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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32화 (632/1,270)

프랜차이즈 갓 632화

158장 이제는 군수업체 농장 (1)

오형준 참모총장은 혼자 오지 않았다.

원스타 1명, 대령 3명, 구면인 윤정학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도 함께했다.

오형준 참모총장은 먼저 지극히 정중한 태도로 금색 박스를 건네주었다.

"200만 달러의 현찰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달려왔습니다. 혹시 액수가 틀린 것은 아닌지……."

"아, 200만 달러 맞습니다. 박스가 어디 갔나 했더니 제가 거기에 두고 내린 모양이군요."

"큰돈인데 무사히 찾아드려서 다행입니다."

"하하, 200만 달러라고 해봤자 닥터헬기 기름 몇 번 넣으면 다 동납니다. 얼마 안 돼요."

"……."

오형준 참모총장은 헛기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 틀어막았다.

그는 윤정학 실장에게 눈짓을 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의원님. 그동안 잘 지내신 것 같아 제 마음이다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윤 실장님도 잘 지내신 거 같네요. 얼굴이 좋아 보입니다."

"하하, 전부 의원님이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밝은 인사말로 화두를 뗀 윤정학실장은 슬슬 본론을 긁었다.

"다름이 아니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직접 제조하셨다는 그 비상식량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문자로 봤습니다. 신두에 무슨 문제라도?"

"아, 그 비상식량 이름이 신두로군요."

윤정학 실장은 이름이 무슨 뜻일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어쩌다가 먹어봤는데 정말 효능이 좋더군요. 특수부대를 위한 전투식량으로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물품이었습니다."

오형준 합참의장도 맞장구를 쳤다.

"제가 가장 처음 먹어봤는데, 포만 감이 아주 끝내줬습니다. 맛도 좋았고,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으니 실전 부대원한테는 정말 딱입니다. 무엇보다 부피가 작아서 한 번에 편안하게, 많이 휴대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하수영은 미소를 머금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저도 그런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봤지요."

"어쩌다가 그런 대단한 비상식량을 만들게 되신 겁니까?"

"좀비 영화 보다가요."

"……."

"……."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게 벌어지면 가장 중요한 게 식량과 무기잖아요? 좀비를 어찌어찌 무찌르고 도망치더라도, 결국 인간들끼리 식량 가지고 다툽니다."

어쩐지 표정이 신나 보인다?

"좀비가 바글거리는 세상에서 농사를 짓겠어요, 가축을 기르겠어요, 아니면 물고기를 잡겠어요?"

하수영은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가면서 말을 계속했다.

"열량 높고, 포만감 크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전부 갖추고, 부피가 작아서 대량휴대와 보관까지 용이한 비상식량을 만들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전투식량으로서 흠잡을 데가, 아니 그냥 전투식량의 황제라 해야 마땅할 거 같습니다."

"저도 그 생각했어요. 전시상황에 정말 좋겠다고요. 그래서 생존킷 컨테이너에 넣어둔 거죠."

"준비성이 정말 철저하십니다."

"서양에 가면 그런 아포칼립스 재난 상황을 대비해서 지하실에 생존필수물자 평소에도 쟁여두는 사람들 많아요."

"혹시 신두, 아니, 그 생존킷 컨테이너를 평소 얼마나 준비해 두시는지……."

"지금 농장에 컨테이너로 30개 정도 있어요."

"30개나요?!"

"서락산에 이사 가려고 새로 짓는 농장에는 100개 정도 쌓아뒀고요. 청담동 본가 지하주차장에는 1개 있습니다. 여차하면 캠핑카 뒤에 바로 달 수 있게 해놨죠."

"그, 그렇군요."

윤정학 실장은 당황했다.

뭐지, 이 사람?

진짜 우리나라에 전쟁이라도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돈 많은 이의 조심성으로 치부하고 넘겼으리라.

하지만 하필 하수영이다.

그가 저런 만반의 준비를 해놨다는 게 알려지면, 대중은 동요할지도 모른다.

대부호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게 알려지면 너도나도 우르르 투자하는 것처럼.

"아, 그냥 제가 원래 준비성이 철저해서 그런 거니 너무 염려 마시죠. 설마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겠습니까?"

"그, 그렇지요.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습니까?"

"허허, 걱정 마십시오. 적성국이 도발이나 침공 따위 못 하도록, 우리 국군이 자나 깨나 국경선을 든든히 지키고 있습니다."

윤정학 실장은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우리 육군은 전투식량으로 신두가 아주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수영도 웃음을 지우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죠."

"혹시 군납이 가능하신지 의향을 여쭙고 싶습니다."

"조건만 맞으면 세상에 못 할 거래가 어디 있을까요?"

오준형 참모총장 이하 군인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전에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실무자이다 보니, 여기 참모총장님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제가 나서서 질의를 하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그런 실리적인 행동, 전 매우 좋아합니다."

오준형 참모총장도 웃으면서 말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 제가 참모총장이지만 전투자원같은 것은 여기 윤 실장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합니다."

윤정학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신두 1알당 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는지요?"

"부가세 안 붙죠?"

"네, 군납 식량은 부가세가 안 붙습니다."

"그럼 1알에 1천 원으로 하죠."

2알에 하루 치 전투열량이니, 야전에서 병사 한 명이 하루에 2천 원의 식비를 쓰는 셈이다.

충분히 해볼 만한 가격.

조금 더 조정을 해볼 여지는 있으나, 윤정학은 참모총장의 눈짓을 보고 포기했다.

'어디서 그 가격에 이런 좋은 전투 식량을 납품받을 수 있겠어?'

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식 계약은 입찰공고절차를 통해서 진행을 할 겁니다.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주긴 해야 하니까요."

"그럼 다른 업체가 저보다 더 좋은 전투식량을 가져오면 제가 탈락하겠군요?"

"절차일 뿐이니 양해해 주십시오. 장관님도 이 절차는 무시 못 하십니다."

"농담입니다. 저도 절차 존중합니다. 어차피 다른 업체가 신두보다 더 좋은 전투식량은 못 만들 겁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맛과 식도락을 즐기는 음식으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다.

하지만 전투력 효율만 생각하면, 그 무엇도 따를 수 없는 극강의 상품이다.

병사 개개인이 양쪽 건빵주머니에만 집어넣어도, 한 달은 식량 보급 없이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

"근데 신두는 무엇으로 만든 겁니까?"

"성분 조사 안 해보셨나요?""

"성분 조사로는 구성 영양소는 알수 있어도, 무슨 재료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탄수화물이 벼에서 뽑아낸 건지 밀인지 아니면 콩인지, 알 재주가 없다.

DAN 검사를 동원하지 않는 바에는.

"일단 우리 밭에서 나는 콩, 벼, 밀, 옥수수, 고추 같은 것들을 썼습니다. 그리고 송이버섯도 조금 갈아서 넣었네요."

"양에 비해서 열량이나 포만감이 매우 높은 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농장 작물이 워낙 좋아서가 아닐까요? 그건 국방연구소에서 한번 검사해 주시죠. 아, 거기는 무기만 연구하던가요?"

"……."

얼마 후, 육군 전투식량 입찰이 진행되었다.

기존에 전투식량을 납품하던 업체들도 이미 요식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영농장의 입찰 통과는 이미 확정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육군에서도 그들을 적당히 배려한 덕분이다.

기존의 즉석덮밥식 전투식량을 완전히 퇴출시킨 것은 아니었다.

"신두는 실전, 혹은 그에 준하는 훈련상황에서만 취식한다. 그 외 일반훈련 상황에서는 신두 대신 기존전투식량을 도시락 대용으로 취식한다."

신두는 효율은 극강이지만, 식도락의 만족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의외로 맛이 있고 포만감도 있지만,약을 먹듯이 한입에 털어 넣는 식사에서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맛있는 음식을 한 입 한 입 연달아 떠먹는 즐거움을 줄 순 없으니.

실전(혹은 그에 준하는 훈련)에서는 신두.

일반훈련에서는 기존 전투식량.

이렇게 둘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신두가 기존 전투식량의 비중을 서서히 갉아먹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전용으로 비축 중인 기존 전투식 량 물량은 이제 필요가 없어졌으니.

수영농장은 제조 과정 공개 등 입찰에 필요한 정보 역시 모두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국방부는 수영농장산 콩이 남달리 영양가가 꽉 찬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농장 콩은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합니다. 수영치킨에 사용되는 닭들은 모두 병아리 시절부터 이 콩을 먹고 자랐죠."

"어쩐지. 수영치킨이 유달리 덩치가 크고 육질이 부드러운 게, 바로 이 콩 모이의 비밀이었군요."

"이런 좋은 콩을 이제껏 닭 먹이로만 쓰고 있었다니, 허허………."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는 왜 팔지 않는 걸까요?"

일부 연구원들은 그런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답은 간단했다.

"그럼 콩 농가들 다 망하잖아. 수영농장이 다른 농가 배려하는 거지."

"……아."

"닭 먹이로 주는 건 괜찮아. 어차피 사료 원료는 죄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거거든. 그래서 가축 먹이로 쓰는 건 국내에 피해 보는 농가가 없어."

"오히려 배합사료 원료로 작물을 싸게 제공하고, 그만큼 축산농민들이 사료를 싸게 살 수 있으니 부담이 덜어졌지."

"육류 가격이 낮아질 수 있으니 소비자들 부담도 덜어지는 거고, 선순환이지."

"근데 지금 육류 가격이 비싸지 않아요?"

"그거야 물량이 적어서 그런 거고, 아무튼 가축 출하 가격은 예전에 비해 싸졌어."

이런 좋은 콩을 왜 사람 식품으로는 출시하지 않는지 납득이 되었다.

"근데 가축 먹이로 쓰던 콩을 갈아서 군대 특수전투식량으로 쓴다니까 뭔가 미묘한데요. 병사들이 반발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지. 원래 사람이 먹어야 할 만큼 좋은 콩인데, 그걸 지금까지 가축 먹이로 주고 있었던 거지. 선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아, 네. 죄송합니다."

"콩 말고도 정말 다양한 작물이 들어가는군. 100% 식물성 식품인데도 이렇게 영양분이 풍부할 줄이야."

***

모든 검사를 마친 육군은 곧바로 발주를 냈다.

"13억 알을 주문하신다고요?"

-네, 60만 명이 3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물량을 일단 비축하려고 합니다.

발주금액은 1조 3,000억 원.

'수영식품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정말 소소한 금액이다.

하지만 군 입장에서는 정말 큰마음먹고 지갑을 연 것이다.

-13억 알은 어디까지나 전시대비비축용이고, 해마다 지속적으로 소모할 만큼 추가 발주가 있을 겁니다.

"오준형 참모총장님, 제가 소소한 부탁이 한 가지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미군이라든지, 아무튼 해외 군대와 합동훈련 같은 거 할 때 좀 자주 사용해 주세요. 그때 소모하는 물량은 제가 반값에 채워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도 긍정적으로 추진을 하겠습니다.

다른 나라 군대에서도 관심을 보이 게끔 선전을 해달라는 말이다.

오준형 참모총장은 하수영이 해외부대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신두 정도면 미군에서도 탐을 낼만하지.'

잦은 실전을 겪는 미군에서는 특히 보관과 휴대, 열량이 좋은 신두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미군은 통이 크니까 많이 팔아줄 테고, 다음 합동훈련에서 한 번 써먹어 볼까…….'

-우리 군이 책임지고 해외부대에 선전 많이 하겠습니다, 의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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