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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21화 (521/1,270)

프랜차이즈 갓 521화

130장 청담 스코프(4)

'이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세상?'

뭔가 낯설었다.

우주에서 바라봤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처음으로 보는 일상적인 풍경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상실했던 것을 정확히 인지했으니..

왕세경이 호탕하게 웃으며 어깨를 만졌다.

"빛을 얻은 것을 축하하네, 준식이."

"회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사장님! 병원장님!"

서준식의 부모가 울음을 터뜨리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제야 부모를 본 서준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 이사장님! 카메라가 붉게 변했습니다!"

"감정 동기화 기능입니다. 그냥 색 깔만 조금 변한 거니까 놀라지 마세요."

"네? 그런 게 있습니까?"

"최대한 원래의 눈과 똑같아 보이 도록 세팅한 거라서 그래요. 걱정마세요."

부모와 얼싸안고 기뻐하던 서준식은 그제야 하수영을 바라봤다.

"이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랄 게 있나요? 저는 돈 받고, 제작자한테 이것저것 주문하고, 그 거밖에 없습니다."

"그 제작자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꼭이요."

"네, 꼭 전해드릴게요."

빛을 새로이 얻은 감동의 순간이 끝나고, 보호자는 물러갔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매뉴얼을 자세히 설명해야 할 시간이었다.

왕세경과 의료진은 이 자리에도 참여했다.

"HUD 기능은 어떤 거 같아요?"

"뭔가 낯선 느낌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설명글은 안 보이는 거죠?"

"스카우터 안경을 끼면 볼 수 있는 데, 잘 안 하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편한데."

[하수영.]

[청담수영병원 이사장.]

디스플레이는 이런 식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식이었다.

"그거 내비게이션 기능도 있어서 나중에 운전할 때 편하실 거예요."

젊은 의사들 입에서 조용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와, 저런 식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구나…….'

'이거 눈을 뜨니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좋아진 거 아니야?'

"이거 충전용 안대입니다. 눈을 뜨고 안대를 쓰면 자동으로 카메라와 연결해서 충전을 시작해요. 한 번 완충 시 HUD 표준 모드로 최대 90시간을 쓸 수 있어요."

"매일 잘 때마다 충전하겠습니다."

불현듯 의료진이 염려가 돼서 물었다.

"만약 배터리가 터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바로 뇌에 이어지는 치명상을 주게 되니까.

하지만 하수영은 피식 웃기만 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써서 안전합니다. 그리고 표면이 티타늄 합금으로 되어 있어 매우 단단합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벌써 상용화가 된 겁니까?"

"아직 실험실 수준이니까 이 별거아닌 카메라 한 짝에 10억씩 하는 겁니다. 배터리만 10억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신언으로 터지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까지 해놨으니 눈알이 사람 다치게 할 일은 없지.'

의사들은 혼란스러웠다.

실험실 수준의 부품을 처바른 카메라가 10억인데, 양산 체제를 갖춘 부품으로 만든 신호송출기는 왜 1,500억이나 할까.

"여기 공유기는 좀 더 오래 갑니다. 설명 들으셨겠지만 이 공유기가 핵심이에요. 카메라는 저렴해서 또 만들면 그만이지만, 이 공유기는 1,500억짜리입니다."

서준식은 긴장해서 '공유기'라 불리는 물건을 바라봤다.

HUD에 글자가 떠올랐다.

[시각중추 동기화 모듈.]

[제조원가 : 1,500억]

[특이사항 : 몸에서 일정 거리(약 80미터) 이상 떨어지면 앞을 볼 수 없게 됩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세요!]

"이거 서준식 씨 전용이에요. 누가 훔쳐가도 못 쓰는 거니까 혹 도둑이나 강도 나타나면 그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만약 훔쳐가면 청담수영병원 이사장이 지옥까지 쫓아가서 3대를 멸족할 거라고도 덧붙여 주시고요."

"……가, 감사합니다."

"뭘 그리 떨고 그래요. 진담인데."

보통은 '농담인데' 라고 덧붙이지 않나?

"표준 시력은 2.5 정도로 설정해 놨습니다. 야간 적외선 모드도 있어서 캄캄한 밤에도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의사들은 이 순간 다 같은 생각을 했다.

'사람 원래 눈보다 훨씬 좋은 거 아니야?'

"HUD에는 공유기 위치와 방향, 거리도 표시되게 해놨으니 경고음울리면 공유기부터 찾으러 가세요. 거듭 말하지만 공유기가 핵심입니다. 서준식 씨 시각중추에 영상신호를 쏴주는 거니까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하수영은 주저리주저리 주요 상황을 설명하고, 매뉴얼을 전자 문서로 따로 보내주기도 했다.

"혹시 매뉴얼을 HUD로 볼 수도 있나요? 아니면 스마트폰이라던가……."

"안 됩니다. 막아놨습니다. HUD는 안전과 편의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해요. 전혀 모르는 제3자인데 이름이나 정보가 막 뜨거나 그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서준식은 적응과 안정을 위해 왕세경과 단둘이 남았다.

VIP실을 나오자 복도에 우르르 몰려 있던 의료진의 모습이 보인다.

서준식의 일은 이미 병원 내에 소문이 쫙 퍼진 상황이었다.

"눈 대신 카메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줄이야."

"와, X발. 우리 병원에서 그걸 최초로 시술한 거 맞지?"

"그렇대."

"아니, 재단에서는 언제 또 그런 연구를 진행했던 거야? 정말 대단해."

"이사장님 인맥이 진짜 장난 아닌가 봐. 석유재벌에, 반도체 천재에, 로봇천재까지. 정말 대박."

"카메라안구 기술 상용화되면 우리 병원 진짜 미어터지겠다."

"이미 병실은 미어터지고 있잖아. 의료진 숫자가 많아서 널널할 뿐이야."

병상 수는 정해져 있으니,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수도 어차피 정해져 있다.

다만 의료진의 수가 그보다 훨씬 많아서 병원이 여유 있게 돌아가는 것뿐이다.

최윤석 병원장이 급히 말했다.

"이사장님, 이사장실에 지금 손님들이 와 계십니다. 아까 말씀드린……."

"보건복지부요?"

"네, 그렇습니다. 윤오석 장관님께서 오셨습니다."

"윤오석? 원래 배성리 장관님은요?"

"그분은 다른 부로 영전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하수영이 앞장서자, 병원장 이하교수들이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이사장실에 들어서자 손님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이 일어나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이사장님, 신임 보건 복지부 장관 윤오석입니다."

신임 장관은 적당히 머리가 벗겨지고 풍채 좋은 중년 남자였다.

하수영은 그와 악수를 나누고, 수행원들하고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카메라안구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 미래의 의학기술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입되다니요."

윤오석 장관은 칭찬으로 물꼬를 텄다.

"지금 여론은 난리입니다. 하루빨리 기술을 널리 보급해서 시각장애인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1,520억 원입니다."

"네?"

"정확히 1,520억 원이란 말입니다. 입원비나 시술비 같은 의료비 빼고, 장비값만 1,520억 원이에요."

순간 윤오석 장관과 수행원들의 얼굴에 헉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비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 또렷했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혜택받을 수 있는 기술은 아니죠."

"그, 그렇군요."

"서준식 환자분도 왕세경 회장님께서 선뜻 자비로 부담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 겁니다."

"왕세경 회장님이요?"

"네, 그분이 1,520억 원을 기꺼이 내주셨거든요."

"……."

"……."

보건복지부 일행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건 뭐 시작부터 어떻게 비벼볼수도 없는 가격이 아닌가.

윤오석 장관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양산에 들어간다면……."

그 순간 의료진 사이에서 쿡하는 웃음이 작게 터졌고, 윤 장관은 왜 그러는지 이해 못 했다.

"이거 양산 성공한 기성품 부품들로 만든 장비인데요?"

"네?"

"퀸 스텔리온이 양산품이 아니라서 대당 1,400억 원이나 할까요? 슈퍼컴퓨터들이 부품 양산에 실패해서 수백억, 수천억씩 하는 걸까요?"

"……."

"물론 영상신호를 인간의 두뇌가 인지할 수 있게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는 제작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는 기존에 존재하는 부품들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저희가 한 번 제작자를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윤오석 장관은 급한 마음에 물었고, 하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안 됩니다."

"네? 이사장님?"

"제작자가 만남을 원치 않고, 저 역시 제작자를 다른 곳에 뺏기기 싫거든요. 뭐하러 제가 경쟁자가 될만한 인맥을 주선해 줍니까?"

너무 깔끔한 이유인지라 윤오석은 뭐라고 설득을 해야 할지 말이 안나왔다.

"제가 농장 세팅에 쓰는 로봇들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정부나 대기업한테 절대 뺏길수 없죠."

"나라와 세상을 위한 일입니다. 부디 협조를……."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명백한 무시,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말라는 무언의 제스처였다.

"이사장님, 부디……."

하수영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문으로 나가지 않고 조용한 시선으로 윤오석 장관을 바라봤다.

그 가라앉은 눈빛에서 장관은 깨달았다.

한 번만 더 채근하면, 이사장은 나가 버릴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과는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장관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작자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하수영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존재하지도 않는 제작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여기저기서 달라붙는 것을 확실하게 끊어내기 위해서.

"가격 인하를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그건 여기 회사들에 물어보세요.

이 리스트에 있는 부품들 어디까지 싸게 팔 수 있냐고."

하수영은 수십 개가 넘어가는 회사들과 수많은 부품들이 적힌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그걸 여기서 물어보시면 안 되죠. 우리 재단도 다 돈 주고 산 것들인데요."

"컴퓨터 신호를 사람의 뇌가 해석할 수 있게 무선 연결하는 기술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안됐네요. 기술소유권자가 세상이 싫다고 연구소에 틀어박힌 괴짜라서요."

"다른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하실 생각은……."

"전 농장 챙기는 것만 해도 바쁜 사람입니다. 내가 재미없어 보이는 일까지 챙길 마음은 없네요."

"이사장님, 이는 인류의 기술진보를 위한……."

"평양감사도 제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그 뒤로도 윤오석 장관은 몇 번이고 다양하게 돌려서 제안을 했지만, 하수영은 시큰둥하게 무시했다.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하자는 제안에는 전혀 관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죽 답답하면 장관은 이런 말까지했다.

"그럼 저희가 따로 그 제작자를 접촉해서 설득해도 괜찮으십니까?"

"참견 안 할 테니 알아서 하시죠. 근데 그 친구 성질이 저보다 더할 텐데."

"……."

장관은 식은땀을 흘렸다.

하수영보다 성격이 더 하다면,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가늠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결국 윤오석 장관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우리는 병원입니다. 환자에게만큼은 도의적이죠. 부품값만 부담하시면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어떤 시각장애인에게도 같은 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눈을 뜨자고 1,520억 원을 선뜻 낼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존재할까?

"반드시 서비스를 받을 시각장애인을 데려오셔야 합니다. 돈 내고 장비만 확보해야지, 그런 마음은 아예 먹지도 마세요."

최소한의 편법도 용납치 않겠다는 강한 어조에, 윤오석 장관은 두 손두 발을 다 들었다.

***

-마스터, 338개의 기업에서 '청담스코프' 건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응, 내가 보건 장관한테 한 말 적당히 정리해서 답장 보내고 끝내."

-지금 처리했습니다. 마스터, 청담스코프 2호기 제작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야, 벌써? 아랍 쪽이냐?"

-예, 사우디 왕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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