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46화 (646/1,270)

프랜차이즈 갓 646화

161장 슬기로운 부이사장 생활 (3)

수영병원은 친절하다.

환자의 나이를 막론하고, 교수도 절대 함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환자에게 반말을 하거나 평대를 섞는 것은 어림도 없다.

프리덤 엔터프라이즈가 상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병원보다 친절을 무기로 환자와 가족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이 선을 넘는 순간, 병원은 양에서 늑대로 돌변한다.

폭력, 폭언에 대해서 몸을 사리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한다.

바로 왕세경 부이사장이 하수영의 의지를 강하게 받들어 시행하는 덕분이다.

다른 병원에서는 '이 정도는 병원일 하다 보면 겪을 수 있지.' 싶은 일들도, 의료진이 깜짝 놀랄 만큼 강하게 대응한다.

622호실로 가는 이들은 차라리 온화한 편이다.

적어도 병원에 큰 물리적 폭행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니.

예를 들어, 신입 간호사의 뺨을 때린 어느 환자는 폭행으로 고소를 받기도 했다.

환자가 결국 사과하며 스스로 병원을 옮겼지만, 병원은 끝까지 '금융치료'를 진행해 합의금을 받아냈다.

합의금은 피해 간호사에게 돌아갔고,물론 예외는 있다.

환자가 이상 상태로 인해 폭력, 폭언을 행사하거나 피해를 입힌 것은, 당연히 그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아이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 그이가 너무 아파서 무례를…… 저희도 622호실로 가야 하는 거죠? 제발, 고소만 하지 말아주세요."

"허허, 걱정하지 마세요. 병 때문에 그런 건데 그런 것은 저희도 완전히 이해합니다. 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하시고 치료 잘 받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그이가 나중에 정신 차리면 제가 꼭 사과시킬게요."

"아파서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건데 저희가 이해해야죠. 맨정신으로 선넘는 것을 강하게 대응하는 거지, 저희도 심장 가진 사람입니다."

질병, 그로 인한 고통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끼친 것은 622호실로 보내는 등의 조치가 일절 없다.

오히려 더 극진하게 치료한다.

반면 부당하게 병원에 갑질, 진상짓을 하는 경우는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예외 없다.

"솔직히 우리 병원은 그래도 돼요. VIP 병실 수익은 빼고, 일반 병동만 따져보면 손해가 엄청나잖아."

"병원도 수익사업인데 적자 폭을 보면…… 이건 그냥 기부사업이지, 뭐."

"심평원 인정 안 될 거 뻔히 알면서도 효과 좋다는 이유로 비싼 약팍팍 쓰는 병원이 우리 말고 또 어딨어요."

"이런 병원에서 진상짓 하는 것은 지능을 의심해 봐야 할 문제죠. 자기한테 무조건 손해인데."

선 넘는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622호실 운영.

언제든 출동 준비 중인 덩치 경호 원들.

이런 조치는 병동 분위기가 차분해지는 선순환 효과를 낳았다.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려던 환자와 가족들은 덩치 경호원들이 에워 싸면 얌전해졌고, 옆 병상에서 금융치료를 당한 이들을 본 환자들은 자신의 진상력을 꾹 억눌렀으며, 622호의 존재는 반면교사가 되어주었다.

"부이사장님, 역시 괜히 세경그룹같은 큰 재벌기업을 일궈내신 게 아니라니까."

"카리스마 있으시고 과감하시고 결단력 있으시고, 부이사장님 덕분에 정말 너무 든든한 거 같아."

"이제는 우리 '일반 병동'도 흑자만 내면 좀 좋을 텐데 말이지."

전체적으로는 흑자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VIP 병실과 청담 스코프덕분이다.

스코프 시술을 받은 대부호들이 천억씩 턱턱 내고 있으니까.

"어허, 어디서 큰일 날 소리를!"

"왜? 내가 뭐 잘못 말한 건 아니잖아?"

"VIP 병실 빼고 흑자 내려면 당장 병원 식당부터 옛날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윤병원 그 시절로 말이야!"

"아차차, 내가 금기를 건드렸구나."

"인력도 대폭 줄이고, 심평원 삭감안 되게 처치해야 하고, 급여도 '다른 병원 수준'으로 팍 깎아야 해. 누구도 그걸 원하지 않을걸?"

"급여 삭감은 심지어 재단에서도 원하지 않아."

"급여 삭감을 원하지 않는 고용주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흉부외과 황태수 교수.

개원의 하다가 다 말아먹고 연봉실수령 5.5억(수술 등 기타 수당 별도) 원에 스카우트된 실력자.

누구보다 열렬한 하수영의 추종자인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병원이 수익사업체가 아니라, 프로 스포츠 구단을 생각해 보게. 그럼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아, 교수님! 한번에 이해했습니다!"

"우린 대한민국 모든 의료 종사자들이 우러러보는 올림포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것은 곧 재단의 자랑거리이지."

수영병원 최고의 흉부외과의인 그는 동시에 가장 열렬한 하수영 추종자이기도 했다.

"한 시즌에 퍼펙트게임을 3번쯤 해내는 선발 5명과 홈런 50개씩 때려 대는 타자 9인을 거느리고 한국시리 즈 우승을 당연한 듯이 해내는 그런 꼴테 자이언츠를 갖고 있는 셈인 게야."

"황 교수, 우리 인간적으로 선은 넘지 말자고, 그래서 지금 꼴테 몇 승?"

"나는 간절히 믿고 있네. 언젠가 우리 재단에서 라테기업 자체를 송두리째 사버려서……."

"황 교수,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재단에서 매년 10조 원 이상을 써도 자네 응원팀이 우승할 일은 없을 걸세."

"아니, 해체시켜 버리는 꿈을 꾸고 있지. 차라리 시원하게 야구 역사에서 없어졌으면!"

"……."

"그래야 내가 이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테니까."

"고생이 많군, 황 교수."

***

"구로본원 내부 수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설비와 인력만 집어넣으면 곧바로 병원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수영의료재단은 구로구에 나온 종합병원 매물을 매입해서 제2본원으로 세팅했다.

규모는 차이가 나지만, 시설과 실력 면에서는 청담본원과 동일한 수준을 갖출 예정이다.

그래서 강원도, 세종시,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 있는, 대형 전문 응급 센터의 성격을 가진 분원과는 달리 본원급으로 대우한다.

서울 서부, 인부천, 일산 등의 환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배치였다.

물론 수익이 날 거라고는 누구도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의료재단이 수영농장의 사회환원사업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622호실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니, 40일 넘게 신참이 생긴 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또?"

더없이 환해진 왕세경의 안색을 보고 병원장이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어째, 기뻐하시는 거 같습니다. 부이사장님."

"기뻐하다니. 진상이 발생한 것을 어찌 기뻐할 수가 있겠나. 그저 슬프지. 우리 병원에서도 진상을 부릴 정도면 다른 곳에서는 어떻겠어."

"……."

"이거 622호실을 증축해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 이대로는 늘어나는 수용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야."

최윤석 병원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겨우 감추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사실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

"항모본원 초대 병원장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항모 병원장을?"

왕세경은 눈을 크게 떴다.

누가 뭐라 해도 재단의 가장 중심은 청담본원이다.

최윤석은 청담본원 병원장으로서 위아래로 두루두루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꽃길만 걸을 예정이다.

청담본원 근무. 얼마나 낭만적인 환경인가.

"이런 좋은 환경을 마다하고 왜 항모 병원장을 하겠다는 건가? 병원장은 일반 의료진과는 근무 조건이 다른 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일 년에 6개월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6개월은 쪼개는 몰든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는, 항모 병원선 근무.

하지만 병원장과 부병원장은 다르다.

3개월에 한 번씩 주어지는 며칠간의 휴가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간에, 머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자청해서 가겠다고?"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항모 병원선의 병원장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의료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가 될 영광입니다. 의사라면 누구라도 그 영광에 이름을 올리고 싶을 겁니다."

"흐음."

"잘할 자신 있습니다. 꼭 맡고 싶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부이사장님."

물끄러미 바라보던 왕세경은 종이 더미를 들어서 펄럭펄럭 흔들었다.

종이 뭉치에는 교수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써 있었다.

"이, 이건……."

"항모 병원장이 하고 싶다는 사람들 이름일세."

"그런……."

"우리 병원 말고 다른 병원에서도 지원이 쏟아지고 있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연락이 들어오고 있네. 하버드, 보스턴, 존스홉킨스 같은 곳에서도 연락이 왔지."

최윤석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래도 기존 우리 병원 교수들의 재직 기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테니까. 너무 그렇게 처질 필요는 없고."

"엇, 정말입니까?"

"그런데 갔다가 돌아오면 자네 병원장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

"상관없습니다. 병원장이야 원래 어차피 주기적으로 돌아가면서 맡는 겁니다."

"일단 눈여겨보기는 하겠네. 자네 확고한 의지는 잘 알았어."

말이 끝났으나 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최윤석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는 눈치였다.

"또 할 말이 더 있나?"

"성재완 교수 말입니다."

"아, 우리 병원이 낳은 슈바이처.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다던가?"

성재완 교수.

감염내과 교수인 그는 잠시 병원을 그만두고, 현재 유엔 의료본부에 파견을 나가 있었다.

파견이 끝나면 다시 수영병원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병원 시절에도 그렇게 주기적으로 해외 오지를 쏘다니면서 의술을 베풀었다.

그는 안전한 후방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 손길에 목말라 있는 열악한 제3세계 현장만을 찾아다니는, 박애 정신이 투철한 이였다.

그래서 왕세경이 얼굴 한 번 본적 없음에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집도 잘살고 돈도 많은 친구가 그렇게 힘든 곳만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지. 보통 봉사 정신으론 어림도 없어.'

"지금 아프리카 수단에 있습니다."

"오, 그렇군."

"변종 에볼라가 창궐해서 도시 몇 개가 초토화된 모양입니다."

"저런, 변종 에볼라라고?"

"네, 그래서 지금 현장은 지옥이라고 하더군요. 조만간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의료지원 요청을 할 모양입니다."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지. 하지만 현지 파견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자발성에 맡겨야 하네. 가벼운 유도를 하는 것도 안 돼."

"알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내가 병원장한테서 직통으로 보고받을 정도의 일인가?"

왕세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유엔에서 한국에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이게 최윤석이 굳이 직접 언급할 정도의 일일까??

"성 교수가 병원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아, 인력 지원은 아닙니다."

"의료물품이나 자금은…… 200억원 정도로 일단 1차 지원을 하도록 하지."

"그게…… 금전 지원을 부탁한 게 아닙니다. 요즘 유엔 살림 넉넉해서, 돈 문제는 크게 없답니다."

"그럼? 우리 병원이 가진 게 돈말고 또 뭐가 있나?"

항모 병원선이야 아직 개장도 안했고, 설마 닥터헬기 지원을 요구한 것은 아닐 텐데?

"신두를 요청했습니다."

"신두? 수영농장에서 군에 납품한다는 그 전투식량?"

"네, 맞습니다. 그 신두입니다."

"혹시 엘릭서 드링크처럼 신두에 에볼라를 낫게 하는 그런 효능이라도 발견되었나?"

"아니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도 혹시나 해서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럼?"

"군납한 신두가 우리 국군 수단 파견 의료부대 통해서 현지에서 소모가 된 모양인데…… 현지 유엔의료팀 사이에서 각광을 받는 모양입니다."

"의료팀 사이에서?"

왕세경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네, 험지에서 의료활동하는 데 이만한 식량이 없다고 극찬을 받고 있답니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운 곳이니까요."

그때 프리덤이 끼어들었다.

-부이사장님, 지금 유엔 아프리카지부 의료팀에서 정식 공문이 왔습니다. 신두를 구매하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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