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69화 (669/1,270)

프랜차이즈 갓 669화

167장 농업과 수산업 사이 (3)

"오, 벌써 주문이 들어왔어?"

프리덤의 보고에 하수영은 반색했다.

-네, 현재 국내 양식장들 위주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식장 사장님들 정보통이 빠르시네."

-다 제가 적극적으로 설명을 한 덕분이죠.

"스팸 알림을 띄운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먼저 고민을 하고 상담을 요청해서 그에 맞는 합리적인 의논을 해드렸을 뿐입니다.

"그럼 됐다."

하수영은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주문량에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무인농장을 가득 채운 곡물들의 향연과는 다른 종류의 흐뭇함이었다.

"배합사료 업체들은 별말 없지?"

해외에서 동물성 배합원료를 수입해서 양식장 사료를 만드는 업체 이야기였다.

-네, 그 업체들은 축산사료 쪽으로 완전히 갈아탄 지 오래입니다. 그동안은 양식장 사료를 아예 놓을 수가 없어서 병행하던 중이었죠. 오히려 잘 되었다는 분위기입니다.

배합사료 업계가 워낙 좁은 데다가.

하수영한테 거저 원료를 얻고 있는 형편에, 다들 경쟁할 마음이 없었다.

"음, 그럼 양식장 사료는 내가 완전히 먹어도 크게 상관이 없겠군."

-사실 이미 축산 사료도 완전히 먹은 겁니다. 중간다리를 하나 끼고 있느냐 마느냐 차이만 있을 뿐이죠.

"축산 사료 시장은 내 손에 남는 게 전혀 없잖아. 그래도 양식장 사료는 좀 남겨먹어야지."

-어느 정도로 마진을 고려하십니까?

"그래도 그간 받던 소비자가격 정도는 챙겨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해도 상당히 남을 겁니다. 양식장주들도 손해는 없을 테니, 싫어하지는 않겠네요.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는 청정 어종을 키워서 팔 수 있으니,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해야 정상이다.

"원래 이런 말이 있다. 그 나라 국민들의 밥상을 점령한다면, 그 나라를 점령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국내의 닭, 오리, 돼지, 소 등 모든 육류는 이미 완벽하게 점령을 한 상태.

양계장, 축산 농가는 이미 사료 조달이 수영농장에 귀속되어 있고, 그리고 이제는 양식 어류가 수영농장의 지배권 아래에 들어올 차례다.

"하지만 양식 어종 사료를 지배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지."

-지금도 생선 통조림에 들어가는 참치, 꽁치, 고등어, 정어리들은 모두 원양어업으로 어획한 것들입니다.

중금속 참치 임산부 유산 사태.

그 사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참치회에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참치 통조림만큼은 매출이 거의 줄지 않고 있었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참치회는 위험하고, 참치통조림은 안전하다는 모순이라니."

-참치회는 평소에 자주 먹지 않지만, 참치 통조림은 일상적으로 섭취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아무튼 양식장 접수는 이제 시간 문제라 치고, 그 다음은 자연산 어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건데."

-냉정하게 보면 자연산 어종이 양식 어종보다 좋을 것은 거의 없습니다. 미생물, 기생충,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그 어느 것도 나은 게 없죠.

"굳이 말하자면 두 가지가 있다."

-가격, 그리고 운동량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렇지."

일부 어종은 대량 양식에 성공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산이 더 싸거나, 양식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양식 자체가 안 되는 어종들이 있다.

"참치 같은 대형 회유어들은 좁은 가두리그물에 갇혀서 성장하면 운동부족으로 살의 탄력이 떨어진단 말이지. 이건 성역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문제라서 나도 고민이다."

오랫동안 대양을 헤엄치며 꾸준히 운동을 해온 자연산 참치들.

아무래도 양식 참치들은 그 점에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양치기견 보더 콜리처럼 참치들이 멀리 도망 안 가고 남해에서만 왔다 갔다 하게 감시해 줄 그런 게 필요한데……."

-지구상에 그런 참다랑어 통제가 가능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 지구에만 없는 거야. 아, 생선치기 매 한 마리 있으면 딱일 텐데."

양식 참치에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 바로 운동 부족.

***

시험 삼아 양식사료를 구매한 어장주들은 사료로 급여하고, 결과에 만족했다.

"잘 먹네, 잘 먹어."

"물고기들이 평소보다 아주 환장을 하고 입질을 하는데?"

"소화도 이전 것보다 더 잘되는 거 같아. 이제 다른 사료는 끊고, 곡물사료만 먹여야겠어."

"근데 배합사료 업체에는 좀 미안해서……."

하지만 그것은 어장주들의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쿠, 괜찮습니다. 저희도 수영농장 덕분에 축산사료로 먹고사는 데, 나쁜 생각을 가질 리가요."

"괜찮은 거요? 듣자니 원료 가격절감 차이만큼 배합사료 가격도 낮춰야 한다던데."

"네, 그 점에서는 우리가 이득 본게 없죠. 손해 보는 것도 없고요. 그래도 완전히 폐업할 뻔한 처지에서 예전처럼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광어 양식장에 배합사료를 공급해 주던 사료업체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사료 가격 자체가 낮아져서 오히려 매출은 늘어났어요. 그러니 최종적으로는 이득이죠."

"음……."

"수영농장 양식사료 쓰기로 하신 거, 아주 잘하신 겁니다. 그나저나 식물성 먹이에 물고기들이 그렇게 환장할 줄은 몰랐네요."

양식장주들은 앞을 다투어 양식사료를 수영농장산으로 바꿨다.

수영농장에서는 어종의 종류에 맞게, 크기와 형태를 각각 다르게 한 여러 가지 버전으로 팔았다.

물론 무게 대비 가격은 모두 동일했다.

어차피 사료는 한 가지 종류였으니.

***

해수부는 그런 양식장 생태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양식사료는 이미 해수부 자체적인 안전기준을 통과했다.

"보통 동물성 양식 사료는 어획한 물고기를 원료로 해서 만듭니다. 그래서 해양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축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바다의 어종 보호를 위해서 차라리 양식 물고기를 먹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양식 물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결국 바다의 어종을 소모한다.

양식 사료를 만드는 데에는 결국 바다의 물고기가 원료로 사용되니까.

"수영농장은 곡물만으로 양식 사료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만능사료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일종의 물고기를 위한 신두로군요."

"잠깐, 신두라고?"

"……."

"그러고 보니 신두 별명이 '인간 사료' 아니었나?"

신두와 물만 먹어도 건강한 영양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먹기도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하다.

그래서 신두에 붙은 별명은 바로 인간 사료.

'사료나 먹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돌고 있을 정도다.

물론 신두와 양식 사료가 똑같지는 않다.

곡물을 원료로 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인간과 광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나 비율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고양이가 먹으면 위험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처럼.

엄상용 실장은 보고서를 살피다가 물었다.

"수영농장에 사료를 공급받기로 한 양식장이 95% 이상? 이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대로면 100%에 육박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중형급 이상 되는 양식장들은 이미 모두 먹이를 바꾸었습니다."

"펜션 양식장이나 가든 같은 소형 업주들 정도나 아직 바꾸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미 국내 양식 물고기들의 밥상은 수영농장이 독점했습니다."

엄상용 실장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눈 깜짝할 사이에 판도가 뒤집어졌다.

'식품 재벌이라더니…….'

이건 정말이지, 국민들의 밥상의 절반 이상이 수영농장의 통제하에 들어간 게 아닌가?

"이러면 자연산 어류, 쌀, 과일, 채소 정도만 빼놓고 전부 수영농장이 공급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군."

"네, 육류와 어류를 키우는 데 먹이는 사료를 모두 수영농장이 원천공급하고 있으니까요."

엄상용 실장은 묘한 소름이 끼쳤다.

그는 홀린 듯이 보고서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중얼거렸다.

"식량 재벌…… 석유 재벌, 반도체 재벌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 식량 재벌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다."

"잠시만요, 실장님."

"왜 그러나?"

"프라임오일 없으면 우리나라 차량운전자들 기름값에 허리 부러집니다. 그리고 프라임오일, 하수영 어민회장님 소유입니다만?"

엄상용은 생각지도 못한 지적에 할말을 잃고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다른 직원이 곧바로 끼어든 것이다.

"서진파운드리가 TSMC 아래로 끌어들이면서, 국제 반도체 파운드리 1위 됐잖습니까? 그것도 하수영 어민회장님 소유입니다."

"그, 그렇군. 언제 그렇게까지……. 아무튼 그동안 몰랐는데 식량을 독점한 재벌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다. 이거지. 스마트폰 같은 것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러고 보니 서진파운드리에서 스마트폰도 만든다고 하던데요."

"……아, 그냥 다 해먹으라고 해. 다 해먹으라고!"

***

전혀 의외라고 생각한 영역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바로 낚시꾼들이었다.

"이거 수영농장 사료가 낚시 미끼로 꽤나 좋은데?"

"사료를 미끼로 쓸 수가 있어? 바늘에 어떻게 꿰려고?"

"물속에 들어가면 점도가 높아져서 생각보다 괜찮아. 그전에 바늘에 식용접착제도 좀 바르고 하면, 거의 안 떨어지더라고."

"고기들이 잘 달려들긴 해?"

"아유, 말도 말어. 아주 그냥 바늘넣자마자 귀신같이 입질이 온다니까?"

"거참 신기하네."

"물고기들도 지들 몸에 좋고 맛있는 건 알아보는 거지."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입맛 까다로운 참다랑어들도 잘 먹는다고 들었어. 걔들 원래 고등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

"이거 소매 판매는 하질 않아서, 친한 양식장 가서 좀 얻어왔지."

"이것도 소매 판매하면 좋을 텐데. 한 번 건의해볼까? 야, 프리덤. 어디에서 건의하면 되는 거냐?"

-제가 알아서 건의 넣겠습니다. 뉴월드마트나 하우스플러스 통해서 넣으면 편합니다.

"어째서?"

-둘 다 수영농장 자회사인데, 종합소매유통을 하고 있으니까요. 소매용 사료 따로 공급받아서 온라인몰에 등록하고, 오프라인 몰에 자리 하나 만들면 간단히 끝납니다. 아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려고 할 겁니다.

"오, 그거 좋네. 네가 알아서 좀 처리해라."

-네, 주인님.

"프리덤이 있으니까 참 좋아. 예전 같았으면 웹 검색하다가 못 찾아서 지쳐 나가떨어졌을 텐데, 말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딱딱 처리해 주고."

"나도 프리덤 덕분에 얼마 전에 중고 낚시 장비 사기당할 뻔한 거 피해갔잖아."

"그랬어?"

"엉, 프리덤이 상대 정보가 수상하니 하지 말라고 권하더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중고사기 많이 치고 다니던 놈이더라."

***

그렇게 양식 사료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해수부에서도 수영농장산 양식 사료 보급에 적극적으로 힘을 썼다.

피해 보는 사람은 없고, 건강한 양식 어류를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양식 어류를 무공해 청정 식품임을 강조하면, 수출 경쟁력을 한껏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좋아요, 그런 관점에서 홍보 포인 트를 잡아봅시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양식 사료의 등장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바로 생선 통조림 회사였다.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연산 어획 물고기를 재료로 쓰는,

"회장님, 해수부를 이대로 두면 안될 거 같습니다. 우리 회사에 간접 피해가 너무 게 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