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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87화 (687/1,270)

프랜차이즈 갓 687화

172장 통조림을 얻다 (1)

정서희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죽은 선원들은 전부 외국인이래요! 근데 그중에 미국인이 끼어 있었나 봐요!"

"미국인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 원양 참치잡이 배에 탄다고?"

"미국인이라고 모두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 동네야말로 부익부 빈익빈 끝판왕인데."

"자본주의의 근본이기는 하지."

전성렬은 혀를 끌끌 찼다.

남원그룹 선단은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나,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원래 먼 바다에 나가면 그런 일은 비일비재해, 한국인도 아니고 동남아 외국인 선원이 조업 중에 죽었다? 그냥 바다에 내던지고는 '모르겠다, 실종된 거 같다'라고 시치미 잡아떼면 육지에서는 알 길이 없어."

"자세하게 아시네요."

"나도 소싯적에는 원양어업선 한번 타봤거든. 그 뒤로 두 번 다시 고기잡이배는 안 타."

전성렬은 수십 년 전 일을 상기하는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 여전히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나보다.

"같은 한국인이야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게 귀찮으니까 죽어도 시신 챙겨서 오지만, 가난한 외국인 선원한테 어떤 선장이 그리 해줘? 냉동고에 시신 보관하면 그만큼 생선 넣을 자리가 줄어드는데."

"……끔찍하네요."

"근데 미국인이라는 걸 모르고 그렇게 한 건가?"

"아직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미군 함정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체포를 한 거지?"

전성렬은 그 점이 의문이었다.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그 배의 구성원만이 알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군 함정이 무슨 재주로 그 사실을 알고 체포를 했을까?

"오늘도 개장하자마자 주가가 쭉쭉 떨어지는구먼."

선단 체포 소식을 접한 것은 어제.

오늘도 그에 이어서 주가가 쭉쭉 하한선을 치고 있었다.

"남원그룹은 지금 초상집 분위기겠군. 몇 척이나 체포당한 건가?"

"운반선, 선망선, 연승선해서 모두 15척이 체포당한 모양이에요."

"남원그룹 선단이 총 40 정도였던가?"

"네, 그 정도 될 거예요."

"우리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로군."

정서희가 강한 눈빛으로 끄덕여 보였다.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기회죠."

남원그룹의 통조림 가공공장.

그것을 인수하기 위해 참다랑어 캔제조까지 발주한 상황이다.

남원으로서는 악재이지만, 프라임컴퍼니 입장에서는 호재다.

"미국에서 과징금 같은 거 호되게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바로 그로기 상태 되는 거죠."

전성렬은 혀를 찼다.

"그러게 왜 미국인 선원을 잘못 건드려가지고는…… 아니, 미국인인 줄도 모르고 그냥 바다에 퐁당 던진 건가?"

"미국인이라서 더 큰일 났구나 싶어서 모른 척 던지고 시치미 떼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어, 그럴 수도 있겠군."

하수영이 조용히 나섰다.

"제가 한 번 정확한 사정을 알아볼까요?"

"어떻게요? 아!"

정서희는 자동적으로 반문했다가 하수영이 미 군수산업체 최고의 개인 VIP라는 것을 떠올렸다.

하수영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고, 스피커 모드로 돌렸다.

전성렬은 영어를 모르지만, 정서희를 위해서였다.

"조 위드너 부사장님, 하수영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포드 항모를 병원선으로 써보니,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최고입니다. 병원선 3호함도 포드항모로 꾸렸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지요?"

-제가 최선을 다해보지요. 이미 2척이나 팔았는데 3척을 못 팔 건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

역시 긍정적인 립서비스의 나라답게, 곤란한 기색은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미군도 포드 항모 도입이 급한 마당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태평양에서 우리나라 남원그룹 참치선단이 미 해군에 체포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조 위드너는 전혀 금시초문이라는듯이 반문했다.

물론 정상적인 반응이다.

한국에서야 야단법석이 났지만, 저 거대한 미국에서는 외딴 절벽에 풀한 포기 돋아난 에피소드밖에는 안된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음, 정확한 의도를 제가 알 수 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듯합니다.

혹시 그 한국선단을 돕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조 위드너는 그런 의미로 물었다.

물론 호의에서 나온 말이다.

"선단주가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친하지도 않고요."

-그런가요?

"그런데 선단주가 가진 식품공장 몇 개는 저도 탐이 나긴 합니다."

-하하, 어떤 관계인지 정확하게 캐치했습니다.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시간이 조금 지나지 않아서, 조위드너한테서 연락이 왔다.

-외국인 선원 3명이 가혹한 작업에 지쳐서 항의하다가 몰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죽었나요?"

-한 명이 죽었습니다. 두 명도 극심한 상태에 빠졌고요. 그래서 모두 물에 던져서 증거를 인멸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미 해군은 그걸 어떻게 알았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던 선원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혹시 미국인이었나요?"

-네, 그런데 몰래 촬영하던 중에 다른 선원한테 걸리고 말았죠. 그래서…….

"그 뒤는 더 듣지 않아도 알 거 같네요."

이미 살인을 저지른 상황.

선장으로서는 추가로 증거를 인멸하는 선택지밖에 없었으리라.

-처음부터 원양선단 조업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 신분을 속이고 잠입한 기자였습니다. CNN 소속이죠. 백인은 아닙니다.

"미 해군이 바로 달려온 것은…….

-스파이캠에 GPS수신장치와 구조신호장치가 있었습니다. 미리 사전에 입력한 메시지를 수신했기에, 바로 달려와서 체포할 수 있었던 겁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천만의 말씀,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부담 없이 연락 주십시오.

"포드 항모가 몇 척 더 필요합니다만?"

-제가 의회와 백악관, 펜타곤을 구워 삶아서라도 마련을 해보겠습니다.

"아유, 말씀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네요. 근데 혹시 포드 항모가 곤란하면 퇴역 예정인 니미츠 항모도 괜찮습니다."

-그 점도 분명히 기억하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영어를 모르는 전성렬은 어서 설명해달라는 눈빛으로 둘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아들은 정서희는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남원그룹은 이제 어업은 끝났네요."

"끝났죠."

"아마 그룹 수뇌부는 이 사실을 정확히 모를 테고요."

"선단에서 설마 보고를 했겠습니까? 당연히 자기들 선에서 묻었을 겁니다."

체포당한 상황에서는 연락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그룹 수뇌부는 이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냥 조업 중에 '사고로 죽은' 외국인 선원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가, 미군 함정에 재수 없이 걸려서 체포당했다, 라고.

CNN 기자가 위장 취재를 위해서 선원으로 잠입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를 테니.

***

-CNN입니다. 얼마 전 원양어업선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한 우리 CNN 소속 기자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첫 펀치는 CNN에서 먼저 날렸다.

남원그룹 참치잡이 배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를 최대한 자극적으로 보도했고, 이에 미국인들은 격분했다.

한국에도 보도되었고, 남원그룹 주가는 쭉쭉 떨어졌다.

"미 해군이 남원그룹 다른 선단에도 감시를 붙일 예정이라는데."

"남원그룹은 진짜 제대로 찍혔네."

"아니, 어쩌다가 미국인을 건드린 거야. 그것도 기자를……."

"백인도 아니고 위장 신분으로 잠입해서 몰랐던 거겠지. 원양어선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

"듣기로는 나중에 알았는데도 증거인멸하려고 바다에 빠뜨린 거라는데?"

증권 전문가들은 남원그룹의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지금 대처 잘해야 한다. 여기서 어정쩡하게 나갔다가는 그룹 전체가 공중분해 될 수 있어."

"해양물류 사업까지 망가지는 꼴보고 싶지 않으면, 선 분명하게 그어야 해."

"지금 미국에 압류된 어업선 15척 가치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거 범죄에 이용된 거라고 간주돼서 아마 돌려받기도 불가능할 거다. 범죄 도구는 원래 몰수 대상이니까."

"진퇴양난이군."

주가는 뚝뚝 떨어지지, 국내외로 폭격이 들어오지, 미 해군은 으름장을 놓으며 노려보고 있지.

남원그룹은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현지 계열사도 제법 있다.

그것들까지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제대로 대응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남원그룹 오너 일가, 경영진에 전부 영구적 출입금지 조치 걸면 난리 나는 거다. 평생 미국 땅은 밟지도 못해."

"미국 내 사업도 상당한데 미국 땅을 못 밟으면…… 그냥 끝나는 거네."

***

남원그룹에서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으로 알아보며 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로, 한국 재계 40위권 재벌이 지닌 힘은 미약했다.

"1억 2,000만 달러?"

그룹회장 전남원은 기가 막혀서 입을 떼지 못했다.

미 정부가 고용주인 '남원그룹'에 부과한 과징금이었다.

휘하의 선단의 범죄행위를 사전에 제대로 감독,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행정징계.

살인을 주도한 선장과 선원들과는 별개로, 고용주에게 물린 책임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1,200억 원이라니!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과징금을 물린단 말인가!"

한국이라면 그룹 본사가 10억, 20억 정도 내고 끝났을 텐데.

미국이라서 그런지 사기업의 범죄에 대한 금융징계가 어마어마했다.

"김 실장, 이거 우리가 그냥 무시하면 앞으로 어떻게 되나?"

"미국 내 모든 사업체는 몰수당할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에서는 그 어떤 영업도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회장님 일가 전체가 미국에 영구적으로 출입금지가 될 겁니다."

"끄응……."

"회장님, 미국이 원래 기업에 매기는 벌금이 무척 셉니다."

"자네는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겐가!"

"죄송합니다. 미국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듣기 싫네!"

살인에 가담한 선장과 선원들은 당분간 한국땅을 밟기는 요원할 듯하다.

하필이면 미국인 기자가 피해자였으니.

김 실장은 애가 탔다.

이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욱 미국의 괘씸죄를 살 뿐이다.

"돈…… 지금 그룹에 여유 현금이 얼마나 있지?"

한참 끝에 전남원 회장의 꺼낸 물음이었다.

실컷 분노를 터뜨렸으니, 이제는 현실적인 대응을 할 차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정부를 거슬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선택지였다.

"1,200억 원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일부 계열사를 정리해서 현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룹 규모의 축소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

전남원 회장은 속이 쓰라렸다.

어떻게 일군 기업인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큰 타격을 맞다니.

"일단…… 정리할 만한 사업을 추려서 가져와 봐. 혹시 압류당한 선단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그 부분도 한 번 딜을 해보고."

"힘들겠지만……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김 실장이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남원 회장은 잠시 머리를 식힌 뒤, 이리저리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재벌 총수로서 그래도 짬밥이 있지, 최대한 인맥을 긁어모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전성렬 사장?"

바로 프라임컴퍼니 전성렬 사장의 전화였다.

지금 남원그룹에 참다랑어 통조림제조를 발주한 바이어.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남원입니다."

-아, 회장님. 전성렬입니다.

연배 차이가 있다 보니, 전성렬은 정중하게 그를 대했다.

-혹시 통조림 가공사업을 매각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통조림 가공사업을 말입니까?"

회장의 안색이 돌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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