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85화 (585/1,270)

프랜차이즈 갓 585화

147장 엔터계의 황제 (1)

나노소프트의 랩터 킬러 도입은, 소위 말하는 돈지랄이었다.

보통의 농기업은 '그럴 바엔 차라리 접고, 다른 작물을 키우겠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카길, 몬산테 등의 농기업들은 랩터 킬러의 효능에 놀라워했지만, 그뿐이었다.

"일단은 화이자가 개발한 랩터 말벌 살충제가 있으니, 그걸로 버티면 된다."

"약에 내성이 생기는 종이 나온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

"나노소프트가 너무 과하게 돈지랄한 게 맞다. 물론 화이자 살충제가 대대적으로 보급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제로 화이자는 장수말벌 DNA 표적살충제가 북미 전역에 보급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라고 발표했다.

나노소프트는 그 시간마저 아까워서 랩터 말벌을 도입했지만, 카길이 보기에는 미친 짓이었다.

"당분간 충매화 작물의 생산 비중을 낮추면 그만이다."

농무부는 표적살충제 외에 랩터 킬러도 도입하고 싶어 했다.

아몬드 농가도 당장 시중에 투입할 수 있는 랩터 킬러의 도입을 원했다.

"한 가지 퇴치법만 쓰는 것보다 다양한 퇴치법을 골고루 써야 한다!"

"나중에 내성이라도 생기면 그때 가서 부랴부랴 또 다른 신약을 만들 거냐?"

문제에 대한 대응책은 한 개가 아니라,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기관이 추구해야 할 자세.

하지만 농무부는 예산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자체적으로 랩터 킬러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계산을 해보니 천문학적인 예산이 예상되었던 것이다.

"이 돈이면 함대를 하나 새로 편성할 수도 있겠어."

어느 정도 과장이 섞였지만, 그만큼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된다는 뜻이었다.

자기들 매장에서 쓸 '양파'만 확보하면 되는 나노소프트와 달리.

농무부는 북미 전역의 충매화 작물농가를 보호해야 했으니.

농무부는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백악관과 의회의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의원들은 왜 이런 첨단군사무기를 겨우 말벌이나 잡는 데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농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화이자가 개발한 표적 살충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 돈으로 차라리 화이자의 살충제 생산라인 증설을 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렇게 얼마 안 되는 추가 예산은 죄다 표적살충제 생산 라인 증설에 투입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톰 빌락은 이를 악물고 내려놓아야만 했다.

"밀이나 쌀, 옥수수였어도 과연 의원들이 저렇게 건성으로 나왔을까?"

셋 다 꿀벌과는 상관없이 바람으로 수분하는 작물.

밀과 쌀은 인간이 먹고, 옥수수는 고기가 될 가축이 먹는다.

의원들은 랩터 사태를 그렇게 심각한 식량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푸드 업체와 농가가 그렇게 난리가 난 것을 봤으면서도.

"랩터 킬러가 너무 비싸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어쩔 수 없으니 이제 그만 하시지요, 장관님."

"후우, 이런 큰 문제를 한 가지 해결책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건데……."

"그래도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 돈이 문제지. 돈이 문제야……."

오죽하면 국방부에 협조 요청을 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아몬드 농가 시위대는 올겨울이 지나기 전에 충분한 양의 표적 살충제를 공급하겠다는 백악관과 의회의 약속에 결국 철수했다.

그들도 장기화된 시위에 지친 것이다.

그렇게 미국 농가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표적살충제에 의존하는 대다수.

랩터 킬러의 물리력 살충에 의존하는 나노소프트.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

장효주가 의원사무실에 놀러 왔다.

이제는 하수영후원회 노인들과 친근한 사이가 된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들을 대했다.

"어르신, 티비 보고 계세요?"

"응, 세상이 말세야 말세. 이거 봐. 우리나라가 몇 년째 수해 겪는 게 전부 중국 때문이라고 하네."

"태풍 불고 물난리 난 거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참나. 이상기후, 이상기후라고 하지만 요 몇 년간 너무 심각하게 이상했어."

옆에서 다른 노인이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아, 그거 다 음모론이야, 음모론. 중국이 미세먼지 제거하려고 대기에 뭘 살포해서 동아시아 날씨가 맛이 갔다니, 이게 말이 돼?"

"자네 지금 중국을 편드는 건가?"

"편드는 게 아니라 중국이 그럴 만한 기술력이 있느냐, 이거지. 미국이나 러시아라면 몰라도 말이야."

"아, 그 소리였나. 난 또 중국 편드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원래 시대가 어수선하면 별 같지도 않은 음모론이 돌아다니기 마련이라고."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이 부채질을 하면서 끼어들었다.

"미국 장수말벌이 중국의 음모라는 말도 있던데."

"그건 또 웬 개소리여?"

"중국이 일부러 유전자 조작한 여왕벌 1세대를 미국에 몰래 보내서 북미 토종꿀벌들을 다 쓸어버리려고 했다는 말이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렇게 해서 중국이 얻을 게 뭔가?"

"미국이 곤란해지면 당연히 중국입장에서는 좋지 않나?"

"중국이 식량자급화를 넘어서서 지구의 곡창창고가 되고 싶어 한단 말이 있던데, 그럼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에이, 내가 중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어. 이상 기후도 중국 탓, 장수말벌도 중국탓, 아예 우리 하 의원이 모태독신인 것도 중국 탓을 하지 그러나?"

장효주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어머, 수영 씨가 모태독신이었어요? 처음 저 봤을 땐 전 여친하고 제가 너무 똑같이 닮았다고 그러던데."

"내가 하 의원 살아온 이야기를 쭉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리 견적을 내봐도 누굴 만날 시간은 없는 거 같더라고."

"지금도 하 의원 하루, 일주일, 한 달, 연간 일정 보면 연애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지."

"그럼 뭘까요? 저하고 똑같이 생겼다는 전 여친은?"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때마침 하수영이 의원사무실에 들어왔다.

잠시 주변을 훑어본 그는 피식 웃었다.

"분위기 보아하니 제 이야기 한바탕 하셨나 봅니다. 뒷담은 안 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하 의원 뒷담을 왜 해."

"언제 장가들어서 가정을 꾸리나 그 이야기는 막 하려고 했지."

"아무렴. 정치인이란 모름지기 가정을 꾸리고 그래야 안정감이 생겨서 더 큰일을 하는 법이라고."

"벌써 인생의 무덤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서요. 효주 씨, 나가시죠."

점심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둘은 휴민트타워 최상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청담동 한복판에 위치한 하수영의 빌딩이다 보니 프라이버시 보호가 편했다.

레스토랑 직원들도 하수영과 장효주를 신경 쓰지 않았다.

둘이서 식사할 때도 있지만, 제작관계자들도 자주 낀 덕분이다.

물론 남녀 사이에서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소문이 크게 날 정도는 아니었다.

"제가 무덤이에요?"

"네?"

"아까 그랬잖아요. 인생의 무덤에 벌써 들어가긴 싫다고. 제가 무덤같아요?"

"오늘따라 고주환 사장님이 늦으시네요. 배고픈데 빨리 오셨으면 좋겠네. 전화라도 한 번 해볼까요?"

"말은 정말 잘 돌려. 어쩜 아무 말도 못 들은 표정이네요."

"아, 저기 오시는군요."

마침 고주환 사장 일행이 나타났다.

하수영은 그들을 반겼고, 반가워하면서 다가오던 그들은 영문 모를 장효주의 시선 흘김을 받으며 자리를 잡았다.

"우리 효주가 오늘 표정이 안 좋은데……."

"잘못 보신 거예요. 투자자님께서 배고프시다니까 우리 메뉴부터 시키죠."

"그, 그래요. 그럽시다."

차례차례 메뉴를 시키고, 약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2 촬영이 거의 끝나 갑니다."

"좋은 소식이네요. 잘 뽑혀 나왔나요?"

"한 번 사전 모니터링을 하시겠습니까?"

고주환 사장의 진심이었다.

하수영이 투자제작자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쓴 부활의 이순신 소설판을 봤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천재야.'

드라마를 책으로 옮긴 부활의 이순신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드라마를 완벽하게 책으로 옮겼다.

는 평을 받으며, 애청자들한테 불티나게 팔렸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방영된 나라에 그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팔리면서, 말 그대로 돈을 갈퀴로 긁어 담고 있었다.

'연애라인이 밍밍한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소설화 작업이었어.'

고주환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썼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진실을 아는 것은 하수영 본인뿐.

"소설화 작업을 하신 작가로서 드라마를 한 번 모니터링해 주신다면, 편집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나중에 드라마 방영할 때 보는 재미가 없잖아요."

"아, 그런가요."

"네, 저는 투자자이지만 시청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원하는 컨텐츠를 보고 싶어서 돈을 댔는데, 미완성품을 봐버리면 의미가 없죠."

"정말 아쉽습니다. 아, 그런데 출판 기념행사는 언제 하십니까?"

"글쎄요. 아직은 별 생각이 없어서."

"반응이 아주 좋을 겁니다. 아, 시즌2 소설화 작업도 해주실 거죠?"

"네, 이미 지시, 아니, 준비해 놨습니다."

최종 편집 버전이 완성되면 프리덤이 열심히 시청하고, 각색을 거쳐 소설화 작업을 할 것이다.

하수영도 프리덤이 쓴 부활의 이순신을 재밌게 읽었다.

중간중간 몰래 넣어둔 자신의 전생이야기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 버전에는 들어가지 않고, 소설 버전에만 나온다.

"감독이 아쉬워했습니다. 소설에 나온 무명의 군졸 이야기를 드라마시즌2에는 꼭 넣고 싶어 했거든요."

"드라마 전체적인 볼륨을 해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요. 무명의 군졸은 소설에만 나오는 게 좋겠습니다."

무명의 군졸,

하수영의 전생이자, 프리덤이 집필할 때 하수영이 꼭 넣으라고 신신당부한 이스터에그이자 숨겨진 주연급 조연이다.

"부활의 이순신 덕분에 지금 드라마업계에 사극부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네, 너도나도 사극을 제작하겠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정통 사극부터 퓨전, 블랙코미디 사극까지 아주 사극 시나리오 천치입니다. 아!"

고주환 사장은 생각난탄성을 터뜨렸다.

"적토마 스튜디오에서도 이번에 큰 투자를 받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엔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나 보네요."

"부활의 이순신이 큰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제작역사상 최초로 천억대 돌파에, 자그마치 삼천억 가까이 투자한 작품이 그렇게 대박 성공을 했으니까요."

옆에서 장효주가 조그맣게 끼어들었다.

"그게 다 투자자님이 다 필요 없으니 무조건 멋있고 재밌게만 만들라고 주문하셔서 그런 거지요. 덕분에 걸작이 나온 거잖아요."

"효주 말이 맞아. 그래도 제작비가 워낙 커서 이익을 많이 남기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친 덕분에 큰 수익을 거뒀어."

"초반에 넷플렉스에 OTT권 전매하지 않길 잘했죠?"

"작품 하나에 삼천억 가까이 들어간 걸 헐값에 팔 수는 없었지. 우리 돈도 아니었으니."

어느덧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이 어나가던 중, 하수영이 물었다.

"근데 적토마 스튜디오에 제작투자한 곳이 어딘가요?"

"아직은 비공개인 것 같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저도 거기서 투자 신청을 받긴 했는데, 뭔가 께름칙해서 거절했거든요. 그런데 거액을 투자했다니까 의아해서요."

"께름직하셨다고요?"

고주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하수영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근거는 없어요. 그냥 느낌이 안좋았을 뿐이네요. 그날 제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고."

"다른 분은 몰라도 회장님이 그러시면 저희는 신경을 쓸 수밖에……."

"근데 무슨 사극이래요?"

"고구려가 배경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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