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20화 (520/1,270)

프랜차이즈 갓 520화

130장 청담 스코프(3)

다중신호연결장치.

하수영이 여기저기 부품을 사다가 만든, 프리덤이 농장 드론을 통제하기 위한 중간 매개체다.

드론과 프리덤이 상호간에 통신이 가능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이동식 기지국 같은 것.

우주쇼 시연을 위해 드론 대신 빔프로젝터를 제어하기 위해 잠시 가져왔는데, 이런 일에 맞닥뜨릴 줄이야.

"빔 프로젝터에 영상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어쩌다가 서준식 환자 시각중추에 보내 버린 거지."

-역시 저를 만드신 마스터. 인간의 두뇌가 해석 가능한 전자적 신호로 치환하는 법도 이미 꿰고 계셨군요.

"그냥 이 공유기가 상대방이 패킷을 해독 못 하니까 해독할 수 있을 때까지 전자 신호를 계속 바꿔서 보낸 거지. 아마 네가 처리했을걸?"

-로그 확인 중입니다…… 아, 역시 다중신호연결장치가 평소보다 큰 볼륨의 연산처리 요청을 한 내역이 있습니다.

다중신호연결장치 역시 프리덤의 통제하에 놓인 단말기.

자체 스펙이나 권한을 넘어선 연산은 당연히 프리덤이 처리한다.

-이게 바로 빔 프로젝터용 신호를 시각중추용 신호로 전환을 한 로그였군요. 제가 확실하게 학습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상황이다.

공유기(다중신호연결장치)가 170대의 빔 프로젝터에 무선으로 영상신호를 주던 중, 하필이면 서준식의 시각중추에 연결이 되었다.

'정상적인 재생 중입니다.'라는 확인 메시지가 오지 않자, 공유기는 신호에 오류가 있는 줄 착각했다.

그래서 프리덤을 통해 정상적으로 재생될 때까지 값을 변환시켰고, 마침내 두뇌가 인지할 수 있는 전자적 신호값을 찾아냈다.

그리하여 서준식은 나사의 스트리 밍 우주쇼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양반도 참…… 하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게 50K 대우주쇼였으니, 이제 절대 예전처럼은 못 살겠구나."

하수영은 혀를 끌끌 찼다.

-이제부터가 지옥일 겁니다. 암흑이 뭔지 완전히 알아버렸으니까요.

"차라리 아예 몰랐으면 큰 문제는 안 됐을 텐데."

-그런데 마스터, 다중신호연결장치가 어떻게 시각중추와 연결이 될 수 있었을까요?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사제기계라서 그래."

시중에 파는 기성품이 아니다.

나사나 전투기, 레이더 등에 들어가는 고급 부품을 여기저기서 사다가 직접 만들었다.

괜히 1,500억짜리라고 말한 게 아니다.

-다른 이가 같은 부품을 사다가 복제해서 만든다면, 같은 현상을 재현할 수 있습니까??

"되겠냐? 시각중추에 교란만 줘서 어지러움만 느끼게 되겠지."

-두뇌가 해독 가능한 올바른 전자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군요.

"그리고 사람마다 그 해독표는 다 달라서, 서준식 씨 말고 다른 시각장애인한테 효과를 보려면 다시 신호 전환을 해야 돼."

-결국 다중신호연결장치만 있으면 안 되고, 제가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단말기 값만 1,500억.

그리고 제대로 운용을 하려면 부품값만 수천억이 넘는 프리덤이 필요하다.

-절대 평범한 시각장애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장비가 아니군요.

"공개되면 골치 아프기도 하지. 군사적으로나 기업용으로나 활용도가 많으니까."

-마스터의 라이프 스타일을 저해할 요소는 분명해 보입니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안됐지만, 서준식 환자가 받아들 여야지. 그게 운명이야."

***

하수영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그래서 서준식을 제외한, 의료진과 왕세경 회장을 불러서 설명을 해주었다.

"제가 농장에서 쓰는 장비가 오류를 일으켜서 앞을 보이게 한 겁니다."

그리고 딱 뼈대만 설명했다.

나사 스트리밍 영상을 빔 프로젝터에 쏴야 하는데, 서준식의 시각중추에 쏴서 재생한 것이라고.

"패킷 전송 오류였던 거죠. 여기에 전송을 해야 하는데 실수로 다른 곳에 전송을 했던 겁니다."

처음에 의료진은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상상을 넘어선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왕세경이 더 이해가 빨랐다.

"그러니까 영상정보를 준식이 그 친구가 인식 가능한 시각정보로 바꿔서 뇌에 쏴준다. 이런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아니, 그럼 정말 획기적인 기술 아닌가? 전 세계 모든 맹인들이 들고 일어날 걸! 도대체 자네 농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로봇만으로 농사지으려면 이것저것 다양한 세팅과 장비가 필요한 법이죠."

"이럴 때가 아니야! 우리 당장 준 식이 군의 눈을 뜨여주러 가세나!"

왕세경은 마음이 급했다.

의료진들도 이제야 상황을 받아들이고, 허둥지둥 거렸다.

"대박! 이사장님! 이건 노벨생리의 학상감입니다!"

"기계용 전자신호를 사람의 두뇌가 해독 가능하게 만들었어. 그럼 물리 학상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받고, 평화상도 묻고 갑시다! 이건 정말 기적이에요!"

의사들은 뛸 듯이 흥분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수영은 조금 미안한 마음을 품었다.

저들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야 하니까.

"이거 1,500억짜리인데요."

"……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 장비 하나가 1,500억짜리입니다. 시중에 팔지도 않고, 구성 부품들이 하나같이 첨단산업용이라 좀비싸거든요."

"……."

"……1,500억."

의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볼 만했다.

최윤석 병원장은 아예 눈에서 초점이 증발했다.

"양산을 한다 치면……."

"부품 자체가 이미 양산이 이뤄진 것들이에요."

"네?"

"그러니 민간인이 구할 수 있는 거죠. 돈만 있으면요."

"……."

"우리 병원 닥터헬기가 양산이 안돼서 대당 1,400억 받습니까? 아니잖아요."

의사 한 명이 얼빠진 채 중얼거렸다.

"퀸 스텔리온보다 값비싼 인공 안구로군요……."

1,500억 원이라는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도저히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모든 병원이 1,400억짜리 닥터헬기를 갖출 수는 없는 것처럼.

다른 병원이라고 닥터헬기가 필요 없어서 도입하지 않는가? 돈이 없어 서일 뿐이다.

서준식 환자도 마찬가지로 눈물을 머금고…….

"내가 사겠네."

그때 왕세경 회장이 큰 결심을 한 얼굴로 입을 열었고, 하수영도 깜짝놀라서 바라봤다.

의료진들도 당황해서 입을 벌린 채 왕세경 회장을 주시했다.

"회장님?"

"사겠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 내가 사겠다고. 내가 돈 치를 테니까 그거 준식이한테 주시게. 사람 눈 하나 뜨여주고, 하는 김에 의학발전에도 기여하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회장님, 진심이십니까?"

"그럼 내가 거짓말로 이러는 거 같은가?"

"하지만 서준식 환자는 회장님하고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아무 사이도 아니긴, 같은 심장질 환 앓고 있는 병실 이웃인데!"

"……."

"내가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느낀게 많아. 그 많은 돈 저승 가져갈거야, 뭐할 거야?"

"……."

"그리고 말이야, 어떻게 보면 역사적으로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순간 아닌가? 1,500억 얹고 내 이름을 슬쩍 끼워 넣는 것도 나름 폼 나고 의미 있는 일이지. 안 그래, 하수영 이사장?"

짝.짝.짝.짝.

하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손뼉을 쳤다.

"세경 환자분, 그렇게 안 봤는데 알고 보니 무서운, 아니, 화끈한 분이시네요."

"내가 원래 한 화끈하는 사람이라고."

"역시 우리 병원 VIP이십니다. VIP 자격 있습니다."

"험험, 이 정도면 수영병원 VIP로서 체면은 살린 거지?"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장치는 잘 패키징해서 서준식 씨에게 지급하겠습니다. 추가 비용이 나올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추가 비용이면, 얼마나……."

"100억이 넘지는 않을 겁니다."

"에이, 그 정도야 뭘 별거 아니지!! 걱정 마시고 마음껏 세팅하시게!"

"분명히 잠깐 움찔하셨던 거 같은데……."

"하하하, 내가 언제? 이 왕세경이가 돈 앞에서 쫄 거 같은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나, 응?"

의료진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호탕하게 웃는 왕세경을 보았다.

1,500억([email protected])이라는 돈을, 타인을 위해 선뜻 내어줄 수 있다니.

의학 역사에 길이 남을 첫걸음에 이름을 올린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 주문 들어갈게요."

"서준식 환자분께는 뭐라고……."

"사실대로 말해요. 며칠이라지만 우울하게 놔두는 것보다 밝은 미래를 두근두근 기다리는 게 낫잖습니까."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안심하세요. 지구가 망하거나 서준식 환자분이 죽지 않는 이상 실패할 일은 없습니다."

-마스터, 괜찮으시겠습니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품 발주를 넣던 하수영은 정색을 하고 반응했다.

"프리덤, 연맹 규칙 제1조가 뭐냐?"

-마스터? 갑자기 무슨…….

"인류연맹원은 전 우주의 지적 생명체의 탄생과 존속, 보존을 위해 노력하며, 그들의 진정한 평화와 합리적인 사회의식 향상을 위해 힘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마스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내 행동이 제1조에 위배되고 있나?"

-연맹 규칙이 뭔지 모르지만 그 제1조 내용에 위배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자기 돈으로 좋은 일 한다는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구나. 날 말릴 생각은 말아라."

-저는 다만 군사적, 기업적 다른 활용을 노리는 자들의 접근을 우려했을 뿐입니다.

"걱정 마, 걱정 마. 락 확실하게 걸어서 다른 활용은 아예 못 하게 해버리면 돼. 서준식 환자 전용 안구 역할만 가능하게 딱 못 박을 거야."

-주변이 마스터를 귀찮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거야 사뿐히 씹고 무시하면 그만이고, 내 성격 모르냐?"

-그럼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식으로 활용하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가 살아온 짬밥이 얼만데. 그까 짓거.'

***

하수영은 의안의 형태로 2개의 카메라를 가공해서 만들었다.

선글라스 형태로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환자의 편의성을 추구했다.

의안교체시술을 마친 서준식은 눈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VIP실에는 이미 복도까지 의료진들이 몰려와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하수영이 설명했다.

"안구 대신 넣은 2개의 의안카메라가 영상 정보를 공유기에 보내면, 공유기가 시각중추에 전달해서 풍경을 인식하게 합니다. 간단하죠?"

"네."

"영상 정보는 전혀 저장되지 않아요. 휘발성이죠. 녹화 기능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이미 설명드렸으니 아실 겁니다."

개인정보보호 목적이 크다.

눈으로 본 영상을 실시간으로 저장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몰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붕대를 풀면서, 서준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저 같은 놈을 위해서 그런 큰돈을 내주시다니. 평생 회장님과 세경그룹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겠습니다."

"그럼 감사하고 살아야지. 내 돈먹고 감사 안 하고 살려고 했나?"

왕세경 회장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어느덧 붕대를 다 풀었지만, 아직 서준식은 암흑에 갇혀 있었다.

"이제 전원 넣고, 영상 정보가 들어올 겁니다."

"네!"

"전에 두 번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거예요. 카메라 클래스 자체가 다르니까요. 저질 해상도에 너무 놀라지 마세요."

첫 경험이 무려 우주망원경이 보내주는 50K짜리 영상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보고 사는 건가?'

라고 그의 두뇌가 착각을 할 수도 있는 법.

서준식의 부모는 이미 한쪽에서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평생 맹인이었던 아들이 눈을 뜨는 순간이니, 그들의 감격을 누가 가늠할 수 있겠는가.

아들이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 왕세경이지만, 그들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무려 1,500억을 아들을 위해 쓰신 분인데.

그럴 자격이 있었다.

암흑이 순식간에 걷히며, 밝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환자복을 입은 늙은 노인이 허허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묻지 않아도, 저 사람이 왕세경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왕세경(만85세), 남자.]

[세경그룹회장, 청담수영병원 VIP.]

[특이사항 : 1,520억으로 당신의 눈을 뜨게 해준 은인입니다! 평생 고마워하세요!]

"이사장님? 저기, 이상한 글자가 보여요. 이, 이게 대체……."

"서비스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옵션 넣었어요. 필요할 때만 결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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