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00화 (600/1,270)

프랜차이즈 갓 600화

150장 광고계의 큰손 (2)

"작업 하나 더 치자."

김상범 주필이 갑자기 꺼낸 말이지만, 도문규 기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떤 거 칠까요?"

"하수영 그 친구, 여배우 장효주하고 뭔가 있다며?"

"둘이 자주 식사한답니다."

"스폰이야, 연애질이야?"

"그건 모르죠. 아, 장효주가 지금 사는 청담동 아파트가 하수영이가 제공해 준 거라는데요?"

"그래?"

김상범이 눈을 날카롭게 빛냈고, 도문규는 조용히 술잔을 채웠다.

"야, 너 같으면 돈이 그렇게 많은데 젊은 나이에 벌써 한 여자에 얽매이고 싶겠어?"

"저라면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나중에 질리면 돌아서겠죠."

"그렇지? 스폰일 거야, 분명. 젊은 나이에 재벌급 됐는데 벌써 얽매이고 싶겠어?"

"이 회장, 저 회장 손길 탄 여배우라면 더욱더 싫겠죠."

둘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주고받으며, 아예 기정사실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 친구가 젊어서 좀 성공했다고 세상 물정을 모른단 말이지."

"보통 이렇게 기사로 두드리면 신문사에 연락 한 번 할 법합니다만, 여태까지 전화 한 통도 없네요."

"오항윤이하고만 협상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게 아주 괘씸하네."

"오항윤이는 제가 한 번 더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그래. 잘 좀 작업 쳐봐."

도문규는 김상범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였다.

주필씩이나 돼서 하급 기사들을 일일이 작성할 수는 없으니.

"선배님, 장효주에다가 가맹점 운영 클레임으로 몇 개 더 엮어서 불질러 보겠습니다."

"좋지. 역시 우리 문규는 하나만 말하면 열 가지를 척 알아듣는단 말이야."

"그럼 이제 아가씨들 들일까요?"

"그러자고, 기다리느라 쟤네도 마냥 심심하겠네."

골치 아픈 대화를 마치고, 즐거운 음주 타임이 시작됐다.

김상범은 웃으며 술을 마시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내내 CVN이 맛있게 먹어치웠다는 광고비만 아른거렸다.

'앞으로 일 년에 1조 이상…… 어이구.'

그걸 홍일일보가 전부, 아니, 반만이라도 가져온다면?

자신의 인센티브가 무려 150억 원이나 된다.

'불륜 드라마나 만들던 케이블 따위가 어디서 60년 전통의 신문사를 제끼려고 해? 그놈들도 손 한 번 봐줘야겠어.'

물론 이 일이 잘 매듭지어지면 말이다.

***

바퀴벌레 다리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수영레스토랑은 전 가맹점이 일시적으로 손님이 줄었다.

온 사방에서 위생 문제로 자극적인 고성방가를 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님들은 다시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프리덤 덕분이었다.

-야, 수영라면 바퀴벌레 다리 그거 주작이라고 함.

-무슨 소리야? 뉴스에서 맨날 위생 문제 많다고 떠들어대는데?

-옛다 팩트(사진)

-정 뭐하면 프리덤한테 물어봐라. 프리덤이 거짓말은 안 하잖냐. 자료도 잘 찾고.

-어, 정말이네? 프리덤한테 물어보니까 그거 주작이라고 하네.

-본사 홈페이지에 해명글이 이렇게 자세하게 있었네. 각 잡고 처음부터 정독함.

-난 프리덤한테 세 줄 요약 해달라고 했는데.

-나도.

-나도.

-와…… 그럼 돈 노린 주작 리뷰어 한 명 때문에 수영레스토랑이고 소비자고 언론사도 전부 다 놀아난 거야?

-소오름.

-기레기들이 기레기짓 했네. 사실 확인도 안 하고 호들갑 떨면서 온 사방에 그 난리를 떨쳐 놨으니.

-이 정도면 수영레스토랑에서 언론사에 손해배상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

-옛날에 라면에 공업 기름 넣어서 만든다고 구라 기사 써가지고 1위라면 회사가 거꾸러졌잖아. 그때에서 전혀 발전한 게 없어.

-그거 당시 서해식품에서 손을 쓴 거라는 말이 있음.

-진짜 프리덤 없었으면 수영라면도 큰일 날 뻔했네.

소비자들은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확인하고 싶으면 네 프리덤한테 물어봐라' 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정보는 없었다.

사용자들은 프리덤의 말을 누구보다 깊이 신뢰했으며, 조언의 진위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프리덤은 사용자가 아무리 물어보더라도 절대 지치지 않고, 학술과 사실에 근거해서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종교와 정치사상에 관한 어드바이스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연애에 관한 어드바이스는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업무 심화 활용 목적은 프리덤프로 버전을 구매해 주십시오.

-프로 버전은 아직 클로즈 베타서비스 중입니다. 언제 출시될지는 미정입니다.

종교, 정치, 연애, 전문업무에 관한 어드바이스는 여전히 잠겨 있었다.

또다시 음해기사가 터졌다.

이번에는 연애 스캔들이었다.

[톱스타 A양, 출연한 드라마 제작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

[A양, 사업가 남친이 제공한 청담동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요식업의 황제로 알려진 A양의 남친!]

여론이 다시 한번 들끓기 시작했다.

톱스타 A양이 장효주를 가리킨다.

는 것은 기사가 뜨고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널리 퍼졌다.

A양이 현재 살고 있다는 청담동아파트 소유주를 찾기 위해 다들 눈에 불을 켰다.

정확한 아파트 이름이나 동호수를 알면 등기부를 열람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었다.

기사는 연달아 터졌다.

-수영라면? 너무 비싸지 않나 싶어요. 아니, 아무리 값비싼 재료를 썼다고 해도 한 그릇에 35,000원짜리 라면이 말이 되나요?

-강남 사람들이나 사먹는 거죠. 우리 같은 비강남 사람들은 꿈도 못꿔요.

-강남 외 다른 지역은 죄다 만 원짜리 빈약한 버전만 팔던데.

-부산에서도 마린시티 거기에서만 딱 하나 운영하잖아요. 거기가 부산에서 제일 잘 사는 동네라고 하던데.

[최근 황제라면으로 알려진 수영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사용했다고 해도 한 그릇에 35,000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무리다.]

[전국의 치킨 매장은 약 82,000개에 달하지만, 그중 6만 개 이상은 수영치킨 가맹점이라는 사실,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정부는 국민들의 식탁이 오롯이 한 사업체에 귀속되는 것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의회는 독점방지법 개정에 힘을 써야 한다! 먹거리는 국민의 생명 그 자체다!]

[육류 가격 폭증, 알고 보니 수영목장 때문?]

홍일일보를 중심으로 '수영그룹'을 공격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식품 사업 관련 부문만 건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장효주와의 스캔들은 홍일일보가 아닌, 10위 권 밖의 중형 언론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것을 또 다른 중형 언론사에서 신이 나서 받아쓰기를 하고 있었고, 바퀴벌레 다리 기사는 이제 묻혔지만, 그 대신 식품독점 관련 비방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

"대체 왜 이러는 거죠?"

스마트폰으로 내내 기사만 훑어보던 장효주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홍일일보하고 싸운 거 있어요?"

"그럴 리가요.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 왜……."

"자기들 신문사에 왜 광고 안 주냐, 지금 그거 시위하고 있는 겁니다."

"아."

장효주는 그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연예인이다.

언론사, 기자를 적으로 돌리면 누구보다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미디어를 주름잡는 톱배우라고 해도, 기자들한테 잘못 걸리면 한순간에 마약중독자, 섹스중독자가 돼버린다.

"그러고 보니 효주 씨는 언론하고 안 좋게 얽힌 건 없습니까?"

"회장 생일파티 초대받았는데 안갔다고 큰일 날 뻔한 적은 있죠."

"갔으면 더 큰일 나지 않았을까요? 속셈이 뻔할 거 같은데."

"안 좋은 기사가 좀 나긴 했는데, 기획사에서 잘 막았어요. 그때 마침 서해전자 겔드폰 CF모델이었거든요."

결국 돈으로 그들의 노여움을 막은 셈이다.

"작정하고 물어지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않아요?"

"광고라도 던져줄까요?"

"그게 현실적이긴 한데, 수영 씨는 좀 더 통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저번에 기획사에서 그렇게 막았을 때 저도 내심 분했거든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이거 놈들이 분해서 부들부들 날뛰는 겁니다."

"부들부들 날뛰는 거라고요?"

"네, 선빵 치고 어떻게 나오나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CVN에 1,000억 원을 더 끼얹어 버렸잖아요."

장효주의 안색이 밝아졌다.

"아, 그거 때문에 지금 분해서 더 저렇게 달려든다는 거죠?"

"이렇게 화난 반응을 선명하게 보여주니 기대 이상입니다. 좀 더 화를 부추겨줘야겠어요."

"어떻게요?"

"3대 지상파에 TV 광고를 더 넣기로 했습니다. 이번 분기 안에 총 1조 원 이상은 집행하려고요."

효원그룹, JM그룹, JS그룹 등 친구 기업들까지 모두 동원한 금액이다.

수십 개의 계열사가 나서는 것이다.

보니, 각자 부담하는 광고비는 그리 크지 않다.

많아 봐야 몇십억 이하, 대기업 계열사에서 그 정도는 부담이 아니다.

"근데 이렇게 한다고 홍일일보가 열 받을까요?"

"열 받습니다.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걸 눈앞에서 다른 놈들이 받아 먹고 있으니, 얼마나 분하겠어요? 술병 껴안고 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힘들게 꽹과리 북장구 쳐가면서 동냥질하고 있는데, 눈앞에서 다른 놈한테 쌀 퍼주는 거 보면 눈 뒤집히죠."

꽹과리 치면서 구걸하는 거지라니.

장효주는 홍일일보 회장이 꽹과리 치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놈들은 지금 제가 연락하기만 눈알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어요."

"기사 쏟아내는 게 제발 전화 한번 달라는 발버둥인 거네요, 그럼."

"그렇죠. 원래 안읽씹 당하는 것만큼 사람 환장하게 하는 게 없습니다. 미인이시니까 잘 아시죠? 남자들 연락 안읽씹 많이 해보셨을 텐데."

장효주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연락하는 남자 자체가 별로 없어요. 대부분 결혼한 선배님, 감독님, 제작사 관계자분들이에요."

하수영은 노트북 모니터로 눈을 돌리며 흥얼거리듯이 말했다.

"우리 시끄러운 각설이들이 언제까지 꽹과리만 실컷 칠까? 이 정도면 팔도 엄청 아플 텐데."

"수영 씨 멘탈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네요.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 잠시만요. 드디어 우리 각설이가 꽹과리질 하다가 팔에 쥐가 났나 봅니다."

하수영은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근데 안 받아요?"

"한 번에 받아주면 버릇 나빠져요. 애도 좀 태우고 그래야죠."

소리샘으로 넘어갈 때까지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스마트폰이 진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부재중 전화가 10통이 넘게 찍혔다. 중간에 번호가 바뀌기도 했다.

"지상파 채널에 추가로 광고 넣는다고 하니까 도저히 못 참겠나 봅니다."

"광고비로 잡은 예산 다 써버리면 자기들 받을 게 적어질까 봐 안달났을 듯해요."

"자, 그럼 애간장은 충분히 태운 것 같으니……."

하수영은 마지막으로 찍힌 부재중 번호로 통화를 걸었다.

스피커 모드로 해놓은 스마트폰에서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여보세요.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기에 말입니다."

-혹시 수영레스토랑 하수영 대표님 번호가 맞습니까? 저는 홍일일보도민…….

"아, 목소리 들으니 알겠네요. 누정초등학교, 누정중학교, 박대고등학교, 연의대학교 신방과 95학번 나오시고, SNS 아이디로 dmkYU95 주로 쓰시고 동대학 타학과 3년 후배와 28살에 결혼하시고 슬하에 일남이녀 두시고 용산에 아파트 한 채, 상가 세 채 갖고 계시고 5년 안에 주필 승진 예정이신 도문규 기자님 이시구나?"

-…….

장효주도 순간 숨이 턱 막혔으니, 도문규는 아마 얼음이 됐을 것이다.

한참 후에 도문규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저를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도 기자님의 일생에 관해서라면 사돈의 8촌까지 온종일 쉬지 않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마 사모님보다도 제가 기자님을 더 잘 알 걸요?"

-…….

"맞다. 사모님 운영하시는 고깃집 요즘 핏물 냄새가 심하더라고요. 그러게 주방장 교체하지 마시지, 쯧쯧……."

그런 것까지 다 안다고?

도문규는 지금 소름이 쫙 끼쳤다.

한참 동안 도문규가 말이 없자, 하수영은 목소리 톤을 낮게 바꿔서 말했다.

"인터뷰 따려고 전화한 거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합니다만.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에서 떨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회사 앞 2층 카페 '바리스타노's'에 있죠? 바로 택시 타세요."

-제, 제가 여기 있는 것은 대체 어떻게…….

"지금 시간이면 40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나 휴민트타워에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장효주가 팔로 몸을 감싼 채 떨면서 말했다.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제가 이정도인데 그 사람은 심장이 멎기 직전이었을 거예요."

"대화하는 거 구경하실래요?"

"네, 꼭 보고 싶어요."

"안 보고 간다면 제가 서운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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