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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93화 (493/1,270)

프랜차이즈 갓 493화

124장 1타자만 살아남는다 (2)

하우스플러스는 뉴월드에 이은 종합소매업 2위 업체이다.

최종 소비자로 향하는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게 공룡기업 중의 하나다.

이런 큰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장기업이며, 모회사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임형필 사장은 그룹 회장의 사위이기도 했다.

경영 능력이 매우 뛰어나 회장이 사위로 삼아서 회사 경영을 맡긴 것이다.

"수영농장에 유통업 지분을 팔자고?"

"네, 회장님."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 틀림없겠지?"

평소 유능한 사위의 말을 존중해 주던 장승빈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설마 수영농장에서 뭐 받은 거라도 있나?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털어 놓으면 내가 한 번은 넘어가 주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룹을 위한 결정입니다."

"하, 그룹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그룹의 핵심 사업을 거저 넘겨주자는 건가?"

"들어주십시오, 장인어른."

장인어른이라는 말에 장승빈의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공과 사가 명확한 유능한 사위는 회사 내에서 가족의 정에 호소해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인 것 같다.

"들어보겠네. 설명하게."

"수영마트가 황비라면, 황비버섯, 국산 육류 독점을 무기로 마트 유통업에 진출하면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임형필 사장은 차근차근 자신의 판단을 설명했다.

장승빈 회장은 처음에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성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정말 그렇게 될까?'라는 자기방어 기제를 떨치지 못한 것이다.

장승빈 회장은 한참을 듣고 난 뒤에도 또 한참을 고민에 잠겨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모든 걸 확신하나?"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확신합니다."

"……."

"보통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장을 볼 때 한 번에 몰아서 봅니다. 우리 마트에서 이것들을 사고, 라면이나 고기는 다른 마트에서 사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다른 부분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면 되지 않겠나?"

"그건 수영마트도 할 수 있는 겁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수영마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수영마트만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

라면, 국내산 육류, 황비버섯.

이 세 가지는 수영마트가 얼마든지 100% 통제할 수 있으니.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소비자 이탈에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하지만 끝은 결국 정해져 있습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팔자?"

"라테유통과 뉴월드유통이 아직 나서지 않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겁니다."

임형필은 열과 성을 다해서 장인어 른을 설득했다.

"지금이라면 사업 일부를 갖다 바치고 협업을 구축할 수 있지만, 라테나 뉴월드에 선수를 뺏긴다면 혈값에 사업체를 정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장승빈 회장은 더 이상 임형필의 주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심을 굳히자 이제는 시간 문제로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럼 지금 뭐하고 있어! 서둘러 가서 협상해야지!"

"네, 회장님!"

임형필도 다급한 마음이 돼서 일어났다.

***

임형필은 프라임유통 주성철 사장을 찾았다.

원래라면 주성철은 자신과 만날 접점 자체가 없는 인물이다.

대기업 유통사장과 영세 농산물유통업체 부장의 관계였으니.

하지만 주성철은 이제 떳떳한 프라임유통의 사장이었다. 월급사장이기는 하지만…….

사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긴했다.

프라임유통은 수영마트 운영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니.

그저 수영농장산 작물을 프라임컴퍼니와 수영마트 등 여기저기에 운반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저기, 제가 뭐라고 할 만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일단 회장님께 보고 드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임형필은 자신이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듣자마자 회장한테 직보를 하는 걸 보라.

잠시 후 주성철이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회장님이 지금 휴민트타워에 계신데 만나러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통화가 편하십니까?"

"직접 뵈러 가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일정을 잡고, 임형필은 하수영을 만나러 출발했다.

"음…… 이해가 안 돼서요. 하우스플러스는 지금도 잘 나가고 있는데, 왜 굳이 저한테 지분을 넘기면서까지 동업을 하자는 겁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임형필은 최대한 정제된 언어와 표현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차분히 듣고 난 하수영은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충분히 실현가능한 전개군요. 하지만 저는 생각도 않던 일입니다. 농산물과 식품유통이라면 모를까, 종합유통망은 제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서요."

거의 모든 생활물품을 취급하는 종합소매업은 하수영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

이전 생들에서도 이미 지겹게 했던 것들이다.

"종합소매업에 제가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농산물이나 식재료, 가공식품 정도만 따로 할 수는 있어도요."

"지분을 더 올려드리겠습니다."

임형필 사장은 믿지 않았다.

일단 수영마트가 바로 증거다. 비록 마트 하나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종합소매업 마트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프라임오일이 두 번째 증거다.

유류 유통사업에도 진출한 사람이  '난 농산물과 식품 유통 말곤 관심이 없어요'라고 해봤자, 이쪽에선 못 믿는다.

'이 가격으로는 안 된다는 건가.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배팅액을 더 올리면 그만!

"55%를 넘기겠습니다."

"아니, 저는 전국적 종합소매업은 그냥 재미가 없……."

"60%를 드리겠습니다. 가격은 3개월간 평균 거래가의 90%로 하겠습니다."

"그냥 흥미가 동하지 않는 사업 영역이라……."

"3년간 주식배당을 모두 양보하겠습니다. 제가 사는 집도 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집을 주신다고요?"

"네, 누추하지만 제가 사는 집도 드릴 만큼 간절하다는 것을 알아주 십사……."

"거주하는 집이라면, 청담동 아크로마 빌라를 말씀하시는 거죠?"

"저, 저희 집을 아십니까?"

임형필은 당황했다. 자신이 사는 집까지 바로 언급할 줄이야.

'역시, 관심 없다는 건 블러핑이었어.'

모두가 기획된 것이 틀림없다.

처음부터 세 유통회사들의 사장부터 사업의 구석구석까지 모든 것을 뜯어보고 시작한 것이리라.

하수영은 벌떡 일어났다.

"좋습니다. 그렇게 원하시니 기꺼이 지분을 받죠. 물론 청담동 빌라도 받겠습니다. 아, 당연히 공짜는 아니고 시세에 맞는 돈을 드리겠습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닙니다. 공짜로 강탈하면 악당밖에 안 되죠.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겠습니다."

임형필은 집을 넘긴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삼성동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면 그만이니.

다만 그룹을 살릴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것이 기뻤다.

청담동 빌라가 결정적 트리거가 되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유, 이런 좋은 제안을 해주셨는데 제가 그냥 넘어갈 수야 없죠. 혹시 원하시는 조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런 건 없습니다. 거래를 받아주 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릴 뿐입니다."

임형필은 겸손하게 사양했다.

저리 말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블러핑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였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말씀하시라니까요. 아, 유통 지분은 받겠지만 경영권은 계속 맡기겠습니다. 이걸 명시해 드리면 될까요? 몇 년으로 해드릴까요?"

그래도 이런 선심은 못 참지!!

"10년 정도로 해주신다면……."

"하하, 10년 가지고 되겠습니까? 100년 동안 경영권 행사 않겠다고 써드리죠."

"허억!"

"제가 원래 뒤에 0을 붙여야 속이 풀려서요. 또 다른 건 없으세요? 편히 말씀하세요. 언제 이런 기회 또 올지 몰라요."

임형필은 그 말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함정일지 아닐지 고민한 끝에 그는 과감한 배팅을 시도했다.

"혹 라테유통과 뉴월드유통이 비슷한 제안을 하면 저에게 전적으로 협상을 맡겨 주실 수 있으신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경영자한테 협상을 맡기지 그럼 주주가 직접 나서서 처리를 할까요? 소유와 경영은 분리해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서 협의를 하고, 며칠 뒤 법률적 검토를 마친 계약서를 들고 서로 만났다.

하수영은 변호사 한 명 대동하지 않은 채, 계약서를 한 번 슥 훑어보고는 그 자리에서 사인을 했다.

그 호탕한 태도에 임형필은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형님' 이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는 호탕함이었다.

"자, 한 식구가 된 것을 기뻐합시다. 혹시 참치 좋아하세요?"

"물론입니다. 사실 저도 수영오세안 단골입니다. 진작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오, 그래요? 그럼 오늘은 참치로 가죠. 제가 싱싱한 걸로 한 마리 잡아놨습니다."

그날 임형필과 임원들은 하수영이 손수 큰 칼을 들고 참치를 손쉽게 해체하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임원들은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전설의 검 아이템을 닮은 칼을 능숙하게 쓰는 모습에 전율했다.

하수영의 어린 나이는 더 이상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 우리 장승빈 회장님 먼저 드셔 보십시오. 첫 점은 아무것도 찍지 말고 순수한 대뱃살의 맛만을 느껴 보십시오."

"고맙소."

하수영의 칼놀림에 압도당해 있던 장승빈 회장은 가장 먼저 나온 접시에 고마움을 표했다.

"오, 정말 맛있습니다. 내가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명가라는 참치집은 모두 다녀봤지만,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과장이 아니라 수영참치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건강에 좋은 참치입니다."

"들었습니다.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요. 어떻게 그렇게 키울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하하, 치어 때부터 중금속 제독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키웠으니까요."

그날 장승빈 회장은 유통지분을 넘긴 속 쓰림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위와 함께 돌아오는 길, 그는 사업가 장승빈이 아니라 인간 장승빈의 심정으로 말했다.

"참 신기한 인물이구나.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길이 없어. 굳이 말하자면 저도 모르게 그 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인물 같구나."

"저도 그런 느낌을 몇 번 받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할 거 같다."

"예. 우리와 직접 얽힐 일이 없는 인물이라고 관심을 거의 두지 않은 게 실수였습니다."

장승빈은 문득 껄껄 웃었다.

"우리는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라테유통과 뉴월드유통은 큰일이구나. 종합소매업은 이제 접어야겠어."

"제가 저렴하게 사오겠습니다, 회장님."

유통시장이 워낙 고인물 바닥이다 보니 경영진 위로 올라갈수록 문제가 많다.

임형필은 오늘처럼 그 점이 다행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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