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495화 (495/1,270)

프랜차이즈 갓 495화

125장 3타자가 될 순 없지 (1)

프라임컴퍼니는 한 달에 10억 개의 라면을 판다.

그중 국내에서 4억 개, 6억 개는 해외에서 사간다.

그런데 이 10억 개에는 중국이 사가는 물량이 빠진 것이다.

중국은 유통업체가 프라임컴퍼니와 다이렉트로 주문해서 물건을 받아간다.

이 물량이 10억 개보다 더 많기에, 해외 물량이 아니라 따로 중국 물량이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중국이 보통 얼마나 사가지?"

-최소 월 30억 개 이상은 사갑니다. 중국에 파는 라면은 가격을 가장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는 황비버섯 때문이다.

버섯 원가를 중국 시세의 1/3 이상으로 책정해서 반영하기에, 중국에 팔리는 라면의 값이 비싸다.

원래 대량 주문을 하면 가격이 떨어지지만, 중국 주문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아쉬운 게 중국이었기에 유통업체들은 군말 없이 돈을 주고 라면을 수십억 개씩 사간다.

-효원식품에서 중국이 수출하는 황비버섯도 거래금지 품목에 들어갑니다.

효원식품, 장효주의 친한 언니 여배우인 주효정의 집안에서 운영하는 식품회사.

황비버섯 중국과 동남아 유통권을 받아서 수출하고 있었는데, 중국 수출이 이번에 막힐 예정이다.

-모든 식재료와 가공식품의 상호 무역 자체가 금지된 상황입니다.

서로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막는 금지 조치.

"대체 중국은 또 왜 그런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기습 공격이라는 건데, 요 근래 그럴 만한 건수가 있었나?"

-짚고 넘어가자면 건수투성이죠.

"하긴, 그렇겠다."

중국이 이번엔 왜 저럴까, 라는 것은 하수영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한중외교관계에서 저런 억지를 부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내가 이래서 중국 땅에서는 거래를 안 해요. 뒤통수가 패시브인 국가라니까."

속보를 들었는지, 잠시 후 전성렬이 헐레벌떡 연락했다.

-하 사장, 속보 봤어? 중국이 무역금지 때렸대!

"라면값은 문제없이 받았었죠?"

- 물론이지. 전부 선금 받고 생산에 들어갔으니까. 하, 역시 자네가 선견지명이 있었어.

중국 수출업체가 원래 요구했던 것은 중국 내에 라면공장을 세워서 판매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수영의 조언대로 전성렬은 업체더러 한국까지 와서 라면을 사가라고 했다.

생산물량이 원체 많다 보니 항상 돈을 미리 받은 다음에 생산에 들어갔다.

"그럼 우리 손해 본 건 없는 거죠?"

-그렇지. 오히려 이번 달에 줘야 할 물량을 수출업체가 어떻게 수령해야 하나 난감해하고 있어. 받아도 가지고 들어가질 못하니까. 우리가 보관해야 할지도 몰라.

"선금 미리 내신 고객님이니까 최대한 협조해 드리세요."

-그러려고, 그런데 이거 설마 중국정부에서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겠지?

하수영은 풀썩 웃었다.

"우리 수출 물량은 전체 무역거래금액에서 보잘것없을 겁니다. 지금 모든 식재료, 가공식품 무역 중지 상태예요."

-그런가?

"우리나라에서 중국산 식재료 없으면 타격 입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아마 그걸 노리고 금지했을 겁니다."

-그나저나 중국이 왜 이러는 거지?

"그거야 외교부에서 풀 일이죠. 우리는 우리 일만 집중하면 됩니다."

-내가 이번에 엄청 아찔했어. 한국와서 직접 사가라고 한 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그렇게 전화를 끊은 하수영은 효원식품 사정을 알아봤다.

다행히 효원식품도 직접적인 손해는 없었다.

해외결제가 된 이후에 선박이 출항하는 식으로 거래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예전에 중국 진출하려고 합작회사 세웠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나오신 적이 있거든요. 저도 본 게 있다 보니.

효원식품을 물려받은 주효정의 설명이었다.

-당분간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을 해야겠어요. 중국 악재는 언제 없어질까요.

"중국 시장은 그냥 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사업할 때 마음이 편안해져요."

-래플은 잘만 사업하던데 말이에요. 역시 덩치 문제일까요?

"덩치도 덩치지만, 공산당 앞에서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죠."

중국이 사가는 황비라면, 그리고 황비버섯의 물량은 엄청난 편이었다.

하지만 하수영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손해 본 건 없으니 나쁠 건 없네."

며칠 후 전성렬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중국 업체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우회해서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한가 봐.

"의외네요. 그런 밀수 정도는 쉽게 해낼 줄 알았는데, 대륙이잖아요."

-잘못 걸리면 사형은 기본이고 회사 자체가 증발할 수도 있다고 몸을 사리고 있어. 일단 무역 금지 조치가 풀릴 때까지는 다들 납작 엎드릴 생각인가 봐.

"그럼 이미 생산한 라면은 어떻게 할 생각이랍니까? 유통기한이 한 6개월 되지 않아요?"

라면의 유통기한은 의외로 짧다.

기한을 훌쩍 넘기면 못 먹는 것은 아닌데, 면발의 맛이 이상하게 변한다. 먹기 편한 맛은 아니다.

-그 친구들도 어쩔 도리가 없지. 이제 와서 다른 나라에 갖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중국한테는 가장 비싸게 돈을 받고 라면을 갖다 판다.

당연히 중국 외의 나라에서는 가격 때문에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새로 이 유통하는 과정에서 또 비용이 나간다.

중국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인 셈.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는지 넌지시 바라는 눈치야.

"그거야 사장님이 결정하시면 되죠. 전 경영자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큰 건이라. 다음 거래에서 어느 정도 할인을 해주는 조건으로 우리가 라면을 되사면 어떨까?

"큰손이긴 했나 봅니다. 우리 전성렬 사장님이 이렇게 마음 약하게 구시다니."

-어려울 때 잘해줘야 나중에도 계속 거래를 할 거 아닌가.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그래도 고마운 고객이야.

프라임컴퍼니 입장에서는 '니들 라면이니까 보관을 하는 폐기를 하든 알아서 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큰손이다 보니, 회사도 어떻게 해서든 할 수 있는 배려를 해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다음 거래 때 가격을 조금 할인해 주고, 대신 이번에 붕 뜬 라면들은 우리가 전부 가진다는 거죠?"

-그렇지. 그쪽에서 해온 제안 중 하나일세.

"전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알겠어.

"아참!"

전화를 끊기 전, 하수영은 번쩍 떠오른 생각에 그를 다급히 불렀다.

"그럼 그 라면들은 어디에 쓰시게요? 1, 2억 개가 아닐 텐데요."

-이번엔 얼마 안 돼. 대충 19억개? 이참에 브랜드 홍보차 온 사방에 사은품으로 뿌리려구.

"그거 혹시 제가 전부 처리할 수 있습니까?"

-생각한 게 있나 보군. 당연히 되지. 이러나저러나 우리 회사 오너아니신가.

"고맙습니다. 조만간 알려드릴게요."

-그런데 어디에 쓰시려고?

"아, 임형필 사장님 집들이 선물로 주면 좋을 거 같아서요. 이번에 제 때문에 삼성동으로 이사까지 하셨는 데, 안 그래도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집들이 선물?

임형필이 청담동 빌라를 하수영한테 넘기고 이사를 간 것은 전성렬도 잘 아는 이야기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집들이 선물치고는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중국 수출 황비라면 19억개면 천문학적인 돈인데.

온 친족이 수십 년 동안 삼시세끼라면만 먹어도 티도 안 날 물량이다.

"수영마트가 이번에 하우스플러스대주주가 됐잖습니까. 거기에 쓰면 딱일 거 같은데요."

-오, 그렇군. 내가 그 생각을 못했어. 수영마트도 단숨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겠어.

"원래 날개는 필요 없었는데요."

-참, 그렇지. 날 생각이 없어서 안난 거지 날개가 없어서 안 난 건 아니었으니.

***

황비라면 19억 개.

하우스플러스 임원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물량 밀어내기 강매를 당하는 줄 알았다.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재고는 처리해야겠고 팔리지는 않고, 그럴 땐 만만한 거래처나 혹은 자회사, 부서, 직원들한테 물량을 강제로 떠넘기곤 한다.

임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악성재고를 책임지고 팔아치워야 할 할당량을 받는다.

그걸 다 처리하지 못하면 눈물을 머금고 사비로 구입해서 집에 쌓아 둘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런 건 강요하는 줄 알았다.

"네? 무료 제공이라고 하셨습니까?"

임형필 사장이 힘 있는 어조로 설명했다.

"수영마트 말을 들어보니 100%무료입니다. 우리가 라면값을 줄 필요는 없어요. 우리 마트 홍보에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허얼…… 19억 개면 3조 4,200억원은 할 텐데요. 그걸 전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요?"

"원래 중국에 팔리는 물량이라 그보다는 훨씬 비쌉니다. 이번에 중국에서 무역 금지를 때렸잖아요? 그래서 오도 가도 못하는 물량을 수영마트가 받아온 겁니다."

"국내에서 매달 팔리는 물량이 4억개 정도인데, 19억 개면 정말 엄청 나군요."

임원들은 저마다 눈을 빛냈다.

재고 떠넘기기가 아닌 무료 사은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우스플러스의 통장 잔고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사용하면 된다.

"사장님께서 대승적인 결정을 하신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수영마트에서 지분 51%를 인수하자마자 이런 대대적인 홍보 지원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잘만 하면 다음 달 점유율은 우리가 뉴월드마트를 제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임원들은 흥분에 취한 채 다양한 홍보 방안을 궁리했다.

장시간 논의를 마친 후, 하우스플러스는 대대적인 사은품 이벤트에 들어갔다.

19억 발이나 되는 실탄, 아니, 19억 개나 되는 라면을 쌓아두고 있으니 거칠 게 없었다.

[국민 식품 황비버섯라면! 하우스플러스가 아낌없이 나누어 드립니다!]

[재고 전량 소진 때까지 아낌없는 나눔 행사 실행!(재고분 19억 개)]

[1만 원 이상 구매 시 '누구나' 황비라면 4개 묶음 증정!]

[5만 원 이상 구매 시 '누구나 황비라면 25개 묶음 증정!]

[10만 원 이상 구매 시 '누구나' 황비라면 60개 묶음 증정!]

1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무조건 라면을 증정한다고 크게 홍보했으며,

[쌉니다. 싸요! 황비라면 15개 묶음 이상 온라인 구매 시 80% 할인!! 개인당 하루에 100개까지 주문 가능!]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개인당 하루 10개까지 구매 제한.]

80% 할인이라는 무지막지한 이벤트까지 저질렀다.

간단히 생각해서 예전이라면 1개를 살 돈으로 5개를 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지금 즉시 하우스플러스 앱을 설치하시고, 풍요로운 혜택을 받으세요!]

[언제든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구매 포인트를 추가로 드립니다!]

하우스플러스는 마케팅 비용을 듬뿍 써서 이번의 대이벤트를 널리 퍼뜨렸다.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혜택 내용에 다소 놀랐지만, 이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 봐야 몇 개나 뿌리겠어.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광클질한 놈들이나 혜택을 보겠지."

-주인님, 하우스플러스가 준비한 물량은 19억 개입니다.

"뭐? 프리덤, 지금 '19억 원어치'를 잘못 말한 게 아니지?"

-아닙니다. 1,800원짜리 라면으로 19억 개입니다.

"하우스플러스 이놈들, 미친 거 아니야? 그럼 3조 원이 훨씬 넘잖아?"

소비자들은 기함했고, 이내 상황을 깨달았다.

이건 선착순이 아닌, 누구라도 공짜로 라면식품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황비라면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안에 들어가는 황비버섯을 따로 빼서 가정요리로 많이 쓴다.

"야! 이벤트 언제부터 시작이냐! 총알 준비하고 바로 들어간다!"

-온라인 오프라인 구분 없이 내일 오전 9시부터입니다. 하우스플러스 전 지점에서 행사합니다.

다음 날,

모든 하우스플러스 매장에는 길고 긴 줄이 늘어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