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26화
156장 람보르기니 VIP (1)
중국 황비버섯농장은 무사히 첫 삽을 떴다.
-구루마 비료에 엘릭서를 섞으니 모든 버프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작물의 번식 능력은 더 월등해졌습니다.
작물에 엘릭서를 뿌리면 기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장이 촉진 되고, 수확량이 풍성해진다.
추가로 작물의 종류에 따라 랜덤으로 버프 효과가 붙기도 한다.
송이버섯(엘릭서 드링크 재료)은 건강증진 효과.
고춧가루는 음식의 맛이 좋아지고.
벼는 줄기에 가축의 고기 질을 향상시키며, 황비버섯은 딱히 맛이나 추가 효능이 붙진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구루마 비료(안살린이 개발한 차세대 비료)에 섞으니, 버프 효과가 전부 사라졌다.
프리덤이 농장에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다른 비료에 섞음으로 인해 엘릭서가 가지는 고유 신성 능력이 날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더 잘된 거지.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잖아?"
다른 신성한 버프 없이, 그저 열악한 환경에서도 많은 생산성을 기대 할 수 있게 된 것.
오히려 중국농장에 딱 어울리는 효과였다.
-성장 속도는 20% 정도 앞당길수 있게끔 농도를 조절했습니다.
프리덤은 정확한 농도를 조절해서 비료에 엘릭서를 첨가했다.
-중국 농장에서는 4일 단위로 황비버섯을 채취할 수 있을 겁니다.
수영농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황비버섯을 얼마든지 채취할 수 있지만, 중국 농장은 4일 주기가 걸린다.
원래 황비버섯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5일이 걸리는데, 거기서 또 하루가 단축된 것이다.
비료를 다른 작물에 사용해도 20% 정도의 시간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무럭무럭 쑥쑥 잘 자라네.' 정도로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엘릭서 농도 조절 실수 없게 하고, 구루마 비료는 딱 황비버섯 농장 운영할 수 있을 양만큼만 정확히 보내."
-네, 단 1톤의 오차도 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1kg 이하로 낮출 수는 없나?"
-중국 농장에서는 사람이 농사를 짓다 보니 아무래도 오차가 큽니다.
1톤 정도의 허용오차를 인정해 줘야 농장이 문제없이 굴러갑니다.
"그럼 마음만 먹으면 1톤 정도는 몰래 빼돌릴 수 있다고 가정해야겠구나."
-그렇습니다.
"로봇들을 보낼 수도 없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어차피 빼돌려서 분석한다고 해도 그냥 안살린 교수님이 개발한 차세대 비료일 뿐입니다.
인간의 기술로는 엘릭서를 검출할 수도, 증명할 수도, 재현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주신의 성장호르몬이니까.
안전장치는 완벽하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덫을 놓으러 오는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리는 것.
수억 달러 메가밀리언 복권에 당첨된 이가 수령일을 기다리는 게 이런 기분이겠지?
-황비버섯 재배 비법을 노리는 이들도 바보는 아닐 테니, 곧바로 생각 없이 달려들진 않을 겁니다. 충분한 관찰과 검증을 거치고, 확신이 생기면 그때 슬슬 나설 겁니다.
"초 치지 마라. 내 마음은 벌써 치즈덫잡이 발목 채우는 그 순간에 가있단 말이다."
***
중국 황비버섯 농장은 무탈하게 돌아갔다.
4일이 지나자 처음으로 수확물을 거둘 수 있었다.
류이엔은 드넓은 밭 가득히 돋아나 있는 황비버섯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밭 갈고, 파종기로 포자 살포하고, 물만 뿌렸을 뿐인데 4일 만에 이렇게나 많이 자라나다니."
"저도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인부들도 무척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다른 농장에서 이런 식으로 재배했다가는 1/100도 돋아나지 않았겠지?"
"1/100은커녕, 아예 하나도 돋아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재배하니 단가가 그렇게 낮을 수밖에 없지."
류이엔은 이러면 재배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해보았다.
'포자는 여기서 수확한 버섯을 재활용하면 되니 필요 없고, 비료는 꾸준히 수영농장에서 돈을 주고 사와야 한다.'
구루마 비료가 필수이긴 하지만, 금전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일반 시중 비료에 비해 3배 정도의 가격이니.
비료 자체가 워낙 저렴한 대중 품임을 고려하면, 3배라 해도 부담은 없다.
'가장 비싼 게 인건비 정도인가. 그래 봤자…….'
머릿속에서 숫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렇게 도출된 재배원가가 생각보다 훨씬 낮은 것을 깨닫고, 류이엔은 신음을 흘렸다.
기쁨의 신음이었다.
"킬로당 120위안(약 2만 원)에만 팔아도, 대체 마진이 얼마나 남는 거지?"
"진짜 어마어마한 마진입니다. 회장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엄청난 마진율이다.
거기다가 수요도 엄청나다.
황비버섯은 국물요리 킬러라고 불리는 황제니까.
"지금까지는 너무 비싸서 오히려 수요가 억눌려 있었지.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량이 폭발하면, 수요는 그 이상으로 대폭발할 거다."
지금 중국의 황비버섯 소비량의 10배? 20배? 아니면 50배?
어쩌면 100배, 200배 이상으로 수요가 대폭발할지도 모른다.
***
"일주일 동안 19조 원 넘게 팔았다고?"
"그게 진짜예요?"
전성렬과 정서희는 버섯 매출액을 듣고 기겁했다.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래 봐야 중국이 한 명이 매일 100g 정도 먹은 것밖에 안 됩니다. 100g이면 2,000원이고요."
"……겨우 매일 100g이라니요."
"그것도 없어서 더 못 먹은 거지요. 그냥 농장에서 출하되는 족족싹 팔려나갔대요."
류이엔은 중국 최대의 식품유통재벌.
남의 손을 빌릴 필요 없이, 농장에서 나온 그 많은 버섯을 자력으로 전부 팔았다.
원래 가격보다 1/5 이하로 저렴해진 황비버섯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은 눈이 돌아갔다.
살아 있는 사람을 덮치는 좀비 떼처럼 달려들었다고 들었다.
"중국 전역에 전부 푼 것도 아니라던데요. 물량이 너무 적어서 대형 도시 위주로만 풀었다고 하더라고요."
"98만 톤을 일주일 만에 해치웠는 데, 그게 적은 거라고?"
"그럼 대체 돈이 얼마나 들어온 거예요?"
"제 몫은 농장 운영비, 세금 제하고 3.5조 원 정도요. 제가 농장 지분 51%를 가지고 있으니."
"……그게 일주일 치 수입이라는 거죠?"
지분 비율은 51:49.
심지어 농장설립에 들어간 자본금도 전부 류이엔이 부담했는데.
하수영은 농장 설립에 손 까딱 안하고, 포자와 비료만 보내고(심지어 이것도 돈 받았다), 일주일 만에 3.5조 원을 쥔 것이다.
전성렬은 얼이 빠진 듯이 중얼거렸다.
"진작 중국에 진출했어야 했어…… 그 우리 황비라면 사가던 중국업자도 류이엔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네. 맞습니다."
"그 친구가 사가던 물량은 말 그대로 찔끔찔끔 수준이었군."
"중국 소비자들 반응이 어떤지 떠보려는 테스트였다고 합니다."
"역시 대륙…… 14억이나 되는 인구다 보니 소비하는 식품이 엄청나네요."
"대충 우리나라보다 28배 정도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전성렬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중국 농장은 버섯을 킬로당 2만 원에 판다.
그런데 중국인 한 명이 매일 황비버섯 100g을 먹는다고 가정해도, 일주일이면 19.6조 원이다.
일 년이면?
'처, 천조 원!'
이게 말이 돼?
전성렬은 갑자기 한국 식품시장에서 일등 놀이를 하고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래서 다들 옛날부터 그렇게 중국, 중국 하면서 달려들었던 거군."
"시장 자체가 크니까요.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을 떨칠수가 없었겠죠."
정서희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쳤는지,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중국인들 전체의 일 년 치 식비는 대체 어느 정도나 될까?"
"대충 한 명당 하루에 5,000원씩만 식비로 쓴다고 가정해도 일 년에 2,555조 원이네요. 실제로는 더 될 수도 있지만요."
"중국 GDP가 1.6경 원 정도 되지 않나? 그럼 그중 1/7 가까이 식비로 나간다고?"
"그건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안 되죠. GDP는 엄연히 국내총생산을 말하는 건데."
"다른 건 나도 아는데, 너무 큰 숫자라 잠시 머리가 이상해졌나 봐."
전성렬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수영을 돌아보았다.
"아니, 이렇게 큰 시장인데 왜 여태까지 진출을 안 한 건가? 못 먹어도 고라고, 이 정도면 당연히 진출을 했어야지!"
"청담동 부동산 수집하는 데는 지금 벌이로도 충분해서요. 중국 투자 정책을 못 믿는 것도 있고."
"정 부사장, 우리 프라임컴퍼니 일년 이익이 얼마지?"
"이번 분기에 4,000억 원 정도니까일 년에 1.6조 원 정도로 잡으면 되겠네요."
"지금 하 사장은 중국에 버섯 팔아서 일주일 만에 3.5조 원을 벌었는데? 하루에 5,000억 원이라고, 5,000억 원!"
"그럼 일 년이면 182.5조 원을 버는 건가요? 세금 빼고 실수령으로?"
너무 말이 안 되는 숫자라서 힘이 빠진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맞다.
중국인이 황비버섯에 하루에 2,000원씩만 써줘도, 하수영 몫으로 5,000억 원이 떨어진다.
"나도 농사나 지을 걸 그랬어."
"그 말씀 참 오랜만에 듣네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요?"
"하 사장, 우리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세. 나중에 나 죽으면 장례식장에 와줄 거지?"
"사람 가는 데는 순서 없습니다. 전 사장님이 제 장례식에 올 수도 있는 거죠."
"응, 아니야. 하 사장은 100살 넘도록 오래오래 살아서, 청담동을 1개 필지로 대통합시킨 인물로 강남구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야."
"앞으로 80년 가까이 걸린다고요?"
"아, 내가 실수했네. 미안하이. 청담동 대통합 정도면 그 반의반도 안걸리겠지."
"사실 지구 통째로 사는 데도 10년이 채 안 걸리는데, 청담동 전체 매입 퀘스트가 난이도가 좀 있긴 해요. 전쟁 카드, 내전 카드를 꺼낼 수가 없어서 그런가?"
"내가 예전에는 하 사장이 그런 말했을 때 농담을 참 재미있게 한다고 생각했었거든?"
전성렬은 조금도 웃지 않은 채 하수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농담으로 안들려. 전쟁이니, 내전이니 하는 게 말이야."
"지금 수영 씨 능력이라면 정말로 몇 년 안에 충분히 그런 거 일으키고도 남겠는데요."
"버섯 팔아서 하루에 5,000억 원이라니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이틀마다 한 개씩 생겨! 이게 말이 되는 재력이냐고!"
정서희도 그의 흥분을 받았다.
"사우디 석유국영회사 연 매출이 500조 원에 연 이익이 180조 원이던가요? 버섯 장사하고 석유 장사하고 대등한 게 말이 돼요?"
하수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황비버섯은 14억 시장을 상대로 독점하잖아요. 개나 소나 경쟁하는 석유하고는 다르죠. 세상에 유전이 얼마나 많은데."
두 경영진은 몸을 떨었다.
오일 머니, 차이나 머니의 무서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둘은 이제 거기에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랍스 머니 (crops money)…….'
차이나 머니 위에 '기호작물'이 얹어지니, 무시무시한 '크랍스 머니'가 되었다.
"이래서 우리나라 조상님들이 농자 천하지대본, 농사야말로 천하의 큰 근본이라고 하셨구먼."
"식량은 에너지보다 더 중요해요. 아니, 식량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죠. 사람을 활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