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93화 (693/1,270)

프랜차이즈 갓 693화

174장 수영생수 (1)

서해호텔 한식 레스토랑.

김효산이 총주방장을 맡은 이곳은 하나부터 열까지 '수영농장그룹' 생산물만 쓴다.

수영농장, 수영식품그룹, 이렇게 부르다가 굳어진 표현이다.

송이 등 각종 버섯류는 물론이고, 쌀, 밀, 콩 등 곡물, 그리고 생선도 수영양식장에서 조달해서 요리에 사용한다.

한때 일개 납품 업체였던 전성렬은 이제 서해호텔의 VVIP 중 하나다.

"아, 조리용수입니까?"

김효산은 큰 관심을 보였다.

물은 요리에 아주 중요하다.

그 역시 재료를 씻을 때를 제외하고, 요리 자체에 들어가는 물은 고급 천연 워터를 사용한다.

이를테면 밥을 짓거나, 찌개 국물을 만들거나 할 때 말이다.

"물은 아주 중요하죠. 알겠습니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선주 사장님 오시면 같이 맛볼테니까 2인 코스로 부탁합니다."

"아, 사장님께서도 여기 오시는군요?"

"아마 바로 오시지 않을까요?"

하수영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사장 이선주가 부리나케 찾아온 것이다.

"의원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미리 말씀을 하고 찾아주셨으면 제가 더 신경을 써서 맞이했을 텐데요."

"그냥 김효산 주방장님한테 음식 좀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대접할 테니 계산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마세요."

서해그룹 딸인 이선주 입장에서도 하수영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거물.

호텔 사장 입장에서, 북미와 중국의 식품 사업에서 돈을 긁어 담는 수영농장주는 중요 인맥 중 하나였다.

"요즘 언론사들이 너무 시끄럽게 수영그룹을 공격하고 있죠? 제가 조금 도와드릴 수 있는데."

"괜찮아요. 그런 백색소음도 있어야 잠도 잘 오고 그러는 거니까요. 아예 완전히 적적하면 시간이 멎어버린 것 같아서 오히려 갑갑합니다."

"백색소음이라고요……."

이선주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서 우리 입에 광고비를 물려서다물게 만들어 달라는 언론사들의 펜 공격은 연일 그치지를 않고 있다.

수영그룹에서 뭐만 추진한다고 하면 일단 기획기사부터 내고 본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태평하게 '잠 잘 오는 백색소음'이라니.

'확실히 보통 정신력이 아니구나.'

그룹이 내놓은 분석도 대동소이했다.

입지전적인 사업 운을 떠나서, 본연의 멘탈도 무척 특이하다는 것.

'농사와 식품, 부동산 사업에 만족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얼마 전 프라임 컴퍼니가 르주블랑 호텔을 매입했을 땐 이선주도 긴장했다.

혹시 호텔 유통업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단순 부동산 투자, 그리고 자체 호텔 하나쯤은 있어야 접대나 행사가 편해서라는 이유를 알게 되고는 안심했다.

그에게는 언제든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별장 같은 개념이리라.

"포천 쪽에 과수원을 새로 개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문의 특제 비법 조리용수를 만들어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과수원은 그 재료 공급처고요. 김효산 주방장님께 평가를 부탁드렸지요. 결과가 좋으면 호텔에서 좀 써 달라고요."

"당연히 저희에게 공급해 주셔야지요. 수영농장에서 내놓은 식재료 중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윽고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효산이 손수 나와서 하수영 앞에서 설명했다.

"조리용수 맛 테스트이다 보니 기본 정석 코스에서 벗어난, 국물 요리 위주로 구성을 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먼저 양송이 스프입니다."

노란빛을 띤 정갈한 스프 접시가 놓였다.

하수영과 이선주는 수저를 들고 맛을 보았다.

덤덤한 하수영의 표정에 비해, 이선주가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이곳 호텔 사장.

일 년에 수백 번도 넘게 먹어본 스프이기에 누구보다 그 맛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확실히 맛이 뭔가 다른데요? 분명한 차이가 느껴져요. 더 깊이 있고, 입맛을 끌어당기는 듯한……."

"우리 김 셰프께서 물맛을 제대로 살려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맛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겨우 물 한 번 바꿨다고 이렇게 음식 맛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게 바로 성역과 엘릭서의 기운을 받은 잣나무 잎이 물에 부여한 버프효과.

하지만 세상에 공개될 리가 없는 진실.

"해물 전골입니다. 비교 차이를 위해서 기존 우리 매장에서 쓰던 조리 용수로 만든 것도 같이 내놓았습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전골냄비.

하지만 국자로 떠서 한 입 맛을 보자마자 어느 쪽이 특제 조리용수를 썼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갈비탕입니다."

김효산은 작정하고 국물 위주로 된 요리만을 하나하나 선보였다.

요리를 하나하나 맛볼 때마다 이선 주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했다.

'겨우 물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선명한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고?'

미식가들은 혀끝에 느껴지는 선명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동할 것이고, 맛 음치들 또한 맛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 정도는 식별을 할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꽃게장 골동반입니다."

먹음직스러운 하얀 쌀밥 위에 뿌려진 꽃게장.

이선주는 지겹게 먹어본 메뉴이자, 손맛이었다.

하지만 한 입을 떠 넣는 순간, 전혀 다른 중독성 깊은 맛이 혀끝에서 펼쳐졌다.

밥을 지을 때 사용한 물의 차이, 엘릭서 잣 잎이 물에 녹아나 부여한 효능은 그녀의 미각을 사정없이 폭격했다.

"의원님, 이 조리용수의 가격은 얼마인가요?"

당연히 일반 생수보다 비쌀 것이다.

에비앙 작은 생수병이 2,000원이 조금 안 되니, 이 물은 대체 얼마나 비쌀까?

'그래도 반드시 써야 해.'

얼마가 됐든 간에 그녀는 모든 요리에 이 물을 사용하게끔 할 작정이었다.

너무 비싸니까 식재료 세척 같은 것에는 쓰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요리에 넣는 물만큼은 반드시……!

"20리터 기준으로 900원입니다."

"네?"

이선주와 김효산은 둘 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8.9리터짜리 대형생수통의 가격이 보통 5천 원 미만이다.

그런데 20리터에 900원이라고?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팔아서 마진이 남겠어요?"

이선주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을 해버렸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싼 게 당연히 좋은 건데, 걱정부터 튀어나온 것이다.

"사람 먹는 물 가지고 돈 장난은 안 합니다. 좋은 식수를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그 가격에 팔면 백년을 팔아도 과수원 조성에 들어간 원금도 못 건지실 거 같은데요. 정말 괜찮겠어요?"

"박리다매로 팔다 보면 언젠가는 원금은 건지겠지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할 거라서요."

'전 세계?'

이선주의 눈빛이 달라졌다.

빈민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모든 가정에서 조리에 상시 이 물을 사용 한다면?

마진율이 0.1%라고 해도 실로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조리용수는 경쟁 상대 자체가 나올 것 같지 않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호텔에서는 앞으로 이 물을 전격 차용하겠어요. 상표명이……?"

"수영조리용수라고 불러주십시오."

"……수영조리용수, 알겠습니다. 김셰프."

"네, 사장님."

"한식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호텔의 모든 메뉴 조리에는 반드시 이 물을 사용하도록 해요. 식재료 세척 같은 것도 무조건 이 물을 쓰는 겁니다, 알겠죠?"

"알겠습니다."

****

서해호텔은 즉시 조리에 쓰는 모든 물을 바꿨다.

식재료를 세척하는 것부터 아예 수영조리용수를 쓰기 시작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단골 VIP 사이에서 말이 돌기 시작했다.

"음식 맛이 전과 달라졌는데, 무슨 일이야? 주방장이 새로 바뀌었나?"

"식재료를 더 좋은 것으로 바꿨습니다. 바로 물입니다."

"물?"

"예, 고객님. 물을 좋은 것으로 바꿨습니다. 수영농장에서 나온 식수입니다."

"오, 수영농장. 거기 생산품이라면 믿을 만하지."

"역시 수영농장에서 파는 것은 물맛도 전혀 다르구만."

VIP 고객들은 수영농장이라는 말에 대번에 납득했다.

상류층일수록 수영농장이 식품 시장에서 갖는 입지와 위상을 또렷이 느끼고 있었다.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수영농장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서해호텔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영조리용수를 홍보했다.

***

김효산은 친한 미식가 유튜버를 불러다가 은근한 홍보까지 시도했다.

"그냥 솔직하게 맛의 차이를 느껴보고 영상 하나 좀 찍어줘라."

"알았다. 내가 냉정하게 평가해 줄 테니까 어디 한 번 제대로 한 상차려와 봐."

"돈은……."

"필요 없어. 내가 낸다. 그래야 마음껏 냉정하게 깔 수 있지."

"수영농장 특산물인 거는 명심해라."

"뭐야, 너희 호텔에서 밀고 있는거 아니었어?"

"우리도 그냥 소비자야. 좋은 제품다른 소비자들도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추진하는 거다. 겸사겸사 호텔 메뉴 홍보도 좀 하고."

"알았어. 그럼 뒷광고 논란 날 것도 없겠네. 요즘 그런 거 때문에 하도 시끄러워서."

지인 유튜버는 이어지는 코스 요리에 만족했다.

일반 물을 사용한 똑같은 메뉴와 매번 맛을 비교한 덕분에, 더욱 확실하게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셰프님, 마지막으로 라면 좀 끓여 주실 수 있나요?"

"라면 말씀이십니까? 네, 알겠습니다."

후식으로 라면 두 그릇까지 시원하게 비워버린 유튜버는 배를 두드리며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진짜 대박이네요. 라면 면발, 국물맛이 확 달라집니다. 집에서 혼자 자취하시는 분들, 이 생수 한 통씩 놓고 라면이나 밥 지어 먹을 때 쓰면 딱일 거 같습니다. 와, 어떻게 물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맛이 확달라질 수가 있는 거죠?"

지인 유튜버의 구독자는 30만 명.

김효산의 지인 중에서는 가장 인기 많은 스트리머였다.

영상이 올라가고 며칠 후, 김효산은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였다.

-효산아! 대박! 대박이야, 초대박!!

"초대박? 영상 조회 수 잘 나왔어?"

-야! 나 하루아침에 구독자 150만 찍었다! 그 영상 올리고 말이야! 지금 영상 조회 수가 3천만을 찍었어! 세상에, 맙소사!

"뭐? 조회 수가 3천만이라고?"

-그냥 심심한 추천 영상이라서 전혀 기대 안 했는데, 이 영상 올리고 초대박 났어!

김효산은 가슴이 세게 두근거렸다.

귀중한 VIP를 위해서 자신이 나서서 한 팔 거들어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오히려 수영농장의 이름값에 친구가 업혀 간 것 같지 않은가?

***

-주인님, 이 영상 한 번 보시죠.

"호텔 디너 코스 영상? 야, 내가 이런 걸 뭐하러 봐. 평생 호텔 가서 밥 먹을 일 없는데."

-수영농장산 조리용수를 요리에 사용했더니 요리 맛이 확 좋아졌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국물 요리에서 그 차이가 도드라진답니다.

심드렁했던 사용자는 그 말에 귀가 쫑긋했다.

"국물 요리? 조리용수?"

-주인님은 라면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라면 끓일 때 이 물을 사용하면 맛이 더 좋아지는 모양입니다. 영상 말미에서도 자취생들을 위해서 좋을 거라고 하더군요.

"신두 덕분에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라면을 자주 먹긴 하지……."

-신두를 만드는 그 수영농장에서 새로 출시한 조리용수라고 합니다.

"뭐야? 그럼 봐야지. 조회 수가 근데 지금 1만도 안 되잖아? 지금 막 올라온 건가?"

-그래도 유튜브 AI 추천 알고리즘보다는 제가 더 낫지 않습니까?

"그건 맞다. 네가 추천한 영상치고 재미없었던 것은 한 개도 없었지."

-알파고놈의 추천 따위는 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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