상으로는 움직이기 곤란해서……."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 아닙니다. 우리 제안을 거절하시는 것도 세입자분의 온전한 권한이죠.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더 큰 보상을 바라고 강경히 버티던 세입자들과의 협상을 종료하자, 그 이야기는 다른 세입자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그러자 보상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세입자들도 얼른 결정을 했다.

"아, 3개월 안에 비우시겠다고요? 저번에 통화하실 땐 직장 문제 때문에 곤란할 거 같다고 하셨었는데."

"아무래도 지금 너무 바빠서 이사하기에 제철은 아니에요. 그래서 주저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7개월 치 월세 이득 보는 것만큼은 아니네요. 어차피 전 계약 기간도 이제 5개월밖에 안 남았고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설프게 알박기하려던 세입자들과의 대화를 단호히 끝내자 이런 효과가 있었다.

우형신은 한 자릿수의 알박기 세입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입자들한테서 퇴거예정동의서를 받아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많이 받아내셨네요."

"나머지 세입자분들은 임대차 계약 상의 거주권리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요. 방 몇 개쯤 몇 개월늦게 비운다고 해서 큰 타격은 없으니까요. 차차 진행하면 되죠."

***

병원 의료재단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입니다.]

[장거리 출퇴근에 고생이 많은 직원분들을 위해 병원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 끝에, 회사 소유의 기숙사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기숙사는 모두 강남에 위치하며 지하철을 이용하면 병원까지 짧은 시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기숙사도 있습니다.

기숙사 월 관리비는 20만 원이며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현재 약 560가구를 확보한 상태이나 기숙사 규모를 차차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입주를 희망하는 직원분들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결정을 할 예정입니다.

집이 멀수록 유리합니다. 또한 회사내 급여가 낮을수록 유리합니다.

입주를 원하시는 직원분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서 익명으로 신청해 주세요.]

공지를 본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월 20만 원으로 강남에서 살게 해준다고?"

"나 한 달 출퇴근 교통비가 15만 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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