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13화 (613/1,270)

프랜차이즈 갓 613화

153장 맨 프롬 콜롬비아(4)

S#1

훈련기동 중인 미함대.

항공촬영을 위해 2기의 항모를 중심으로 이지스 순양함들이 밀집기동을 펼치고 있다.

함대 인근, 태극기를 단 구축함이 동향 기동 중.

한국 구축함 갑판에서 정혁(남주) 이 쌍안경으로 미 항모에 착함 중인 대형 수송헬기를 바라본다.

정혁  : 미군 최신형 수송헬기야.

요원1 : 정말 김주환이가 저기 타고 있을까?

정혁  : 항모 편제에 없는 헬기야. 확실해.

요원1 : 일개 마약상이 어떻게 미해군 한복판에 내려앉는 거지? 그것도 군사훈련 중에?

정혁  : 미 해군 장성 중에 김주환이를 부리는 놈이 있다는 뜻이겠지.

헬기에서 내린 김주환을 클로즈업하고.

요원1 : 김주환이가 아닌데?

정혁  : 칼 루빈스, 김주환이가 부리는 미국인 변호사다.

요원1 : 아무리 미군 장성이라도 한국계 마약상을 함대로 직접 초대 하긴 불편했나 보군.

정혁 :  놈이 전달할 김주환의 메시지가 뭘까……. 수신자는 누구일까…….

S#2. 미 항모 VIP공간.

칼 루빈스, 미군의 안내를 받아 복도를 걷는다.

검은 정장의 이철진 부회장의 뒷모습 보이고.

칼 루빈스, 고개 숙인다.

칼 루빈스 : 전부 보고드린 대로입니다.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습니다.

(잠시 침묵 이어지고, 이철진 묵묵부답, 돌아보지 않음)

칼 루빈스 : 법 개정이 난항 중입니다. 조금 더 작업을 쳐야 할 거 같습니다. 김주환 사장이 조만간 찾아뵙고…….

이철진 : (얼굴 보이지 않고) 가봐.

칼 루빈스 : 예?

이철진 : 말 해놨으니 잘하라고 해. 그놈한테.

이철진, 뒷모습 채로 귀찮다는 듯이 손 휘젓고, 칼 루빈스 당황하지만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선다.

S#3. 한국군 구축함 갑판.

(함선 간 거리가 멀어져 잘 보이지 않음)

정혁  : 놈이 나온 거 같은데.

요원1 : 메시지 전달을 끝냈나 보군. 헬기에 타는…… 잠깐, 놈이 아닌 거 같은데? 누구지?

정혁  : 더 성능 좋은 쌍안경은 없어?

요원1 : 젠장, 배를 더 가까이 붙으라고 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칼 루빈스와 다른 검은 머리 강조)

이철진이 다른 수송헬기에 오른다.

이철진의 헬기 이함하고, 10기의 호위헬기가 잇달아 이함한다.

정혁  : 검은 머리…… 설마 김주환? 이미 함대에 타고 있었나?

요원1 : 그럴 리가. 미 해군이 미쳤다고 마약상을 함대로 초청하겠어?

정혁  : 아메리카 최대의 마약상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요원2 : 지원 요청해야겠어. 따라 붙어서 누가 탔는지 알아내야지.

정혁  : 미군 정식 헬기편대를 미행한다고? 그만둬. 우리만 잡혀.

요원2 : 하지만…….

정혁 무시하고 헬기가 사라진 방향만 쌍안경으로 응시한다.

정혁 : 누구냐, 넌…….

"컷!"

감독의 우렁찬 음성에 국정원 요원 정혁은 배우 조은후로 돌아왔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순양함에 걸린 성조기를 바라봤다.

대본에서는 한국군 구축함으로 나오지만, 실제 촬영에 사용된 것은 미군 순양함이었다.

여기에 한국군 함선은 없었으니.

최석만 감독은 드론을 띄워서 정신없이 함대 사진을 따고 있는 중이었다.

"나중에 어떤 구도로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니까 최대한 많이 따놔!! 지금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미함대 사진을 마음껏 찍어보겠어!"

협찬용 닥터헬기는 어느덧 갑판에 내려앉았고, 배영한과 카메라 감독이 쑥스러워하면서 내렸다.

"잠시 쉬었다가 세팅되면 다시 다른 씬 촬영갑니다. 오늘 몰아서 다 찍을 거니까 컨디션 다들 단단히 잡아요."

최석만 감독의 말에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미 함대를 배경으로 촬영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이철진 부회장 역을 맡은 배영한은 한병운 연출한테 다가갔다.

"근데 한국 재벌 총수가 왜 미 함대에서 등장하는 겁니까?"

급하게 추가된 설정이었기에, 배영한은 아직 변경된 캐릭터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철진 부회장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설정입니다."

"죽음의 상인요?"

"세계 최대 무기상인이죠."

"……아."

"세계 최대 마약상을 부하로 부리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하셔서요.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숨겨진 대주주이기도 합니다. 미 공화당과도 매우 친하고요."

"설마 미래 정보를 이용해 미국에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회귀자 그런 건가요?"

"어떻게 부를 쌓았는지 정확한 배경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야 상상력을 자극하죠. 아무튼 최종보스답게 끝까지 신비한 이미지를 고수할 겁니다."

배영한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촬영씬을 돌려 보았다.

자신의 얼굴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런 비밀스러움이 오히려 최종보스의 첫 등장을 카리스마 있게 꾸며 준다.

"하수영 배우님도 등장하실 줄 알았는데."

"영화 첫판부터 최종보스가 등장하는데 그분까지 나오면 시선이 분산되니까요. 이 정도 밸런스가 적당해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배영한은 가슴 깊이 숨을 들이켰다가 내뱉었다.

"우리나라에서 미 함대 한복판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날이 올 줄이야……."

"배영한 배우님, 진짜 기록 세우신 거예요. 두고두고 회자될 겁니다."

영상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철진 부회장의 포스를 최대한 강하게 만들기 위해, 뽑을 수 있는 씬은 미리 최대한 뽑아둘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대 변화에 따라서 낮, 오후, 저녁, 일몰, 야간, 일출까지 모두 촬영을 할 예정이었다.

아마 내일 오후는 되어야 함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용케 촬영 협조를 구했네요. 설마 촬영 협조하려고 미 함대가 부랴부랴 달려온 건 아닐 테고요."

"마침 근처에서 훈련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촬영에 흔쾌히 협조해준 것은 보통 행운이 아니죠."

"하수영 배우님 아니었으면, 정말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네요."

촬영장 분위기는 묘하게 들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한국 영화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최신예 항모함대의 등장이라니.

나중에 알려지면 동업자들은 부러워서 배가 많이 아플 것이다.

"근데 하수영 배우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 같습니다."

"울산에 가셨어요. 백두조선소에 볼일이 있으시다네요."

"조선소에? 아, 혹시 개인 요트라도 주문하시려는 걸까요?"

"모르겠네요. 근데 개인 호화요트라면 외국 게 훨씬 낫지 않나. 우리 나라 조선소는 그런 재주는 아직 없을 텐데."

LNG선박, 화물선, 유조선 등은 잘만들어도, 사치 요트 같은 것은 아직 거리가 멀다.

그런 건 유럽이나 미국이 압도적으로 잘 만들 것이다.

하수영은 다음 날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함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촬영팀은 아쉬움 없이 끝까지 무사히 만족할 만한 영상을 찍고 철수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미군은 정말 냉혹하고 무자비한 정예병사로 나오는 데, 무슨 호텔리어인 줄 알았네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친절하고 상냥해서."

"그러게 말이야. 나도 미군 이미지를 다시 보게 됐어."

크랭크인 계획을 짜기도 전에 부랴부랴 치른 긴급 촬영.

그러나 모두 대만족을 느끼며 해운대 수영펜션으로 떠났다.

하수영이 고생했다면서 노고를 풀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스태프들은 수영펜션에서 다시 한번 감동의 해일을 맛봤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와, 정말 숙박비가 그거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나온다고요?"

"만성적자라는데, 돈 벌려고 펜션하는 게 아니라서 상관없나 봐요. 역시 하수영 배우님은 통이 참 크셔."

"바다와 휴식을 찾는 여행자들이 며칠이나마 아무 걱정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펜션이라네요."

신선한 활어회 등 다양한 해산물, 최상품질의 육류를 아낌없이 사용한 특급호텔 주방장의 요리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다.

음식값만 따져도 숙박료를 몇십 배이상은 받아야 할 것이다.

객실에 갖춰진 최첨단 PC, 각종 콘솔 게임기, 대형TV 등의 오락편의 시설은 부차적인 것.

수영펜션 투숙객들은 입실하고 퇴실할 때까지 바다 풍경을 즐기며, 오로지 먹고먹고 또 먹기만 하다가 떠나곤 한다.

"투숙객은 최소 5kg 이상은 쪄서 나간다는 리뷰가 있어서 설마 했는데……."

"부활의 이순신도 여기서 체류하며 촬영하다가 배우들이 자꾸 살이 찌는 바람에 엄청 고생했다고 하던데."

"장효주 씨는 정말 인내심이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 몸매를 유지할 수가 있죠?"

미 항모함대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맛있긴 했다.

하지만 수영펜션의 메뉴에 비하면, 보름달과 반딧불의 차이였다.

"그런데 하수영 배우님은 언제 오시는 거죠?"

"어제 울산조선소 갔다고 들은 거 같은데…… 오늘도 안 오시려나."

***

울산 백두중공업.

거제의 서해조선소와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는 국내 최대조선소.

한국의 세계 선박수주 1위에 당당히 큰 기여를 하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불경기로 인해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감소함에 따라, 노는 도크가 많아진 탓이었다.

3년 치 일감이 꽉 밀려 있어도 불안불안한 게 조선업인데, 1/3 가까이 되는 작업소가 비어 있으니.

백두중공업 본사는 그러나 모처럼 긴장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손님 덕분이었다.

한두철 상무는 막내아들보다 한참 어린 하수영 옆을 에스코트하며 조선소를 안내했다.

"저게 우리 조선소가 자랑하는 골리앗 크레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골리앗 크레인이죠. 덕분에 우리 조선소는 그 어떤 대형 선박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어 있네요."

"그것이, 세계적인 불경기가 장기 화되다 보니 시장의 침체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선박 건조 실력만큼은 장담합니다."

"어디 섬나라 배처럼 바다 한가운데에서 엔진이 꺼지거나 반으로 뚝잘라서 두 동강 났다 이야기는 못들었으니까요."

한두철 상무의 입가에 자부심이 어렸다.

한편으로는 왜 오너 일가인 사장이 나타나지 않는지 애가 탔다.

정말 자신 레벨에서 이 사람을 상대해도 되는가, 무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일단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생각하시는지요?"

"글쎄요, 제가 원하는 스펙은 어차피 구현 불가능할 거 같고요."

최소 제주도만 한 크기, 은하 간 여행이 가능한 선박을 무슨 재주로?

"여기 조선소에서 건조 가능한 한계치 스펙이 어느 정도나 되죠?"

"저희 조선소에서는 2만 2,000TEU급 메가 컨테이너선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전장 길이가 무려 392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입니다."

"음, 그게 최선인가요? 요즘 배들은 왜 이렇게 다들 아담하고 귀여운지……."

"예?"

"아니, 혼잣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걸로 한 30척 정도 발주하겠습니다."

한두철 상무는 눈을 부릅떴다.

척당 1,600억 원짜리 선박을 30척이나 한 번에 발주하겠다고? 개인이?

대체 뭐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설마 해양운송업에 뛰어드시려고? 하지만 거기는 레드 오션 중의 레드오션인데.'

"그 정도 발주량이면 저희가 최상의 조건을 맞춰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일전에 척당 1,600억 원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 번에 30척의 발주이니, 1,580억정도까지 가격을 낮출 수도 있으리라.

"혹시 해운업을 생각 중이십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선박 건조 외에도 서비스로 추가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운업은 아니고, 식량수송선을 미리미리 확보해 두려고요."

"식량수송선이라고 하셨습니까?"

"만들어놓으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죠. 배 건조에 하루 이틀 걸리는 것도 아니니, 미리미리 주문을 해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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