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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77화 (677/1,270)

프랜차이즈 갓 677화

169장 참치는 생선을 친다 (3)

초대형 가두리 양식장에 물고기들을 분류해서 넣고 나니, 다들 가슴이 뿌듯해졌다.

바다에 그물을 쳐서 키우니 물을 갈아줄 필요도 없고, 먹이만 잘 챙겨주면 된다.

곡물 사료는 인공 생선 형태, 가루형태 모두 한가득 쌓여 있었고, 양식장을 자기 집인 마냥 이리저리 유유히 헤엄치는 브라우니 2세를 보고 있으니, 직원들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사장님, 누가 저 참치 잡아가려고 하면 어떡합니까?"

"놔두세요. 어차피 못 잡아요. 미 7함대가 몰려와도 맞짱 떠서 이길놈인데."

"에이, 그게 무슨…… 아무튼 저 참치가 잡기 어렵다는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박영식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미 함대와 맞짱 떠서 이긴다니,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만큼 저 참치가 영특해서 웬만한 낚시꾼들한테는 안 잡힐 거다. 이 말씀이시겠지.'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인 반응이다.

하수영을 도와서 생선 몰이를 이리 저리 도와준 것을 보면, 보통 영특한 게 아닌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생선도 감정이 있고 서로 의사소통을 깊이 한다고 들은 거 같은데…….'

물고기들을 종별로 구분한 가두리 그물들을 보던 중, 불현듯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이렇게 해놓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방류한 양식장 사장들이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떤 게 자기가 기르던 양식어인지, 정확하게 입증을 못 하죠."

하수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돌려주려고 해봤자 더 난리만 납니다. 서로 자기 거라고 우길 테니까요. 깔끔하게 선 그어주는 게 편하죠."

"그래도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올 겁니다."

"방법은 생각해 뒀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 역시 그렇군요. 혹시 어떤 해결책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뭐겠어요. 바로 돈이죠."

박영식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돈이요?"

***

해수부는 하수영의 연락을 받았다.

적조로 큰 피해를 본 남해 양식장들을 돕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꽤 장문의 제안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쩌다 보니 양식어들이 자연어와 섞여서 내 양식장에 몰려들었는데, 원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불가능함.

그래서 그냥 내가 다 갖기로 함.

하지만 나도 양심이 있음.

방류한 양식어들 합산 가치의 50%에 달하는 돈을 해수부에 공탁하겠음.

분배는 알아서 하시오.

내 양식장에서 억지를 피우지 않은 선량한 양식장주들은 내가 따로 추가로 더 도와줄 예정임.]

엄상용 수산 정책 실장은 제안서를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식어들은 대체 어떻게 다 잡았답니까?"

"하수영 어민회장님이 직접 물에 들어가서 양식어들을 가두리 그물에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종을 전부 구별해서 말입니다."

"아니, 그걸 믿어요?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직원 한 명이 헛기침을 하며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수영 어민 회장님이 자연어 참다랑어 한 마리를 길들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뭐요? 참다랑어를 길들였다고?"

"네, 그래서 참다랑어가 양식어들을 가두리그물에 몰아넣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아, 저도 그냥 들은 이야기입니다! 통영에 제 지인들이 꽤 있다 보니……."

엄상용이 허튼소리 하지 말라는 듯 눈을 부라리자, 직원은 찔끔해서 변명처럼 덧붙였다.

"상당한 돈이군요. 이걸 선뜻 내놓다니, 정말 통이 큰 분입니다."

게다가 하수영은 잃은 양식어의 손실액을 크게 잡았다.

보통 엄격하고 소극적으로 손실액을 평가하는 해수부와는 전혀 기준이 달랐다.

이 돈만 보상해 줘도 양식장주들의 불만을 전부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이번 일 때문에 우리나라 양식장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있으셨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 챙겨주실 텐데, 굳이 참치 양식장에 몰려가서 생선 내놓으라고 난리를 친 사람들은 진짜 이해가 안 갑니다."

"하수영 어민 회장님이 경호원들 거느리고 나타나서 호통 한 번 치니까 죄다 기죽어서 해산했다고 하던데요."

"양식장 하는 양반들 기가 보통이 아닌데, 호통 한 번으로 해산시키다니. 역시 어민 회장님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군요."

지금 여기 직원들은 하수영이 어떤 패션으로 왔으며, 경호원을 백 명 넘게 거느리고 왔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

"일개 개인이 사비로 이렇게 크게 지원했는데, 정부 체면이 깎여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도 보상책을 좀 더 가다듬어 봅시다."

그렇게 해수부는 적조 피해를 본 양식장 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

하수영은 양식장 주들을 불러 모았다.

물론 생선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린 이들은 모두 제외했다.

순수하게 피해에 슬퍼하며 복구하려고 발버둥 치던 이들이었다.

"치어 확보에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비용이나 절차,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바로 양식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치어 확보에 도움을 드리죠."

선물 보따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전부 우리 수영 농장산 양식 사료를 쓰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앞으로 일 년 동안은 무상으로 드리지요."

양식장 주들은 놀라서 서로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상당한 지원이다.

이 정도면 금방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양식어 값이라 치고 나라에 돈을 얼마간 공탁했습니다. 나라에서 추가 보상금도 줄 테니, 한숨 트이실 겁니다. 아, 그리고 따로 보험금도 나오죠?"

"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민회장님 책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우리나라 양식장 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저에게도 도움이 되니까요. 제가 모든 양식을 다 해 먹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양식장 주들은 감동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들도 하수영이 농민 회장으로서 전국의 농민들로부터 얼마나 칭송을 받는지 들었다.

이번에 6억이 넘는 초고가 람보르기니 트랙터를 전국의 농가에 공급 한다고 했던가?

또 산불 및 가뭄 방지용으로 대형 소방 헬기도 세 자릿수 단위로 들여 올 예정이라고 했고, 어느 양식장 주가 용기 있게 손을 들었다.

"어민 회장님, 혹시 수영 양식 가두리그물을 쓸 수는 없습니까?"

"우리 가두리그물을요?"

"네! 용한 박수무당의 신내림을 받은 특별한 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적조가 터졌는데도 수영 양식장은 성역처럼 비껴갔다고요."

"저도 눈으로 봤습니다. 저도 수영양식 가두리그물을 쓰고 싶습니다!"

"저희에게도 공급해 주십시오!"

여기저기서 가두리그물을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자,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이런…… 용한 박수무당의 굿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제가 토속 신앙을 믿거든요. 하지만 적조가 피해간 것은 정말 우연일 뿐입니다.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그래도 기분이라도 편해지게 수영양식장 가두리그물을 쓰고 싶습니다."

"그럼 제 양식장 밑으로 들어오세요. 자회사가 되는 겁니다."

"……."

"……."

"신성한 굿 내림까지 받은 가두리 그물을 남에게 내줄 수는 없죠. 영험함이 사라지거든요."

"수영 양식장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씀은……."

"양식장을 파실 필요는 없고, 지분을 딱 50%만 넘기세요. 제값 쳐 드리고, 경영도 보장해 드립니다. 그럼 가두리그물을 나눠드리죠."

"……."

"내키지 않으면 안 하시면 돼요."

양식장을 탐을 내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리라.

그럴 돈으로 차라리 자기 양식장사이즈를 더 키우는 게 훨씬 이득일테니.

그러나 자기 사업체를 남에게 선뜻 넘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수영 양식장 밑으로 들어간 이는 딱 한 명이었다.

그는 수영 양식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양식장을 갖고 있었다.

수영 양식장은 하루 만에 국내 최대 양식장이 되었다.

그러니까 참치 양식을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종류별로 양식업을 시작했지만, 소량 다품종이다 보니 전체 규모는 크지 않았다.

출하량이 상업화는 불가능하고, 펜션에서나 유통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제는 참치 양식을 제외해도, 당당히 국내 최대 양식장이라 말할 만한 규모를 갖췄다.

그리고 자회사 같은 양식장도 하나 생겼다.

여수의 '전열 양식장'이 밑으로 들어온 것이다.

지분 50%를 넘긴 그는 양식장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두리그물을 새로 설치했다.

치어도 새로 구매해서 육상 수조통에 풀어 넣어서 사육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바다에 친 가두리그물로 옮길 예정이다.

"영험한 가두리도 새로 얻었으니, 올해부터는 양식장 대박 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빕니다, 용왕님."

황전열 사장은 돼지 머리 상까지 차리고 그렇게 바다에 기원했다.

바로 그때였다.

촤아악!

거친 물 분수가 치솟으며, 커다란 참다랑어 한 마리가 날렵한 모습을 공중에 드러냈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처럼, 하늘을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체공 시간이 길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수면 아래로 떨어진다.

"오오! 저거 하씨네 참치 아니여?"

"하씨네 참치라니! 어민 회장님 참치라고 해야지, 이 사람아! 어디서 감히 그런 불경한 말을!"

"아차차, 그저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근데 수영 양식장은 여기서 60km는 떨어져 있을 텐데, 여기까지 돌아다니게 놔두는 겐가?"

"참치를 바다에 풀어서 키운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지. 그냥 먹이 좀 자주 얻어먹으니까 저놈이 여기를 떠나지 않고 기웃거리는 거여."

"200kg은 훌쩍 넘는 거 같은디? 저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커진 거 같어."

"뭔가 길조인데? 황 씨가 절 올리자마자 참치가 딱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거, 황 씨 앞으로 양식업이 잘되겠구먼."

"길조네, 길조야."

황전열 사장은 생각했다.

앞으로 저 참다랑어가 여기 양식장을 잘 지켜주기를.

말도 안 되는 상상이지만, 적조 현상 때 저 참다랑어가 해수어들을 이끌고 안전한 곳으로 도피한 광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 양식장 주 중에서 그 광경을 목격하지 않은 이들은 없다.

"길조로구나!"

그에 화답하듯, 브라우니가 다시금 수면 위로 힘찬 비상을 했다.

***

"참다랑어 캔 어딨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참다랑어 캔은 현재 일시품절 상태입니다."

"아니, 어제도 그제도 그그저께도 계속 품절이었잖아요?"

"지금 물량이 들어오지 않은 까닭에…… 죄송합니다, 고객님."

수영 마트에서 참다랑어 캔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청담동 주부들은 매일 아침마다 출근 도장을 찍으며 참다랑어 캔을기 위해 애를 썼다.

값비싼 참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은, 싸구려 가다랑어 원어로 만든 기존참치캔과는 차원이 달랐다.

전혀 염장을 하지 않아 고급 참다랑어의 살코기, 대 뱃살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게 겨우 2,900원이라고?"

"0 하나는 더 붙여야 하는 거 아니야? 너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야."

"이렇게 싸게 파니까 물량이 없지. 사람들이 죄다 사가서!"

현재 참다랑어 캔은 수영 마트에서만 팔고 있었다.

그 외는 전혀 판매를 하지 않다 보니, 청담동 주부들은 매일같이 참다랑어 캔 구매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저 여자는 뭔데 참다랑어 캔을 10개나 가져가는 거죠?"

"저분은 실버 등급 VIP이십니다. VIP 멤버십 정책에 따라 사전에 우선 예약을 하신 분이라서 그러니 양해를 해주십시오."

"나도 그럼 VIP 가입할래요! 어디서 가입할 수 있어요?"

"프리덤 사용자이시면 프리덤을 통해 즉석에서 바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역시 수영 마트야. 그런 편의성하나는 철저하게 잘 갖춰놨네요."

일부 소비자들은 '참다랑어 구매고시'를 통과하기 위해 VIP 멤버십가입을 시도했다.

이래 봬도 청담동 거주자.

3대 백화점에서 한 해에 몇억씩 쓰며 VVIP 대우를 받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버는 10억, 골드는 100억입니다. 유지 기한은 1년입니다.

"뭐?"

-걱정 마십시오. 1년이 지나더라도 잔존 금액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VIP 혜택만 사라질 뿐입니다.

"아니, 누가 마트에서 1년에 10억, 100억씩 써!"

그렇게 멤버십 가입은 좌절의 입구컷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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