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30화 (530/1,270)

프랜차이즈 갓 530화

133장 한미요식연합(2)

'사실 나는 CIA 요원이다. 이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할틴 호텔 직원이지만.'

핸리 요원은 하수영을 웃음으로 에스코트하면서 아까의 긴장감을 상기했다.

-CIA에서 나왔습니까?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라서 바로 들킨 줄 알았지. 알고 보니 아니었지만.'

그 뒤로 미국의 온갖 정보기관, 비밀단체, 자본단체 등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더랬다.

네가 누구인지 몰라서 전부 준비해 봤어.

이 중에 하나는 네 진짜 신분이 있겠지?

설마 그런 의도였을까?

'역시 분석대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군.'

***

'사실 나는 NSA(국가안보국) 요원이다. 저기 저 친구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신참 같지만.'

드한슨 요원은 얼굴에는 미소를 가득한 채 하수영과 CIA 위장 요원을 대했다.

'미국 영토 내에서의 첩보력은 CIA가 감히 우리 NSA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 맨날 해외에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새는 바가지들 같으니.'

드한슨의 파견 목적은 명확했다.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희 CIA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이제 지겹구나. 이번만큼은 사고 치지 말아라.'

바로 CIA가 하수영을 안가로 납치라도 할까 싶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줄곧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수영 농민, 귀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모든 출장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오. 그것이 우리 NSA가 나선 목적이오.'

***

'사실 나는 DIA(국방정보국) 요원인데, 쟤네 둘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리무진 운전수는 비밀 차 실내 카메라를 통해 하수영, 그리고 두 명의 호텔리어들을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저것들, 열심히 숨기려고 하는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다른 기관 아이들인 거 같다.'

심지어 서로 다른 기관 소속으로 보인다.

'그럼 저 녀석들, 분명히 나도 의심하고 있겠군.'

하수영을 제외하고, 리무진 탑승자는 세 명.

이 셋이 서로 다른 정보기관 요원이며, 상호 눈치를 채고 견제하고 있는 상황.

'별일은 없어야 할 텐데.'

DIA 요원 마커스는 위장 이어폰을 작동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목을 매만졌다.

-마커스, 입국 게이트 분석 결과가 나왔다.

DIA는 공항 하수영이 통과하는 게이트에 값비싼 스캐너 장비를 설치해 두었다.

바로 하수영을 낱낱이 분석할 수 있기 위함이다.

물론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평소보다 긴 게이트를 지루하게 걸어야 했다.

스캐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거의 20미터 가까이 신체 내부를 훑었으니까.

-놀라지 마라, 그는 완벽한 인간이다.

"뭐? 아니, 우리 DIA 국장님은 분명히 외계인일 거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해하셨으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어디에서도 비인간성을 나타내는 특징을 찾아낼 수 없었다.

"젠장. 이러면 결국 2차 작전으로 가는 건가?"

-어쩔 수 없다. 그의 혈액 샘플 채취가 필요하다.

"미국에 온 손님을 첫 방문부터 너무 격하게 환영하고 싶지는 않은데."

-우리 의도를 들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이다.

"알겠다.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

가벼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수영이 지구인으로 위장한 외계인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했던 DIA.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다양한 쇼를 준비했지만, 그가 진짜 지구인이라면 미국이 큰 실례를 저지르는 것 아닌가.

'부디 그가 지구인이기를. 그리고 이 때문에 미국에 너무 실망하지 않기를…… 수영라면은 사랑이라고.'

마커스는 수영라면 열성중독자였다.

시내 어느 번화가 건물 사이 도로, 택시와 자동차 등으로 인해 정체 현상이 심한 곳에, 리무진은 오도 가도 못 하고 끼어서 멈춰 있었다.

"죄송합니다, 미스터. 오늘따라 차가 심하게 막히는군요."

핸리 요원은 겉으로는 웃음을 지은 채 사과했지만,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 지역이 이렇게나 차가 막힌다고? 아무래도 수상한데.'

CIA 요원 핸리의 임무는 간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수영의 출장을 완벽하게 에스코트한 후,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내린 다음 자신의 '위장 신분'을 밝히는 것.

-사실 나는 카길에서 고용한 비밀 용병입니다.

-엇? 그게 정말입니까??

-불손한 세력이 귀하를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귀하가 한국을 출발하는 내내 지금까지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카길은 역시 좋은 곡물회사로군요!

이렇게 카길을 내세워서 우호적인 이미지를 듬뿍 심어준 다음, 그의 곁에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친구가 된다.

일이 잘되면 카길의 경영진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렇게 꼬이다니.'

"어, 저 사람들 뭐죠?"

그때 하수영이 외쳤다.

놀란 두 요원은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폭동! 폭동들이다!"

"뭐요? 폭동?"

드한슨 요원은 순간 하수영의 목소리를 듣고 착각에 빠졌다.

'뭐지? 뭔가 신이 난 거 같은…….'

"이야! 어메이징 아메리카! 입국첫날부터 화끈한 이벤트를 벌여주는군요!"

"미, 미스터?"

"다들 얼른 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고급 리무진은 당연히 저런 폭동 시위대들한테 좋은 약탈 거리잖아요!"

"미, 미스터!"

"어디 보자. 이런 차체 구조라면 여기 이쯤에 분명히 있어야 하는 데…… 어, 있다!"

좌석 아래에 손을 넣어 여기저기 더듬거리던 하수영은 숨겨진 버튼을 찾아냈다.

무한전생의 삶에서 이런 차를 어디 한두 번 타봤겠는가.

그냥 대충 보면 구조가 훤히 보인다. 굳이 통찰안을 켤 것도 없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좌석 아래가 열리면서 내부 수납칸이 튀어나왔다.

그 안에는 기관단총과 스코프가 달린 저격용 라이플이, 그 외 다수의 총기와 탄알이 들어 있었다.

"……."

"……."

'어떻게 저걸 찾아냈지?'

'언제 저런 걸 숨겨뒀지?'

'지금 뭐 하려는 거야?'

차례대로 핸리, 드한슨, 마커스의 생각이었다.

하수영은 탄알집에 탄알을 순식간에 채워 넣고 기관단총과 라이플에 장착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동작에는 일체의 군더더기조차 없었다.

'한국인은 누구나 군대에 간다더니, 정말 대단하군!'

'분명 하수영 농민은 한국군 훈련소에서 6주 동안 놀기만 했을 텐데?'

리무진 밖으로 나간 하수영은 곧바로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긴 후 저격 라이플을 거치했다.

목표물을 포착한 후 조준하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가장 선두에서 달려 나오던 폭동이 비명을 지르며 손에 쥔 쇠파이프를 놓쳤다.

총알을 정확히 쇠파이프를 맞췄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서 떨어뜨린 것이다.

하수영은 리무진 비밀 수납칸에서 꺼낸 확성기에 대고 중음으로 외쳤다.

"나는 퇴역한 델타포스 에드워드 포워나 사무엘 마르쿠스 프라임 Y 지안 중령이다."

거짓말처럼 폭동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983,019,687명을 사살한 내 저격총이 머리를 노릴 것이다."

움찔움찔. 주춤주춤. 눈치눈치.

신이 나서 불이 붙어 있던 폭동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가 이내 손에 든 무기들을 내려놓고 흩어져 달아났다.

오히려 하수영이 당황했다.

"뭐야, 한 번 놀아보려 했는데 어떻게 경고 방송 한 번에 다 도망가? 와, 해산하라고 했다고 진짜 말 한 번에 해산하다니."

뒤늦게 리무진에서 나온 호텔리어(로 위장한 요원)들이 당황해서 하수영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미스터, 괜찮으십니까?"

"아까 그 이름은 대체 뭡니까? 미스터, 정말 델타포스 출신인가요?"

"아뇨, 그냥 겁주려고 대충 지어낸 건데요."

"……."

"……."

"델타포스가 무섭긴 한가 봐요. 퇴역군인이라고만 했는데도 다들 경고 방송 한 번에 도망가다니."

하수영이 예전의 삶에서 썼던 이름중 하나인 것은 사실.

지금까지 저격 라이플로 사살한 적군의 숫자를 다 합치면 그 정도쯤되는 것도 사실.

-현장 통제를 그딴 식으로 하면 어떡하나!

"죄, 죄송합니다. 경고 한 번에 갱원들이 다들 쫄아서 도망치는 바람에……."

-역시 비용 절감하자고 갱단 따위를 동원하는 게 아니었어! 자네도 괜히 그곳에 있다가 FBI와 부딪치지 말고 조용히 운전대나 잡아!

"네, 알겠습니다!"

리무진 운전수 DIA 마커스 요원은 왜 자신이 질책을 받아야 하는지 알수 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차량만 운행할 뿐, 위장 폭동시위대는 동료 요원이 통제하고 있었을 텐데.

'설마 그 친구도 무서워서 도망을 친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무런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니 뭔가 수상하다.

원래 이것은 DIA가 준비한 쇼였다.

리무진을 습격하고 하수영을 납치하는 척하다가 현장에서 주사기를 꽂아 혈액을 소량 채취한다는 것.

외계인인지 아닌지 최종 증거로 확인하기 위함이니 한 방울 정도만 있어도 된다.

무슨 유전자 채취를 할 것도 아니었으니.

확인만 끝나면 바로 폐기다.

그 직후에는 미리 준비한, 특수부대로 위장한 DIA 요원들이 나서서 폭동을 진압하고 하수영을 곧바로 구출, 다시금 호텔로 향하면 그만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능숙한 총기 다루는 솜씨 하며, 어떻게 영점 조정 없이 단 한 방으로 뛰어오는 폭동이 쥔 칼만 딱 맞힌 거지?'

***

할틴 호텔에 들어서서 짐을 내려놓자, 곧바로 프론트에서 연락이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노소프트 발머스틴은 하수영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터."

"프랜차이즈 요식사업부 책임자를 맡으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하, 저번 한국을 찾았을 때 미스터를 꼭 뵙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서로 맞지 않았네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은퇴한 기업인 발머 스틴과 하수영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화기애애하게 미팅을 진행했다.

"오시는 길에 불편함은 없으셨는지요?"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차량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필요했던 것들은 다 갖추고 있더군요."

"다행입니다. 할틴 호텔이 그런 면에서 VIP 케어가 좋습니다. 저도 애용하지요."

호텔리어로 위장한 핸리와 드한슨요원이 곁에서 움찔움찔했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내일부터 저와 함께 미국 내에 있는 수영레스토랑 주요 매장들을 투어하시게 될 겁니다."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황비라면을 수입하게 되면, 일단 유통 마트를 통해 풀지 않을 겁니다."

"오, 먼저 수영레스토랑을 이용해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둘이 같은 브랜드 계열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우리 측 수출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물량 확보가 안정적으로 될 때까지는 그런 식으로 마케팅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영어가 정말 유창하시군요. 미국에서 아주 오래 거주한 원어민 같습니다."

"나름 미국에 꽤 오래 살았습니다. 한 3만 년 정도?"

"하하, 그렇군요."

당연히 농담이라고 여긴 발머 스틴은 기쁘게 웃기만 했을 뿐이었다.

"캘리포니아에 크고 멋진 빌딩 하나 구할 수 없을까요?"

"구매를 원하시는 겁니까?"

"네, 기왕이면 실리콘밸리에서 아주 잘 보이는 위치면 좋겠네요. 빌딩 톱층에 수영라면이라고 크게 이름을 달고 싶습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나?"

"미국에서 수영레스토랑으로 번 돈을 다 써버려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려면 한 채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요. 일단 제가 좋은 매물을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발머 스틴은 모처럼 하수영 앞에서 자신이 구상한 나노소프트 프랜차이즈 요식업 계획을 밤이 새도록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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