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53화 (653/1,270)

프랜차이즈 갓 653화

163장 만능 식품 (1)

신두 제조를 JM식품에 위탁했을 때, 정서희는 그러려니 했다.

물량도 얼마 되지 않고, 프라임컴퍼니 생산 라인은 지금도 박 터지고 있었으니까.

군납이라고 해봐야 1조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물량.

황비라면 연 매출만 20조 원에 달하는데,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자잘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미군 납품, 그리고 일반 상품 출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 부사장, 이거 완전히 대박 상품 아닌가?"

"그러네요, 사장님."

"아니, 이런 대박이면 당연히 우리 회사가 맡아서 해야지. 누구 좋으라고 남에게 맡기나?"

"맞죠. 설령 제 친정 기업이라 해도요."

JM식품은 프라임컴퍼니와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

같은 그룹으로 묶이진 않았지만, 외부에서는 관계사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부사장인 정서희가 언젠가는 물려받을 수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

그렇다 해도 분명한 것은, 지금은 엄연한 외부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신두는 제조 난이도도 매우 낮아요. 정말 알짜배기 식품 아이템이죠."

"으음, 생산 라인에 여유를 좀 넉넉하게 놔뒀으면 하 사장이 애초에 JM식품에 가지도 않았을 텐데. 우리 불찰이야."

"제가 책임지고 가져오겠어요. 일단 신두 전용 공장부터 바로 건설들어가죠."

"공장 옆에 부지 넉넉하게 매입해 뒀으니까 오늘부터 바로 건설사부터 알아보면 되겠군."

"알아볼 거 뭐 있나요? 프라임건설이 있는데."

"아참, 그렇지. 우리 하 사장, 건설사도 갖고 있었지."

원래 서해건설이었다가 팽 당한 후, 지금은 하수영이 인수해서 프라임건설로 이름을 바꾼 상태.

하수영은 서해그룹 오너 일가의 가신인 임원들을 전부 날려 버리고, 새 부대에 담았다.

지금 프라임건설은 서해그룹 계열사 시절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않는다.

"건설 사장이 이도공 건축사 맞지?"

"네, 우리 프라임컴퍼니 청담 본사설계하신 그분이죠. 제가 연락처 갖고 있어요."

"나도 찾아보면 어딘가에 있을 거야. 공장 이야기는 내가 하지."

이리하여 전성렬은 프라임건설 이 도공 사장한테, 정서희는 친부인 정재민 사장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

"서희야, 우리가 신두 위탁 제조해서 돈 버는 거 없다. 그저 만들어주는 대가로 개당 얼마씩 생산 수수료받는 게 전부다."

신두 1알을 1달러에 팔든 3달러에 팔든, 그것은 수영농장의 마진이었다.

JM식품은 그저 노는 라인 돌리는 비용만 받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얼마 안 되는 돈까지 기어이 뺏어가야 속이 시원하겠니, 응?"

"아버지."

"그래, 서희야."

"JM식품, 어차피 나중에 제 거 될게 아니었어요?"

"……."

"그럼 상관없지 않아요?"

"그게……."

"왜 말 더듬으세요? 설마 두진이 물려주려고 하신 건 아니죠?"

정두진.

정서진 삼남매 중 막내아들이다.

정재민이 바로 대답을 못 하자, 정서희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아버지? 식품그룹 저한테 물려주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오빠는 이제 반도체에 자기 인생 올인 했잖아요."

원래는 정서진이 후계자가 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정재민은 정서희가 마케미야의 아들과 잘돼서 돈 많은 재벌사모님 인생을 살길 바랐고, 하지만 정서진이 식품그룹을 떠난 뒤, 정서희가 JM식품까지 동시에 케어하고 있었다.

JM식품이 프라임컴퍼니와 이리저리 깊이 얽혀있기에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이다.

"와, 이 배신감 어쩔 거야.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동생한테 고스란히 넘어갈 JM식품 키워주고 있었네요?"

"서희야. 그게 아니고."

"괜찮아요, 괜찮아. 이젠 서운한 마음도 안 생겨요. 대신! 더더욱 신두 위탁제조 넘겨주면 안 되겠네. 그것도 우리 프라임컴퍼니에서 가져와야겠어요."

"내 말을 들어! 식품그룹은 너 줄생각이었다. 그냥…… 두진이한테는 JM제과 하나 정도는 남겨주면 어떨까 한 거고."

"제과 한 개…… 생각보다 야박하시네요. 전 두진이한테 제과 포함해서 계열사 2개 정도는 넘겨주려고 했었는데."

"다 큰 딸, 말로 이기는 아버지 없다더니, 내가 그 꼴이 될 줄은 몰랐다."

정재민은 가볍게 탄식했고, 정서희는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어쨌거나 신두 전용 공장 짓기로 이미 경영 회의에서 결정이 났어요."

"……그래. 신두 주인이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정재민은 반쯤 체념한 듯이 말했고, 정서희가 다시 물었다.

"진심이세요? 두진이한테는 제과 하나 주고, 저한테 식품그룹 다 준다는 거?"

"이미 쌀이 익어 밥이 됐는데 그럼 어쩌겠니."

"근데 두진이는 회사 경영은 머리 아파서 못 하겠다고 하던데요?"

"그런 이야기를 또 했어?"

"강남에 천 억짜리 빌딩 하나만 사주면 자기는 다 포기할 수 있대요. 전 그래도 나중을 생각해서 회사 두어 개 정도는 경영해 보라고 했는 데, 고집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그랬구나."

"시리얼 라인은 철수한다고 들었어요. 잘하신 결정이에요. 하지만 다른 식품 아이템들까지 포기하진 마세요."

"알았다."

정재민은 힘없이 끄덕였다.

신두 위탁 생산으로 재미 좀 볼줄 알았는데, 딸 때문에 전부 흐트러져 버렸다.

물론 지금은 딸이 아니라, 원청업체 부사장의 자격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 그룹 회장님이 귀 하청업체에 맡기신 그 프로젝트, 조만간 우리 원청에서 직접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아십시오.

딱 이런 상황인 것이다.

단지 통보를 온 게 공동 2인자이자 친딸이라는 게 다를 뿐.

"나중에 나 은퇴하면 우리 식품그룹은 어떻게 되는 거냐?"

"프라임컴퍼니에 흡수될까 봐 그러세요?"

"아무래도……."

"제가 수영 씨하고 결혼이라도 하면 당연히 흡수되는 건 각오하고 계시죠?"

"그래? 하수영 사장 태도 보면 너한테 전혀 그런 마음 없어 보이던데."

"사람 일 모르고, 인생 길어요. 이렇게 비즈니스적으로도 내조 잘하는 여자, 어디 가서 만나기 힘들걸요?"

정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김에 공장 좀 둘러보고 갈게요. 우리 회사 사정에 따라서 JM식 품그룹 큰 방향을 전환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주 네가 사장이구나, 사장."

***

수영몰.

하수영 밑에서 일하는 모든 임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전용 온라인쇼핑몰이다.

병원, 프라임컴퍼니, 심지어는 해운대 수영펜션 직원들까지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산지직송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수단은 매월 무상으로 주어지는, 가구 구성원 1인당 50만 포인트.

이월되지 않기에 직원들은 어떻게든 그 달의 포인트를 소진하려고 한다.

원래는 소, 돼지, 어류 등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날, 수영몰에 신두가 정식으로 등재됨에 따라 1위 품목이 바뀌었다.

"와, 신두 이거 정말 좋은데요?"

"아침에 토스트, 삼각김밥 먹는 것보다 집 나오면서 신두 하나 털어 넣으면 끝이네."

"귀찮아서 평생 아침밥 안 먹다가 신두로 아침밥 먹으니 세상이 달라 지네요. 이야, 이래서 그렇게 아침밥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수영병원에서 신두를 싸가지고 다니는 직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은 자기 몫만 사지 않았다.

신두를 넉넉하게 구매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먹어보라고 나눠주기도 했다.

수영몰에서 구매한 것을 되파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지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은 괜찮다.

친구를 통해 신두를 접한 이들은 그 편리함에 홀딱 반했다.

"우와, 너희 회사 회장님 정말 짱이시다. 이런 걸 그냥 무상으로 준단 말이야?"

"무상이나 마찬가지지. 복지 포인트로 매달 거저 구매하거든."

"완전 대박인데."

"신두 덕분에 효석이네 이제 아침밥 가지고 더 이상 안 싸운다잖아. 아침에 그냥 이거 털어먹고 가는 게 최고라고 하면서."

수영몰에 올라온 신두는 군용은 아니었다.

1알당 1,000의 열량을 지녔으며, 구매 가격은 3,000원(3,000포인트).

평생 아침을 굶은 이들에게는 오전의 활력을 넣어주었고, 밥 먹을 틈도 없이 바쁜 이들에게는 든든한 5초 식사가 되어주었으며,가끔 끼니를 놓쳤을 때도 배고픔을 삭제해 주었고, 피곤한 날에는 대충 식사를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게 식사라고요?"

"네, 보기엔 이래도 영양소가 풍부해요. 환자분의 회복 증진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니, 우리 어머니 안 그래도 수술하신 지 얼마 안 돼서 든든히 잡수셔야 하는데, 겨우 이런 콩 한 쪽으로 어떻게 버티라고요?"

"소화 흡수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으셔서 차라리 이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이게 보기에는 이래도 웬만한 밥 한 끼 에너지를 내거든요."

"그래도 이건 좀……."

보호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효과는 매우 좋았다.

특히 씹거나 소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고령층 환자들이 매우 반겼다.

"내가 이가 안 좋아서 쌀밥 씹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 이건 그냥 빨어먹어도 되니까 아주 편혀."

"허허, 먹자마자 바로 소화되는 기분일세. 이봐요, 간호사 선생. 난 앞으로 끼니마다 이걸로만 주시구려."

"네, 환자분.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신두는 이가 전혀 없는 환자들도 먹을 수 있을 만큼 편했다.

심지어는 다른 병원에서 신두를 구하러 찾아오기도 했다.

"김 교수, 정말 이러기인가? 우리 병원에 조금만 팔라니까 그러네."

"아유, 우리 병원도 이거 물량 얼마 없어서 안 됩니다. 왜 그러세요."

"내 담당 환자 중에 위 전부 절제한 환자가 있어.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데 말이야."

"……."

"내가 그 환자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조금만 팔아. 응?"

"정말 그 환자한테만 주셔야 합니다?"

"알았어, 알았어. 딱 한 사람이 먹을 치만 가져갈 테니까 자네가 잘 지켜보라고."

"제 임의로 할 순 없고, 부이사장님께 결재를 올려볼게요. 프리덤."

-네, 지금 막 승인 났습니다. 따로 물량을 집계해서 소담병원으로 보내겠습니다.

소담병원에서 온 교수는 프리덤이 끼어들자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이 난다고?"

"프리덤이 상시 보조해 줘서 그렇습니다. 웬만한 건 즉시즉시 보고가 되고, 피드백이 나오죠."

"허어…… 프리덤 프로 버전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 일하기 정말 편하겠어."

"이건 프로 버전이 아니고 엔터프라이즈 버전입니다. 기업용이죠."

"우리 병원도 도입하면 참 좋으련만…… 많이 비싸겠지?"

"비싸기도 비싼데, 컴퓨팅 자원을 엄청 먹어서 아직 대중 서비스는 안되나 봐요."

수영몰, 그리고 수영병원.

신두는 그 두 가지 루트를 통해서 착실하게 존재감을 널리 퍼뜨렸다.

환자도 부담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

그런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 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장효주를 모델로 한 신두 CF와 광고들이 대대적으로 걸리기 시작했다.

-단 5초, 당신의 위장을 보호해 주세요.

-설거지가 귀찮아도 식사를 거르지 마세요.

전국의 모든 오프라인 마트와 편의 점에, 동시다발적으로 신두가 진열되었다.

[신두(스탠더드) : 1알당 1,000kcal-3,000원]

[신두(밀리터리) : 1알당 2,500kcal-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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