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06화
152장 나는 폰이다(1)
장효주가 당부했다.
"안심하면 안 돼요. 지금은 회사 안팎으로 정신이 없어서 잠시 손 놓았지만, 나중에 자기들한테 광고 달라고 다시 치근덕거릴 거예요."
"네, 그래서 회사를 없애 버릴 수도 있었지만 미래의 저를 위해서 남겨놨습니다."
"……?"
"그때 가서 즐길 거리가 없으면 과거의 저를 원망할 테니까요."
장효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입을 열었다.
"수영 씨가 돈 많은 건 알지만, 언론은 기업과는 달라요. 펜대를 쥐고 일방적으로 여론 조작을 퍼붓는다고요. 서해그룹도 작정하고 덤비면 두 손 두 발 다 들 걸요?"
수입을 광고와 정부지원비에만 의존하는 언론의 특성이다.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팔지 않고 다른 기업들로부터 삥을 뜯기에.
시장경쟁이라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정치권을 움직여야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그 정치인들도 기자들의 펜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 신세나 마찬가지.
장효주는 그 점을 걱정했지만…….
"병원 공격해서 환자들이 줄어들면 재단 재정은 좋아지겠네요."
"……."
"배합사료 원료로 지금 손해 보고 팔고 있는데, 그거 시장에 덤핑으로 풀기만 해도 가축 사료로 파는 것보다는 손해를 덜 볼 겁니다."
장효주의 표정이 볼 만하게 변했다.
"수영레스토랑은 그렇게 날조 기사를 퍼부었는데도 소비자들이 결국 돌아왔어요. 황비라면도 국내 장사막히면 해외에 팔면 되고."
"정부 압박해서 세무조사 같은 걸 실시하게 되면……."
"1원 한 장도 틀림없는 완벽한 회계처리가 되어 있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지금 국내에서 얼마나 싸게 파는지 잘 모르시죠? 제가 아니라 다른 기업인이었으면, 아마 지금보다 열 배 이상 받고 팔았을 겁니다."
수영라면, 그릇당 35,000원은 확실히 너무 비싸다.
그런데도 인기가 많은 것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이 그 수준으로 장사를 하려면, 그릇당 10만 원 이상을 받아도 원가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35,000원이 비싸다고 하는 의견은 늘 묵살된다.
-네가 이 구성으로 35,000원을 맞출 수 있으면 내가 매일매일 가서 먹어줄게.
-여기 라면에 들어가는 송이, 황비버섯 원가만 해도 벌써 5만 원은 넘겠다.
-아니, 그럼 수영레스토랑은 매번 손해 보고 판다는 거야?
-손해 보고 파는 게 아니라 식재료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잖아. 시중에 팔면 훨씬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데 라면 장사하고 싶은 꿈 때문에 이 가격으로 파는 거라고,
-원래 음식 구성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낮으면 건물주가 취미로 음식점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 가격에서 임대료가 일단 빠지고 시작하거든.
-수영레스토랑은 심지어 식재료를 모두 직접 재배해서 조달하고 있지.
-그 작은 농장에서 어떻게 그 많은 작물이 나오는지 미스터리이긴해.
"전 잠시 사이트 관리 좀."
하수영은 노트북에 눈을 돌렸고, 장효주는 그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 말을 걸었다.
"사이트 운영도 해요?"
"소소하게 취미로 합니다."
"F1 관련 사이트인가요?"
"네, 레이싱 카 정보를 베이스로 다루죠. 다른 차종이나 차량 관련기술 같은 파생적인 주제도 심심찮게 나오고요."
"레이싱 모델이 베이스가 아니라요?"
"그것도 자주 올라와요. 근데 방문객이 너무 적어서 고민이에요. 좀 팍팍 늘리고 싶은데 늘어나질 않네."
장효주는 다른 노트북의 웹사이트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저건 뭐예요?"
"수영치킨 고객센터입니다. 이건 불만글만 따로 추려놓은 거고요."
"제목이……. '배달 가지고 꽉 막 힌 사장님 보세요.'네요? 2분 거리인데 사장님이 직접……."
[2분 거리인데 사장님이 직접 가져 다주면 둘 다 돈 아끼는 거 같아서 앱 말고 전화로 주문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제 돈 주고 배달시켜야 하나 봐요.
진짜 못 해서 그러는 건지 그냥 귀찮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요.
아니, 가게도 배달 귀찮아서 배달업체 쓰는 거면서 배달료 다 받아내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장사하면 망한다. 이렇게 일침한 방 날려주고 전화 끊었는데, 아직도 열 받아서 얼굴이 화끈거려요.
진상 짓 한 것도 아니잖아요. 충분히 합리적인 제안이었는데 왜 이런 식인지. 점심 좀 맛있게 먹을랬더니 열 받아서 입맛이 뚝 떨어졌어요.]
"맙소사. 제가 지금 뭘 본 거죠?"
"가게에서 그냥 공짜로 배달 갖다 달라고 억지 부려놓고 자기가 진상이냐는 글을 보셨습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모니터 너머에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어요. 가끔 일상생활에서 관측되기도 합니다."
배달드라이브는 얼마 전 6조 원에 외국계 기업 배달 택시그룹에 팔렸다.
배달 택시그룹은 전 가맹점 수수료를 1%로 변경한다는 일방 통지를 날렸고, 하수영은 미련 없이 모든 가맹점을 철수시켰다.
현재 수영레스토랑, 수영참치, 수영치킨은 프리덤 직통 배달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런 클레임도 자연스럽게 본사 관리 업무가 되었다.
"진짜 신기하네.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만나려고 하면 사라질 겁니다. 직접 보려고 하는 순간 관측 불능 상태가 돼요. 신기하죠?"
"이 전화 받으신 가맹점주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겠다."
"클레임은 본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어서요. 그나마 스트레스 덜 받으실 겁니다."
"본사 차원이라고요?"
다시 들여다보니, 본사에서 작성한 깔끔한 장문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서비스에 만족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유감이다. 하지만 본사 방침이 이렇다, 귀하의 이런 요구는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글 올라오고 30초 만에 대답이 달렸네요? 대응이 빠르네요."
"네, 사장님들한테 일일이 대응하지 말라고 합니다. 온라인 고객 응대는 모두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하고 있죠."
덕분에 가맹점주들은 스트레스를 한결 덜 받는다.
물론 아주 안 받을 순 없겠지만, 자신이 직접 상대하지 않고 본사가 대리한다는 점에서 든든한 심적 안정을 얻는다.
"재판도 일일이 직접 출석하면 스트레스가 크지만, 변호사한테 맡기고 알아서 다 하라고 하면 자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잖습니까."
"원래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렇게까지 해줘요?"
"다른 데는 안 해주죠. '하수영 푸드'만의 차별적인 가맹점 우대입니다."
장효주는 신기한 마음에 다른 리뷰글들도 죽 읽어봤다.
수영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마크를 단 관리자 계정이 모든 리뷰에 빠짐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비난 리뷰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절대 무시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소통한다.
[고객님,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확인 결과 우리 매장 측의 조리 실수로 보입니다.
이에 매우 죄송한 마음을 조심스레 전달해 드리며, 치킨 3마리 무료 쿠폰을 본사 부담으로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고객님, 소중한 말씀 감사드려요.
우리 매장 측의 위생관리 미흡이 명백합니다. 본사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약소하지만 30만 원의 위자료와 치킨 쿠폰 30장을 제공해 드리려고 하는데, 부디 이것으로 고객님의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어요.
해당 매장은 본사에서 철저히 교육을 하겠습니다.]
[고객님, 귀중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확인 결과 고객님의 요구는 저희 가맹점에서 수용할 수 없는 정도이며, 그 점에 관해서 가맹점에서 당시 분명히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응대 답변 수가 장난 아니게 많고 빠르네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철저한 응대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 인건비는 대체 얼마나 들 것인가?
장효주는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아, 이거 사람이 하는 거 아닌데요."
"네?"
"프리덤이 하는 거예요. 제가 프리덤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쓰고 있잖아요. 기업형 모델이죠."
"……프로는 들어봤는데, 엔터프라이즈라는 것도 있다고요?"
"네, 일반, 프로, 엔터프라이즈. 이렇게 있죠. 헤슬라 자동차에 적용한 자율주행 기능도 엔터프라이즈의 일종입니다."
"헤슬라 자동차는 그런 홍보 전혀 안 하던데요."
"걔들도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따로 있는지는 몰라서 그래요. 실비아컴퍼니 내부에서만 분류하고 있으니까요."
프리덤 프로,
장효주도 말은 들어봤다.
마치 일본 스포츠 국가대표 전설의 1군 같은 존재.
그 실체가 존재한다고 끊임없이 회자되지만, 누구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
일반 비서를 넘어서서 전문 비서역할을 해내는 프로 버전.
컴퓨팅 파워 부족으로 언제 서비스할지 기약이 없다는 그것.
그런데 이제 엔터프라이즈 버전까지 있다고?
"근데 수영 씨는 어떻게 그걸 구독했어요?"
장효주는 하수영이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실비아컴퍼니가 제 임차인이잖아요."
"아, 휴민트타워. 그렇지, 참. 경영진과 많이 친하댔죠."
"지들이 달라면 줘야지 별수 있나요?"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비싸겠죠?"
"사업 규모에 따라서 다릅니다. 일괄적으로 얼마다, 하고 정해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지금 수영치킨 고객 응대하는 거 보니까 있으면 정말 편할 거 같아요."
"가맹점주들이 온라인 응대에서 스트레스받지 않아서 좋죠."
"본사에서 다 해주다니,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부러워하겠는데요."
"프리덤 엔터프라이즈까지는 모르지만, 본사의 철저한 케어관리는 널리 퍼져 있죠."
"근데 이거 널리 퍼지면 위험하겠어요. 대기업 콜센터 다 잘리는 거 아니에요? 지금도 인건비 절감한답시고 죄다 하청 준다던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딜레마죠. 그래서 실비아컴퍼니도 프로,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함부로 풀지 않는 겁니다."
사실 버전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프리덤이 이용자를 위해 어디까지 해주느냐에 따라 선을 그어놓은 것 뿐이니.
"배달택시는 요즘 어때요? 수영치킨라면 집어삼키려다가 닭 쫓던 개신세 됐잖아요."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습니다. 수수료 정률제 폐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다른 프로모션으로 가맹점 일탈을 최대한 막았거든요."
"다른 가게들도 프리덤 직통 배달기능에 참여했으면 더 좋을 텐데."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다를게 없거든요. 한 번 돌아서 갈 뿐이 죠. 프리덤으로 배달앱을 쓰니까요."
프리덤은 단말기 주인 자격으로서 단말기 앱을 제어한다.
보통 이용자들은 주로 배달앱에서 기존에 시켰던 음식을 다시 시킬 때, 프리덤을 이용한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그 배달 삼겹살 똑같이 주문해 봐.
-알겠습니다. 배달택시앱을 통해서 주문 넣었습니다.
이런 식이다.
오프라인 전용 매장이 아니고서는, 배달앱에 등록하지 않는 가게가 없으니.
"실비아컴퍼니에서 배달시장에 눈독을 들일 만한데. 프리덤 직통콜효과를 직접 봤잖아요."
"지금도 시스템 자원이 허덕이는데 이런저런 잡스러운 사업까지 문어발확장을 할 순 없죠. 배달시장 같은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것은 좀 그렇기도 하고요."
"박덕준 회장님 쪼아서 빨리 데이터센터 확장 좀 하라고 하세요."
"실비아컴퍼니가 요즘 최대한 현금세이브에 집중하는 분위기예요."
"왜요?"
"뭐 투자할 게 있나 봅니다. 저야 월세만 잘 내주면 그만이라서."
***
그 시각, 실비아컴퍼니 대표이사오철현은 창업 멤버이자 그룹 총수인 박덕준을 만나는 중이었다.
"델지가 정말 모바일 사업을 포기할까?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쥐고 있을 줄 알았는데."
"회장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델지 모바일 사업부, 우리가 반드시 인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