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78화
170장 텐트와 낙타 (1)
참다랑어 캔이 드디어 수영 마트외에도 풀리기 시작했다.
프라임 컴퍼니가 그동안 모았던 물량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푼것이다.
이번에도 CF 모델은 장효주였다.
-최고급 양식 참다랑어로 만든 참치 캔, 중금속, 기생충, 미세 플라스틱 걱정이 전혀 없어요.
-언제까지 저렴한 염장 가다랑어로 만든 참치 캔만 드실 건가요?
-최고의 맛과 품질, 그리고 건강을 전해드립니다.
-통조림은 참다랑어 참치 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참치 캔에 들어가는 참치가 싸구려 가다랑어류라는 것을 모른다.
횟집에서 파는 참치와 종 자체가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같은 참치인데 회로는 못 쓰는 싸구려 부위로 캔을 만드는 거 아니었어?"
실제로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다.
"이름만 같이 참치 쓰는 다른 잡어로 만든 통조림이었구나."
"어쩐지, 참치 초밥하고 맛이나 식감 자체가 너무 달라도 다르다 했어. 아무리 염장 통조림이라고 해도 차이가 너무 심했어."
"그럼 참다랑어 캔은 좀 다르려나?"
그렇게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참다랑어 캔을 사서 먹어 보았다.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끄덕이며 수긍했다.
"음, 맛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내가 바로 고급 참치 살코기라고, 캔이 온몸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 같네."
"간이 조금 심심하긴 한데……."
"일반 참치 캔은 선박에서 생선 자체를 미리 염장 처리해서 운송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야. 소비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지."
"뭐야, 그랬던 거였어?"
"간이 안 되어 있으니까 오히려 좋은 거지. 필요하다면 따로 간을 추가하면 되니까. 환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애완동물 간식으로도 딱이겠다."
실제로 통조림에는 애완동물에게 먹여도 문제가 없다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
너무 많이 먹일 경우 살이 지나치게 찔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정도다.
그렇게 참다랑어 캔은 출시하자마자 전국의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겨우 2,900원으로 고급 참치 살코기와 대 뱃살 맛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으니.
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는 끌지 못했다.
"아니, 물량이 있어야 인기를 끌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참다랑어 캔! 더! 더! 주세요!"
"지금 도매업자들이 돈 싸 들고 눌러앉아서 참다랑어 캔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시중에 푼 물량은 진짜 얼마 되지 않았다.
생산량 대부분이 선 주문을 넣은 안살린 시티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풀리는 물량은 이른바 맛보기, 시식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폭발적인 입소문에 비해, 남원 참치의 점유율에는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
때문에 전형기 상무는 임원들의 우려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상무님, 참다랑어 캔이 대량으로 풀리면 우리 남원 참치가 위태로워 집니다. 지금이라도 견제를 하셔야 합니다."
"귀한 고객을 왜 견제합니까. 어차피 우리 남원 참치와 참다랑어 캔은 서로 가는 길이 달라요."
"상무님."
"나도 여론을 봤는데, 라면이나 찌개에 먹는 참치는 우리 것을 쓰고, 좀 더 고급스러운 요리를 할 때는 참다랑어 캔을 쓴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 겹치는 부분이 다른데, 뭐 벌써부터 그렇게 걱정들을 하십니까?"
"그건 참다랑어 캔의 물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라면이나 찌개에 넣어서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량이 부족하다니요. 우리 공장에서 지금 찍어내는 개수가 얼마인데."
"그거야 전부 안살린 시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안살린 시티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소비자가 아니랍니까?"
"……."
임원들은 답답했다.
그룹 후계자 전형기 상무가 이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우리는 가장 큰 경쟁자를 우리 공장으로 키워주고 있는 꼴이다.'
'지금이라도 어서 견제를 해야 한다.'
'참다랑어 통조림이 2,900원이라니, 이걸 무슨 재주로 이긴단 말이야.'
비관적이고 냉정한 한 임원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참치 양식장이 본격 가동하기 전에, 우리 참치 통조림 사업을 미리 정리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이대로는 참치 통조림 사업의 미래가 너무 어둡다.'
참다랑어 캔 CF 내용도 조금 거슬렸다.
기존 참치 캔은 싸구려 가다랑어를 쓴다고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니.
프라임 컴퍼니에 항의를 해봤지만, 프리미엄 통조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당연하지 않냐는 대답만 돌아왔다.
'프라임 컴퍼니는 몹시 노골적이다.'
"우리 남원그룹이 어찌 되려는지……."
고승태 상무는 답답했다.
후계자가 저렇게 꽉 막혀 있으니 말이다.
남원 참치의 시장 점유율은 80%이상, 이 수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원래 낙타는 머리부터 텐트 안에 들이미는 법이거늘…… 차기 회장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시류를 읽을 줄 몰라서야."
2,900원짜리 참다랑어 캔.
물량만 받쳐준다면 남원 참치를 강력하게 위협할 칼이 될 것이다.
"상무님, 3번 원양 선단이 오늘부로 귀환을 시작했습니다."
"응? 오늘? 원래 3개월 전까지만 조업하고 귀환할 예정이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그것도 이미 한 번 연장이 된 거죠. 지금 선원들은 총 6개월 이상 연장 조업을 한 셈입니다."
"6개월이나?"
남원그룹은 독자적인 원양 선단을 갖고 있다.
교대로 먼 바다로 나가서 다랑어 등 통조림에 쓸 참치들을 잡는 것이다.
그물로 낚아 올린 다랑어들을 골라 내서 염장 처리해 냉동 보관한다.
그리고 공장으로 가져와서 통조림으로 가공해서 판매한다.
"왜 그렇게 오래 조업을 연장한 거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은데."
"네, 3개월 연장 조업하는 거야 여러 번 있었지만 6개월 연장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생선잡이가 썩 좋지 않았나 보군."
"맞습니다. 6개월을 연장하고 나서야 겨우 선단을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음……."
"통조림 출하 가격에 반영을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연장 조업 6개월.
당연히 연료, 식량, 선원들 급여 등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통조림 생산 가격에 반영하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
"겨우 선단 한 개가 6개월 연장했다고 그걸 바로 반영할 순 없지."
고승태 상무는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덧붙였다.
"그나저나 생선잡이가 정말 안 좋은가 보군. 예정보다 반년이나 연장하고서야 겨우 선단을 가득 채웠다니 말이야."
"사실 10년 전에 비하면 조업 기간이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나날이 조업 기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생선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리겠지. 하여튼 중국과 유럽 놈들이 문제라니까. 아주 전 세계 바다가 모두 자기들 것인 것처럼 저인망으로 쓸어 담고 있으니."
"……."
고승태 상무는 남 탓을 했지만, 부하 직원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4개월 연장 조업 중인 5번 원양 선단 말입니다."
"아, 벌써 4개월이나 연장 조업을 했었나? 그래, 이제 복귀한다고?"
"아닙니다. 좀 더 연장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보고 드리는 겁니다."
"뭐? 이미 4개월이나 연장을 했는데 거기서 또 연장을 한다고?"
"네, 현재까지 선단 냉동고의 60%밖에 채우지 못했답니다. 바다에서 참치들 구경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에휴, 중국, 동남아, 유럽, 미국놈들이 그렇게 온 바다를 헤집고 다니니 참치가 남아나질 않는군. 알았어, 조업 연장하라고 해."
"그리고 5번 선단에서 선원 3명이 이탈했습니다."
"이탈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고승태 상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먼 망망대해에서 이탈을 했다고?
그 경우는 보통 하나뿐이다.
"아, 사고는 아닙니다. 조업 중에 크게 다쳤는데, 다행히 나미호에서 닥터헬기를 보내 치료를 해주었습니다."
"오, 그럼 이탈했다는 말은……."
"지금 나미호에서 회복 중입니다. 회복이 끝나는 대로 선단으로 보내든, 아니면 한국으로 바로 보내는 하겠답니다."
고승태 상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다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사고라도 당한 줄 알았는데, 그런 이유였다니.
"근처에 병원 항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사실 근처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거의 2,000km 이상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닥터헬기가 거기까지 날아왔나?"
"가까운 미 함대에서 공중 급유기로 중간중간 연료 보급을 해줬다고 합니다."
"……."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비용은 우리 회사에 청구 안 한답니다. 수영 병원에서 정식으로 보낸 청구 비용은 30만 원이 안 됩니다."
130억 달러짜리 항모에서 날린 1,400억짜리 닥터헬기가, 2,000㎞가 넘는 거리를 미 해군 공중 급유기의 보급을 받아가며 날아와서 신고 갔다.
선단으로 다시 돌려보낼 때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 치료를 원가 그대로 받는다면 얼마일까?
'우리 회사가 파산할지도…….'
남원 참치도 대기업이니 파산까지야 않겠지만, 감당하기 힘들 만큼 엄청날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겨우 30만 원도 청구하지 않았다니.
"수영 병원에 새삼 고맙군."
"네, 즉시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닥터헬기 안에서부터 바로 수술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참, 수영그룹이 우리 회사에 병주고 약 주고, 그렇지 않은가?"
참다랑어 캔으로 병을 주고, 병원항모로 약을 준다.
고승태 상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생선잡이가 이렇게 흉해서야……."
"날이 갈수록 어획량 감소가 심해집니다. 우리 회사도 이제 슬슬 결단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결단?"
"통조림 가격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대로는 힘듭니다."
"이미 올 초에 한 번 조정을 했는 데, 얼마나 됐다고 또 조정을 한다고?"
"그래도 염두에는 두십시오."
"알았네. 나가 봐."
직원이 꾸벅 인사하고 나가자, 고승태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이리저리 거닐다가 프리덤한테 물었다.
"프리덤, 넌 어떻게 생각하냐? 한번 말해다오."
-전문 비즈니스 업무 대화는 프로 버전, 혹은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구매하셔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프로 버전이 언제 나오는 거냐? 내가 나오자마자 바로 산다니까!"
-출시일은 미정입니다.
프리덤은 다 좋은데 회사 업무에 관한 내용이라면 입을 다물어버린다.
물론 회사 업무라 해도 일반적인 일정 관리 같은 것은 돕는다.
지금처럼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 업무'는 입을 닫는다.
'가격 조정이라…… 가뜩이나 참다랑어 캔 때문에 미래가 불안정한 이마당에…….'
***
하수영은 참치 양식 현황을 확인하고 안타까워했다.
"참다랑어 캔을 원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은데, 양식장은 텅텅 비어 있다니."
엄밀히 말하면 치어 말고도 성체 참치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도우야 초밥에 수출해야 할 물량도 고려를 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참다랑어 캔을 맛보기로만 접할 수밖에.
정서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영 씨, 일본 양식 참다랑어를 사 와서 통조림으로 가공했으면 하는데요."
"그런 걸 소비자에게 팔 수는 없죠. 아무리 원산지 표시를 한다 해도요."
"제주도와 가까운 해역에서 양식한 것들을 사 올 거라 안전하고 괜찮아요. 그리고 국내에 유통할 거 아니에요. 전부 일본에 다시 팔 생각이에요."
"아, 공장 뺏으려는 목적이시구나."
"통조림 가공 라인의 절반 이상을 우리 오더 돌리는데 밀어 넣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참치가 부족하잖아요."
정서희는 야무진 표정으로 덧붙였다.
"텐트에 머리는 넣었으니, 이제 앞발을 넣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