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54화
163장 만능 식품 (2)
일반식품으로 정식 출시한 신두는 첫날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장효주가 CF 찍었다고?"
"그럼 프라임컴퍼니에서 만든 거네. 장효주 식품 CF는 그 회사 것만 찍잖아."
"여기 제조공장 이름 보니까 JM식 품인데?"
"몰랐어? JM식품도 프라임컴퍼니 관계사나 다름없어. 아마 생산라인 부족해서 위탁했겠지."
"아, 그런가?"
"틀림없다니까. 장효주가 식품 CF 찍으면 그건 무조건 프라임컴퍼니 제품이야."
장효주를 CF 모델로 발탁한 것은 탁월했다.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프라임컴퍼니(혹은 수영농장)에서 만든 제 품이라는 것을 대중의 인식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황비라면 그룹에서 만든 식품이면 틀림없지. 거기는 음식 가지고 절대 장난 안 쳐."
"아주 그냥 혜자기업이잖아."
"이제 황비버섯만 따로 출시해 주면 좋을 텐데. 황비버섯 얻으려고 필요 없는 라면 잔뜩 사서 뜯는 것도 못 할 짓이라니까."
"대체 왜 황비버섯 유통은 안 하는 거야? 청담수영마트에서만 찔끔찔끔 팔고."
"중국에 황비버섯 전용 농장도 차렸다는데, 그걸 역수출이라도 하면 안 되나?"
어쨌거나 소비자들은 신두의 편의 성에 주목했다.
"이 메추리알만 한 거 하나 가지고 과연 한 끼 식사가 될까?"
그렇게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먹어 본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칭찬했다.
"거짓말이 아니네. 정말 이 작은 거 하나 먹어도 한 끼 식사가 되네."
"아니,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거야? 프라임컴퍼니는 알고 보니 식품회사가 아니라 물리법칙 엔진 조작회사인가?"
"영양소 구성표 보니 나무랄 데가 없네, 나무랄 데가 없어."
"요새 소화가 너무 잘 안 돼서 밥먹고 날 때마다 고생했는데, 당분간 이것으로 식사를 대체해야겠어."
가장 기뻐한 것은 위암을 앓은 환자들이었다.
위 절제 때문에 남들보다 식사가 어려운 이들은, 몇 초면 가볍게 끝나는 식사에 대만족했다.
"어차피 맛있는 거 이제 먹지도 못하는데, 이런 거라도 나왔으니 정말 다행이야."
"더 이상 한참 동안 조금씩 꼭꼭 씹어서 여러 번 먹지 않아도 되고, 밥 먹고 나서 한참 동안 서 있지 않아도 되고, 진짜 좋네."
직장암 등의 이유로 항문을 절제하고, 평생 복부의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는 환자들도 신두의 등장을 반겼다.
"평생 배변주머니 신경 써야 하는 게 큰일이었는데, 신두는 배설물 양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정말 편하다."
"배변주머니 자주 갈아야 하는 게 진짜 고역이었는데, 신두가 일손을 엄청 덜어줬어."
치질, 치핵 등 수많은 항문질환 환자들도 신두를 반겼다.
특히 치질 수술을 갓 마친 환자들은 반드시 신두를 찾았다.
배설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기에, 치질 수술 직후 거쳐야 하는 배설과정의 고통을 상당히 덜어낼 수 있었던 덕분이다.
"매끼 신두만 먹었더니 대변이 정말 물처럼 없는 듯이 조용히 흘러나와서 좋네."
"세상 참 좋아졌어요. 나 때는 말이에요. 치질 수술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대변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요?"
"선생님, 근데 신두를 먹어도 아프긴 아픕니다."
"항문으로 쇠구슬과 칼, 둘 중 하나를 낳아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아플까요?"
"새겨듣겠습니다, 선생님.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군요……."
"신두 출시 전의 치질 환자들은 수술 직후 칼을 낳는 고통을 겪어내야 했답니다."
"앞으로 수영농장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항상 감사하십시오."
청담수영병원은 다른 어느 병원보다도 신두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신두는 항문수술, 소화장애, 위절제, 인공항문, 고령층 등 다양한 환자들에게 탁월한 식단이었다.
귀찮아서 아침밥을 챙기지 않던 직장인들은, 언젠가부터 출근하면서 신두 하나씩 까서 입에 털어 넣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아침밥을 거를 필요가 없어졌다.
사탕을 까서 입에 넣듯이, 몇 초면 아침 식사가 뚝딱 하고 끝났으니.
심지에 입어 넣자마자 바로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가는 터라, 오래 우물거릴 필요도 없었다.
회계사 등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업무에 시달리는 이들도 신두를 반겼다.
"이거 아주 좋은데? 샌드위치보다도 훨씬 나아."
"영양소도 풍부하고 샌드위치보다 훨씬 든든하고 비닐 껍질 조금 나오는 것만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고……. 진짜 만능식품이다."
"심지어 맛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 삶은 노른자 맛하고 비슷하지 않아?"
물론 신두가 모든 이들의 식단을 대체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배는 채워야 하고, 시간은 없고, 혹은 번거로운 게 싫을때.
그럴 때 신두는 최고의 만능식품으로서 톡톡히 기여했다.
환자와 일반인,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에너지바였던 것이다.
그리고 헬스장에도 신두 광풍이 불었다.
"단백질 보충제보다 그냥 신두 먹는 게 훨씬 나은 거 같은데?"
"관장님, 전 벌써부터 신두 먹고 있었습니다."
"뭐야? 왜 나한테는 미리 안 알려 줬나!"
"관장님도 당연히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을 했지요."
"이런 배신자."
***
신두는 불티나게 팔렸고, 식품 시장 지각에 커다란 변화를 강요했다.
정식 식사, 혹은 그에 준하는 식품들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아, 잘 먹었다.' 라는 느낌을 주는 식품이나 메뉴들.
이를테면 육류 같은 것들 말이다.
라면, 편의점 도시락 같은 식품들은 대체로 영향을 받긴 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각한 영향을 받은 식품들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시리얼과 에너지 바, 그리고 죽 종류였다.
"라면이 한 끼 간단히 때우려는 목적도 있긴 한데…… 사실 라면도 맛으로 먹는 게 적지 않잖아?"
"쫄깃한 면발과 라면 국물에 푼 계란, 그리고 얼큰한 국물 맛으로 먹는 거지. 조리하고 뒤처리도 간단한 편이고."
"라면 먹기도 바쁘거나 귀찮아서 신두를 먹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신두가 라면을 아예 100% 대체할 순 없을걸? 신두는 결국 즉석에너지바 같은 거잖아?"
90% 이상 열량 공급만을 목적으로 먹는, 시리얼이나 에너지바는 타격이 매우 컸다.
죽은 저 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죽을 맛으로 먹는 사람도 있긴 하지. 고급 전복죽 같은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맛이 좋으니까. 부드럽고목 넘김도 좋고."
"그래도 죽은 역시 몸이 안 좋은데 억지로 먹어야 할 때 필요해서 나온 음식이잖아?"
"몸 안 좋을 때 신두 이상으로 좋은 병자 식단은 없지."
"요새 죽집 프랜차이즈들 매출 떨어져서 죽을 맛이라고 하던데."
신두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시장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신두의 등장을 반기거나 환영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두의 등장에 남다른 야욕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자본가들이었다.
"신두를 식사 대용으로 제공하면, 사원들이 점심식사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1분도 안 돼서 식사가 끝나는 거지요."
서해물산의 재무경영팀장은 임원회의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점심시간은 어차피 1시간 이상을 보장해야 하지 않나? 근로법이 그럴 텐데."
"예, 맞습니다. 하지만 1시간의 휴식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 데 30분에서 40분이 걸리는 것과 1분 안에 처리하는 것은 전혀 결과가 다릅니다."
"흐음."
"점심은 회사 내에서 1분 안에 끝나게 하고, 나머지 59분 동안은 낮잠을 자게 '권고' 하는 겁니다."
부사장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오! 그럼 오후 업무 효율이 달라 지겠어요!"
"그렇네요! 그 생각을 못 했습니다!"
"괜히 밥 먹는다고 밖으로 나가고 줄 서고 대기하고 그러는 것보다, 1분 안에 깔끔하게 끝내고 낮잠이나 자는 게 업무 효율에도 좋지요."
점심시간은 무급이자, 자유시간이다.
사원들은 그 시간 동안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마음대로 활용할 권리가 있다.
신두로 간단하게 때우는 것보다 맛있는 백반 정식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신두로 간단히 때우고, 오후의 업무를 위해서 수면을 취해라.'라고 권고한다면?
아무리 법이 보장한 자유시간이라해도, 그것을 거절할 담 큰 사원은 없다.
"낮잠이 업무 효율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잠깐 수면을 취하고 나면 오후에 머리가 개운해서 일이 더 잘되지."
"저도 그래서 점심시간에 특별히할 게 없다면, 밥 먹고 나서 무조건 눈을 붙입니다."
"신두 구매야 회사에서 대량구매하면 그만이고…… 그럼 아무 문제 없겠어."
자신감을 얻은 재무경영팀장이 계속 밀어붙였다.
"그리고 사내식당을 없앰으로 인해 그 유지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내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영양사, 조리사들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식재료를 구매해서 관리도 해야 하니 그만큼 시설비, 전기료도 들어가고.
"식당 공간을 개조해서 없애고 사무실로 꾸미면 더 많은 직원들을 수용할 수 있고요. 아예 회의실로 바꿔버리면 업무 효율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다른 임원도 지원사격을 거들었다.
"사실 요즘 회의실 이용 순번을 놓고 사내부서 간에 갈등이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회의실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재무경영팀장 주장이 옳습니다. 그 넓은 식당을 없애고 대신 회의실을 꾸리기만 해도, 업무 효율이 지금보다 더욱 증가할 겁니다."
식사 때문에 우르르 사무실을 비우는 일을 없앨 수 있고, 1시간 낮잠을 취하게 함으로써 오후의 업무 효율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경영진은 달콤한 상상에 단번에 빠져들었다.
"기왕이면 사무 의자도 180도 뒤로 젖혀지는 것으로 교체하는 게 좋겠군."
"성해가구에 주문하면 수량을 쉽게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눈치 빠른 임원이 얼른 입을 열었다.
성해가구는 서해물산 사장의 딸이 운영하는 가구점이었다.
당연히 좋은 가격으로 사올 것이고, 덕분에 사장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꼭 성해가구가 아니더라도, 좋은 의자가 있으면 주문해서 전부 교체를 하도록 해요."
"예, 사장님."
"점심시간은 그냥 수면으로 머리를 맑게 하게끔 직원들에게 권고합시다. 아, 어디까지나 권고이니 절대로 강제성을 띄진 않게 해요."
"물론입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모든 것을 위임할 계획입니다."
"좋아요, 좋아."
직원들의 점심을 모두 신두로만 때우게 한다면?
회사의 업무 효율과 경쟁력이 얼마나 증가할까?
경영진은 그 무형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느라, 머릿속이 정신이 없었다.
일부 임원들은 직원들 입장도 생각했다.
'지금도 꽤 많은 직원들이 아침은 신두로 때우고 출근할 텐데…….'
'점심까지 신두로 때우는 것은 좀…….'
'점심만큼은 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의견을 입 밖으로 발설할 수는 없다.
이미 임원회의 분위기는 그쪽으로 넘어간 지가 오래였으니.
바로 회사 업무 경쟁력의 강화.
거기에서 직원들의 점심 메뉴 선택의 즐거움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 신두 유통은 어디에서 하고 있죠? 역시 수영농장인가?"
"아닙니다. 유통 자체는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수영농장 자회사들 아닙니까. 아무튼 두 회사에 연락해서 정기발주 넣읍시다. 기왕이면 가격도 깎을 수 있으면 시도해 보고."
"네, 사장님."
서해물산은 두 회사에 정식으로 발주신청서를 넣었고, 며칠 후 공문으로 대답을 받았다.
길고 긴 답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