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23화 (523/1,270)

프랜차이즈 갓 523화

131장 족보를 풀어라(1)

프리덤 구독자는 약 5,000만 명이다.

물론 이중에는 중복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본요금제는 월 70,000원.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프리덤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금제.

여기에 주간에만 이용하거나, 청소년이거나, 1년 장기 이용이거나에 따라서 다양하게 요금이 나뉜다.

프리덤 구독 월 매출은 약 2.2조원이 넘는다.

(3조 원이 넘었던 달도 있었다.)

부가세를 제외하면 약 2조 원.

이 중에서 10%가 바로 실비아 컴퍼니의 몫이다.

"지금 생각하면 수영 씨가 그 옵션을 걸었던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연 매출 10조 원은 거뜬히 넘을 줄 알았던 거지."

"연 매출이 딱 9조였으면 우리가 50% 가져가는 건데 말이죠."

원래 구독료 수익은 5:5였지만, 10조 원이 넘어가면 9:1이 적용된다.

하수영이 설정한 옵션이다.

"이제 일 년 조금 넘게 남았는데, 설마 3년 다 채우고 다른 회사에 주는 건 아니겠죠?"

실비아 컴퍼니 대표이사 오철현이 불안한 듯이 말했다.

실비아그룹 의장 박덕준 회장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이야기를 살짝 해봤는데 그럴 마음은 전혀 없는 거 같아."

"헤슬라 자동차와 우리 도장 찍었습니다. 이제 물릴 수도 없어요."

"걱정하지 마. 헤슬라 자동차는 어차피 별도 계약이잖아."

최악의 경우 프리덤이 실비아 컴퍼니의 품을 떠나더라도, 헤슬라 자동차 자율주행 건은 별도라서 지장이 없다.

"미국에서는 헤슬라 자동차가 정말 극찬이랍니다. 5단계 자율주행이라고 소비자들 만족도가 장난 아니에요."

"백두 자동차 눈치 본다고 정부에서 틀어막고 있으니, 원."

얼마 전 헤슬라는 프리덤을 자율주행 AI로 전면 도입했다.

프리덤은 탑승자와 운전 외의 소통은 하지 않는다.

해외에는 구독 서비스를 하지 않으므로, 그 대신 완벽한 운전을 해낸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불러주면 프리 덤은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주행을 시작한다.

-숙련된 개인 운전사가 운전대를 잡는 느낌이에요. 아니, 그보다 더 좋은가?

-전혀 한눈을 팔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외부 요소를 항상 보고 있어요. 저번에는 사고가 날 뻔했는데, 만약 제가 운전대를 잡았으면 참사가 일어났을 거예요.

-헤슬라 자동차는 정말 최고입니다.

-그런데 프리덤이 원래는 개인비서라고 들었는데, 어떡하면 프리덤과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비자들은 크게 만족했고, 헤슬라 자동차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언론에서도 입을 꾹 닫고 있으니. 국내 도입은 한참 늦어질 거 같은데요."

"백두 자동차가 작정하고 손을 썼으니까."

"그런데 백두그룹이 수영 씨하고 친하지 않습니까? 백두백화점에도 이것저것 들어갔던데."

"수영 씨가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은 모르잖아. 우리와 연관 있다고 전혀 생각을 못 하겠지."

"허어, 참……."

"국내 도입은 크게 기대하지 말자고, 이 나라 자동차 산업은 백두 자동차를 거스르기 힘들어."

"저도 프리덤이 운전해 주는 자동차 타고 싶어서 그러지요."

"그냥 운전기사 써. 그게 속 편해."

어느 순간부터 박덕준과 오철현은 둘이서 입을 열었다 하면 프리덤으로 시작해서 하수영으로 끝나곤 했다.

"청담 스코프 말입니다. 너무 대박이지 않아요?"

"아, 그거 어떻게 응용할 게 무궁무진한 거 같은데."

"가상현실 게임, 원룸에서 I-MAX 영화관 혼자 감상 같은 것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딱 잘라 말하더군. 에릭인가? 그 개발자와 권리배분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는 청담 스코프에만 활용된다고."

"저는 그것도 수영 씨가 개발한 줄 알았는데."

"쉿,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런 이야기 하지 마. 다음번 라이선스 재계약 안 할 거야?"

"해야죠. 그러니 저도 형님 앞에서만 이야기하는 거잖습니까."

TV에서는 북극을 탐사 중인 미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온몸을 방한복으로 무장한 리포터가 열심히 이쪽을 보며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는 얼마 전 혜성이 빙하에 충돌한 바로 그 북극 지점입니다. 미군이 주축이 된 탐사대가 현재 인근 지역을 조사 중입니다.

-혜성의 모습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빙하에는 무언가 커다란 암석이 박힌 듯 큰 구멍과 열에 녹은 흔적이 있지만, 그뿐입니다.

-천체학자 중에는 혜성의 주성분이 얼음으로 되어 있어 다 녹아내린 것이라는 어설픈 주장을 하는 사람도…….

-대체 혜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TV를 흘끗 보던 오철현이 커피를 홀짝이면서 말했다.

"어디 가긴, 미군이 이미 탐사 전에 다 빼돌린 거지."

"작정하고 빼돌린 거 보면 혜성이 정말 중요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나 봐."

"진짜 지구에는 전혀 없었던 미지의 원소들로 구성된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이제 한 몇 년 지나면 미국에서 말도 안 되는 기술이 나올 수도 있을 거야."

"자기들이 빼돌려놓고 사라졌다고 쇼하는 모습도 애처로워서 못 봐주겠습니다."

***

청담동.

명품관이 좌우에 즐비한 한산한 거리를 한 명의 남자가 걷고 있었다.

큰 키에 조각 같은 얼굴과 몸매를 갖고 있지만, 사실 청담에서 저런 외모는 특출한 게 아니다.

그러나 남자는 스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씩 받고 있었다.

"오빠, 저기 저 사람. 저기 등에 멘 거 대포 맞지?"

"저런 건 대포라기보다는 대구경무반동총 계열이라고 봐야……."

"아, 내가 이래서 오빠하고 이야기를 못 하겠어. 그냥 대충 대포라고 하면 안 돼?"

"미, 미안."

"진짜 대포야? 아니면 무슨 소품이야?"

"소품이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메고 다니는 거지."

"뭔가 무서워. 왜 한쪽에만 고글을 차고 있는 거야?"

남자는 등에 길이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아무리 봐도 휴대용 로켓포처럼 보이는 물체를 메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빌딩 앞에서 남자가 돌연 멈춰 섰다.

남자가 한쪽 눈에 찬 투명한 고글에, 남자만이 볼 수 있는 복잡한 기호와 수치가 나타났다.

투명 고글은 빌딩 전체에 드리워진 초자연적인 기운을 읽고, 분석한 후 표시했다.

[에테르 27]

"겨우 27이라니……."

까마득하게 낮은 수치에 남자는 빌딩의 위아래를 말없이 훑어보았다.

"이번에도 실패하신 건가. 상심이 크시겠군."

지구의 누구도 뜻을 알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언어였다.

***

"요즘 아버지가 영 조용하시네."

요 며칠 은하신목은 아무리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도 말이 없었다.

-초은하단 하나가 뭔가 꼬인 거 같아서 이거 좀 풀어야겠구나. 며칠 조용하더라도 놀라지 말거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은하신목은 영말이 없었던 것이다.

"초은하단 하나 정리하는 데 뭐 그리 오래 걸리시는지. 여기 세계관은 주신도 별거 없네."

하수영은 실비아 컴퍼니에서 프리 덤 구독료 수익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개인계좌는 아니고, 법인계좌로 돈을 받는다.

"통장에 돈은 쌓이는데, 매물은 전혀 나오지를 않는구나."

요즘 청담에 도통 나오는 매물이 없다.

월세, 전세야 언제나처럼 활발하게 거래되지만, 매매 물건은 별로 없었다.

청담에 부동산을 가질 정도면 사회적으로 부자였고, 그런 부자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오를 부동산을 매도하는 경우는 적으니.

그때였다.

"뭐야? 시비 붙었나?"

하수영은 빌딩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난 듯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봤다.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난 그는 사람들이 몰린 곳을 향해 다가갔다.

"관리소장님, 무슨 일이죠?"

"아! 의원님! 죄송합니다!"

빌딩 관리소장은 화들짝 고개를 숙이며 쩔쩔맸다.

"여기 이 빌딩 출입자께서 모델건을 메고 계셔서 컬러파트를 부착하지 않으시면 출입이 안 된다고 설명드리는 중이었습니다."

"모델건?"

하수영은 남자를 흘끔 바라보다가, 그가 손에 들고 있는 2미터짜리 대구경 라이플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언뜻 보기에는 실제로 전장에서 사용하는 무기처럼 생겼다. 정교하게 잘 만든 모델건이다.

"다른 내방객들이 놀랄 수 있으니 컬러파트를 장착해 주십사 하고 있는데 아무런 말씀도 없이 노려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설명을 듣고 남자의 앞으으로 나섰다.

"손님, 말씀드린 대로 모델건이라는 표시로 컬러파트를 장착하지 않으면…… 어, 너 뭐야?"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오히려 빌딩관리직원들이 당황했다.

"……."

"……."

하수영은 어느새 웃음을 지운 상태였다.

차갑게 굳은 눈빛이 남자를 차분히 노려보는 모습에, 직원들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하고 몸을 떨었다.

"제가 상대할 테니, 다들 자리를 비켜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이곳은 아무도 오지 못하게 통제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후다닥 물러나고, 하수영은 차분히 노려보다가 다시 물었다.

"너 뭐냐고."

바로 그 순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구에서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아주 머나먼 곳에서 유래된 언어.

본래라면 하수영도 알아듣지 못했을 언어였다.

그러나 순간 자동적으로 '통찰안'

이 발동되며, 낯선 언어에 담긴 뜻을 순식간에 읽어냈다.

"그대가 10,000,000,000,000번째 프랜차이즈 갓 후보인가?"

반사적으로 하수영의 안색이 더욱 딱딱해졌다.

모델처럼 키가 압도적으로 큰 남자는 내려다보며 다시금 말했다.

"나는 983,130,093,427번째 프랜차이즈 갓 후보였다."

하수영은 천천히 팔짱을 끼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의 얼굴을 훑어보며, 불친절하게 딱딱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후보였다?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냐?"

"그렇다. 나는 자격 미달로 오래 전 후보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뭐 질투라도 나서 한 번 붙어봐야겠다 그런 마음에서 날 찾아온 거냐?"

"아버지를 찾아왔다, 나의 동생아."

"아버지? 동생?"

"그대 역시 프랜차이즈 갓을 양부로 모시지 않았는가? 그러니 내게 있어 그대는 나의 의붓동생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수천억 년쯤 넘게 살았지만 형 따위는 한 번도 둔 적 없는데."

하수영은 미묘하게 거슬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존재가 대뜸 의붓형이라고 주장해서도 아니고, 말을 짧게 해서도 아니다.

다른 주신 후보자가 갑자기 찾아와서 마음이 흔들린 것은 더더욱 아니다.

'뭔가, 미묘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데…… 내가 왜 이러지?'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다.

감정이 읽히지 않는 무채색의 눈빛은 해수면 아래의 빙하처럼 차갑게 굳어 있다.

"수천억 년? 그대의 신체 나이는 25년이 채 안 된 것으로 보이는데?"

"됐고, 아버지를 찾아서 뭘 하려고?"

"비록 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아들로서 오랜만에 안부를 드리고 싶었다. 너무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

아무래도 상대는 아버지의 흔적을 쫓아서 먼 우주를 날아온 모양이다.

무한의 환생을 거쳐 온 하수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 어나갔다.

"근데 어쩌냐? 좀 늦었다. 아버지는 2년 전에 다음 후계자를 찾아서 떠나셨다."

"그런가. 이번에는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탕이었군."

내용만 보면 실망한 것 같은데, 표정이나 눈빛, 억양을 보면 그런 기색이 조금도 없다.

아마도 감정이 세월에 어지간히 마모가 된 듯하다. 어지간히 오래 살았을 것이다.

'에이그. 그것도 다 한때다. 이 친구야.'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이 별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기력을 회복시키겠다. 그 후에 떠날 테니, 걱정 말아라. 나의 동생아."

"이 별을 구경하겠다고?"

"조용히 기력을 회복할 것이다. 형으로서 동생의 소유물에 손을 대진 않을 테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통찰안을 통해 본 녀석의 의지에서 악의나 적대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걱정할 건 없어 보이는데… 아버지는 왜 하필 이럴 때 초은하단 하나 처리하는 데 쩔쩔 매셔가지고는.'

미리 예상하고 일부러 핑계 대고 잠수 탄 건 아니겠지?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하수영은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너 근데 어디서 나 본 적 있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